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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쏘는 송로버섯(3) (47/183)

64화. 톡쏘는 송로버섯(3)

“음대생이 만드는 샌드위치라?”

주방에서는 유민지와, 오정민이 뭔가 여러 가지 재료로 샌드위치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점장님, 새송이버섯이 좋을 것 같아요.”

“버섯? 카페에 무슨 버섯이 있어?”

“그럼, 제가 마트에 가서 얼른 사올게요.”

“저, 정민 씨, 정민 씨...”

오정민은 주방을 나와 카페 문을 재빠르게 나서고 있었다.

“놔둬, 저렇게 의욕이 넘치는 것도 좋잖아.”

“하지만, 사장님, 어제 들어온 알바생인데, 너무 적극적인 거 아니에요?”

“음대생이라 그런가? 음악하는 친구들이 괴짜도 많고, 좀 열정적이잖아.”

“그런가?”

마트에 버섯을 사러 갔던, 오정민은 정말, 새송이버섯을 사들고 돌아왔다.

“음, 그러니까. 새송이를 슬라이스 해서 팬에 익히고, 계란 프라이도 하나 넣고, 거기에 화이트 트러플 크림을 바른 빵을 얹어서...이렇게 완성이 됐습니다.”

“뭐야? 벌써, 완성이야?”

생각보다, 심플한 샌드위치였다. 새송이버섯과 계란이 들어간 평범한 샌드위치, 거기에 다른 점이라면 화이트 트러플 크림이 추가된 것이었다.

“사장님이 평가를 해주세요.”

“내가? 그래, 한 번 먹어볼까..”

진석은 평범해 보이는 샌드위치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밀어 넣었다.

“음...”

“어떠세요? 맛있어요?”

오정민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진석을 빤히 져다 보고 있었다.

“뭐랄까?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

“그보다는 뭔가 톡쏘는 맛인데..”

“톡쏘는 맛요? 그게 어떤 맛인데요?”

유민지가 옆에서 진석과 정민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특이하기는 한데, 처음에는 낯설다가, 점점 맛있어 지는 그런 맛..”

“아, 그럼 괜찮은가 보네..어디 나도 한 번 먹어볼까?”

유민지도 트러플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갔다..

“음, 맛이..조금 특이하기는 하네요. 그런데 먹다 보면 확실히 맛이 있어요. 괜찮은데요.”

“정말요? 그럼, 이걸로 새로운 메뉴로 내놓아도 되는 거죠?”

“그래, 괜찮은 것 같아. 이걸로 새로운 샌드위치 메뉴를 출시해보자고.”

***

북카페, 오아시스 건국대점.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뭘 먹고 있는 거지?”

“사장님, 웬일이세요?”

“뭐, 카페 잘 되고 있나 보러 온 거야. 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지영 씨, 그나저나 여기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 같아.”

“뭐, 그렇죠.”

“요즘도,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인기인가?”

“요즘에는 그 건 좀 시들한 것 같아요. 제이에스 스토어에서 빨간 다이어트 아보카도를 판다면서요? 다이어트용으로 샌드위치를 주문하던 사람들이 그걸 사는 모양이에요.”

“그래? 그럼, 이 사람들은 다 뭐야? 다들, 뭘 주문하고 있는 거야?”

“신메뉴요.”

“신메뉴?”

“유민지 언니가 만들었다는데요.”

“그거라면, 화이트 트러플 샌드위치를 말하는 건가?”

“예, 여기서는 그걸, 새송이 샌드위치라고 불러요. 트러플 크림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주재료는 새송이버섯이잖아요.”

“그래? 아무튼, 그게 인기라는 거지?”

“맛도 뭐랄까, 독특하고, 그리고 학생들이 그걸 먹으면 속이 좀 시원하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속이 시원하다고?”

“예, 그 트러플 크림 때문인가? 뭔가 톡쏘는 맛도 있고, 먹고 나서 위장병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도 있고.”

“젊은 대학생들이 뭐가 위장병이 있다는 거지, 다들 폭음이라도 하고 다니나?”

“사장님, 그게 아니라, 요즘 다들 취업난에, 경제난에 대학생들도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다고요. 그래서 다들 스트레스성 위장병이나 이런 속병들이 많다는 거죠.”

“음, 그래요? 하긴, 취업난이 심하기는 하지.”

김지영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알게 모르게, 소화불량이나 그런 걸로 고생하는 대학생들이 많다고요.”

“그런데, 화이트 트러플 크림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으면 위장병이 좋아진다는 건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고들 하고, 그런 식으로 소문이 났더라고요.”

산에서 재배한 작물에는 뭔가 특별한 효능이 생기고는 한다, 화이트 트러플은, 크기가 크게 자라서 그것이 특성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것 말고도, 소화나 위장 기능을 돕는 효능이 있는 모양이었다.

***

엔시스 테크, 본사.

“위장병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요?”

“예, 제이에스 바이오에서 개발한 신품종의 송로버섯인데, 특유의 맛과 향 외에도, 위장이나 소화기능 강화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음, 화이트 트러플이라면, 굉장히 귀한 건데. 이걸 자연 채취가 아니라, 신품종으로 개발했다는 건가요? 인공재배에 성공하신 겁니까?”

“하하, 그동안은 인공재배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꼭 그런 건 아니더군요. 지금은 부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화이트 트러플이지만, 약용 효과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특히 위장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엔시스가 연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거야, 우리 회사는 이진석 사장님의 제이에스 그룹의 자회사니까요. 사장님 명령이라면 해야죠.”

“아무튼, 부탁드립니다. 수고해 주시죠.”

***

북카페, 오아시스 홍대 본점.

“이쪽도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역시나 이곳도 새로 내놓은 트러플 샌드위치, 아니 새송이버섯 샌드위치가 인기였다.

“정민 씨, 대단한데. 정민 씨가 만든, 샌드위치 인기가 대단해.”

“사장님, 언제 오셨어요?”

“방금, 유민지 전무는?”

“점장님은 식재료 구매하러 가신다고 나가시던데요.”

“그런데, 정민 씨가 만든 샌드위치 이름이 바뀌었네? 나는 화이트 트러플 샌드위치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아, 그거요. 유민지 점장님이, 이름이 너무 거창한 것 같다고, 그냥 새송이버섯 샌드위치로 하자고 했어요. 실제로 샌드위치에 가장 많이 들어간 건 새송이버섯이기도 하고요.”

“그걸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면서?”

“아, 맞아요, 손님들이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요. 그래서 수험생이나, 공무원 시험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이 주문하고요. 스트레스성 위장병에 좋다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 어디가나 힘든 세상이군. 어쨌든, 우리가 만든 샌드위치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고.”

오정민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창가 테이블에 앉은 젊은 여자가 자꾸 진석 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뭐지? 나를 보는 건가, 아니면, 나의 착각인가?”

“착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이쪽으로 오고 있잖아요? 사장님.”

오정민의 말대로였다. 젊은 여자는 진석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지? 아는 사람인가?

“사장님, 저 모르시겠어요?”

“어, 누구시죠?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었나요?”

“이미선이라고 기억 안 나세요?”

“이..미선..이미선이라?”

“어머, 서운한데요. 북카페 서울대점에서 만난 적이 있었잖아요?”

“아, 그 서울대생 이미선 씨?”

그제야 겨우 기억의 한 조각이 떠올랐다. 예전에 서울대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학비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말을 듣고 유민지에게 말해서 장학금을 받게 도와줬던 기억이 있는 그 여학생이었다.

“이제 좀 기억이 떠오르세요?”

“아, 미안, 내가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일일이 기억을 다 못 하는 일이 많아요, 이제야 기억이 났네, 로스쿨 준비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예, 맞아요. 서울대 로스쿨에 가려고 했는데 거기는 떨어지고 연대 로스쿨을 다니고 있어요.”

“와, 연세대도 좋은 곳이죠. 그럼, 조만간 변호사가 되는 거잖아?”

“아마도요, 다 사장님 덕분이에요. 유민지 전무님에게 말해서 장학금을 지원해 주셨잖아요?”

“아, 그거, 유민지 전무가 그렇게 말하던가?”

“예, 그렇지 않아도, 아까 유민지 전무님도 만나서 감사하다는 말도 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었어요. 사실, 여기도 일부러 찾아온 거예요. 장학금을 받아서 로스쿨을 잘 다니고 있으면서 고맙다는 말도 못 한 것 같아서.”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마워. 뭐, 점심시간인데, 식사는 한 거야?”

“점심은 괜찮아요? 사실, 요새 소화가 잘 안 돼서, 하루에 두 끼만 먹고 있어요.”

“소화가 잘 안 된다고? 어디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그런 건 아니고, 로스쿨 다니면서 공부하는 게 좀 힘들어서 그런가 봐요.”

그러고 보니, 이미선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 보이기도 했다.

“로스쿨 공부가 많이 힘든가?”

“아무래도 경쟁이잖아요, 남들보다 앞서 나가려고 잠도 줄이고 하다 보니까. 사실, 피곤하기도 하고 식사도 불규칙적이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위나 장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저런, 저기 정민 씨, 여기 트러플, 아니, 새송이버섯 샌드위치 하나 부탁해.”

“알겠습니다. 사장님.”

“샌드위치는 왜요? 저, 정말, 점심은 생각 없어요.”

“아, 저건, 우리 카페에서 내놓은 신메뉴인데, 하나 먹어봐요. 먹고 나면, 소화도 더 잘되고 도움이 될 테니까.”

“정말요?”

***

진석의 요트는 해운대를 지나, 더 먼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 부산 앞바다는 파도 하나 없이 잔잔했다. 하늘도 맑고 머리 뭉게구름이 아련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진석의 배는 조용한 바다 한가운데를 조용히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정말 좋은 날씨군. 요트를 타기에 딱 좋아.”

진석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핸드폰을 보니, 엔시스 테크의 강민호 사장이었다.

“여보세요. 강민호 사장님이 무슨 일이십니까?”

“지난번에 이진석 사장님이 부탁하신 일 말입니다.”

“아, 화이트 트러플 말이군요. 성분 분석은 해보신 겁니까?”

“예, 성분도 분석하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해봤는데, 확실히 위와 장에 작용해서 소화를 돕고 장내 염증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예, 그래서, 이 성분을 추출해서 건강보조식품을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괜찮네요. 한 번 추진해 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나는 제주도로 가볼까?”

***

북카페, 오아시스, 애월읍점.

“소진 씨, 여기는 사람이 하나도 없네요?”

“어머, 사장님. 언제 오신 거예요?”

“방금요. 해우대 쪽에서 요트를 타고 온 거죠.”

사실, 공간을 통해서 해운대와 제주, 혹은 서울과 제주 사이를 연결하는 출입구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석에게는 해운대에서부터 요트를 직접 몰고 제주도로 오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에..그런 즐거움을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이렇게 요트를 타고 제주도에 와서, 조용한 바닷가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겁고 말이다.

“와, 사장님은 좋으시겠어요. 마음대로 요트를 타고, 제주와 부산을 맘대로 오가는 거잖아요.”

“하하, 그런가요? 그나저나, 여기 손님은 오늘도 나 혼자뿐이군요.”

“지금은 농사철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소진 씨는 제주도 출신이라 그런 정보는 빠르겠군요. 농사철이라? 농사라면 어떤 작물을 많이 재배하나요?”

“요즘은 많이 재배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흙당근이에요.”

“흙당근이라고요?”

양소진은 마침 카운터에 있던 바구니에서 제주 당근 하나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이건 저희 부모님 농장에서 가져온 거예요.”

“아,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는군요?”

“예, 규모는 좀 작은 편이에요. 그냥, 여러 가지를 심으셔서,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채소나 과일을 나눠 주는 정도지만요.”

“하긴 제주도 하면, 흙당근이 유명하죠. 이건, 어디에 쓸 거죠?”

“부모님이 카페에서 일한다고 하니까. 이걸로 주스 같은 걸 만들어 보라고 가져오신 거예요.”

“당근 주스를 만들게요?”

“사실은 이미 만들었어요.”

양지원은 당근 주스가 가득 담긴 컵을 가지고 와서 진석의 테이블 앞에 내려놓았다. 진석은 마침 목도 마르고 당근 주스를 한 번에 쭈욱 들이켰다. 생각보다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와, 이거 생각보다 훨씬 맛있는데요.”

“맛도 괜찮고 건강에도 좋으니까. 일석이조죠.”

양지원도 갈아 놓은 당근 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음, 진짜 맛있는데요.”

진석은 바구니에 담긴 당근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당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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