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사막의 도시(2)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진석 사장님, 얼굴이 많이 탄 것 같군요?”
“예? 아, 사막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다보니, 조금 피부가 탄 것 갔습니다.”
지금 몽골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의 시작은 오명진 대통령의 부탁 때문이었다. 물론 오명진 대통령도 이렇게 일이 커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한 모양이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사업이 규모가 엄청난 것 같더군요. 저는 사막화를 막는 숲 정도를 생각했는데, 이진석 사장님은 아예 사막을 푸른 녹지를 만들고 계시군요.”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사실, 사막에 나무 몇 그루를 심어서 사막화를 막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그보다는 필요한 물부터 확보하고, 그 후에, 물을 공급해서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식이라야 숲이든 뭐든 가능하니까요.”
“음, 하하, 그런가요? 아무튼 몽골 대통령이 제이에스 그룹의 녹지 사업을 아주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고비 사막의 토지를 100년이나 무상 임대를 받았다면서요?”
“예, 맞습니다. 사실, 특혜라고 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남고비 지역은 완전히 사막 지역이거든요. 다행히도, 지하 암반에서 지하수를 개발하고는 있는 것은 다행이죠. 물을 확보한 덕분에 사막에 도시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진석의 말에, 오명진 대통령은 약간 놀란 표정이 되었다. 사막에 도시를 건설한다는 이야기는 대통령으로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사막에 도시를 건설한다는 겁니까?”
“예, 사막을 농경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전 작업이 필요합니다. 일단, 지하수를 개발해서 물을 확보하고, 그걸로 오아시스를 만드는 거죠.”
“오아시스라면?”
“뭐,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물이 있는 인공호수를 말하는 겁니다. 지하수를 보관하는 시설이죠, 그리고 이 오아시스의 물을 관개 수로를 통해, 오아시스 주변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수로 근처에 숲을 조성하는 거죠.”
“음, 수로의 물을 나무들에 공급하는 방식이군요?”
“아닙니다. 사막은 수분의 증발량이 엄청나죠. 모래 사막 위에 물을 뿌려봐야, 증발하거나 지하로 스며들어서 식물의 뿌리에 닿는 양은 극소량이 될 겁니다. 지하수가 있다고 해도, 무한정 공급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물을 공급하는 겁니까?”
“파이프관을 이용해서, 나무의 뿌리까지 직접 연결하는 겁니다. 이걸 세류관이라고 하죠.”
“물의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군요.”
“예, 하지만, 대신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전체적으로 일이 많아지는 거죠. 아무튼,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통해서 일단, 나무들에 물이 공급되면 나무들이 성장하게 되는 겁니다. 저희 제이에스에서는 특히 사막 기후에 강한, 사막 올리브나무와, 사막자두포도 같은 신품종을 개발했습니다.”
“그래요? 처음 듣는 수종이군요.”
“예, 올리브와 포도나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기존의 올리브와 포도나무에 좀 더 건조기후에서 잘 성장하고, 열매의 수확량이 많아지도록, 개량을 거듭한 품종입니다. 현재 고비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들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성장이 빨라서 몇 년 내로 크게 성장해서 열매도 수확할 수 있을 겁니다.”
“사막에서, 포도라? 놀라운 이야기군요. 아무튼, 몽골 사막에서 제이에스가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고요.”
“예, 중국도 사막화가 심각하니까요. 몽골에서 사막올리브나무 숲으로 사막을 녹지로 만드는 걸 보고, 그쪽에서도 도와달라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중국의 사막화도 몽골처럼, 숲을 조성해서 막을 수 있을까요?”
오명진의 말에, 진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몽골에서 하고 있는 일은 그냥 나무만 심는 일은 아닙니다. 먼저 수자원을 확보하는 게 첫 번째죠. 그런데 중국 쪽에서는 그냥 사막 올리브나무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더군요. 몽골에서 사막 올리브나무들이 잘 자라서 숲을 이루니까, 나무 묘목만 달라는 식으로 요구하고 있죠.”
사실, 묘목을 주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 중국 정부에 사막 올리브 묘목을 공급해 주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중국 정부에서는 제이에스에서 하는 것과는 달리, 나무에 물을 공급하는 문제는 생략하고, 형식적으로 올리브 나무만 사막 지대에 심고 있었다.
결과는 보나마나여서, 진석이 기껏 보내준 묘목들은, 얼마가지 못해 모두 말라죽고 있었다.
“저도 그 이야기는 들은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잘 안 되고 있다고 말이죠. 중국 정부에서 우리 외교라인 쪽으로 자꾸 지원을 요청하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사막화를 막는 녹화 사업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물의 공급부터, 적절한 수종으로 조림 사업을 하는 일이 필요한 거죠. 이 모든 걸, 수행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고, 당연히 그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가, 이익도 얻을 수 있어야겠죠.”
“몽골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저개발 국가라, 모든 걸, 제이에스에 맡겨서 가능했는데 중국은 어려울 거라는 건가요?”
“예, 그런 겁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데, 외국의 기업가인 저에게, 몽골처럼, 100년 이상, 토지를 개발할 권리를 주거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 조건이 아니라면, 제이에스도 사막에 투자할 이유가 없을 테고요?”
“그렇죠. 그래서 아마, 중국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진석의 말에, 오명진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몽골 쪽에 도로와 도시를 건설하게 될 거라고 하던데, 한국업체가 건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한국의 건설 기술은 세계최고니까요. 당연히 한국업체가 참여하게 되겠죠.”
“음,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한국에도 많은 건설 일자리가 생겨나는 셈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따로 도울 일은 없을까요?”
“사실, 다른 건 큰 문제가 없는데, 의료인력은 구하기가 어렵네요.”
“의료진 말이군요.”
“예, 몽골에서 의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근로자들이 많이 투입되고 있어서, 한국 의사들이 필요한데, 몽골까지 오려는 사람들이 없어서 말이죠.”
“공중 보건의들을 파견하는 것도 괜찮을까요?”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오아시스의 도시를 건설하는 건설현장의 의사들이 필요한 거니까요. 공중 보건의 정도면 충분하죠. 더 심각한 환자라면, 울란바토르나, 아니면 서울로 후송하면 될 테고요.”
“알겠습니다. 비서진에 얘기해서 공중 보건의들을 파견하는 방법을 찾아보죠.”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아무튼, 몽골에서 제이에스가 사막을 녹색의 농업지대로 바꾸어 놓는다면 제이에스로서도 큰 성공이겠고, 한국의 위상도 높아질 겁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
호주 퍼스 , 제이슨 크레이크의 와이너리.
“이진석 사장님이시군요. 하하, 퍼스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제이슨 크레이크는 퍼스에서 와인 생산을 하는 사업가였다. 지난 번에 퍼스에 왔을 때 초대를 받은 인연이 있었다.
“지난 번에, 아시아의 와인 시장에 관심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음, 그랬었죠.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제가 요즘 몽골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일을 구상 중입니다.”
“몽골요? 몽골 어디에서 말입니까?”
“남고비 사막입니다.”
“고비 사막이라고요?”
제이슨 크레이크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막이라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요.”
진석은 제이슨 크레이크에게 몽골에서 제이에스 그룹이 사막을 개발하고 있는 일을 대충 설명해 주었다.
“몽골 정부로부터, 100년간 무상 임대를 받았다는 거군요? 그것도 엄청난 토지를 말입니다.”
“예, 남부 고비 일대는 광대한 곳이지만, 사실상 사막이라, 개발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죠.”
“하지만, 제이에스 그룹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일이 잘 되고 있습니다.”
“그래요?”
제이슨 크레이크는 흥미롭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면, 제이에스 그룹이 정말, 사막에 포도를 재배하겠다는 겁니까? 그 고비 사막에 말이죠?”
“예, 사막에서 자라는 새로운 품종의 포도를 개발했죠. 사막자두포도라는 품종입니다.”
“사막자두포도라? 사막은 이해가 가는데, 자두포도라는 건 또 뭔가요?”
“아마,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자두나무와, 포도나무의 혼종이죠.”
“자두와 포도의 혼종이라고요?”
제이슨 크레이크는 믿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 제이슨 크레이크도 와이너리를 운영하며 포도 농사에 대해서도 상당한 전문가 수준인 인물이었다. 그런 그로서도 포도와 자두의 혼종이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이진석 사장님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게 가능합니까?”
“예, 물론,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두나무같은 형태의 나무에서 포도가 열리는 굉장한 나무입니다. 크게 자란 건, 나무 한 그루에서만 3천 송이를 수확할 수 있죠.”
“나무 한 그루에서 포도 3천 송이라고요? 허허, 점점 더 믿기 힘들 이야기를 듣게 되는군요.”
제이슨 크레이크는 진석을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진석이 말하고 있는 그런 자두포도라는 것은 너무 생소한 것이었다.
“한국 속담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죠.”
“무슨 뜻입니까?”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입니다. 사실, 자두포도나무 묘목을 몇 개 가지고 왔습니다. 이곳에서도 한 번 키워 보시면 제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음, 묘목이라? 알겠습니다. 한 번 심어보죠. 그런데 포도나무가 그렇게 생산량이 많다면 그건 어디에 사용하실 겁니까?”
“와인을 만들 생각입니다.”
“와인요?”
“예, 제가 퍼스까지 크레이크 씨를 찾아온 이유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사막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막에 오아시스 도시들을 만들고 있죠.”
“사막의 도시라?”
“사막을 녹지로 만들어서, 거기서 농업을 시작할 겁니다. 물론, 사막의 건조한 기후에 잘 적응해야 하고, 물론, 물은 있습니다. 호주의 대찬정 분지를 개발한 것처럼, 지하수를 개발해서 물을 공급하고 있죠.”
“그럼, 그 자두포도를 사막에서 키워서 와인을 만들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몽골은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깝죠. 거기에 포도를 재배해서, 와이너리를 만들어서 중국인들에 와인을 공급하는 거죠.”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와인이 필요하겠군요.”
“맞습니다. 자두포도는 자두와 포도의 혼종이라, 맛도 미묘하게 다릅니다. 과일로 먹기에는 더 좋은 것 같은데 와인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포도를 키워서, 와인을 한 번 개발해 보겠습니다.”
“바로, 그게 제가 원하던 대답입니다. 자두포도는 성장이 빠르고, 수확량도 많습니다. 한 번 키워보시면 마음에 드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몽골 사막을 개발하는 것도 그렇고,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들이겠군요?”
“예, 농업이라는 것이 그렇죠.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계획입니다. 하지만, 먼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진석의 말에, 제이슨 크레이크도 고개를 끄덕였다.
“농업이든 와인이든, 쉽게 결과가 나오는 일은 아니죠. 어찌보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시간과의 싸움이라? 시간과 싸운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아 보이네요.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자산이죠. 그 시간을 통해서, 포도도 자라고, 와인도 숙성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하긴 그렇죠. 아무튼, 저에게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는 이제 서로 사업 파트너가 되는 건가요?”
“물론이죠, 아시아의 와인 사업은 제이슨 크레이크가 책임져 주셨으면 합니다.”
“좋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능력을 쏟아보죠, 자, 그런 의미에서 건배나 할까요.”
제이슨 크레이크가 와인 잔을 들어올렸고, 진석도 잔을 들어올렸다.
“아시아의 와인 시장을 위해..”
“포도와 와인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