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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부는 한류 (68/183)

85화. 베트남에 부는 한류

베트남에서 한류가 대유행이었다. 최근의 일도 아니고 벌써 수십 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얻었고, 그 이후로 음악과, 음식, 의류, 영화, 도서, 문화 전반에 걸쳐 한국의 것들이 인기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말이야, 민지 씨. 베트남에도 우리 북카페를 열어보는 거야.”

베트남에서 돌아온, 진석은 홍대 본점을 찾아 유민지와 베트남 진출을 상의하고 있었다.

“베트남요?”

“그래, 내가 이번에 하노이도 가보고 메콩강 일대를 다 둘러보고 왔거든.”

진석은 베트남 정부의 후원하에 메콩 델타에 대규모 농업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일단은 쌀을 생산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대규모의 농지를 장기임대 하는 방식으로, 쌀을 생산하고 그걸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할 계획이었다. 공산주의 정권인 베트남 정부로서는 이례적인 외국인 투자 허용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메콩 델타 일대에 지속적인 노동인구 감소였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의 농수산물은 베트남의 중요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식량 산지였다.

이 지역의 농산물 생산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산업화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사회불안을 가중시키는 불안요소였다.

그렇다고 강제적으로 사람들을 농업에 종사하게 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베트남 정부로서는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고 한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베트남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식량을 생산하는 농지를 대규모로 외국인에게 임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진석의 제이에스 그룹이 세계적인 농업기업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베트남에서 쌀을 생산하실 거라는 거죠? 그걸, 한국으로 수입하고요?”

“아니, 민지 씨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수출하는 거지. 오히려 한국 쌀을 베트남에 수출할 생각이야.”

“한국 쌀을요? 베트남에는 쌀이 많이 나서 수출하는 나라라면서요?”

“그렇기는 한데, 내가 가보니까, 요즘 한류가 대단하더라고. 한국 물건이면 다 좋아하는 분위기도 있고, 우리들이 프랑스나 이태리 제품이면, 다 명품이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야.”

“어머, 누가 프랑스 물건이라고 다 명품이라고 착각한다는 거예요?”

“하하, 민지 씨가 그런다는 게 아니라, 그런 국가 이미지가 있다는 말이지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가 동남아에서 그런 좋은 이미지가 있다는 거야.”

쌀 생산 대국이자 수출 대국 베트남에 한국 쌀을 수출한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한류 붐을 타고 몇몇 식당에서는 한국 식재료가 인기였다. 그중에는 쌀 같은 곡물도 있어서, 한국 쌀로 밥을 지어서 상대적으로 고가에 판매하는 한국 식당들도 있었다.

진석은 그걸 보고, 한국 쌀도 수출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북카페 오아시스도 하노이 같은 대도시 지역이라면, 충분히 오픈을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었다.

“하노이요?”

“그래, 거기는 꽤 대도시라고,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아무튼 베트남 사람들도 우리랑 문화가 비슷해서 책을 읽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내가 그쪽에서 사업하는 교포들에게 물어보니까 교육열도 높고 사람들이 책을 읽는 걸 꽤 좋아한데.”

“그럼, 하노이에 최초의 오아시스 해외 분점이 생기는 거네요?”

“그렇지, 물론 하노이는 베트남이니까, 그쪽 분위기에 맞게, 인테리어는 좀 변화를 주어야 할 거야, 책도 베트남 책들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 외에 한국 책들도 갔다 놓고, 의외로 요즘 한류 붐을 타고 한국어를 배우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거지.”

“좋아요, 한 번 해보죠. 베트남이라고 뭐가 다르겠어요.”

진석의 제안에 유민지는 두말없이 하노이 분점을 내기로 찬성을 했다.

***

서울 월드컵 경기장

서울 FC 서울과 FC 강원과의 K리그 정규리그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김현수 감독은 경기 전에 관중석에 앉아 있는 진석을 알아보고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게 누구십니까? 구단주님 아니십니까?”

“아, 오랜만이네요, 감독님, 이제는 어느새 K 리그에서도 중위권이네요.”

진석이 외국을 돌아다니던 사이, 김현수 감독 이끄는 FC 강원은 K리그에 입성을 했고, 지난 시즌에는 좀 고전하기는 했지만, 강등은 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는 K리그 적응을 마쳤는지, 벌써 중위권까지 치고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시작하던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발전한 거 아닙니까. 이제 K리그에서도 중간보다는 조금 위에 있으니까요.”

“아직 모자랍니다. 적어도 5위권에는 들어야죠.”

“하하, 그러면 더 좋고요.”

챌린지 리그에서도 하위권이던, FC 강원은 그동안 실력이 일취월장하며 K리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실, 거기에는 진석만 알고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보통 언론에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강원 FC가 젊은 패기와 체력을 바탕으로 짧은 패싱게임의 경기를 선보이며 선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배후에는 진석이 선수들에게 체력 보강용으로 먹이고 있는 보라색 당근의 효능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간에서 생산된 보라색 당근은 특히 운동장을 많이 뛰어다니는 축구 선수들의 폐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진석은 보라색 당근을 이용해, 폐질환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었다.

김현수 감독이 다시 선수단으로 돌아가고,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뉴욕과, 유럽, 남미까지, 정신없이 세계를 누비고 다니느라 강원 FC의 K리그 경기는 처음으로 직관하는 것이었다.

진석은 약간은 감격스러운 기분으로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FC 서울은 역시 서울을 연고로 하는 강팀이고 인기구단이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서울의 서포터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강원 FC도 K리그 승격에 최근 성적도 좋은 편이라, 얼마 전부터 서포터가 많이 늘어나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서울 원정 경기였지만 제법 많은 강원 팬들이 원장 응원을 왔고, 양 팀 서포터들간에 뜨거운 응원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기 양상은 화려한 개인기를 가진 서울이 주도하고 있었지만, 강원도 조직력과 특유의 많이 뛰는 축구로 그럭저럭 버텨나가는 중이었다.

득점 없이 전반이 끝나고, 후반이 시작되자 다시 서울의 공격이 맹렬하게 펼쳐졌지만, 역시나 강원의 수비를 뚫지 못하고 연거푸 득점 찬스는 무산되었다.

후반 막판이 되자, 오히려 주도권은 체력을 앞세운 강원에게 넘어가며 강원의 파상 공세가 시작되었다.

“추가 시간인가?”

정규 시간은 이미 다 지나고, 추가 인저리 타임이 5분 정도 주어지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강원의 선수들의 체력이 경기 막판으로 흐를수록 앞서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은 별로 없었지만...

5분이면, 축구에서 3골 이상도 가능한 시간이다.

강원의 김현수 감독도 주도권이 강원에게 있다고 느꼈는지, 그라운드 앞까지 나와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지쳐가고 있던 서울의 수비가 무뎌진 팀을 타, 강원의 숏패스가 전방까지 빠르게 넘어왔다. 그리고 아크 부근에서, 슛팅 찬스가 열렸다.

“찬스다..”

진석은 자신도 모르게 경기에 열중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원 스트라이커의 슛이 골망을 갈랐다.

“골이야...골...”

진석은 주먹을 불끈 쥐며, 펄쩍 뛰어올랐다.

골과 거의 동시에 주심의 휘슬이 불어지며, 경기는 그렇게 강원 FC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

“대단하군요.”

진석은 락커룸으로 들어가는 김현수 감독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하, 끝까지 보고 계셨습니까?”

“예, 잠깐만 보려고 했는데 경기가 너무 재밌어서 자리를 뜰 수가 없더라고요.”

진석으로서도 짜릿하고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FC 서울이라면, 한국의 수도이자 최대의 도시인 서울을 대표하는 강팀이다. 그런 명문팀을 상대로 신생팀이라고 할 수 있는 강원 FC가 그것도 원정 게임에서 신승을 거둔 것이다.

“보는 분은 재밌지만, 저는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 감독을 하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말이 사실이에요. 정말 힘듭니다.”

“그래도 팀이 이렇게 잘하는데, 수명이 줄면 되겠습니까, 늘어나셔야죠.”

진석이 없는 동안 강원 FC도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 내용만 봐서는 리그 우승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어떻습니까? 이런 추세면 우승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진석의 말에 김현수 감독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지금은 어떻게 조직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아무래도 선수층이 얇아서 하루하루 리그를 치루는 게 살얼음을 걷는 기분입니다.”

“그래요? 경기 내용은 아주 훌륭하던데요?”

“축구라는 게 몸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까, 선수들의 잔부상이나 컨디션에 따라 여러 변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강원은 팀의 선수층이 아주 얇아요.”

“선수층이 얇다고요?”

하긴, 그동안 축구팀에는 큰 투자를 한 기억은 없었다. 애초에 축구팀에 관심이 있어서 인수한 것이 아니라, 오명진 강원지사의 요청으로 인수한 팀이라 그다지 애정은 없었고 그래서인지 별로 돈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던 팀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다가, 진석은 자신의 모르게 경기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강원 FC가 성적을 내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팀의 스타일이나 경기력도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 수준의 팀이라면, 좀 더 투자를 해서 우승까지 노려볼만하다는 생각이었다.

“김현수 감독님 그러니까, 선수가 부족하다는 말이죠?”

“예, 아무래도 예산 문제도 있고 챌린지 리그에 있을 때와 구단 예산이 큰 변화가 없습니다. 다행히 이진석 사장님 말대로 식단에 변화를 줬더니, 선수들 체력이 좋아져서 그럭저럭 팀은 운영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좋은 선수들을 보유한 K리그 강팀들 상대로는 많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투자를 해야죠.”

“예. 정말 구단에 투자를 하시려고 말입니까?”

물론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그동안 해외에서 종자 개발 사업으로 자금의 여유도 있는 편이었고, 좀 더 투자를 늘려 우승을 하고 싶은 욕망도 생긴 것이다.

“예, 제가 책임지고 예산을 늘리겠습니다. 감독님은 돈은 걱정하지 마시고, 좋은 선수들을 더 뽑아 주십쇼. 올해는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우승을 해야죠.”

***

제이에스 본사

“한지수?”

하노이에 북카페 오아시스 해외 1호점을 오픈하기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메콩 델타 개발 계획 때문인지, 베트남 정부도 진석의 제이에스 그룹의 사업에 호의적이었다.

유민지가 먼저 하노이로 출장을 가, 카페가 들어설 건물을 알아보고 있었다. 북카페도 그렇고 제이에스 스토어도 같이 들어가 한국산 농산물을 베트남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베트남에는 한류 붐이 일어, 한국산 화장품이나 농산물에 대한 이미지도 좋은 편, 그리고 이미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와 중국에서는 제이에스 그룹의 화장품 브랜드인, 이비자가 런칭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 이비자의 화장품 모델이 바로, 전에 홍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모델로 발탁된 한지수였다.

“한지수가 많이 유명해졌다면서?”

“맞아요, 이비자 모델로 반짝스타가 되는 것 같더니 연이어 드라마와 CF로 승승장구 중이라고요. 얼마 전에는 책도 썼는걸요.”

“책을?”

“뭐, 한지숙 워낙 잘나가다 보니까, 에세이집을 냈는데 그것도 잘 팔리는 모양이에요.”

“책가지 낼 정도면 꽤 잘나가는 거잖아, 어지간한 스타들도 책을 출간하기는 어려운데 말이야.”

“그러게요, 한지수는 이제 탑스타라고요.”

베트남 하노이를 시작으로 베트남에도 북카페와, 농산물 매장인 제이에스 스토어가 본격적으로 들어갈 예정이고, 당연히 베트남에 홍보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니, 한지수가 적당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한지수 베트남에서 인기가 있는 편이지?”

“그럴걸요? 원래, 이비자라는 화장품이 동남아시아 쪽에서 먼저 알려진 브랜드였잖아요. 이비자 모델 출신에, 최근에 드라마가 떠서 한류 스타라는 평가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 그러면, 한지수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는데.”

“왜요?”

“우리 제이에스 그룹 홍보 모델 좀 부탁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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