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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쏘는 송로버섯(2) (46/183)

63화. 톡쏘는 송로버섯(2)

제이에스 본사..

“이탈리아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여행이 아니라 업무차 간 것뿐이야, 수정 씨.”

“이탈리아 투스카나에 무슨 업무로요?”

“그쪽에 화이트 트러플 산지로 유명하잖아.”

“트러플이면, 송로버섯요?”

“그래, 우리나라도 이태리나, 프랑스 식당들이 늘어나고, 그게 아니더라도 요새는 강남에 한우 전문점 같은 곳에도 트러플을 많이 주더라고.”

“그렇기는 하죠.”

“내가 이탈리아에 가서, 최고급 화이트 트러플을 구해왔는데, 국내 레스토랑에도 좀 공급해 볼 생각이야, 미국의 제이에스 인터네셔널에도 공급하고.”

“뭐, 트러플이라면, 고급 식재료니까, 유통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

***

유럽에서 돌아온 진석은 공간의 문을 열었다.

“공간주님, 오늘은 나무를 가지고 오셨군요?”

“그래 사령관, 떡갈나무야,”

“음, 나무는 어디에 심으시게 말입니까?”

“이건 보통 나무가 아니라고. 이 어린 떡갈나무 묘목의 뿌리에는 송로버섯 포자가 착상되어 있거든.”

“송로버섯이라? 그럼, 그 나무를 심으면 버섯이 뿌리에서 자라는 건가요?”

“맞아, 될지 안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나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이 나무가 다 자랄 때쯤에는 송로버섯도 나무 그늘 아래로 솟아오르게 되는 거지.”

“확실하지는 않은 거군요?”

“그래, 일단 심어보면 알겠지, 로또 1등인지, 꽝인지 말이야. 일단 산으로 가보자고.”

진석은 말을 타고, 산으로 향했다. 그 뒤로 수백 마리의 말들이 일꾼들과 필요한 장비들을 싣고 뒤따르고 있었다.

떡갈나무가 자라기에 적당한 기후는 온대기후 정도다. 산 아래는 열대기후에 가깝기 때문에 좀 더 기온이 낮은 고지대까지 올라가야 했다.

말에서 내려 산을 올라가는 진석의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산이 커져서,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저는 괜찮은데, 공간주님은 좀 힘드신 것 같네요.”

“괜찮아, 이제 이 정도면 다 온 것 같아.”

산의 중간 정도를 올라오자, 주변의 식물들은 산 아래쪽과 달리, 온대 식물들로 바뀌어 있었다.

“여기에 떡갈나무를 심어보자고,”

나무를 심기 위해 주변을 정리한 후에, 이탈리아 투스카나에서 캐 온 떡갈나무 묘목을 심었다. 그리고 시간을 가속하기 시작했다. 대략 20여 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작은 떡갈나무는 아름드리로 크게 자라났다. 크게 자란 떡갈나무 아래로 그늘이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그늘 한구석에 뭔가 갈색의 작은 돌맹이 같은 것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저거다..”

“공간주님, 저기 작은 돌맹이 같은 거 말입니까?”

“그래, 저게 바로 송로버섯이야.”

“생긴 건, 좀 그저 그렇군요.”

“생긴 건 저래도, 향과 맛이 기가막히다고.”

진석은 떡갈나무 아래로 다가가, 송로 버섯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본 그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진석은 이번에는 준비해온, 작은 떡갈나무 묘목을 송로버섯 주위에 심기 시작했다.

송로버섯 포자를 받기 위한 묘목들이었다. 묘목들의 시간을 가속하자, 묘목들도 자리를 잡고 커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뿌리에 포자가 닿았을 거야. 이제 이걸 옮겨 심으면 되는 거지.”

진석은 일꾼들을 동원해, 포자를 받은 떡갈나무를 옮겨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며 시간을 가속하자, 떡갈나무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 어느새 그 일대에 군락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떡갈나무 아래로, 송로버섯들도 계속해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탈리아에서 본 것 같은 작은 방울토마토 정도의 크기였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송로버섯들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공간주님, 송로버섯이 원래 이렇게 큰 건가요?”

“아, 글쎄, 잘 모르겠는데.”

공간의 에너지가 왜곡되는 산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송로버섯은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이건, 수박 정도 크기인데요. 색도 완전히 하얀색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네.”

***

데이비드 정의 소개로, 미국에서 송로버섯 전문가인 로버트 존슨이라는 남자가 한국으로 입국했다.

로버트 존슨은, 190cm가 넘는 장신으로, 뉴욕과 런던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레스토랑 사업 외에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최고급 식재료를 거래하는 식재료 상이었다.

“세계는 넓고 부자는 많으니까요. 돈을 벌려면, 돈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돈이 있는 곳이 부자들은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세계 인구가 60억을 넘어 70억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전세계 부의 90% 이상은 상위 5%의 부자들이 가지고 있죠.”

“그 정도인가요?”

“언뜻 납득이 안 되는 수치지만, 인도나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이런 곳들의 인구와 소득수준을 생각해보면, 그런 계산이 나오죠.”

“결국, 유럽과 미국의 부자들이 세계의 모든 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그런 셈이죠. 고급 제품 시장들이 다 그렇지만, 트러플 시장도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시장이죠. 하지만 소수의 고객이지만,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자들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시장입니다.”

“그렇겠네요. 아무튼, 제가 궁금한 건, 이 화이트 트러플입니다.”

진석은 공간의 산에서 재배한 커다란 트러플 덩어리들을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존슨은 엄청난 크기의 화이트 트러플에 눈이 커졌다. 여기저기 트러플을 살펴보던, 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최고 등급의 화이트 트러플이군요.”

“최고 등급요?”

“예, 모양 크기, 색깔, 향, 전체적인 상태, 어디 하나 나무랄 곳이 없습니다.”

“그러면, 가치는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무게, 1kg 기준으로 1만 달러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와, 그 정도인가요? 사실은 이런 화이트 트러플이 많이 있는데, 다 유통이 가능할까요?”

“얼마나 있는데요?”

“1톤, 아니, 수십 톤은 될 겁니다.”

“10톤이라면, 1억 달러 정도군요. 이 정도 품질이라면, 그보다 더 많은 양이라도 얼마든지 판매 가능한 수준입니다. 고급 식재료 시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시장이 크죠. 돈 많은 부자들 중에는 가격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중동이나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그렇죠.”

“그럼, 화이트 트러플을 대량으로 유통시킬 수 있을까요?”

“물량과 품질만 보장된다면, 유통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 일이라면, 제가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자부하죠. 원하신다면, 제이에스 그룹과 거래를 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이진석 사장님의 생각은?”

“좋습니다. 같이 사업을 해봅시다.”

존슨과의 첫 번째 거래 물량은 공간에서 수확한, 10톤 규모의 화이트 트러플이었다. 거래 가격은 한화로 1천 200억 수준이었다.

로버트 존슨의 말대로, 최고급 화이트 트러플이 유통되기 시작하자, 중동과 중국을 중심으로 엄청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제이에스 본사.

“사장님, 화이트 트러플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데요. 로버트 존슨 씨가 연락 좀 해달래요.”

“그래?”

진석은 로버트 존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이진석 사장님.”

“로버트 존슨 씨군요. 벌써, 화이트 트러플이 다 판매된 건가요?”

“예,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중동과 중국 부자들은 상상을 초월한다고요. 최상급 화이트 트러플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자, 그쪽 부자들이 마구 트러플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지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좀 기다려 보시죠. 트러플을 더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런 엄청난 화이트 트러플은 어디서 구해오는 건가요?”

“하하, 그건 영업비밀입니다. 존슨 씨는 판매만 신경 써 주시죠.”

“알겠습니다. 저야,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니까요.”

화이트 트러플이, 중동과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말 그대로 제이에스 그룹의 캐시카우가 되어 가고 있었다.

***

강남의 수입차 직수입 매장,

“제윤 씨, 잘 지냈죠?”

“아, 이 사장님, 차를 보러 오신 거죠?”

“예, 사고 싶은 차가 있어서요.”

“어떤 차를 찾으십니까?”

“이탈리아에 갔었을 때, 페라리를 렌트해서 투스카나 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었죠.”

“아, 그러셨군요?”

“페라리는 처음 타봤는데, 람보르기니 못지 않게 주행성능이 뛰어나더군요. 차의 디자인도 멋지고요.”

“페라리를 타고, 투스카나를 여행하셨다니, 정말 부럽네요.”

“하하, 그런가요?”

“람보르니기는 이미 타보셨고, 페라리는 람보르기니 못지 않은 아니, 사실은 역사만 보면, 그 이상이죠.”

“오, 그래요?”

“둘 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슈퍼카지만, 사실은 페라리가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역사는 페라리가 더 앞서는군요.”

“둘 다 매력 있는 차지만, 역사와 전통 면에서 페라리를 더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있죠.”

“뭐, 둘 다 좋은 차겠죠.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이미 두 대나 가지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페라리를 타보고 싶은데.”

“그럼, 특별히 생각한 차종이 있으십니까?”

“투스카나에서 탔던 차가, 812 슈퍼패스트였거든요.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는데 구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저희 매장은 수입차 직수입도 하고 중고차도 거래를 하고 있는데 새차 같은 중고차도 많이 있죠.”

“새차 같은 중고차요?”

“고가의 슈퍼카는 돈 많은 부자들이 구입하는데, 대부분 바쁜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 특징이 다른 비슷한 슈퍼카들도 많이 가지고 있고, 기업 오너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 보니, 시간도 없는 분들이고.”

“비싼 차를 사고도 탈 시간이 없다 이거군요?”

“그렇죠, 그래서 집에 주차장에 고이 모셔 두다가, 다른 신차가 나오면 저렴하게 매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차 가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하, 그러시겠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차를 받으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돈보다 시간이 부족하신 분들에게는 신차 같은 중고 매물을 구입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어디 한 번, 보여주시죠.”

“이쪽입니다.”

성제윤이 보여준 차는, 이탈리아에서 운전했던 페라리와 같은 모델이었다. 색상도 강렬한 레드로, 날렵한 차체와 잘 어울렸다.

“맘에 드네요. 이걸로 하죠.”

***

북카페 오아시스 홍대 본점.

“민지 씨, 설지연이라는 그 알바생은 안 보이네?”

“지연이요? 그만뒀어요.”

“왜?”

“스트리머가 자기 체질에 맞는다나 뭐라나? 아무튼, 우리 제이에스에서 판매하는 붉은 아보카도로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이제 먹방 컨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데요.”

“뭐, 본인이 원하는 거면 어쩔 수 없지.”

“안녕하세요. 이진석 사장님이시죠?”

“어, 그런데요. 새로운 알바생?”

“오정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정민은 연세대 음대생이라고 했다. 전공은 피아노로, 연주 외에도 작곡도 하고 있다고 했다.

“참, 이거 미국 거래처에서 이런 걸 보내왔네.”

진석은 상자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게 뭐예요?”

유민지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상자를 열어 보았다.

“뭐지? 화이트 트러플 크림?”

“로버트 존슨이라고 나랑 거래하는 트러플 도매상이 있는데, 이걸 보내왔더라고.”

“송로버섯으로 만든 크림이네요?”

“그래, 원래 송로버섯으로 오일을 만들어서 많이 쓰는데, 오일하고 버섯을 섞어서 크림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음, 그래서 그런가, 향이, 톡쏘는 트러플 향이 있는데요.”

“그렇지? 이걸로 카페에서 뭔가 메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화이트 트러플 크림이라...이걸로 뭘 어떻게?”

유민지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오정민이 끼어들었다.

“점장님, 제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아이디어? 정민 씨가?”

“예, 크림이니까, 그걸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면 어때요?”

“샌드위치? 화이트 트러플 샌드위치를 만들자고?”

만드는 건, 제가 한번 해볼게요.

“아니, 정민 씨, 요리는 할 줄 아는 거야?”

“샌드위치가 요리인가요? 그냥, 간단하게,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처럼 만들어 볼게요.”

“그래, 민지 씨. 정민 씨가 아주 의욕을 보이는데 한번 해보라고 해.”

“그래, 사장님도 허락하셨으니까. 정민 씨, 어디 맘대로 한 번 만들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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