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데저트 하이웨이(3)
아사달 시청, 이성우 시장의 집무실.
“이게 장유진 건축가가 설계한 도시 설계도군요.”
이성우 시장은 3D로 구현된 도시 조감도가 나오는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석도 실제 3D 영상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진석이 타르한 대통령을 만난 후, 오아시스 도시들을 관통하는 데저트 하이웨이의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사달을 비롯한, 남고비의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의미가 있는 거대한 고속도로였다. 데저트 하이웨이는 남고비를 관통하는 의미도 있고, 중국 북부와 몽골, 그리고 러시아와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교통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유진은 꼼꼼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왔다. 이미 사업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진석이었지만, 전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장유진의 프레젠테이션을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사달을 중심으로 몽골과 중국 북부지역을 연결하는 겁니다. 동시에 동서로도 연결되어서, 한반도와 중앙아시아로 가는 아시안 하이웨이로도 이어지죠. 말하자면, 동서와남북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성우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군요. 이렇게 보니까, 고비 사막 일대가 광대한 사막지대여서 그렇지, 위치적으로 보면, 동북아시아의 중심적인 위치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남으로는 거대 시장인 중국, 북으로는 자원의 보고인 광대한 러시아가 있고, 서쪽으로는 미개척지지만, 가능성이 큰 중앙아시아로 연결되니 말입니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우리들의 영혼의 고향인 한반도가 있고요.”
“하하, 그렇죠. 한반도와 만주, 연해주 이런 곳들이 우리 민족의 영혼의 땅이라고 할 수 있죠.”
진석도, 프레젠테이션에 표시된 지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정말,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 그리고 그 중심의 아사달을 중심으로 동서와 남북으로 데저트 하이웨이가 건설되고 있었다. 마치, 고대의 실크로드처럼, 이 데저트 하이웨이는 한반도로부터 멀리 유럽까지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수고했습니다. 장유진 씨. 멋진 프레젠테이션이었습니다.”
“이미 데저트 하이웨이는 건설 중이지만, 건설된 도로를 따라, 추가적인 도시 계획들도 설계 중입니다.”
진석의 말에, 이성우 시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예, 한 번에 도로를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게 아니라, 정밀한 설계 후에, 부분 부분을 각 팀이 별도로 건설하고 있으니까요.”
사막을 관통하는 거대한 도로였지만, 건설 방식은 각 구획별로 세분화되어 진행되고 있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 기술로 정교한 사전 설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밀한 지도와 위치분석이 가능할수록, 더 작은 단위의 팀들에 의해서 마치 개미군단처럼, 세분화된 작업이 가능하고,
그것으로 건설 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은 여러 군데에 산재해 있었기 때문에, 각각의 오아시스들을 연결하는 작은 규모의 도로를 만들어서 거미줄 같은 연결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도로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로 건설 중에 통신과 전력망도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음, 통신과 전력도 중요한 문제죠.”
도시가 발전하면서, 전력 수요도 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점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겼다. 소량의 전력 생산에는 유리한 점이 있지만, 역시, 전력량이 커지면 대규모 태양광 시설 자체가 차지하는 면적이 점점 커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말입니다. 발전시설이 아무래도 더 필요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진석의 말에, 이성우 시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태양광 시설을 더 만들자는 겁니까? 지금도 태양관 집열판이 너무 많다는 말이 나오는데.”
“태양광보다는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죠.”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요?”
“예, 일단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볼 생각입니다. 풍력이든, 지열이든, 솔직히 수력은 어렵겠죠.”
“그거야 그렇죠.”
“다른 대안이 없다면 원자력도 배제할 생각은 없습니다.”
“원자력이라고요?”
“예, 물론, 원자력 발전소가 갖는 장단이 있겠죠. 쉽고 싸게 전력 생산이 가능하는 점은 장점일 테고.”
“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핵시설이니까,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한다면, 몽골 정부도 반발할 수 있고. 다른 인접국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말입니다. 관리의 어려움 그리고, 아사달 일대에서 농업 생산이 이루어지는데, 아무래도 농산물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질 수 있죠.”
“음, 이진석 사장님의 말을 들어보니, 쉬운 일이 아니군요. 통신망은 도로를 따라 같이 설치해서 큰 도움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예, 통신기술은 아무래도 한국이 최고의 선진국이니까, 우리나라 업체의 기술력과 장비로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설비가 조만간 완성될 겁니다.”
“그건 마음에 드는군요. 하지만 전력 문제는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죠.”
***
아사달, 제이에스 지사, 장유진의 사무실.
“장유진 씨, 일은 잘 되고 있나요?”
“예, 뭐, 사실은 저는 컴퓨터로 새로운 도시들을 만들고 있으니까,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도 비슷하죠.”
“하하, 그렇겠군요. 그것도 나름 흥미롭겠는데요.”
제이에스 지사에는 장유진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이 마련되었다. 사실, 도시 설계를 하는데 굳이 이곳 사막의 도시 아사달에서 생활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처음 장유진을 아사달로 초대를 했을 때도,
설계를 위한 기초 자료와, 창의적인 영감을 받아 가기를 바라고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하지만, 장유진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좀 더 이곳 아사달에 머물면서 설계와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뉴욕에서 같이 일하던 인력들도 불러들이고, 개인 사정으로 아사달에 오지 못한 스텝들을 대신할 신규 인력을 한국에서 모집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사달의 도시 설계팀이 만들어져서, 아사달 제이에스 본사 건물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예, 그리고, 이 위대한 도시 건축의 시작을 위해서 기초적인 작업들을 서둘러야겠어요.”
“기초적인 작업들요?”
“예, 일단, 제이에스 그룹의 사옥이 필요하겠죠? 사옥이라기보다는 여러 사무실이나 연구실로 쓸 건물들이 필요하잖아요?”
“음, 사실은 인천의 송도라는 곳에 얼마 전에 신사옥을 마련했죠. 오래전부터의 꿈이었거든요.”
“그거라면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사달에 그런 고층 빌딩은 아직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뭐, 나중에도 그런 높은 건축물은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요? 뭔가 제가 상상하던 그런 도시의 모습은 아니네요.”
“사장님은 어떤 도시를 상상하셨는데요?”
장유진의 말에, 진석은 잠시 머뭇거렸다.
“사실, 어떤 구체적인 도시를 상상했다기보다, 송도나, 아니면 서울, 뉴욕 같은 대도시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이미 만들어진 거대한 도시들 말입니다.”
장유진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예, 하지만, 그런 도시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도시 계획에 의해서 지어진 도시는 아니라는 거죠. 높은 빌딩들은, 보기에는 멋지지만, 사실은 과밀한 인구와 토지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거나, 아니면 고층 빌딩을 마치 바벨탑처럼 뭔가 과시적으로 지은 경우가 아니라면, 그다지 필요는 없어요.”
“고층 빌딩이 필요가 없다고요?”
“예, 어떤 건물이든 높고 크게 지으면 관리도 어렵고, 건설도 어렵고, 사실은 생활도 어렵죠. 100층짜리 빌딩의 펜트하우스에서 일을 하다가, 외출을 하려고 주차장으로 내려올 걸 생각해 보세요.”
“그건, 아주 극단적인 사례군요.”
“예, 맞아요. 하지만, 문제가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하죠.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낮은 건물을 넓게 산재해서 짓는 게 더 좋아요.”
“보통은 그렇지 않잖아요?”
“보통은 토지 문제가 있고, 오래된 도시들은 과밀화의 문제가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로 건설된, LA 같은 곳만 봐도, 높은 빌딩 숲은 없잖아요?”
“음, 하긴 로스엔젤레스나, 서부의 도시들은 뉴욕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더군요.”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기능이나 인구를 집중시키는 것보다 분산하는 게 더 쾌적한 거죠. 물론, 예외적으로 병원이나, 대학 같은 시설이라면 집중시키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협업이 필요하다면요. 대형 쇼핑몰도 그렇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분산이 더 좋다는 거군요?”
“그게 더 쾌적하죠. 그리고 이제, IT 기술이 발달해서 전과 같은 대규모 사옥보다는 여러 사무실이나 연구실을 각각 분리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장유진은 새로운 제이에스 건물들의 설계를 보여주었다. 아직은 개념도 수준이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건물이 비좁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건물을 건설하자는 것인데,
차이점이라면, 송도의 사옥 같은 한곳에 집중된 대형 빌딩이 아니라, 현재의 지사 건물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 있는 여러 개의 작은 건물들을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건물들이 분산되면, 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불편하지 않을까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고요? 그게 왜 중요하죠? 지금은 디지털 시대라고요? 모든 사무실과 모든 컴퓨터, 스마트폰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서 수시로 정보의 이동이 가능한데, 누굴 만나러 가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비대면으로 하면 되죠. 전화를 걸어서 화상으로 통화를 해도 되고요. 안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요. 그 문제라면, 다른 직원들의 의견도 좀 더 들어보기로 합시다. 그나저나, 새로운 발전소도 필요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발전소요?”
“예, 장유진 씨도 알겠지만, 아사달은 그동안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충당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인구가 늘어나면서 뭔가 감당이 안 되는 느낌이에요. 그렇다고 몽골에서 전력을 끌어올 상황도 아니고..”
“그래서 새로운 발전소가 필요하다 이거군요.”
진석은 아까, 이성우 시장과 했던 말을 다시 설명해주었다.
“음, 태양광은 차지하는 면적과, 집열판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 폐집열판의 처리문제 같은 것들이 문제고, 수력은 물이 부족해서 무리, 풍력도 충분하지 않고, 원자력이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지만 정치적으로 어렵고 농업 도시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 이건가요?”
“그래요, 쉽지 않은 문제네요. 날씨가 더운 이곳 아사달에, 전기가 부족하다면 문제인데 말이죠. 태양광은, 아직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집열판이 시간이 지나면서 성능이 떨어져서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폐집열판 자체가 오염 물질이라는 점도 있고 말입니다.”
“그럼, 차라리, 태양열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요?”
“태양광은 어렵다고 지금 말하지 않았나요?”
“아뇨, 태양광 말고, 태양열 발전요.”
태양광과 태양열, 두 개가 다른 의미인 건가? 빛을 이용하는 것과 열을 이용하는 것, 하지만 결국 태양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같은 의미가 아니었었나?
“저기, 장유진 씨, 그 두 개가 거의 비슷한 거 아닙니까? 태양의 에너지로 전기를 얻는 방식이잖아요?”
“아뇨, 전혀 다르죠. 하나는 태양광, 즉, 빛을 흡수해서 바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죠. 사실, 이건 굉장히 혁신적인 방법이고, 소규모의 전력을 얻기에는 굉장히 우수한 방법이에요. 설치가 일반적인 수력이나 화력 발전, 원자력에 비해서 아주 쉬우니까요. 집열판에서 바로 전기를 생산하잖아요, 가정에서도 작은 미니 발전소를 쉽게 가질 수 있는 거죠.”
“하지만, 대량의 전력 생산에는 문제가 많지 않나요?”
“맞아요. 집의 옥상이나 지붕에 설치해서, 가정용 전력을 생산하기에는 좋은 방식이지만, 도시나 국가 단위의 전력 시스템에 사용하기에는 일단, 공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죠. 전력 생산량에 비례해서 계속 태양광 집열판이 끝없이 늘어나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 집열판은 수명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몇 년 후에는 폐기를 해야 하는데, 규모가 커지면 그 폐기물 자체도 엄청난 환경공해가 되는 거고요.”
“그럼, 태양열은 다른 건가요?”
“물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