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아시스의 카페 오아시스 (137/183)

154화. 오아시스의 카페 오아시스

오아시스의 도시 아사달에서는 선거가 시작되고 있었다. 몽골 정부에서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에 자치권을 인정하면서, 각 도시별로 자치 의회를 뽑는 선거가 시작된 것이다.

참정권의 조건은, 지역의 거주민 중에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졌다.

북에서 유입되는 주민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북한 출신의 주민들의 인구가 과반 이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치 의회 의원에 출마한 12명의 후보는 모두 한국 출신의 제이에스 관계자들이었다. 북한 출신 이주민들은 크게 정치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그들 스스로도 북한 출신들보다는 한국인들이 자치 정부를 구성하기를 선호하는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자치 정부와 의회를 선출하는 선거가 시작되었다. 아사달에서는 모두 8명의 자치 의회 의원을 뽑고, 그 8명 중에 자치 정부 수반을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

제이에스 아사달 지사 사무실.

“선거 결과는 어때요?”

“지금 개표 중인데, 이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12명의 후보가 모두 한국인이고 제이에스 관계자들이라, 누가 선출돼도 변화가 있는 것은 없었다.

그래도 개표 결과가 1시간쯤 후에 나왔는데 결과는 이성우 박사 외에 7명이 자치 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는 8명의 의원들이 모여 자치 정부 수반을 뽑았다. 그 결과 이성우 박사가 초대 아사달의 시장으로 선출되었다.

아사달은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행정자치부의 수반이 시장을 맡게 되는 구조였다.

“축하드립니다. 이성우 시장님.”

“하하, 제가 살다살다 시장이 될 줄을 꿈에도 몰랐네요.”

이성우 박사는 시장직을 맡으면서, 제이에스 그룹의 지사장직은 사임하게 되었다. 시장은 공직이라, 겸직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의원들도 모두 제이에스 그룹에서 퇴사를 했다.

하지만 이 도시를 사실상 움직이는 것은 제이에스 그룹이었기 때문에, 형식적인 것이었지 실제로는 시장과, 자치 의회 의원들 모두 제이에스 그룹과 협력하는 관계는 여전했다.

이성우 박사가 시장으로 선출되고, 얼마 후에 자치 경찰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자치 경찰들은 기존의 제이에스 그룹의 보안요원들 중에서 선발했다. 행정적으로는 변화가 많이 생겼지만, 이성우 박사와 제이에스 그룹 직원들이 아사달의 주요 요직에서 이 도시를 관리한다는데서는 큰 차이는 없었다.

아사달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과 성장을 계속했다. 인구도 제법 많이 늘어서, 상주인구가 2만 명이 넘고 있었다.

그리고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인 아사달에, 남고비 사막 최초로, 북카페 오아시스가 입점하게 되었다.

***

“오아시스에 북카페 오아시스가 드디어 들어오는군요.”

이성우 박사도, 한국에서 제법 유명한 북카페 오아시스가 들어온다는 것에 만족한 표정이었다. 북한 주민들도, 생소한 북카페라는 것이 신기한지 아직 인테리어 공사 중인 북카페 앞에서 잠시 서성이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 아사달에 개장하는 북카페 아사달점을 개점하기 위해, 본사의 직원들을 데리고 유민지가 일을 지휘하고 있었다.

“민지 씨, 어때요? 아사달의 첫인상은?”

유민지는 아직 냉방이 되지 않는 인테리어 공사현장에서 잔뜩 땀에 젖은 얼굴이었다.

“사장님, 여기 왜 이렇게 더운 거예요, 날씨가 미친 것 같아요.”

“하하, 민지 씨. 여긴 고비 사막이라고요. 그걸 잊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더울 줄은..”

“그래도 에어컨이 돌아가면 괜찮은데, 여기는 아직 공사 중이라 무척이나 덥군요.”

그래도, 인테리어 공사는 제법 진행되고 있어서 며칠 후면 마무리가 되고, 이 카페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면,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이 될 것이 분명했다.

“민지 씨, 카페 메뉴들은 생각해 봤어요?”

유민지는 진석의 질문에 잠시 일을 멈췄다.

“일단, 너무 더워서, 무조건 시원한 음료들로 메뉴를 채워야겠어요. 최우선 고려 사항은 시원함이라는 거죠.”

“맞아요. 내 생각에도 사막에서 필요한 건, 시원한 음료죠.”

그렇게 인테리어 공사도 점차 마무리가 되고, 그 다음 주에는 드디어 남고비 사막 최초로, 북카페 오아시스 아사달점이 개업을 하게 되었다.

특히 오아시스 아사달점에 관심을 가진 것은 북에서 온 아사달 주민들이었다.

“와, 이게 북카페라는 겁네까? 신기하구만,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는다는 말이지요?”

한국 출신의 제이에스 직원들에게는 익숙한 북카페라는 공간이었지만, 북한 출신의 노동자들에게는 책을 읽고 케익과 음료도 즐기는 북카페가 굉장히 생소한 모양이었다.

“참, 이상하구만, 아니, 책은 조용히 도서관에서 읽어야지, 여기는 음악도 시끄럽고, 사람들도 떠들고, 거기에 여기에 이 고양이들은 또 뭡네까? 와, 고양이들이 여기 나무 위로 올라가서 아주 가관이구만.”

특히 북한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건, 캣타워에 느긋하게 올라가 있는 고양이들이었다. 고양이들은 오아시스의 도시들에 최초로 유입된 동물이기도 했다.

“사장님, 그러면, 저 고양이들은 쥐를 잡는 겁네까?”

“쥐라? 뭐, 그럴 수도 있죠.”

사실, 인류에게 농경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곡물을 저장하는 창고도 생겨났고, 곡물이 저장된 창고에는 그 곡물을 노리는 쥐들도 생겨났다. 그러면서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학설도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고양이는 농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동물인 셈이다. 아마도 사냥과 관계가 있을 것 같은 개들에 비해서, 쥐들로부터 창고를 지키던, 고양이들은 좀 더 고대로부터 인간과 함께 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고대 문명이 발상지인 이집트가 고양이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유도 그런 것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북카페의 고양이들은 당분간은 쥐를 잡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사막 지대인 아사달에는 아직 쥐든 뭐든 동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일반적인 순서와 달리, 이곳의 도시들에는 쥐보다 고양이가 먼저 정착을 한 셈이었다.

첫 개장한 날, 약간 어색하던 북한 출신 주민들도, 점점 북카페 오아시스에 적응이 됐는지, 몇 주가 지나자, 북카페 오아시스 아사달 점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사달의 주민들이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책도 읽고, 더러는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기도 하기 시작했다.

원래 북카페 오아시스는 사람들의 시간을 포집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아사달점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들도 진석의 시간 포집기에 포집되어 공간을 확장시키는 시간 포인트로 변환되고 있었다.

유민지는 개업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곳 아사달점의 점주는 최영미라는 서울 출신의 점주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

최영미는 한국에서 특이하게 교사를 하다가, 남고비의 아사달에 북카페가 생기고 점주를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한 케이스였다.

“학교 선생님이라니,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계시네요.”

사람들이 붐비는 점심시간이 지나고 카페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이 제이에스의 직원들이라, 점심시간 후에는 각자의 근무지로 일을 하러 가고, 이제 오후 근무가 끝난 후에나 사람들이 다시 오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런 건 아직 부자연스럽네요. 서울 같은 곳은 물론, 몰리는 시간이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대신에 여기는 시간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뭔가 여유있는 걸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

“맞아요.”

최영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30대 중반 정도의 나이에, 인상은 깔끔하고 약간 지적인 느낌이었다.

“아사달에는 어떻게 지원을 하게 된 겁니까? 사막의 도시라,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사실, 한국은 좀 지겨웠거든요.”

“교사 생활이 말인가요?”

“그런 것도 있고, 저는 서울 출신인데. 서울에서 어릴 때부터 자라서, 학교도 다니고, 그러다가 교사가 되어서, 다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아무튼, 뭔가 인생에 변화가 필요했어요.”

“그게, 남고비 사막이었던 건가요?”

“맞아요. 사막이라고 하면, 황량한 모래사막이 연상되기는 했지만, 저는 왠지 사막의 오아시스는 꽤나 낭만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또 여기는 뭔가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 흐를 것만 같아서, 한번 와보고 싶었죠.”

“흠, 낭만적이라? 아사달을 낭만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말입니다.”

“왜요? 여기도, 저녁이 되면 얼마나 풍광이 멋진데요.”

“그래요?”

“예, 특히 해가 지고 나서, 어둠이 완전히 내리기 전에, 붉은색과, 짙은 푸른색이 교차되는 하늘이 얼마나 아름답다고요.”

“그래요? 그런 시간이 있나요? 저는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자기가 관심을 가지는 것만 보이는 모양이다. 노을이라든가, 저녁 하늘이든가 하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진석이라, 이곳 아사달에 머무는 시간이 최영미보다 훨씬 많았지만, 최영미가 말한 저녁 무렵의 그런 아름다운 하늘을 본 기억이 없었다.

그렇게 오후에 한가로운 북카페의 문이 열리며, 꼬마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북에서 온 주민들이 늘어나고, 오아시스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가족을 초청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아사달에도 조금씩, 어린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꼬마 손님들이군요?”

“예, 고양이들을 보러, 자주 오는 애들이에요.”

“안녕..”

진석이 손짓을 하며 인사를 하자,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안뇽하세요.”

아직 발음이 어눌한 어린아이들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너희들 초코케익하고 딸기 쉐이크 좀 줄까?”

“예, 좋아요.”

최명미가 간식거리를 가져오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먹고 떠들다가, 캣타워로 다가가 고양이들과 놀기 시작했다.

10여 명의 아이들은 북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로 아직 학교에 다니지는 않고 있었다. 학교 건물은 도시 건설 초기에 이미 만들었지만, 선생님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아직 학교는 열고 있지 않았다.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사 자격을 가진 교사들이 필요했는데, 상대적으로 안정된 교직 생활에 익숙한 선생님들 중에서 한국을 떠나 몽골의 이 오지로 오겠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교는 유명무실해져서, 수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저 아이들에게 식사와 간식을 주고, 아이들을 모아서 간단한 동영상 교육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라 아이들도 남는 시간에 학교를 나와 이렇게 아사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고 고양이들을 볼 수 있는 이 카페에 아이들이 시간이 나면 자주 오는 모양이었다.

“학교에 교사들이 없다보니, 아이들이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군요.”

진석은 아이들이 캣타워 근처에서 고양이들과 노는 것이 귀엽게 보이면서도 동시에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선생님들을 구하기 그렇게 어려운가요?”

“최영미 점장님도 아시겠지만, 교사들이라는 사람들이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도전정신이 없는 집단이죠.”

“설마요?”

“아닙니다. 그래도 다른 직종의 사람들은 이곳 사막에 오겠다는 사람들이 직업군별로 어느 정도는 있는 편인데, 교사들은 정말 지원자를 구하기 어려워요.”

“하긴, 원래 교사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서 교직에 들어온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여성 비율도 높은 편이고. 아무래도, 여자들이 안정적인 직장으로 교직을 선호하고 남자들도 여교사를 신부감으로 선호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그런 환경에서 선뜻 몽골로 오겠다는 교사들은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요. 최영미 점장님같이 새로운 세계를 보고싶어하는 교사들은 드문가보군요.”

“후훗, 그런지도 모르죠.”

“저기, 그런데 최영미 정잠님도 교사 출신 아닙니까?”

“그렇죠.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교사였으니까.”

“그럼, 최영미 점장님이 학교를 맡아주실 수는 없을까요?”

“학교를요?”

최영미 점장은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한국에서 교사 생활에 지쳐서, 이곳 몽골의 사막에서 카페 점장이 되기를 자원한 것인데 다시 교사를 해달라니, 약간 무리한 부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교사라면, 이미 실컷 해봐서 말이죠.”

“임시라도 상관없습니다. 카페 점장도 겸해서 할 수 있게 제게 조치할 수도 있고요.”

“카페 점장이랑 교사를 겸직으로 하라고요, 그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걸요.”

“무리한 부탁이라는 건 알지만, 이 아이들을 보세요. 북한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서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인데, 당장 학교가 운영하고 있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건 딱하기는 한데...”

“임시라도 좀 학교를 맡아 주십쇼. 대체할 교사를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말이죠.”

진석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을까, 잔뜩 굳어있던 최영미의 얼굴도 어느 순간 풀어지기 시작했다.

“음, 좋아요. 하지만, 다른 선생님이 올 때까지 임시로 하는 겁니다.”

그렇게 아사달에도 첫 번째 교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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