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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콩(3) (171/183)

188화. 기름진 콩(3)

북카페 오아시스 아사달점.

“이건 콩이잖아요?”

“예, 사막에서 키우기 위해서 개발한 새로운 품종의 콩이죠.”

진석은 공간에서 수확한 흙콩을 가지고 오아시스 도시들의 농장들에 종자를 나누어주었다. 다행히 공간에서 적응이 된 품종이었기 때문에, 오아시스의 농장들에도 쉽게 자라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남고비 일대의 농장들에서 본격적으로 콩이 수확되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콩을 이용해서 바이오 디젤도 만들고, 그 100% 바이오 디젤로 움직일 자동차들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걸로 뭘하는 거에요?”

그냥 보기에는 평범한 콩이었다. 최영미 점장은 콩을 만져보며 물었다.

“글쎄요. 사실은, 이 콩으로 연료를 만들고 있어요.”

“연료요? 콩으로요?”

최영민 점장은 바이오 디젤이라는 용어는 생소한 모양이었다. 진석이 콩기름과 알콜을 섞으면 연료로 쓸 수 있다는 말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 이제 그 바이오 디젤로 움직이는 차들이 본격적으로 아사달에 들어올 겁니다.”

“정말요? 그럼, 제 차도 바꾸어야 하는 거예요?”

“뭐, 그렇죠. 물론 단계적이긴 하지만, 이제 바이오 디젤과 전기차 정도를 제외한, 내연기관 자동차들은 모두 퇴출 될 예정이거든요.”

“음, 그렇군요. 사실은 차를 바꿀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러면 잘됐네요. 기존 차량을 바이오 디젤로 바꾸는 비용은 아사달 시에서 지원을 해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브랜드의 차로 바꿀 수는 없는 거죠?”

“하하, 바이오 디젤 차량은 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청정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죠.”

“상관없어요. 오히려 잘됐네요. 바이오 디젤차는 종류가 별로 없다니까. 한국처럼 비싼 차,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차를 사는 일은 없을 거 아니에요.”

“그렇죠. 이제 앞으로는 모든 차는 기능과, 편의성, 그리고 환경에 대한 영향 같은 것들이 차들의 중요한 가치가 될 겁니다.”

“그럼, 이 콩들은 연료라는 말이죠? 석유 같은 거요?”

“아, 아뇨. 콩으로 연료를 만든다는 말이지, 콩이 석유라는 말은 아니라는 겁니다. 콩은 콩이죠.”

“그럼, 이거 먹을 수도 있는 거예요?”

“하하, 물론이죠.”

진석은 가져온 상자에 가득 담긴 흙콩을 보여주었다.

“사실은 이 콩들로 뭘 만들 게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음, 콩이라? 이런 더운 날씨에는 콩국수가 딱인데.”

“콩국수요?”

“예, 사실 콩만 있으면, 콩국수야 쉽죠. 물에 불려서 갈아서 국수를 말아 먹으면 되는 거니까요.”

“음 그것도 좋겠네요. 여름엔 시원한 콩국수가 좋은데. 이곳이야, 언제나 여름이니까. 하지만 카페에서 콩국수는 좀 이상하지 않나요?”

“카페는 좀 그렇고, 학교에 가지고 가서 콩국수를 만들어 볼까요?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고. 지난번에 김치 공장을 세운 것처럼, 반응이 좋으면 콩국수 가게를 따로 차려도 좋고요.”

“하하, 괜찮은 생각이네요. 그리고 콩으로 더 만들 게 없을까요?”

“두부도 만들 수 있죠. 그리고 카페에서는 두유를 만들어서, 두유 라떼를 만들어 볼까요?”

“두부와 두유 라떼도 말이죠?”

“예, 두부는 학교 조리실에서 부탁해서, 한 번 만들어보고, 두유 라떼는 제가 준비해 볼게요.”

***

며칠 후..

“와, 진짜 두유 라떼를 메뉴에 추가했군요?”

“예, 우유로 만든 라떼보다 더 고소한 맛이 있어서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며칠 만에 다시 찾은 북카페에서는 두유 라떼가 신메뉴로 출시되어 있었다.

“음, 두유 라떼도 맛있네.”

“두유 노우, 두유 라떼..하하..”

다행히, 두유로 만든 라떼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최영미 점장은 두유 라떼 한 잔을 마시고 있는 진석을 학교로 초대했다.

“학교에서는 콩국수와 두부를 만들었다는 거군요?”

“예, 뭐, 제가 만든 건 아니고, 조리실 조리사분들과 영양사님이 수고하셨죠. 궁금하시면 학교로 한 번 와 보세요.”

***

꿈나라 초등학교

“와, 이진석 사장님이다.”

“하하, 여기 학생들이구나. 몇 학년이니?”

“전, 3학년이고, 이 누나는 4학년요.”

“오, 그래.”

“안녕하세요.”

4학년이라는 여자아이는 수줍게 인사를 했다.

“그래, 반가워요.”

진석이 도착한 급식실에는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늘의 메뉴는 두부와 콩국수가 나왔는데, 콩국수를 어린 아이들이 잘 먹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한 번 드셔보세요. 아주 시원해요. 콩이 고소해서, 국물 맛도 좋고요.”

진석이 공간에서 수확한, 흙콩을 갈아 만들었다는 콩국물은 밝은 베이지색으로 먹음직스러운 느낌이었다.

냉장고에서 보관해서 온도도 시원하고 면발도 쫄깃하니, 콩국수의 맛은 더운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딱 좋은 것 같았다. 같이 나온, 두부조림도 간이 적당히 베어 먹기 좋고 말이다.

진석의 입에는 훌륭한 콩국수와 두부 요리였다. 옆자리에 아이들을 보니, 어린 초등학생 아이들도 콩국수를 잘 먹고 있었다.

“어때요? 사장님.”

“와, 콩국수가 시원하고 담백합니다. 정말 맛있네요. 두부도 아주 부드럽고 고소하고요.”

“그렇죠. 이진석 사장님이 가져온 그 흙콩 맛이 아주 고소하고 좋아요. 그걸로 콩기름만 만들기에는 아깝더라고요. 이렇게 콩요리를 만들기에도 아주 훌륭하거든요.”

“정말 그렇네요. 아이들도 잘 먹는 것 같고.”

“그래서 말인데요. 콩국수 식당을 한 번 오픈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나요?”

최영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여기 조리실 직원들 중에 기회만 되면 콩국수 식당이나 두부 공장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요?”

기왕 콩을 생산하기로 했으니까, 바이오 디젤이든 콩국수든 수요가 많이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농업을 기반으로 다른 연관 사업이 발전하는 것은 농업도시인 아사달에는 긍정적인 현상이었다.

그렇게 꿈나라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콩국수 가게가 오픈을 하고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인기를 끌자, 다른 콩국수 가게들도 문을 열기 시작하며 아사달과 오아시스 일대에 콩국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여름 별미라, 더운 이곳 기후에 적합했던 것이다. 그리고 체력 소모가 심한 더운 기후에 콩은 영양적으로도 완벽한 식품이라, 건강관리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두부 역시도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많았고, 그동안은 수입이 어려운 편이었는데 아사달에 본격적으로 두부 공장이 생기면서 두부의 소비도 크게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는 자동차들이었다. 바이오 디젤 전용 엔진을 장착한 차들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

하백시, 제이에스 자동차 생산 공장.

바이오 디젤 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오현석 소장은 자동차 사업부의 책임자도 겸하고 있었다.

미국의 그린 오일에서 파견 온 직원들의 기술 지원을 받으며, 바이오 디젤 생산에도 성공했고, 그다음으로 바이오 디젤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의 지원을 받으며 공동으로 바이오 디젤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를 개발한 것이다.

물론, 기존 상용차들과 비교해서 수요가 많은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나 가격 면에서는 그다지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바이오 디젤 전용 자동차라는 점에서는 상당한 메리트가 있었다.

특히, 사막기후과 지형에서도 크게 운행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기본 성능은 보여주고 있었고, 환경오염 문제가 없어서, 청정 농업 지대라는 남고비의 이미지에도 적합한 차종이었다.

“이게 새로 만든, 바이오 디젤 전용 차들이군요?”

“예, 트럭과 세단, SUV, 버스까지 종류별로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처럼 종류나 디자인의 선택지가 많지는 않아요.”

오현석 소장은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생산한 10여 종의 차량을 보여주었다.

“뭐, 아무래도, 남고비 지역에 특화된 차니까, 단순 비교는 어렵겠죠. 하지만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던데요.”

“예,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 아닙니까? 한번 운전해 보시죠.”

“하하, 그럴까요?”

진석은 SUV 한 대에 올라 시동을 걸어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도로 주행을 해보았다. 일반 차량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약간 힘이 부족하다는 인상도 있었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성능이었다.

차를 운전해서 한 바퀴 주변을 돌아본 진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네요. 기본적인 성능은 갖춘 것 같습니다.”

“예, 뭐, 욕심이 한도 끝도 없는 거라,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일단 처음 생산한 차들 치고는 합격점은 되는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걸로 오아시스 도시들에도 본격적인 바이오 디젤 시대가 열릴 겁니다.”

***

진석이 도입한 바이오 디젤 차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사달과 하백 같은 도시들에서 흔희 볼 수 있게 되었다.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 디젤을 제이에스 그룹에서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료비가 들지 않는 장점에, 기존 차들에 비해서 크게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평이 돌면서 바이오 디젤 차들의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최영미 점장도 차를 바이오 디젤 세단으로 교체한 후에 만족스러워 하고 있었다.

***

북카페, 오아시스 아사달점.

“이번에 바이오 디젤로 차를 바꾸셨다는데 마음에 드십니까?”

“예, 좋아요. 일단 기름값이 공짜잖아요. 바이오 디젤은 아사달시에서 해택을 많이 주니까, 경제적인 면에서는 메리트가 있어요.”

“성능은 어떤가요? 자동차의 성능도 중요하죠.”

“차는 뭐, 다 그게 그거 아닌가요? 솔직히 저는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는 정도라, 일반 자동차와 차이는 못 느끼겠어요. 그래도 아쉬운 건 디자인이 좀 단조롭다는 거예요.”

“하하, 그런 이야기는 많이 하시더군요. 디자인 문제는 아직 차종이 많지 않아서 비슷비슷한 차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 겁니다. 대신에 색상은 좀 다양하게 하라고 제가 지시를 했습니다.”

“어머, 그래요? 제가 차를 살 때는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은색 뿐이어서 고를 것도 없었는데.”

생산되는 바이오 디젤 차들의 차종이 많지 않다보니, 차들이 다 비슷해 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거기에 초기에 제공되던 색상은 3종의 기본 색상뿐이어서 더 그런 불만이 많이 생기자,

진석은 차의 디자인이나 차종을 늘리지는 못해도, 차의 색상은 다양하게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 초기와 달리 지금은 알록달록한 원색의 차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었다.

자동차도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식품으로도 콩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었다. 거기에 하백시를 중심으로 흙콩의 생산도 시작되어서, 남고비의 오아시스들에서 콩과 연관된 산업이 서서히 발전하고 있었다.

“사장님, 이 기사 한 번 보세요.”

“음, 외신 기사군요.”

북카페에는 뉴스 검색용 테블릿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최영미 점장은 외신에 소개된 남고비 도시들의 바이오 디젤 열풍 기사를 보여주었다.

내용은, 주로 세계 최초로 바이오 디젤을 사용화한 아사달시의 정책을 취재한 내용들이었다. 시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거나, 바이오 디젤 전용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들의 모습과 실제 운행을 해보며 성능을 비교한 기사들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청정 농업 도시를 추구하는 아사달과 하백, 그리고 다른 오아시스 도시들이 화석연료를 완전히 퇴출시켰다는 내용으로, 콩을 이용해서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설비들이나, 그 외에 태양열 발전소 같은 친환경 시설들도 소개되고 말이다.

“외신에서는 우리를 호평하고 있네요?”

“예, 그러게 말이에요. 세계가 아사달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친환경 도시로 말이에요.”

“하하, 좋은 현상이군요. 제가 원하던 것도 이런 겁니다. 청정의 무공해, 농업 지역이라는 이미지 만들어 가는 거죠. 그래서 이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확실한 청정 브랜드로 만들어 가는 겁니다.”

“일단은 성공이네요. 뭐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예, 시원한 두유 라떼 한 잔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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