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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콩(2) (170/183)

187화. 기름진 콩(2)

일꾼들이 콩을, 오아시스 일대의 밭들에 흙콩을 대규모로 재배하기 시작했고 진석이 시간을 가속하며 몇 차례의 수확을 반복하자, 창고에는 수확한 콩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콩이 담긴 농업용 자루들이 창고에 가득 쌓이기 시작하자, 진석은 아사달의 저온 창고로 연결되는 출입구를 열었다. 그리고 수확한 콩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

아사달, 제이에스 지사, 진석의 사무실.

“콩에서 기름을 채취하겠다는 거군요?”

아사달에는 초기에 심었던 사막 올리브를 이용한 올리브유 공장이 있었다. 올리브 공장에서는 저온 압착 기술로 올리브유를 생산하는 설비를 가지고 있었다.

“예, 제이에스 그룹의 올리브유 생산 기술이라면, 콩에서도 기름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고압을 이용한 압착 기술이니까요.”

올리브유 공장의 책임자인 오현석 소장은, 진석이 공간에서 가져온 흙콩을 만져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건 콩기름을 만들려는 거죠?”

“콩기름요? 아닙니다. 이건 바이오 디젤을 만들 겁니다.”

“오, 그래요. 그럼, 어렵게 저온 압착을 할 게 아니라, 고온 압착으로 기름을 뽑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식물에서 기름을 채유하는 것은 고온이 더 쉬우니까요. 채산성도 더 좋고요.”

“뭐, 식용이 아니니까, 그렇게 품질은 중요하지 않겠죠. 고온으로 하면 생산성도 더 높아지고 말입니다.”

오현석 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렀습니다. 고온에서는 기름 생산량도 더 늘어나게 되니까요.”

“그럼, 콩기름 문제는 고온방식으로 하기로 하죠, 아무튼, 이걸로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려고 하는데 따로 시설이 필요하겠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바이오 디젤이나 에탄올 쪽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아사달에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는 오현석 소장님이니까요. 필요한 재정적 지원은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필요한 인력도 지원해 드리고요.”

오현석 소장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겠습니다. 바이오 디젤을 만드는 공장을 만들어 보죠. 어차피, 아사달에서는 모든 게 다 새로운 도전이니까요.”

오현석은 올리브 열매를 저온 고압 압착해서 최고등급인 엑스트라 버진 등급의 올리브유를 만들고 있었다.

식물을 이용해서 만드는 대체 에너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채유 식물에서 기름을 얻어 그걸로 바이오 디젤이라는 식물성 연료를 생산하는 방식과,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을 이용해서 에탈올을 얻는 방식이다.

진수가 지금 개발하려는 바이오 디젤은 콩에서 채유한 식물성 기름과 다른 화합물을 첨가해 경유와 비슷한 식물성 에너지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바이오 디젤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다른 첨단 기술 분야들처럼 대체 에너지 기술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었고, 바이오 디젤 기술도 최고 수준으로 이미, 성능면에서는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의 바이오 디젤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아직, 가격 면에서 그렇게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개발한 바이오 디젤 기술이 많이 이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자체기술을 개발하면 좋겠지만, 그러다가는 시간이 엄청나게 지연될 것이다. 무한대의 시간이 있는 공간과 달리, 오아시스의 도시들은 유한한 시간의 현실 세계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진석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진석이 향한 곳은 미국 최대의 곡물 거래시장이 있는 시카고였다. 시카고는 미국 중부를 대표하는 대도시로, 근처에 대규모 곡창지대인 프레리가 있는 농산물 거래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바이오 디젤 업체인 그린 오일도, 이곳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

시카고, 그린 오일, 본사.

바이오 디젤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을 가진 회사로 알려진 그린 오일이었지만, 회사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국 기준으로도 중견기업에 못 미치는 중소기업의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오 디젤도 미래의 대체 에너지라는 평가를 받고는 있었지만, 아직 경제성 등의 문제로 미래의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라는 평가를 넘지는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과거 30여년 전만해도, 석유 고갈을 전망하는 미래학자들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도 대체 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최근에는 석유 채굴 기술을 발전으로 석유매장 예상량이 크게 늘었고, 셰일 오일과 같은 기존에 없던 채굴 기술도 나타나고, 태양광 에너지 같은 다른 대체 에너지 기술까지, 바이오 디젤의 경쟁자들이 많이 나타나는 바람에,

한때, 미래 에너지로 기대를 받던 바이오 디젤에 대한 평가도 조금 낮아져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린 오일도 미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하지는 못 하고 있었다.

“제이에스 그룹의 이진석입니다.”

“댄 머피라고 합니다. 그린 오일의 창업자이자, 오너죠.”

댄 머피는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로 마른 체형에 대머리였다. 젊은 시절에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의 그린 오일을 창업했지만, 미국에서 바이오 디젤은 별로 인기가 없었고 회사도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했다.

“연락을 드려서 아시겠지만, 그린 오일의 바이오 디젤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이에스 그룹이라면, 그 사막을 개발한다는 회사죠? 농업 기업으로 유명하고요.”

“예, 몽골 남부 지역의 남고비 일대에서 오아시스 도시를 건설하고 있죠. 최근에는 사막을 녹화시키는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작물도 재배하고, 콩의 재배량도 상당하고요.”

“그래서, 바이오 디젤을 만들겠다는 거군요? 사막에서 생산한 콩으로 말이죠?”

“예, 기존의 올리브유 공장을 이용해서 콩기름을 짜는 건 성공했습니다.”

댄 머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대두유를 알콜과 반응시켜서 메틸에스테르를 만들면 되겠군요.”

“저도, 이론적으로 그렇게 들었지만, 실제로 메틸에스테르를 만드는 과정에 경험이 없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린 오일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예, 그런 셈이죠. 가능하다면, 기술과 장비, 인력까지 지원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충분한 비용을 지불 할 생각입니다.”

“바이오 디젤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겁니까? 바이오 디젤도 경유와 혼합비에 따라 BD5, BD20, BD100으로 구분이 되죠?”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 중에서 경유와 혼합이 없는 100% 바이오 디젤, BD100이 우리가 원하는 겁니다.”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 디젤은 주로 경유와 혼합을 통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장점은 기존 자동차나 트럭 같은 디젤 엔진을 이용한 차량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문제는 경유와 혼합으로 전체적으로 디젤 차량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을 일으키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100% 바이오 디젤의 경우에는 혼합유가 아니라, 더 안정적이라는 것은 장점이지만, 바이오 디젤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전용 차량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BD100을 원한다는 말에, 댄 머피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지고 있었다.

“정말, 100% 바이오 디젤을 원하는 겁니까? 그걸 차량에 연료로 쓰려면 바이오 디젤 전용 엔진이 필요합니다.”

“물론이죠. 전용 엔진을 사용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제가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려는 이유는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청정한 무공해 지역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로 인한 공해로부터 자유로운 그런 청정지역 말입니다.”

“흥미로운 제안이군요. 사실, 우리 그린 오일은, 수십 년 전부터 바이오 디젤을 연구했고, 어느 정도 기술적인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100% 바이오 디젤을 이용한 엔진 연구도 상당히 진척이 있고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순수한 바이오 디젤은 거의 도입되지 않고 있더군요?”

“맞습니다.”

댄 머피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바이오 디젤 기술이 사장되는 게 아쉬우신가 보군요?”

“물론이죠. 기껏 바이오 디젤 관련된 여러 기술을 개발했는데, 경유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외면을 받고 있죠. 그리고 전기차가 나오면서 관심은 더더욱 멀어지고 말입니다.”

“하지만 제이에스 그룹은 그 기술들을 원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바이오 디젤은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기술이 될 겁니다.”

“바이오 디젤만으로는 엔진 성능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아시겠죠?”

“물론입니다. 하지만, 공해가 적고 식물을 이용해서 자체적으로 연료를 해결할 수 있다면, 바이오 디젤 차량의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건 감수할 수 있죠.”

“그렇다면, 좋습니다. 사실, 저도 오래전부터 순수 바이오 디젤 기술을 상용화하는 게 꿈이었죠. 미국에서는 경유와 혼합한 바이오 디젤만 판매할 수 있었지만, 이제 순수 바이오 디젤 기술도 사용할 기회가 오는군요.”

다행히, 그린 오일의 댄 머피는 진석의 제안에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말대로, 전부터 바이오 디젤 기술의 상용화를 원했지만, 미국에는 가격 경쟁력의 문제로 상용화 하지 못했던 기술을 이제 진석이 남고비 사막에서 실현하겠다는 것에 약간 고무된 느낌이었다.

“그래요, 한 번 해보는 겁니다. 성공하면, 아사달과 하백 같은 도시들에서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 디젤 차량만이 운행을 하는 청정에너지 도시가 될 겁니다.”

“하하,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빌겠습니다.”

그린 오일의 댄 머피와의 회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그로부터 얼마 후, 미국 시카고의 그린 오일에서 파견을 나온 기술자들이 아사달에 도착했다.

그린 오일의 엔지니어들은 오현석 소장과 같이, 새로운 바이오 디젤 생산 공장과 바이오 디젤 전용 엔진을 생산할 공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

아사달, 신축 바이오 디젤 공장.

새로 지어진 바이오 디젤 공장에서는 시험용으로 콩기름과 알콜의 배합으로, 메탈에테르가 만들어졌고. 그린 오일에서 개발한 신형 바이오 디젤 엔진을 이용한 차량에 그 메탈에테르 100%의 연료가 주입이 되었다.

진석도 신형 바이오 디젤 차량에 시승해 보았다.

“이게 바이오 디젤로만 움직이는 차라는 거죠?”

“예, 그린 오일의 기술 지원으로 새로 개발한 바이오 디젤 엔진을 장착했죠. 자동차 자체의 성능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이오 디젤로만 움직이는 차라는 점에 의의가 있는 편이죠.”

오현석 소장은 새로 개발한 바이오 디젤 차량을 진석에게 보여주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바이오 디젤 전용 엔진의 성능은 기존의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 그리고 최근의 전기차에 비해서도 약간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오아시스 도시들에서 사용하기에는 적당한 수준의 성능은 갖추고 있었다.

“성능은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아직, 완벽한 것 아니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는 청정 농업 도시라는 브랜드 이미지에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오현석 소장도 비슷한 생각인지, 진석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이 정도 성능만 되도 농기계나 이동용 차량과 농산물 운반 트럭용으로는 적당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바이오 디젤 연료와 엔진을 생산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린 오일쪽 사람들이 도와줘서 일단 바이오 디젤 생산이나 엔진도 생산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원료인 콩은 충분하지 않은데,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겁니까?”

“콩이라면 걱정할 거 없습니다. 일단, 외부에서 가져와서 연료부터 만들고, 점점 콩의 자체 생산량도 늘려나갈 테니까 말입니다.”

“음, 알겠습니다. 콩의 공급이야, 제이에스 그룹에서 알아서 해주겠죠. 전 그러면 바이오 디젤쪽에 전념하겠습니다.”

“예, 오현석 소장님이 수고해주셔야겠습니다.”

“열심히 한 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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