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태양의 탑(2) (154/183)

171화. 태양의 탑(2)

피터 러셀은 태양열 발전탑 건설을 위해, 남고비로 찾아왔다.

***

아사달, 제이에스 지사. 진석의 사무실.

“저는 남고비라고 해서, 고비 사막의 남쪽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리적인 위치는 고비사막의 북부 지역이군요?”

“하하, 그렇죠, 남고비라는 지명은 몽골에서 만든 거니까요. 몽골에서 고비 사막 북부지역을 고비라는 단어와 연관되어 부르는 지명 중에 하나입니다. 보통 세계에 알려져 있는 고비 사막은 내몽골이라고 부르는 중국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진석이 몽골 남부 지역에서, 사막을 개발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자, 거기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중국 정부였다. 중국도 사막화가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에, 진석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외국인이 진석에게 몽골과 같은 대규모의 개발 사업권을 내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사막에 심을 수 있는 수목들의 묘목을 구해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진석은 아사달과 오아시스 도시들이 번성을 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중국 정부의 요청을 들어주고는 있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진석이 보내준, 각종 묘목들은 중국의 관리 소홀로 대부분 고사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진석이 보낸 묘목들은, 남고비에 심은 사막 올리브를 비롯한, 진석이 개발한 다양한 사막에 적응력을 가진 나무들이었다. 하지만, 설사, 그런 건조 기후에 강한 적응력을 가진 수종이라도 모래사막에 처음 심을 때는,

하나하나, 직접 뿌리에 물을 대는 정성이 필요한데, 중국 정부에서는 그저 사막의 모래가 묘목을 심고 한 번 물을 주고는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나무들이 다 말라 죽고 나서, 그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나중에는 진석이 일부러 안 좋은 묘목들을 보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진석으로서는 어이없는 일이지만, 진석은 중국의 시장의 잠재력을 생각해서 별다른 대응은 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죠. 중국 쪽의 고비 사막은 개발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아무래도 몽골과 중국은 사막화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거든요.”

“어떻게 말입니까?”

“같은 고비 사막이 팽창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몽골 정부는 문제 해결을 외부에 전적으로 맡긴 거죠. 중국은 아무래도 대국이라,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고요.”

“어느 쪽이 현명한 걸까요?”

피터 러셀은 흥미롭다는 듯이 물었다.

“둘 다 장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도 저력이 있는 나라니까,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조만간, 해결책을 찾을 겁니다.”

“흠, 그렇겠군요.”

피터 러셀은 사막 위에 세워진 아사달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는, 상당히 감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태양열 발전탑이 이 오아시스 도시들에서 본격적인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전력 시스템으로 채택인 된 것에도, 살짝 감격한 느낌이었다.

피터 러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사장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태양열 발전탑을 진석에게 소개한 장유진이었다. 장유진은 자신이 이 태양열 시스템을 진석에게 소개한 장본인이지만,

그녀 역시도, 피터 러셀을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따로 친분이 있거나 해서, 진석에게 소개한 것이 아니라, 건축학자로서 태양열 발전탑에 과학적인 흥미와 호기심을 가진 것뿐이었다.

“장유진이라고 합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피터 러셀입니다”

“자, 그러면, 태양열 발전탑을 건설할, 두 분이 모두 모였군요.”

태양열 발전탑은, 상당한 규모를 가진 시설이었기 때문에, 아사달을 비롯한 남고비의 도시들의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장유진과 발전소 건설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필요했다.

“음, 일단, 기본적으로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는 시설이고, 태양광을 탑에 모으게 되면, 탑에서 반사되는 빛도 굉장히 강한 편이라, 아무래도 시설은 도시 외곽 지대의 평지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할 거예요.”

장유진은 사장실 벽 한쪽에 대형 스크린에 여러 가지 지도와 항공사진, 인공위성 사진 등을 펼쳐놓고 피터 러셀과 여러 지역을 살펴보며 상의하기 시작했다.

“제 생각에는 여기 아사달 동쪽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장유진은 자신이 말한 지역의 지형도를 보여주었다.

“음, 괜찮아 보이네요. 주변에, 큰 산이나, 큰 바위도 없고, 제가 보기에는 작은 암석지대라 모래땅보다는 지반도 더 안정적으로 보이고요.”

“예, 그리고 근처에 지하수 관정이 있어서, 태양열 발전탑에 사용할 물도 구할 수 있고요. 이 정도면 최적의 입지라고 생각되는데요.”

피터 러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석 사장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장유진은 진석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야, 두 분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죠. 하지만, 제 경험상 지도만 보고는 알 수 없는 법이죠. 일단 현장 답사는 해봐야 할 겁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그럼 언제 갈까요?”

“빠를수록 좋습니다.”

피터 러셀의 말에, 진석은 바로 장유진과 피터 러셀과 함께 새로 발전소가 지어질 예정지를 향해 출발했다.

***

아사달 동부, 태양열 발전소 예정지.

사실, 전형적인 사막 지역이라, 근처에 제이에스 그룹이 개발한 오아시스가 하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곳은 없는 곳이었다.

지프 차를 타고, 발전소 부지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주변의 토양이었다. 아무래도 태양광을 반사할 반사판들을 많이 설치해야 하는데, 지반이 안정적인 것이 좋았다.

“여기는 다행히 모래흙은 아니군요.”

피터 러셀은 바닥을 확인하며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바닥은 괜찮아 보이는군요. 그리고 주변에 숨겨진 강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숨겨진 강요?”

진석의 말에, 피터 러셀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고비 사막에는 비가 거의 안 내리지만, 몇 년에 한번씩 큰 비가 내릴 때도 있죠. 그럴 때 일시적으로 물이 흐르는 강이 있거든요.”

“오, 그런가요?”

“사막지대는 사람도 동물도 없고 크게 지형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숨겨진 강들은 수백,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유지가 되는 편이죠. 물론, 비가 오면 말입니다. 비가 내리면, 일시적으로 그런 강 주위로 홍수가 생길 수도 있어요.”

“그게 발전소에 위협이 될까요?”

“사막에 내리는 비는 아주 단시간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그런 숨겨진 강이 있다면, 어떤 시설이라도 위험할 수 있죠.”

사실, 진석도 이성우 박사에게 배운 내용이었지 실제로 그런 사막의 홍수를 경험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진석은 혹시 강이나 하천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다행히 발전소 부지 예정지에는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군요.”

“제 생각에도, 괜찮아 보입니다.”

진석에 이어 피터 러셀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럼, 저만 남은 건가요? 물론, 저도 합격점을 주겠어요.”

“그럼 세 사람 다, 동의한 거군요. 좋습니다. 그럼, 이곳에 태양열 발전탑을 건설하기로 하죠.”

발전소 부지가 결정되면서, 본격적인 발전소 건설이 시작되었다.

***

선라이즈 시스템의 기본적인 발전 시스템은 태양광 반사판과 집열탑, 그리고, 탑 내부의 증기 터빈과, 물을 끌어 올리는 펌프와 물을 공급하는 물탱크, 그리고 터빈을 돌리고 식은 증기를 다시 물로 배출시키는 배수장 등이 필요했다.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태양관 반사판들이었다. 반사판들은, 미세하게 각도의 차이를 두고 원형으로 크게 늘어서서, 중앙의 탑에 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반사판들은 일단, 한국에서 생산해서 들여오기로 하죠.”

판사판은 비교적 큰 기술 없이 제조가 가능했고, 양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대규모의 자체 생산 시설이 없는 선라이즈 시스템은 반사판 생산을 제이에스 그룹에 위임했고, 제이에스 그룹도, 한국의 제조 업체과 협력해서,

반사판의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이 태양열 발전소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열 발전탑을 만들어야 했다. 탑의 구조는 단순한 편이었지만, 고온고압의 증기 터빈 발전기와, 적정 수준의 온도를 유지하는 냉각 시스템 등이 필요한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선라이즈 시스템의 엔지니어들에게 모두 맡기기로 했다. 어차피 그들이 개발한 기술이고 그들에게 권리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신, 나중에 수리나 관리 등은 제이에스 그룹에서 맡아서 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술 이전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선라이즈 시스템의 기술을 모두 이전받아, 독자적인 태양열 발전탑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두 가지 핵심 시설이 건설되기 시작하고 나머지 부분들도 착착 공사가 진행되었다. 아사달 동쪽에 대규모의 태양열 발전탑이 건설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언론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중국은 사막에서 발전하고 있는 아사달을 비롯한 오아시스 도시들에 놀랍다는 반응과, 동시에 중국의 고비 사막도 남고비 사막처럼 개발을 해야 한다는 반응들이 동시에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제이에스 그룹이나 이진석에 개인에 대한 분석 기사가 종종 유력 신문이나 방송에서 나오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특히 진석을 한국의 영웅, 몽골의 사막을 개발하는 한국의 영웅적인 사업가라고 묘사하는 언론도 있을 정도였다.

***

아사달 시청, 이성우 시장의 집무실.

“이진석 사장님, 이거 보셨습니까?”

아사달에 중국의 신문이 배달되지는 않지만, 온라인 버전을 통해 중국의 신문들도 쉽게 볼 수 있고, 특히 아사달에 관한 기사들은 빼놓지 않고 본다는 이성우 시장은, 마침 시장실을 찾아온 진석에게,

중국의 명화 일보의 기사를 보여주었다. 명화 일보라면, 중국의 메이저 신문사라고 할 수 있는 언론사였다,

“음, 신문기사 제목이 한국의 영웅 기업가, 몽골 사막을 개척하다. 이런 건가요?”

중국어는 잘 모르지만, 명화 신문은 외국어판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국어 서비스도 있고 말이다.

“예, 중국 언론에서 이진석 사장님을 아주 극찬을 하고 있어요.”

진석도 최근의 중국 언론을 보면서 그런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 중국 정부의 어떤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언론사에서 자체적으로 진석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쓴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마치, 진석의 특집 기사들처럼, 진석과 제이에스 그룹이 남고비 사막을 개발한 성과들과 그로 인해 발전하고 있는 사막 지역의 변화상을 긍정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중국이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걸까요?”

진석의 말에, 이성우 시장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국이 말입니까?”

생각해 보면, 전부터 중국 정부는 진석에게 내몽골의 고비 사막의 사막화의 대책에 대한 자문을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뭔가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진석이 몽골에서 개발권을 얻어 남고비를 개발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중국 언론도 부정적인 뉘앙스의 기사를 많이 보냈던 것이다. 실패할 것이라는둥, 개발권을 외국인에게 준 것은 몽골의 실책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중국 언론을 보면, 그런 부정적인 기사들은 모두 사라지고, 긍정적인 기사들이 주류였다. 아니, 모든 기사가 진석과 제이에스 그룹의 사업을 긍정적으로,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찬양하기까지 하는 느낌으로 변한 것이다.

진석은 중국 언론의 이런 태세전환이 단순한 언론사들의 입장 변화라기보다는 뭔가 큰 흐름이 변하는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마치 조류가 바뀌는 것처럼, 아주 큰 흐름이 서서히, 하지만 강력하게 변하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