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날씬한 아보카도(3)
“와, 차 멋있다.”
북카페 건대점, 앞으로 진석의 람보르기니가 미끄러지듯 들어오고 있었다.
대학생인 듯한 남학생이 사진을 찍으며 감탄하고 있었다.
“지영 씨, 좀 바쁜가봐? 일부러 점심시간이 지나서 온 건데.”
김지영은 분주하게 카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카페 안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보다는 샌드위치를 먹고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들, 특히, 젊은 여자들이 엄청 많은 느낌이었다.
“뭔가 카페 분위기가 달라졌네, 우리는 좀 여유로운 분위기였잖아?”
평소에 흘러 나오던 보사노바 음악도 처음 듣는 걸그룹의 댄스 음악으로 변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지영 씨. 이 음악은 또 뭐야?”
“모르세요? 레인보우 걸즈 최신곡이잖아요?”
“그게 누군데?”
“저기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애들요,”
“창가?”
“그러고 보니, 어딘지, 남다른 외모의 소녀들이 창가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저 애들이 걸그룹이야? 그 레인보우..”
“레인보우 걸즈요. 사장님은 tv 안 보시죠?”
“어..뭐,,시간이 없어서, 뉴스만 본다고.”
창가에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먹고 있던, 여자애들이 갑자기 진석 쪽을 향해 다가왔다.
“어, 뭐지?”
“안녕하세요. 이진석 사장님이시죠?”
“어,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알아요?”
“아, 저희들, 한지수 언니랑 친하거든요.”
“한지수요? 영화배우?”
“예, 지수 언니가 이진석 사장님 이야기 많이 하던데요.”
“내 이야기를요? 뭐라고?”
“되게 좋은 분이고, 능력 있는 사업가라고요.”
“와, 지수가 엄청 좋게 말하고 다니는 모양인데요.”
“하하, 그런가?”
그러고 보니, 무슨 걸그룹이라는데, 나이는 스무 살 전후로 보이는 걸 보니, 한지수보다 조금 어린 정도일 것 같았다.
한지수가 영화배우로 성공하면서, 연예계 진출, 그리고 걸그룹들과도 인맥을 쌓은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에 일했던 북카페 오아시스 이야기도 하고 진석에 대해서도 좋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와, 레인보우 걸즈다?”
“다들 엄청 예쁜데..”
“근데, 저 아저씨는 뭐야?”
“이진석이라고, 제이에스 바이오 사장이잖아, 넌 뉴스도 안 보냐?”
“와, 돈 많은 사업가라 그런가, 레인보우 걸즈하고도 아는 사이인가봐. 부럽다.”
한 무리의 남자 대학생들이 진석 쪽을 바라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카페에는 웬일들이에요? 점심 먹으러 온 건가?”
“예, 사실, 걸그룹들은 다이어트가 정말 힘들거든요.”
“다이어트? 다이어트도 해요? 다들, 날씬한데..”
“그거야, 꾸준히 관리하니까 그렇죠. 인기를 얻은 대신에, 조금만 살이 쩌도 악플이 얼마나 달린 다고요.”
“저런..왜 악플을..”
“그거야 모르죠.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나 보죠. 아무튼, 식단 조절이 정말 힘들어요, 노래나 춤 연습보다 더요.”
“그래서, 간단한 샌드위치로 때우는 거였나?”
“그게 아니라, 요즘 이게 핫이슈잖아요.”
“핫이슈?”
“프렌치 아보카도 샌드위치요. 다이어트에 좋다고 sns에서 완전 난리예요.”
“정말? 지영 씨. 사실이야?”
“예, 사장님, 카페 안을 보세요. 대부분, 여대생들이나 젊은 여자들 뿐이잖아요. 저쪽에 남학생 몇 명 빼고는요.”
“그럼 이게 다, 아보카도 샌드위치 때문에 몰려든 거라는 말이지?”
“예, 갑자기, 며칠 전부터 아보카도 샌드위치 소문이 나면서 여자들이 몰려오더라고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예, 누구더라, 먹방 찍는 스트리머가, 일주일 만에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고, 살을 10kg을 뺐다고 방송에서 말했데요. 그게 소문이 나서..”
“설지연 말이군,”
“사장님도 아세요?”
“아, 홍대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야. 밤에는 먹방 스트리머로도 활동하고.”
“아 그랬었구나? 어쩐지, 우리 건대점에도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출시한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어디서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고 살을 뺐다는 건지 좀 의심스러웠거든요. 홍대에서 일하는 친구라는 거죠?”
“그래 맞아.”
“저기, 저희들은 스케줄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그래요, 다음에 또 봐요.”
레인보우 걸즈는 시간이 없는지 서둘러 카페를 나가버렸다.
“사장님 그런데 정말, 그 설지연이 말한대로 살이 빠지는 거예요?”
“뭐, 그런 것 같아, 더 확실한 건 시간이 지나보면 알겠지. 진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지 말이야.”
***
제이에스 스토어, 영등포점.
“와, 저거다, 저거, 빨간 아보카도.”
북카페에서 신메뉴로 선보인 에그 드랍 프렌치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설지연을 시작으로 얼마 후에는 레인보우 걸즈도 sns에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고 다이어트 효과를 보고 있다는 후기를 남기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오아시스 북카페의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그 다이어트 효과가 빨간색 아보카도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마도 카페 알바생들이 소문을 낸 모양이었다.
결국, 제이에스 스토어에도, 빨간 아보카도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진석도 서둘러 빨간 아보카도를 출시하게 된 것이었다.
“와, 이거, 밖에 줄 서 있는 사람들, 다, 아보카도 사러 온 건가?”
“사장님, 이래서는 물량이 부족하겠는데요.”
“한사람당, 5개씩만 제한적으로 판매를 하라고.”
“5개만요?”
장지원도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행렬에 놀란 얼굴이었다.
“사장님, 5개씩 팔아도, 금세 품절이 될 것 같은데요?”
“할수 없지, 오늘은 가져온 게 저것 뿐이니까.”
걱정한대로 빨간 아보카도는 한 시간도 안 돼서 모두 품절되고 말았다.
“사장님 어쩌죠? 사람들이 아보카도를 사겠다고 난리인데.”
“잠깐만 기다려봐.”
진석은 람보르기니를 몰고, 스카이 캐슬 타워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공간의 문을 열었다.
“공간주님, 무슨 급한일이라도?”
“사령관, 아보카도 말이야, 생산량을 늘려야겠어. 지금 남은 아보카도가 얼마나 되지?”
“아보카도는 재고가 별로 없는데요.”
“그래? 그럼, 일꾼들을 모아봐.”
“알겠습니다. 당장 실행하겠습니다.”
급한대로, 산에 가서 아보카도를 수확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공간의 시간은 무한대로 진석의 힘에 의해 가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아보카도의 생산량도 무한대에 가까웠다.
그렇게 수십 번 시간을 가속해, 아보카도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
북카페 오아시스 애월읍점.
“소진 씨라고 했던가?”
“예, 양소진이예요.”
“역시, 고 씨 아니면, 양 씨군?”
“예, 제주도에서는 흔한 성이니까요.”
양소진은 제주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었다고 했다.
“공무원이면 안정적인 직업인데, 그만두기에는 아깝지 않아요? 시험도 어렵다고 하던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일하는 게 너무 지겹기도 하고, 서울 생활도 힘들고.”
“여기는 고향이라 편하기는 하겠군요.”
“예, 카페 일도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여기는 사람도 별로 없고,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보다는 동네 꼬마들이 책 읽으러 더 많이 오는 것 같아요.”
“하하, 그래요?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서울에서는 난리가 났다면서요?”
“난리?”
“그 빨간 아보카도 말이에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나서, 그걸 사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고, 카페 오아시스에도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사려고 여자들이 몰려든다면서요?”
“하하, 그러게요. 없어서 못 파는 정도니까..”
“그럼 사장님은 돈은 많이 버셨겠네요?”
“돈이라면 원래도 많이 벌고 있었죠.”
“와, 완전 부럽다. 사장님은 돈 같은 것 이제 신경 안 쓰셔도 되겠어요?”
“뭐, 그렇지도 않아요. 사업을 벌이다 보니까, 돈 들어갈 일도 많고.”
공간에서 생산한 아보카도 덕분에, 제이에스 스토어로 사람들 엄청 모여드는 집객효과가 나타나면서, 아보카도 외에도 다른 농산물들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었다. 빨간 아보카도와 아이스크림 바나나, 시원한 수박 음료등, 기능성을 가진 제이에스의 농산물과 식품들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구조였다.
“소진 씨는 카페 일은 할만해요?”
“예, 사장님 앞에서 이런 말하기는 좀 죄송하지만, 여기는 진짜 손님이 없거든요.”
“손님이 없어서, 일하기는 편하다? 이건가요?”
“예, 사실 그래요.”
“하하, 솔직해서 좋군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도 손님이 없어서 이 카페가 마음에 들어요.”
진석은 마시던 커피잔을 비우고, 책장에서 두꺼운 책 한권을 꺼내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
제이에스 본사 회의실...
“그러면, 이걸로, 제이에스 스토어의 지분 문제는 마무리가 된 것 같군요.”
“예, 저도 좀 시원섭섭하네요.”
“하하, 그동안 장 과장님 덕에, 제이에스 스토어가 많이 성장을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강원도가 투자한 제이에스 지분은 전량, 제이에스 바이오가 매입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사장님, 이제 제이에스 스토어는 완전히 제이에스 그룹 자회사가 되었네요?”
“그래, 수정 씨, 그러니까,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하게 투자도 하고, 매장도 늘려보자고.”
“매장을요?”
“그래, 서울에도 좀 더 매장을 오픈해도 될 것 같고, 부산이나, 광주, 대전, 이런 대도시들도 있고, 더 멀리 보면, 뉴욕이나 LA 같은 해외도시에도 매장을 오픈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잖아?”
진석의 말에 이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가 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좀 더 공격적으로 경영을 하라는 말이죠?”
“그래, 일단은 국내에 매장을 더 늘리자고, 그 후에는 해외 시장도 공략해 보는 거지.”
“알겠습니다, 사장님.”
“참, 아까, 장영준 과장이랑 이야기 하고 계실 때, 전화가 왔었는데요.”
“전화?”
“데이비드 정, 이라고 하던데요. 대니 김 박사 소개를 받은 사람이라고 하면, 알 거라고 하면서요..”
“데이비드 정?”
지난 번에 뉴욕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대니 김이 말한, 그 재미교포 사업가인 모양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내가 한 번 연락해 보지 뭐.”
***
“여보세요. 이진석입니다.”
“아, 이진석 사장님이시군요. 데이비드 정이라고 합니다.”
“댄 김 박사에게 얘기는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농산물 유통쪽 일을 하신다고요?”
“예, 마침, 서울에 와 있는데 가능하면, 한 번 사장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서울에요?”
“사업 관련해서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것도 있고요.”
“음, 좋습니다. 서울까지 오셨으니, 한 번 만나도록 하죠.”
***
청담동 한정식집...
“한정식이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재미 교포라면, 미국에서 태어나신 건가요? 아니면, 중간에 이민 간 케이스입니까?”
“중학교 때쯤 아버지를 따라 이민을 갔습니다. 한동안은 미국 학교에 적응을 못 해서 고생 좀 했죠.”
“인종 차별도 있고, 언어도 익숙하지 않고 힘드셨겠군요?”
“예, 그래서 이민을 오자고 한 아버지를 많이 원망하기도 하고, 반항도 많이 했죠.”
“그럴만도 하네요.”
“하지만, 점점 영어 실력도 늘고 적응이 되니까 생각이 바뀌더군요.”
“미국이 좋아지신 겁니까?”
“예, 적응기가 힘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미국은 엄청난 기회의 땅이니까요. 인구나 경제력 면에서 한국과는 비교하기 힘들죠.”
“그렇기는 하죠, 저도 뉴욕에는 몇 번 가봤는데, 확실히 세계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만 하더군요.”
“그래서 말입니다. 제이에스의 농산물이나, 기능성 식품들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확신합니다.”
“음, 그러면, 미국으로 진출을 해보자는 건가요?”
“지금도 제이에스 스토어를 통해, 여러 가지 농산물과 건강보조식품 들을 팔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에도 매장을 만들어 보자는 거죠.”
“미국 쪽 매장은 정 사장님이 맡는 걸로 말이죠?”
“제가 미국 시장에서는 경험이 있으니까, 제 경험이 도움이 될겁니다.”
진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좋습니다. 미국에도 매장을 만들어 보죠. 그럼, 일단 어디가 좋을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뉴욕이 좋을 것 같은데요. LA도 괜찮고. 둘 다, 대도시고, 한인 인구나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곳이니까,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시작점으로는 두 곳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뉴욕부터 시작해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