194화. 태양광 드론(1)
남고비, 미추홀, 제이에스 항공 연구소.
남고비에서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진 네 번째 도시는 동부의 산업도시 미추홀이었다.
미추홀은 인천의 옛 지명이기도 하다, 백제를 세운 온조의 형인 비류가 지금의 인천에 먼저 자리를 잡았는데, 그곳의 이름이 미추홀인 것이다.
미추홀은 남고비의 가장 서쪽에 있는 도시로, 과학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연구소와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에서는 예외적으로 공장들도 자리 잡고 있었다. 오아시스 도시들은 농업 생산에 주력하고 있었지만, 인간의 힘만으로는 농업을 할 수 없었고, 대규모의 농지를 관리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농기계와 자동차, 비행기 등의 생산이 필요했고, 이러한 농업용 기계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도 필요했던 것이다.
진석은 새로 지은 비행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은 발전에 발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인구도 계속해서 늘어나 이미 인구는 100만을 넘고 있었다.
미추홀에 건설된 비행장은 농업용 항공기들의 이착륙을 위한 것으로 아사달의 공항이 여객 수송을 위한 것과는 목적이 다른 것이었다.
사막을 개간한 농업지역은 계속해서 면적이 증가해 이제는 광대한 농업지역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비행기와 헬리콥터는 거의 필수적인 장비가 되었다.
특히, 태양광을 이용한 프로펠러 비행기는 미추홀의 제이에스 기계공작소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존에도 태양광을 이용한 비행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농업용으로 개발한 무인 태양광 항공기를 실제로 농업에 도입한 것은 제이에스 그룹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로, 이런 무인 항공기들은 병충해 방제를 위한 일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었다. 일반적인 형태의 농약은 아니고, 병충해를 억제시키는 친환경 유기농 농약이 공중에서 살포되면서 농업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었다.
물론, 친환경 성분이라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공중살포에도 문제가 없는 성분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태양광 항공기들이 작업을 잘 해주고 있군요.”
진석은 미추홀의 제이에스 항공 연구소에서 항공 방제 작업 시범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 지금은 대형 항공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지만 조만간 드론으로 기술의 중심이 이동할 겁니다.”
“음, 그렇겠죠. 오만수 소장님이 드론 쪽도 잘 개발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만수는 한국에서 항공기술을 연구하던 대학교수였다. 한국에서도 미래가 보장된 유망한 교수였지만, 오만수는 자청해서 남고비를 찾아온 특이한 케이스였다.
보통은 한국에서 필요한 인재들을 선발하거나, 특별히 필요한 인력의 경우에는 스카우트를 하기도 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데려오고 있었는데, 가끔 오만수 소장처럼 뛰어난 인재가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오만수 소장은 직접 진석을 찾아와서 태양광으로 작동되는 항공기를 개발해서 농업에 도입하고 싶다는 계획을 설명했던 것이다.
진석으로서는 인재가 필요하던 참에 직접 찾아오는 경우라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오만수 교수는 당시에 한국의 카이스트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 실적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오지라고도 할 수 있는 남고비를 찾아와 직접 농업용 항공기 개발에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진석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제이에스 그룹 차원에서 그리고, 남고비의 행정부까지 총동원해서 오만수 교수에게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산업 도시 미추홀의 발전도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한 개인의 선택이 도시의 번영을 가져온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천재 과학자인 오만수 박사가 이곳에 오면서, 특히 가장 먼저 한 일은 태양광을 이용한 항공기를 개발한 일이었다. 그리고 태양관 항공기가 성공을 거두면서 그다음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바로 태양광 드론이었다.
정확하게는 태양광을 이용한 농업용 대형 드론 사업이었다. 일반적인 소형 드론은 레저용이나 카메라 촬영용 등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었지만,
농업에서 이용되기에는 들 수 있는 중량이 너무 적은 수준이라 농업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한 촬영용 외에는 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오만수 박사가 개발 중인 대형 드론은 최대 적재 중량이 200kg 이상인 대형 드론으로 수확한 농산물을 밭에서 창고로 이동시키는 중간 수송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었다.
그런 대형 드론을 만들기 위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배터리였다. 전기차도 마찬가지지만, 배터리는 중량이 상당한 편이다. 거기다 고출력을 내기 위해 배터리는 더 커지고, 배터리 무게 때문에 드론의 전체 중량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대형 드론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것인데,
오만수 박사는 이 배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배터리를 없애고, 태양광 발전 방식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태양광 집열판의 전기로 직접 드론을 움직이는 방식인데,
장점은 대형 배터리 없이도 드론을 운행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자체 중량을 줄여서 적재 중량을 늘릴 수도 있고, 배터리 충전 등의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배터리가 없기 때문에, 날씨가 안 좋아서 해가 나지 않게 되면 아예 작동이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라면 큰 문제가 될 이런 단점이 남고비의 사막기후 지역에서는 크게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고 있었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는 경우도 거의 없는 사막기후 지역이라, 언제나 날씨가 맑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태양이 비추지 않는 저녁과 밤 시간을 제외하면 언제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남고비의 특성상 배터리 없는 태양광 드론은 사용에 큰 제약이 없었다.
그래서 진석도 오만수 박사가 제안한 배터리 없는 태양광 드론에 찬성한 것이었다.
“드론은 어느 정도까지 개발이 된 건가요?”
“하하,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장님이 오시면 신형 농업 드론을 한 번 테스트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태양광 무인 항공기에 이어, 이번에는 대형 농업 드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드론의 조정은 오만수 소장이 직접 하고 있었다.
“음, 신형 드론이군요. 저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입니다.”
“예, 한번 직접 눈으로 성능을 확인해 보시죠.”
오만수 소장이 조정하는 드론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오렌지가 가득 담긴 커다란 대형 플라스틱 상자가 쌓여 있는 곳이었다. 드론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연구소 부지에 농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대형 농업 드론은 천천히 오렌지가 담긴 상자에 접근해서 상자를 하나씩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오렌지가 가득 들어있는 제법 큰 상자라 무게가 상당한 편이었지만, 드론은 크게 무리 없이 상자들을 들어올려 다른 창고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이렇게 한 번 작업을 시키고 나서는 반복 버튼을 눌러 놓으면 인공지능이 작동하면서 처음 했던 작업을 반복하게 됩니다.”
“음, 그런 기능도 있는 건가요?”
오만수 소장은, 반복 버튼을 눌러서 인공지능을 활성화시켜 놓고 리모콘을 아예 내려놓았다. 하지만 인간의 조정이 없어도 드론의 인공지능이 작동하며 전에 했던 작업을 유사하게 반복하고 있었다.
농업 드론은 별다른 추가적인 조정 없이도 수북이 쌓여 있던 오렌지 상자들을 목적지인 창고로 옮겨 놓고 있었다.
“오렌지 상자가 제법 무거운 걸로 알고 있는데 무리 없이 이동시키고 있군요.”
“예, 다음은 벼밭에 친환경 살충제를 방제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벼는 논에서 키우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남고비에서는 벼를 밭에서 키우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벼밭들도 많은 편인데, 그 벼밭에 요즘 많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사막 메뚜기들이었다.
사막 메뚜기들에 대비해서 메뚜기를 막을 수 있는 작물들을 심어서 메뚜기 떼가 직접 대량을 유입되는 것들은 막고 있었지만, 소규모로 조금씩 들어오는 녀석들은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제이에스 농업 연구소에서, 인체에 무해한 사막 메뚜기 퇴치용 친환경 살충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그 방제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다.
남고비를 비롯한 오아시스 도시들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맑은 날이 계속되는 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덕분에 한낮에는 농업과 관련된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날씨가 뜨거운 편이었다. 당연히 방제 작업도 높은 기온으로 애를 먹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론이 개발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진석 사장님, 그러면, 이번에는 항공 방제 작업을 해보겠습니다.”
이번에도 오만수 소장은 직접 드론을 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모콘 외에,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지도에서 벼밭의 위치를 설정하고 미리 작성해둔 방제 어플을 작동시키는 것으로 드론 조작은 손을 떼었다.
이번에도 드론의 인공지능이 작동하며, 오만수 소장이 지정해준 벼밭에서 방제 약품이 들어있는 방제 장치를 이용해서 약품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드론은 상당히 정교하게 움직이며 꼼꼼하게 벼밭 구석구석을 방제하기 시작했다.
“어떻습니까? 농업용 드론의 성능이?”
“상당히 훌륭하네요. 벼밭에 약을 뿌리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드론을 이용하니까, 시간도 단축되고 더운 날씨에 사람이 고생하지 않아서도 좋고 말입니다.”
“하하, 그렇죠. 남고비의 도시들의 인구가 계속 늘고는 있지만 정작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농업 기술을 개발해서 농업 인력을 대체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오만수 소장의 말에 진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남고비의 농업 생산력이 계속 증가하고, 농업이 가능한 녹지대도 사막을 밀어내며 계속 확장되고 있었고, 남고비의 도시들의 인구도 증가했지만 정작 농업 종사 인구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도시들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이주 초기와 달리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났고, 사막에서의 농업이라는 것이 노동의 강도가 강하다는 것도 이유가 되었다. 쉽게 말해, 오아시스 도시들의 초기와 달리 일자리가 다양해지면서, 도시에서 다른 일을 찾는 이주민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남고비의 도시들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업 분야는 인력이 언제나 부족한 상태였고, 다행히, 농업의 기계화를 통해 그런 인력 부족을 메워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막 특유의 고온이 계속되는 낮 시간대에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농업 드론이 개발되면서 인력 부족 문제에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항공 방제 능력도 굉장히 뛰어나군요. 특히, 위치만 지정해주면 자동으로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하하, 그렇죠. 리모콘으로만 조정하는 것보다는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서 자동적으로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대충 위치와 작업을 위한 앱만 작동시키면 대부분의 일을 자동으로 해결해 주니까요.”
“음, 그렇겠죠. 스마트폰으로도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아무튼, 이 정도 수준의 농업 드론이라면,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농업용 태양관 드론 생산을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량 생산도 가능하겠죠? 소장님.”
오만수 소장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시험 비행은 모두 성공적이었으니까요. 조만간 농업용 대형 드론들이 대규모로 생산될 예정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오아시스 도시들의 농업 생산성도 크게 늘어날 겁니다.”
“예, 요즘에 남고비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더군요. 주로 건물을 짓거나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도 많고요. 그러다보니, 농장에서 일할 인력도 전에 피하면 수요가 많이 줄었고요.”
“하지만,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이제 농업용 대형 드론이 인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