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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녹색혁명(3) (118/183)

135화. 몽골의 녹색혁명(3)

달란자르가드는 전체적으로는 녹지가 많은 곳이었다. 아직 고비 사막은 시작되지 않고 있었고. 여기까지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외곽으로 갈수록 고비 사막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성우가 운전하는 지프차가 사막의 모래에 바퀴가 반쯤 묻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여기서 모래에 빠지면 답이 없죠.”

이성우는 내려서, 모래 언덕위로 진석을 안내했다. 푹푹 빠지는 모래를 밟으며 모래언덕을 오르자, 멀리 고비 사막을 정경이 내려다보였다.

“10년 전에는 이쪽과 이쪽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성우는, 모래 언덕에서 서로 반대 방향인 사막과, 녹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막화가 꽤 진행된 모양이네요. 음, 정말 심각하군요.”

“예, 어떻게든 사막화를 막아보려고, 나무도 심어보고,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봤지만, 백약이 무효더군요.”

진석은 이성우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나무라면 어떤 나무를 심은 겁니까?”

“유실수부터, 자두나무 사과나무, 이런 종류들도 다 심어봤고, 떡갈나무 전나무 소나무, 플라타너스가 잘 자란다고 해서 플라타너스도 심어보고, 열대에서 잘 자란다는 선인장이나, 사철나무, 야자수도 심어보고요.”

“어떻던가요?”

“선인장 정도를 빼고는 다 말라죽었죠. 물이 부족한 곳이니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선인장도 모래바람이 불어오면서 다 죽었습니다.”

“일단, 두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군요.”

“두 가지 문제요?”

“하나는 적당한 수종을 못 찾은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중구난방으로 자원을 분산한 거죠. 하나라도 제대로 집중해서 사업을 벌였어야 했다는 겁니다.”

진석의 말에, 이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저희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코이카라는 곳이 책임자도 자주 교체되기도 하고 민간인 비중도 큰 편이라, 아무튼, 뭔가 집중적으로 못 한 건 사실입니다.”

“이제 이 달란자르가드는 100년간 제이에스에서 무상으로 임대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무튼, 사막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해도, 외국인에게 100년간 무상 임대라니 정말 놀랐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면, 투자한 것을 회수하기 어려울 겁니다. 일단은 수자원부터 확보해야 할 것 같네요.”

“수자원이라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죠. 하나는 인근의 강이나 호수의 물을 끌어오는 것과, 지하수를 개발하는 겁니다.”

“강이나 호수의 물은 좀 어려울 겁니다. 몽골은 호수가 많은 나라도 아니지만, 그런 호수가 있다고 해도, 그 인근 주민들이 그 호수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끌어온다면 반발이 크겠죠.”

이성우의 말대로였다. 지표면의 수자원은 몽골에서 가용한 자원도 적고, 사용자는 많아서 항상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이었다.

“그럼, 지하수뿐이겠네요?”

지하수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그만한 지하수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하나 기대를 걸어볼 것은 지금의 고비 사막 일대가 수천, 수만 년 전에는 암석지대였다는 것이다. 고온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며 지금의 모래사막으로 변해갔지만, 돌이 많은 암석지대였다면, 지하도 암반으로 되어 있고, 그렇다면, 지하 암반지대에 지하수가 흐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일대도 그런 케이스였다. 지표면의 물은 부족한 황량하고 건조한 지대지만 지하 암반수 층에 물이 풍부했던 것이다.

“저희들도 이 지역의 지하수를 개발할 계획은 세웠지만 비용 문제도 있고, 기술적인 문제도 있어서 포기했었죠.”

“이성우 박사님이 다시 사업을 맡아보실 생각은 없습니까?”

“예? 제가요?”

“미국에서 사막 지대의 지하수 개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와 장비를 가져올 생각입니다. 지하 암반층에서 물을 찾아내면, 수자원은 어느 정도 확보되는 거죠. 그 후에, 이스라엘 식으로 파이프를 조밀하게 설치해서 이른바 세류 재배 방식으로 물을 분해하는 겁니다.”

“음, 지하수를 파이프로 식물의 뿌리에 직접 공급하겠다는 계획이군요?”

“예, 초기에는 그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다가, 차차, 나무들이 안정을 찾고, 어느 정도 녹지화가 이루어지면, 그 다음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거죠.”

“그럼, 나무는 어떤 나무를 심으실 겁니까?”

“올리브나무가 좋을 것 같네요.”

“올리브요?”

올리브는 대규모로 재배되는 유실수 중에서, 건조기후에 가장 잘 견디는 수종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뿌리가 굉장히 깊게 퍼지는 특성이 있어서, 지하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상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곳에서 물을 잘 모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뿌리가 너무 깊게 자라다 보니, 상대적으로 성장은 굉장히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완한 것이 호주에서 진석의 제이에스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사막 올리브 나무였다.

건조기후에서 잘 자라고 뿌리가 깊게 발달하는 특성과 동시에 성장 속도도 무척 빠른 신품종의 올리브로, 호주의 서부 건조지대에서 이미 재배에 성공하고 있었다.

“올리브라면, 건조기후에서 잘 자라기는 하는데, 문제는 성장이 너무 느려서...”

“그거라면, 걱정할 거 없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제이에스에서 사막 기후에서도 잘 견디고 성장도 빠른 올리브 품종을 개발해서 호주에서 재배 중입니다.”

“그렇다면, 지하수를 개발하고, 세류 재배로 올리브를 키워서 사막화를 막겠다는 것인데? 일단 계획은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일단 지하수 개발부터 해야겠네요.”

***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이진석이라고 합니다.”

“존 론더스라고 합니다. 이진석 사장님의 이야기라면 많이 들었습니다. 농업 관련된 사업을 하신다면서요?”

존 론더스는 미국과 호주 등에서 지하수를 대규모로 개발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수자원 개발업체였다. 본사는 캘리포니아의 산호세에 자리잡고 있었다.

“예, 전 세계를 무대로 농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자원의 소중함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되네요.”

“하하, 사실, 지구상의 물은 대부분 해수죠. 70% 정도가 바닷물, 그리고 30%가 담수인데, 그 중에서도 60% 이상은 얼음입니다.”

“그렇네요. 강이나 호수의 물은 우리에게 익숙하기는 하지만, 실제 비율로 보면 굉장히 적겠는데요?”

“호수나 강, 그러니까 지표면의 담수는 전체 지구상의 물의, 0.3% 정도의 비율이죠.”

“1%도 안 되는군요?”

“맞습니다. 빙하를 제외한 담수의 대부분은 지하수죠. 인간이 사용 가능한 수자원은 사실상 지표면의 극소량의 물을 제외하면 지하수뿐입니다.”

존 론더스는 3대에 걸쳐, 갤리포니아와 호주 대찬정 분지의 지하수를 개발한 론더스 일가의 일원이었다. 그래서인지 본인이 하는 지하수 개발에 자부심이 굉장해 보였다.

“사실상, 지하수 개발은 인류문명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사업이라고 봐도 되겠군요?”

“물론이죠. 뭐, 다들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하수를 개발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은 없죠. 농업이든, 목축이든 아니면 골프장을 만들든 물 없이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하하, 물론 그렇죠. 그래서 말입니다. 사실, 지구 전체의 운명이 걸린 대사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구 전체의 운명요? 하하, 마치 슈퍼맨이라도 된 기분이네요. 지구를 구원해 달라는 말인가요?”

존 론더스의 말에 진석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실, 슈퍼맨이 와도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만큼 고비 사막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는 일은 확률적으로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한 상황이었다.

“대체 뭔가요? 지구 전체의 운명이 걸린 일이라니?”

“최근에 기상 이변으로 사막화가 가속되고 있다는 건 아실 겁니다.”

“물론이죠. 아시아 쪽이 특히 심각하다고 하던데요. 중국이나 그런 곳 말입니다.”

“맞습니다. 중국도 중국이지만, 몽골의 고비 사막이 해마다 사막 지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말입니다.”

“몽골의 초원지대가 사막의 모래밭으로 변하겠군요?”

“뭔가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래서 저에게 원하시는 게 구체적으로 뭔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고비 사막 일대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하하, 사막에서 지하수를요?”

“고비 사막은 기본적으로 암석지대죠. 아마, 지하는 아직도 암석지대일 겁니다. 그 말은 거대 암반층이 존재하고 그 암반층 사이에 엄청난 지하수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죠.”

“저는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이에스 그룹이 몽골에서 지하수를 개발해서 어떤 이익이 있는 건가요?”

존 론더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앞으로 100년간, 남 고비 사막 일대의 토지을 무상으로 임대받았습니다. 몽골 정부로부터 말입니다.”

“100년이라? 하지만 사막 아닙니까?”

“저와 제이에스 그룹이 그 사막을 농업이 가능한 푸른 땅으로 개발할 겁니다.”

“지하수가 있다고 해도, 사막이 바로 농지가 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일단은 지하수를 개발해서, 수자원을 확보하고 그걸로 올리브 나무를 심을 겁니다. 파이프를 이용해서 각각의 올리브 나무의 뿌리에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죠.”

“음,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말이군요?”

“예, 그런 방법이면, 일단 나무가 죽지는 않을 거고. 올리브의 특성상, 건조기후에도 잘 버티죠. 그리고 호주의 농장에서 재배하는 사막 올리브는 건조 지역에서 잘 견디면서 동시에 성장도 빠른 편입니다.”

“일단 올리브를 대량으로 재배해서, 사막을 초원 수준으로 만들겠다. 그런 건가요?”

“올리브 숲이라고 해두죠. 올리브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면서, 거대한 숲을 이루면 주변도 어느 정도 녹화가 될 겁니다. 그 후에 농업을 시작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단기적인 사업은 절대 아닙니다. 일단 지하수 개발과, 올리브 나무들로 숲을 만드는 데만도 10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10년요? 하하, 엄청난 장기 프로젝트군요.”

“하지만, 토지를 100년이나 임대를 받았으니까요. 시간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죠.”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의 진석의 태도에 존 론더스도 신중해지고 있었다.

“다 좋은데 지하수 개발은 어디를 파들어간다고 반드시 원하는 물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사업이라는 겁니다.”

“시간과 돈도 많이 들어가고요?”

“물론입니다. 사실, 지하수 개발은 국가 단위에서 해야 할 일이죠. 비용 문제도 그렇고 기간도 오래 걸리고, 그렇다고 이익을 바로 환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몽골 정부가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전세계적으로 사막화의 위기를 겪는 나라들은 대부분 몽골처럼 가난한 저개발국가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국가들의 책임이기는 하겠지만, 그들에게 맡겨만 두기에는 전세계적으로 거대한 환경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이에스 그룹이 세계를 위한 슈퍼맨을 자처하겠다는 건가요?”

“슈퍼맨이든 뭐든, 지금 제가 필요한 건, 고비 사막에 지하수를 개발해줄 회사입니다. 그리고 론더스는 그런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요. 어떻습니까? 필요한 투자는 최대한 보장하겠습니다. 예스인가요? 노인가요?”

“음, 좋습니다. 한번 해보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제 몽골 고비 사막에서도 시원한 지하수가 솟는 것을 보게 되겠군요?”

“운이 좋다면 말이죠.”

***

론더스가 본격적으로 지하수 개발에 착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 고비 사막에서 대규모 지하 암반수층이 발견되었다. 존 론더스는 진짜 운이 좋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암반수층의 물을 이용해,

제이에스 그룹은 달란자르가드 일대에 대규모 올리브나무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은 작은 파이프관으로 올리브 나무의 뿌리까지 직접 전달하는 세류 파이프를 이용한 물 분배로 모래밭과 다른 없는 달란자르가드 외곽에도 올리브 나무가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호주에서 가져온 사막 올리브들은 일반적인 올리브들과는 달리,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성장도 일반적인 나무들 수준으로 빠른 편이었다.

진석의 올리브 나무숲은 그렇게 달란자르가드를 푸르게 바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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