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사막 메뚜기(3) (86/183)

103화. 사막 메뚜기(3)

대략 7cm 정도는 되는 느낌이었다.

“메뚜기치고는 엄청 큰데요.”

메뚜기라면, 진석도 본 적이 있었지만, 이건 너무 큰 녀석이었다. 덕분에 눈과 얼굴도 크게 보여서 엄청 징그럽고 무섭기까지 한 느낌이었다.

“작은 괴물이군요.”

“크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요 녀석이 하루에 2그람의 곡물을 먹어치우거든요.”

몸의 크기를 생각하면 엄청난 양이었다.

“이런 메뚜기가 얼마나 있는 거죠?”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지금 4천억 마리쯤이 대기중이라고 해요.”

“4천억요? 한 마리가 하루 2그람을 먹어치운다면, 4천억 마리면, 하루에 80만 톤은 먹어치운다는 건가요?”

장치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 쿠얼러에서 연간 40만톤 정도의 곡물을 생산 중이라고 했다.

“사막 메뚜기떼가 총 공격을 하면, 이 지역 농장들은 반나절이면 전멸하는 거죠.”

“하하, 그래도, 아직 메뚜기들의 숫자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요.”

“그렇지만, 수명이 3개월 정도 남짓한 이 녀석들은 일 년 정도면 300배로 숫자가 불어나요. 내년에는 요 한 마리가 300마리가 되어 있을 거라는 거죠.”

“해충제나 천적을 풀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장치엔은 메뚜기를 다시 집어 들어 흔들며 보여 주었다.

“성충은 7cm 이상 자라는데, 어지간한 해충제로는 소용이 없어요, 해충제는 큰 동물들에는 영향을 못 주거든요. 이렇게 큰 곤충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거죠.”

장치엔의 말대로였다. 그렇다고 해충제의 농도를 높이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테고, 어차피 메뚜기를 퇴치하려는 거라면 농작물이 있는 밭에 살포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농작물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쿠얼러에도 메뚜기가 본격 출몰하는 모양이군요?”

“이미, 인도와 파키스탄 쪽에는 피해가 상당해요. 중국에는 인도의 쌀이 들어오지 않지만, 인도의 쌀 생산 지대가 사막 메뚜기의 피해를 입어서 국제 쌀 가격이 급등하고 있거든요.”

진석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일대에서 발흥한 사막 메뚜기떼는 점차 동쪽으로 이동하며, 아나톨리아 반도와, 이란을 거쳐 북인도와 파키스탄을 연이어 공략하고 이제 남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서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천산남로가 이제는 메뚜기들이 들어오는 길이 되어 버렸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사실, 얼마 전부터 아프리카에 메뚜기 떼가, 사막 메뚜기 떼가 출몰하고 있다는 보고는 받고 있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 시나이 반도를 거쳐, 터키쪽으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미 황폐해진 아프리카 동북부에 타격을 주기는 하겠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멈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 기후의 영향인지 메뚜기 떼는 아나톨리아 고원의 곡창지대를 거치면서도 세력이 줄지 않고, 더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인도 북부로 진입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수가 더 늘어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네요. 사막 메뚜기도 천적이 있을 텐데 말이죠?”

자연계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개체가 급증하면 천적의 수도 늘어난다, 메뚜기의 경우에는 조류가 대표적인 천적이다. 메뚜기가 불어나면, 메뚜기 같은 곤충을 먹는 새들이 늘어나 어느 정도 생태계의 밸런스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게요. 제가 듣기로는 메뚜기가 너무 커서, 새들이 잡아먹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진석은 장치엔의 말에, 사막 메뚜기를 집어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길이가 7cm가 넘는 커다란 녀석이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녀석도 비슷한 크기,

진석이 잡은 메뚜기가 유별나게 큰 녀석이 아니라, 평균 이 정도의 크기인 것이다. 물론 이것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들도 있으니, 새들이 사이즈 때문에 메뚜기를 먹지 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북인도와 파키스탄은 대표적으로 건조한 남부 아시아의 국가들이다. 이 지역은 건조한 사막 내지는 그와 비슷한 건조 지대로, 생태계가 그렇게 활발한 곳이 아니다.

사람들의 경우에는 억지로 수리 시설을 만들어 농작물을 키우고 있지만 자연적으로 하천이나 호수가 있는 지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막 메뚜기가 무서운 이유도 이렇게 척박한 건조 지대에서 갑자기 수를 늘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주변에 천적이 없다는 것이다. 사막지대에는 먹이가 부족해서 큰 동물들이 별로 없다, 새들도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이 작은 새들이 대부분,

그런 상황에서 인간들이 사막에 수리 시설을 이용해 농업을 시작해 작물을 키우게 되면, 평소에는 혹독한 사막에서 개체 수가 늘지 않던 사막 메뚜기 같은 종류의 곤충들이 갑자기 농작물을 먹어치우면서 개체 수가 급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큰 새가 적은 사막 지역에서 적은 먹이만 먹으며 겨우 연명하던 사막 메뚜기에게는 인간이 만든 이런 농작물들이 엄청난 먹잇감이 되는 거죠.”

인간의 시선이 아닌, 메뚜기의 입장에서 보자면, 엄청난 기회인 것이다. 혹독한 사막, 물도 없고 먹이도 부족한, 하지만 동시에 천적도 적은 곳에서 어느 정도 적응해 가고 있던 사막 메뚜기들이 인간들이 인공적으로 재배한 농작물을 발견하고는 이 엄청난 식량 자원을 이용해 급속도로 개체수를 불려 나가는 것이다.

번식으로 후손을 많이 남기려는 자연의 본능인 것이다.

그리고 보통은, 그런 먹이들을 다 먹어치우고는 먹이가 부족해진 메뚜기 떼들은 자연히 소멸하며 멸망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 보통.

하지만, 기후 온난화로 사막 메뚜기가 활동하기 좋은 고온지대가 늘어나고, 동시에 건조한 지역에서 지하수 등을 이용한 관개 농업 지역이 늘어나면서 아프리카 중부 고원지대에서 발생한 사막 메뚜기들이 적당한 먹이를 계속 공급받으며, 동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 온난화와 관개 농업 지대가 늘어나, 지속적으로 먹이 공급이 가능해서 생긴 일이다.

일종의 생태계 교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간이 과거에 방치되었던 건조 지대를 수자원을 이용해 개발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천적이 없기 때문에, 개체수를 줄일 방법도 없고, 먹잇감이 완전히 끊기면 자연적으로 소멸할 텐데, 그러고 보면, 과거에 황무지였던 실크로드 일대가 지금은 농업 지대로 바뀌면서 메뚜기들이 이동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셈이네요.”

진석의 말에 장치엔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곳 쿠얼러만 해도 예전에는 사막이나 다름없는 곳이었거든요. 목초지 정도만 있었으니까, 예전이었다면, 메뚜기가 와도 피해도 적고, 아마, 이쯤에서 메뚜기 떼의 동진도 멈췄을 거예요.”

“중국 서부 대개발이 엉뚱한 재앙을 부른 셈이군요.”

“하지만, 이미 개발된 이 지역을 포기할 수도 없는 거고, 어떻게 해든 방법을 찾아야겠죠.”

중국 정부가 진석을 급하게 찾은 것은, 신장 위구르 지역에 맹위를 떨치고 있는 사막 메뚜기 문제 때문이었다.

물론, 올해는 이미 피해가 시작되고 있었고, 막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리고 수십 년 후에도 사막을 개발해 농업 지역을 만들려는 것이 중국 당국의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이 지역에 해마다 이런 메뚜기의 침입이 계속될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해충제나 천적으로는 해결이 안 될 문제로 보이는군요?”

“맞아요, 그래서 이진석 사장님에게 부탁을 드리는 거예요. 아무래도 메뚜기 자체를 직접 잡거나 없앨 수는 없는 것 같고, 뭔가 메뚜기들을 막을 수 있는 작물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장치엔의 말에 진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의 재앙인 메뚜기 떼는 사실 성서에도 기록될 정도로 고대로부터 흔한 현상이다. 하지만 차이라면, 고대에 출몰한 메뚜기 떼가 한 지역을 전멸시키고 자신도 같이 소멸해버린 현상이었다면,

최근에 나타난 메뚜기 떼는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었다. 그만큼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중동, 소아시아, 이란의 고원지대, 북인도 등, 과거 농업 지역이라기보다는 유목민의 땅들이었던 곳들이 이제 경작지로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 지역의 관개 농업의 발달이 예상하지 못한 변종 메뚜기의 강력한 출현을 불러온 것이다.

진석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오리 같은 것을 키워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리가 자라려면, 논 같은 습지 환경이 있어야 한다. 이곳 쿠얼러 같은 건조 지대는 수로를 이용해 물을 공급해 밀이나 옥수수 정도는 키우고 있지만 쌀 같은 작물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물이 많이 필요한 논농사를 짓기에는 사막 기후에 가까운 이 지역의 농업용수 공급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 그렇다면, 이곳에 자라는 옥수수나, 밀, 콩 중에서 메뚜기들을 막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메뚜기 떼를 막을 새로운 작물이 필요하겠군요?”

“가능할까요?”

“원래, 식물들은 자신과 자신의 열매를 지키기 위해서 특정한 생물들을 공격하거나 하는 물질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특히나 한 가지 동물이나 곤충에 의해서 오랜 시간 공격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천적을 막기 위한 방어 물질을 만들어 내게 마련이죠.”

진석의 말에 장치엔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기는 하겠지만, 그런 자연적인 식물의 방어력에 기대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급박해요. 당장 지금도 메뚜기 떼가 다가오고 있고. 내년에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질 텐데. 식물의 자연적인 방어력에 기대기에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다고요.”

“물론, 자연적으로 해결될 거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 식물의 특성을 이용해서, 방어능력을 갖춘 작물을 개발할 거라는 거죠.”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럼, 일단, 이 농장 주위에 가능한 작물을 점검해 보기로 하죠. 메뚜기도 샘플로 몇 마리 잡아가고요.”

쿠얼러까지 가서 중국 대서부 개발의 실체를 보게 된 진석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

“역시 한국이 최고야.”

익숙한 서울이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황량한 사막을 보고 와서 그런 모양이었다. 진석은 집으로 돌아와 공간의 문을 열었다.

공간의 오아시스, 중국 서부 지대의 황량함과는 또 다른 건조하지만 여유 있고 활기찬 느낌이었다.

“공간주님, 오늘은 무슨 곤충인가요? 그게?”

“어, 사령관, 이건 사막 메뚜기라는 거야.”

“사막 메뚜기요? 그걸 키우실 건가요?”

“아니, 이건 일종의 해충이야.”

“해충이라, 엄청 크군요. 뭔가 농작물을 다 먹어치우게 생겼는데요.”

“그래, 메뚜기 치고는 엄청 크기도 하고, 일 년에 300배로 불어난다니까. 번식력이 정말 엄청나지.”

“와, 그 정도면, 금세 전 지구를 채우겠는데요.”

“하지만, 너무 번식력이 좋아서 한 지역을 초토화시키거든, 그래서 결국 이 메뚜기 떼도 단기간에 멸망의 길을 걷게 되는 거야.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왔지.”

“그래서 그걸로 뭐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직은 천적이라고 할만한 게 없거든, 사막에서 생존하는 특이한 종족이라, 기본적으로 천적이 적은 편이고, 갑자기 숫자가 늘어나면서 주위로 이동하기 때문에 농작물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지.”

“오, 생긴 것도 징그럽고 아주 골치 아픈 녀석이군요?”

“그래, 하지만 천적인 동물은 모르겠지만 자연계에는 서로 균형을 맞추는 기능이 있게 마련이지. 이 메뚜기와 같이 작물을 키워 보면, 이 녀석에게 방어 능력을 가진 작물이 생겨나겠지.”

“그럼, 일단 그 메뚜기를 키워야겠군요?”

“그래, 옥수수나, 밀, 콩 같은 작물과 같이 말이야.”

“알겠습니다. 필요한 준비를 하겠습니다.”

일단, 공간에서 이 메뚜기를 가지고 실험을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금세 개체수가 폭증하는 이 메뚜기를 함부로 키웠다가는 공간 전체가 메뚜기 떼에게 공격을 받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공간에서 키우던 작물들을 이 메뚜기들이 먹어치우면 곤란해지는 상황이었다.

“어쩌지?”

진석은 상태창을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공간주님.

“이 메뚜기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싶은데 문제는 이 녀석들이 갑자기 수가 늘어나서 감당하게 될 수 없을까봐 말이야.”

-메뚜기로군요. 메뚜기 떼가 창궐하면 농작물에는 치명적이죠.

“실험을 하게 되면, 시간을 가속할 거니까, 메뚜기 수가 엄청불어날 것 같은데, 메뚜기가 일정한 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공간주님, 이곳의 공간과 시간은 공간주님의 지배력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분할하면, 특정 생물체가 그 분할된 공간 밖으로는 나갈 수 없게 됩니다

“공간 분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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