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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앵두나무(2) (144/183)

161화. 방울방울 앵두나무(2)

일단은 사극나무와 앵두나무 두 나무의 혼종 실험을 해볼 생각이었다. 나무를 재배할 곳은 오아시스 주변의 평지였다. 앵두나무는 아사달 외곽의 방풍림에 중간중간 심어 볼 생각이었다.

일꾼들이 나무를 심을 밭을 준비하자, 진석은 앵두와 사극나무를 묘목을 심어 보았다. 그리고 서서히 시간을 가속했다. 앵두와 사극나무 묘목은 점점 잎이 무성해지고 줄기가 자라나며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앵두나무는 좀 크게 자라는 모습이었고, 사극나무는 낮게 자라는 모습을 보였다.

다 자란 앵두나무는 좀 위로 올라온 모습이었고, 사극나무는 낮게 깔린 듯 확연하게 나무 모양이 달라졌다. 나무가 자라는 모양은 앵두나무는 일반적인 나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고,

그에 비해 사극나무는 사막기후에 적응했는지 낮게 깔리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무의 형태는 그렇고, 진석은 열매가 열리자, 열매도 한 번 비교해 보았다.

언뜻 보기에 사극나무 열매와, 앵두나무 열매인 앵두는 비슷하게도 보였다. 가지에 방울방울 열려있는 작은 열매라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동그동글하고 빨간 앵두와, 타원형의 길죽하고 노란 열매는 조금 다른 모습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지에 약간 간격을 두고 열리는 앵두와는 달리, 사극나무 열매는 가지에 일렬로 죽 늘어서서 마치, 꼬치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다.

진흙 인간의 사령관도, 그런 사극나무 열매와 앵두나무 열매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간주님, 그런데, 이 두 나무의 열매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 열매가 동그란 편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고, 또 열매가 가지에 맺히는 형태는 완전히 다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혼종을 하는 경우에는 열매가 어느 정도 비슷한 종들이 잘 되는 것 같던데요?”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닐 거야? 뭐, 실험을 해보면 알겠지.”

사극나무와 앵두나무 자체는 약간 다른 모습이지만, 사극나무는 크게 보면, 보리수의 일종이라 기본 베이스는 보리수나무라고 할 수 있었다. 진석은 한국에서 시골집에 내려가면 동네 어귀에 보이던, 보리수나무가 앵두나무와 비슷했다는 것을 떠올리며 사극나무와 앵두나무의 혼종도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럼, 혼종 실험을 준비할까요?”

“그래, 바로 시작하자고.”

혼종 작업의 목적은 사막에 적응력이 있는 사극나무를 이용해서, 남고비 사막지대에 앵두나무를 키워보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극나무를 베이스로 하고, 사극나무에, 앵두나무의 가지를 잘라, 접붙이기를 시도해 보았다.

사극나무에 앵두가지를 접붙이고, 진석이 시간을 가속하자 의외로 쉽게 사극나무에서 앵두가 열리기 시작했다.

“공간주님, 생각 외로 쉽게 되는군요.”

“그래, 예감이 좋은데, 잘 될 것 같은 느낌이야.”

보리수과에 속하는 나무라 그런지, 앵두와 사극나무는 나름 케미가 좋은 편이었다.

진석은 이번에는 사극나무에 접붙인 앵두나무 가지에 열린 앵두 열매를 따서, 씨앗을 채취했다. 그리고 땅에 씨앗을 심고, 시간을 가속해 보았다.

종자를 심은 땅에서 떡잎이 솟아 나오고, 점점 시간의 가속에 따라 성장하기 시작했다. 묘목 수준으로 자랐을 때는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좀 더 시간을 가속하자, 나무는 평범한 앵두나무의 모습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열매도 보통의 앵두 열매,

“혼종이 후대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공간주님.”

“그래, 아무래도 그렇게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아사달 외곽은 여기보다, 좀 더 혹독한 환경이라고, 보통의 앵두나무로는 견디기 어렵다는 거지. 뭐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차근차근 혼종 실험을 진행해 보자고.”

“알겠습니다. 공간주님.”

공간은 외부와는 단절된 독립된 시간이 흐르는 곳이었다. 외부와는 무관하게 이곳의 시간은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공간에 들어서면 시간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진석은 공간에 온 김에,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오아시스 앞쪽에 전에 만들어둔 수영장에서 수영도 즐기고, 평소처럼, 야자수 그늘의 해먹에서 잠도 자고,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다 할 천적이 없고, 일꾼들이 염수의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먹이로 주고 있어서 고양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더러는 진석의 오아시스 일대를 벗어나, 야생의 생활을 하는 녀석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쥐나, 작은 설치류, 벌레 같은 것들이 없는 이곳 공간의 오아시스 일대에서 고양이들이 스스로 먹이를 구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적어도 진석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물고기를 잡는다고?”

“예, 그렇습니다. 오아시스의 고양이들은 우리가 물고기를 잡아서 먹이로 주고 있죠, 공간주님이 고양이들을 돌보라고 명령하셨으니까요.”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고양이들이 늘어나면서, 오아시스 밖으로 도망치는 녀석도 많아졌습니다.”

“그래? 오아시스에서 먹이를 주는데도?”

“글쎄요. 생명이란 오묘한 것이어서, 개채수가 늘어나면 특이한 녀석들이 생겨나는 모양입니다. 보통은, 오아시스 근처에서 낮잠이나 자다가, 우리가 가져다주는 생선을 먹고 편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몇몇 녀석은 거기에 만족을 못 하고, 야생의 세계로 탈출을 하니까요.”

“그렇다는 말이군. 하긴, 사람이든, 뭐든 별종이니, 변종이니, 돌연변이니 하는 녀석들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지. 다 똑같은 것은 생명의 법칙이 절대 아니 거든.”

사령관의 말로는, 오아시스를 벗어난 고양이들은 야생화가 되어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 그런데 이 공간에 고양이들이 먹을 것들이 있을까?”

공간은 얼핏 보기에는 지중해의 휴양지 같은 느낌도 있고, 중심의 산 부근은 열대의 파라다이스처럼도 보이는 곳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식물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진석이 외부에서 종자를 가져와 퍼뜨린 식물들이나, 각종 유실수들은 많지만,

그에 비해 동물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애완용으로 데려온 고양이가 대표적인 동물이고, 그 외에는 산 근처의 목장에 사는 말들, 그리고 논에서 키우는 오리 정도가 있고, 그 외에는 바다에서 양식하는 어류들이었다.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큰 어류를 제외하면, 다른 동물을 먹이로 삼는 동물은 고양이가 유일했다.

말하자면 이 공간에 유일한 포식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자기보다 훨씬 덩치가 큰 말을 사냥할 수는 없을 것이고, 오리들이 있기는 하지만 오리들은 논에서 키우고 있어서 일꾼들이 감시를 하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함부로 공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염수나 담수 호수에 풍부하게 있는 물고기들인데...

“사령관, 대체 야생 고양이들은 뭘 먹고 사는 거야?”

“그게 말입니다. 물고기를 사냥합니다.”

“물고기를 고양이들이?”

고양이들이 물고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그건 생선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지, 마치, 곰들처럼, 연어를 사냥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는 특히 털을 젖는 걸 싫어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고양이들이 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사냥한다고?

“예, 공간주님, 믿기 힘드시겠지만. 배고픈 야생 고양이들이 물고기를 사냥합니다. 얕은 물가에서 말이죠.”

“흠, 그래? 하긴, 동물도 자연계에 속하니까, 자연이란 언제나 돌연변이들을 만들어 내지. 그리고 그게 새로운 종의 출현이 되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어쩌면, 공간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야생화가 된 고양이들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 물이라는 장애물을 돌파하는 방법을 터득한 모양이었다.

같은 고양이과의 동물 중에서 호랑이는 물을 꽤 즐기는 걸로 알려져 있으니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오이시스의 저택에서 수영도 하고, 낮잠도 즐기고 나자, 다시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진석은 다시, 앵두나무와, 사극나무를 혼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단순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나뭇가지를 잘라, 다른 나무에 접붙이는 일은 단순했지만, 그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진석이 시간을 가속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이런 작업으로 뭔가 의미 있는 결과에 도달하기는 시간적인 한계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석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고, 그것을 가속할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단순한 작업이, 반복되며 수십,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공간주님, 처음에 앵두 열매가 쉽게 열려서 쉬울 줄 알았는데, 그 이후로는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너무 쉽게 생각했던 모양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진석은 차분하게 반복적인 작업을 계속하며 좀 더 시간을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뭔가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 공간주님, 이건 뭔가 좀 다른데요.”

공간의 오아시스 앞의 밭에는 사막과 비슷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극나무와 앵두나무들의 혼종 실험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마침내,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극적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건?”

진흙 사령관이 가리키는 곳에는 얼핏 봐서는 사극나무처럼 생긴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나무가 무게중심이 낮고 뿌리가 깊은 스타일은 사극나무와 비슷했다. 하지만, 위로 갈수록 점점 더 앵두나무의 모양과, 잎의 모양을 갖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간주님, 여기는 분명히 사극나무와 앵두의 혼종의 씨앗을 심은 곳인데, 이건 앵두나무가 아니라, 사극나무와 앵두나무가 혼종이 된 느낌입니다.”

“그래, 내가 보기에도 그래, 잎과 줄기는 둘이 섞인 느낌인데 열매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진석은 좀 더 시간을 가속시켰다. 연한 가지 끝에서 열매들이 맺히고 있었다. 그런데 열매의 모양이 특이했다. 하나하나의 모양은 일반적인 앵두와 같은 열매였는데, 가지 전체로 보면, 일렬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방울토마토나 사극 열매의 맺힌 모양과도 비슷하고, 꼬치에 열매를 꽂아 놓은 것처럼도 보였다.

“앵두 열매가, 사극 열매처럼 열리는군.”

진석은 가치 하나를 꺽어 보았다. 가지 하나에 열매들이 잔뜩 붙어 있는 모양이었다.

“맛은 어떨까?”

진수는 과일 꼬치를 먹듯이 가지 하나를 들고, 열매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음..”

빨간색의 앵두 열매는 신맛보다는 달콤한 체리 같은 맛이었다. 당도가 분명 더 높아진 느낌이었다. 거기에 더해, 열매는 작지만, 씨앗이 없었다.

“공간주님, 맛이 어떤가요?”

“달아, 당도가 앵두보다 더 높아, 그리고 씨가 없어서 그냥 씹어 먹기 좋은데.”

가지 자체도 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 입에 넣고 후룩룩 한입에 삼키기도 좋았다. 그렇게 한입에 삼킨 앵두 열매는 씨도 없어서 그냥 입안에서 씹어서 풍부한 과즙을 즐기기에도 좋았다.

“그런데, 씨는 어디 있는 거지?”

혹시 씨 없는 수박처럼, 후대에 전해지는 씨앗이 없는 건 아닌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앵두 열매가 잔뜩 달린, 가지 가장 안쪽에는 씨가 달린 좀 더 큰 열매들이 달려 있었다.

“아, 씨는 여기 안쪽 열매들에 있군.”

아마도, 씨앗을 보존하기 위해, 안쪽에 열매에만 씨가 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스스로 번식을 하기 위해 최적의 방법을 찾는 자연의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진석은 이 새로운 혼종 앵두나무가 후대에도 특질이 전해질 것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가지 안쪽에서 채취한 씨앗들을 다시 밭에 심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다시 씨앗을 심은 밭에서는 전과 비슷한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사극나무와 앵두나무가 뒤섞인 그런 사극앵두나무였다.

나무가 자란 후에 열린 열매는 여전히 나뭇가지에 몰려서 열리고 있었고, 맛이나, 씨앗이 안쪽에만 있는 것도 이전의 것과 같았다.

혼종의 돌연변이 앵두나무의 특질이, 후대에도 전해지게 된 것이다.

“공간주님, 성공인 것 같습니다.”

“그래, 이 정도면 대성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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