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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감자(2) (34/183)

51화. 튼튼한 감자(2)

엔시스 테크 사장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수박주스 음료군요?”

강민호는 작은 병에 든, 음료를 흔들어 보였다. 보통 건강음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예, 호박수박에서 추출한 전립선 개선 성분을 건강음료로 만들어봤습니다.”

“음, 맛은 어떨까요?”

진석은 병을 따서, 한 번에 쭈욱 들이켰다. 수박 맛이 나는 달콤한 음료였다. 맛도 시원하고, 마시고 나면 전립선에 작용해서 배뇨 작용을 원활하게 해주는 기능성 음료였다.

“훌륭합니다.”

진석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하신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름은 뭘로 할까요? 일단, 건강보조식품 허가를 위해서, 호박수박 추출물 음료라고 등록은 해둔 상태지만, 상업적으로 광고도 하고 하려면 그럴듯한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름이라? 전립선 개선 효과도 있고, 수박이 시원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시원한 수박 어떻습니까?”

“괜찮은 것 같네요. 뭐, 어차피, 사장님이 결정하시는 거지만요. 하하..”

“이름은 그걸로 하고, 정식으로 상품명도 등록하고 일단, 제이에스 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하기로 하죠.”

“예, 우리 회사 매장이 있으니까, 거기부터 시작해야겠죠.”

“그리고 시타르 임상실험은 잘되고 있는 겁니까?”

“예, 그 문제라면 댄 김 하고 지속적으로 연락 중입니다. 댄 김이 뉴욕 대학과 임상실험 일정을 잡고 있는데, 조만간, 1차 임상실험에 들어갈 겁니다.”

“1차 임상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거라,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 후에 2차 3차, 4차, 거기에 플라시보 실험까지, 갈 길이 머니까요.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강민호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댄 김에게 한 번 더 말해보겠습니다. 임상실험 일정을 최대한 타이트하게 잡아 보라고 말입니다.”

“아닙니다. 그 문제라면, 제가 직접 뉴욕에 가서 말하는 게 더 좋겠네요.”

“뉴욕에, 사장님이 직접 가시려고 말입니까?”

“예, 지난 번에 댄 김을 만나러 갔다오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전화나 메일로는 안 되는 부분도 있고, 뭐, 뉴욕에는 맨하튼에 아파트도 하나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파트요? 맨하튼에 말입니까? 와, 부러워지는데요. 하하..”

“그렇게 고급 아파트는 아닙니다만, 전망이 좋죠. 라운지로 내려가면, 허드슨 강이 보이는 그런 곳이죠.”

“하하, 저한테는 꿈같은 이야기네요. 저도 사장님처럼, 부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뭐, 강민호 사장님도 조만한 그렇게 될 겁니다.”

“하하..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하라는 말씀이겠죠.”

진석은 강민호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

센트럴 파크,

진석은 반바치에 반팔 셔츠 차림이었다. 거기에 야구모자를 쓰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상태로 센트럴 파크를 열심히 뛰고 있었다.

여기저기, 조깅을 하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휴우, 평소에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뛰려니 힘이 드는데.”

딱히 운동을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헐리우드 영화에 자주 나오는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하는 장면을 연출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점점 숨이 차오르는 느낌에 진석은 뛰는 걸 멈추고, 잠시 나무 아래 벤치에 않아, 숨을 골랐다.

그때,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댄 김이었다.

“김 박사님, 그렇지 않아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전화를 하셔서 아까는 못 받았는데, 어디십니까?”

“여기요? 센트럴 파크인데요.”

“예? 뉴욕? 센트럴 파크 말인가요?”

“예, 운동 삼아, 좀 뛰다가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언제 뉴욕에 오신 겁니까?”

“아, 뭐, 방금요.”

“방금이라고요? 하하, 절 만나러 오신 거죠? 아니면, 다른 일이 있으신 건가요?”

“뭐, 뉴욕에 개인적으로 올 일도 있어서요. 온 김에, 댄 김 박사님과 사업 이야기도 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언제 가능할까요?”

“지금이 오전 10시니까. 12시쯤에 만나서 점심이나 하시죠.”

“좋습니다.”

***

댄 김과 만난 곳은 카브 유니크 샌드위치 앤 피자라는 피자가게였다.

“뉴욕식 피자군요.”

“예, 원래, 피자는 이태리 음식이죠. 알시다시피, 뉴욕은 이태리 이민자들이 많아서, 피자도 뉴욕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도 꽤 유명한 피자 가게입니다.”

“샌드위치도 메뉴에 있네요?”

“예, 하지만,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은 관광객들뿐이죠. 뉴요커들은 여기서는 피자만 주문합니다.”

“하하, 저도 피자를 주문해야겠군요.”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을 하고 왔더니 허기가 졌는지, 댄 김이 주문한 이름도 생소한 피자가 정말 맛있었다.

“시타르 임상실험 문제가 궁금해서 오신 거겠죠?”

피자를 대충 먹어치우고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댄 김이 입을 열었다.

“예, 시간이 걸리는 건 알고 있지만, 아직 1차 임상실험도 진행이 안 되고 있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더군요.”

“죄송합니다. 뉴욕대학 병원에 내부사정이 있어서, 하지만 이번 달 중으로는 일정이 잡힐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뭐,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죠? 임상실험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게 있다거나 말입니다.”

진석의 질문에 댄 김은 잠시 뜸을 들였다.

“이진석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이런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잡한 일들이 많습니다. 사람을 상대로 실험을 하는 거라, 다들 날카롭게 반응하는 것도 있고요.”

“뭐, 그렇기는 하겠죠.”

“임상실험에 관련된 비용도 엄청나게 지출되고 말입니다. 제이에스 바이오가 넥타르로 큰 돈을 벌고는 있지만, 이번 시타르가 실패하면 큰 타격이 되지 않겠습니까?”

“말하고 싶은 요점이 뭔가요?”

“하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로비 자금이 필요합니다.”

“음, 뉴욕대학이나 FDA 쪽에 로비할 돈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뇌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교 파티에도 참석해야 하고, 같이 요트를 타고 바다낚시를 가는 것도 도움이 되죠.”

“전에 일하던 동료나 후배들 하고 말이죠?”

“예, 저도 뉴욕대학 의대 교수 출신이지만, 의사들 세계에도 뭐랄까 윤활유 같은 것이 필요하거든요.”

“적당한 로비라면 괜찮겠지만, 불법적인 건 안 됩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필요한 자금은 바로 입금해 드리죠. 그나저나, 여기 피자 정말 맛있는데요.”

진석은 마지막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밀어 넣었다.

***

제이에스 농업기술 연구소.

“영석 씨, 지난번에 부탁한 감자 테스트는 어떻게 됐어요?”

“완벽합니다.”

“완벽요?”

“예, 저도 감자라면, 수도 없이 보고, 연구해 온 사람이지만 이번에 가져온 감자들은 중에서. 특히 이거 말입니다. 제가 임의로, P-7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상관없겠죠?”

“포테이토 세븐이라는 건가요?”

“하하, 별 의미는 없습니다. 아무튼, 감자와 관련된 알려진 모든 바이러스에 대해서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자 자체도 모양이나 크기 모든 면에서 재배하기에 적당하고요.”

“완벽한 품종이라는 거군요?”

“예, 어떻게 이런 걸 개발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물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씨감자로 수요가 엄청날 것 같고. 전세계 시장에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그래요?”

진석은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영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감자 같은 경우에 병해만 해결돼도, 생산량이 지금의 2배 이상은 가능합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식량난이 심각한 제 3세계에서는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겁니다.”

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3세계라면 아프리카나 남미 쪽인가요?”

“예,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들도 포함이 되고요. 특히 남미대륙은 감자의 원산지답게 지금도 감자 농사를 많이 짓고 있습니다. 안데스 산맥 일대에는 감자나 옥수수가 주식이거든요.”

“우리나라의 강원도와 비슷한 곳이군요.”

“산지에 고지대라는 공통점이 있겠네요.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든 남미에서든 이런 씨감자가 보급되면 생산량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겁니다.”

“좋아요. 테스트 결과가 좋다고 하니까. 씨감자로 농가에 보급해야겠군요.”

***

제이에스 본사 회의실..

TV에서는 제이에스 바이오의 기업 이미지 광고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윤희원 씨를 모델로 발탁하기를 잘했군요.”

“저도 동감입니다. 사실, 프로 모델이 아니라 조금 걱정하기는 했는데. 사진 촬영 때도 느꼈지만, 영상 촬영도 굉장히 자연스럽고 나무랄 데가 없네요.”

“하하, 최 감독님이 아주 만족하신 것 같군요. 희원 씨는 어때요?”

“저는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머리 모양도 맘에 안 들고. 표정이 긴장한 것 같지 않나요?”

“그래요? 그냥, 자연스러운 것 같이 보이는데.”

“그래요? 괜찮은 건가?”

윤희원은 동영상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저 정도면, 훌륭한 겁니다. 물론, 윤희원 씨 본인은 좀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대중의 반응이니까요.”

“큰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입니다.”

“그럼, 이걸로 방송에 나가는 걸로 결정하시는 겁니까?”

“예, 뭐, 나는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이수정 전무님은 어떻습니까?”

“저도, 마음에 들어요. 저는 오케이입니다.”

이수정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좋아요. 그럼, CF는 합격이군요. 다음 주부터는 TV에 방영되는 거죠?”

“예, 계획이 그렇게 잡혀 있습니다.”

최창일 감독이 연출하고 윤희원이 메인 모델로 촬영한 제이에스 그룹의 기업 이미지 광고가 완성되었다. 광고 영상의 최종본은 영상미가 뛰어나고, 완성도가 높았다. 메인 모델인 윤희원도 무난한 연기를 보여줘서. 상당히 퀄리티가 높은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좋습니다. 그룹 이미지 광고는 이걸로 된 것 같고. 하나 더 최 감독님에게 부탁드릴게 있는데.”

“부탁요?”

“예, 이번에 새로 출시한 시원한 수박이라는 건강음료인데 이 제품 홍보도 좀 부탁드립니다.”

“저야, 좋죠. 그럼, 이번에도 윤희원 씨가 모델인가요?”

“아뇨, 이번에는 연예인을 기용해 볼까 하는데.”

“그것도 좋겠네요.”

***

“수정 씨, 제윤 씨하고는 요새도 잘 지내지?”

“제윤이요? 제윤이는 왜요? 아, 차 사시게요?”

“후후, 눈치가 빠르단 말이야.”

“제윤이 차를 팔아주면 저야 고맙죠.”

“성제윤 씨 차를 팔아주는데 왜 수정 씨가 고마워?”

“예? 아, 그냥요. 아는 동생이니까?”

“뭔가 수상한데. 그냥 누나 동생 사이야?”

“음, 사실은 그냥 누나 동생보다는 조금 더 친해요. 그렇다고 애인 사이는 절대 아니고요.”

“아직은 아니라는 거군.. 후후..그래,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나도 차가 필요해서 그러는 거니까. 성제윤 씨에게 연락 좀 해줘.”

“예, 바로 전화할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난번에 성제윤에게서 산 람보르기니는 잘 타고 있었다. 그런데 진석이 해운대에 펜트하우스를 구입하고, 요트도 즐기게 되면서, 생활 범위가 늘어나 버린 것이 문제였다.

공간을 통해서, 서울의 스카이 캐슬과, 부산의 오션 시티를 바로 오고 갈 수 있게 되면서 부산과 서울 두 곳에서의 이중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덕분에 부산에서 타고 다닐 차가 추가로 필요해진 것이다.

***

강남의 수입차 매장.

“제윤 씨, 오랜만이네요.”

“아, 이 사장님,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제가 차가 필요해서 연락한 건데. 뭐, 괜찮은 차가 있나요?”

“사실, 어떤 차를 좋아하실지 몰라서, 여러 대를 준비하기는 했는데 먼저 제가 추천하는 첫 번째 차는 이겁니다.”

성제윤은 매장 한쪽에 진열된, 빨간색 람보르기니를 가리켰다.

“람보르기니군요? 우라칸인가?”

“이건 지난번에 이진석 사장님이 구입하신 우라칸 퍼포먼테 후속작인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모델입니다.”

“약간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지난번에 산 건 하늘색이었는데, 이건 강렬한 빨강색이군요.”

“음, 정확히는 애드퍼서넘 컬러, 로쏘 에페스토 라는 컬로죠.”

“예쁜 빨간색이네요. 하하..”

성제윤이 추천해준 차는 진석이 타고 있는 우라칸 퍼포먼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대신, 탑이 오픈되는 기능이 있고, 색상도 강렬한 빨간색이어서 상당이 멋지다는 느낌이었다.

“탑이 오픈되는군요?”

“예, 여름철에 바닷가에서 타기에 좋은 차죠.”

“음, 그렇겠군요.”

특히 진석의 마음에 든 건, 차가 오픈된다는 것이었다. 마침, 새로 차를 사서 타게 될 곳은 부산의 해운대와, 그 주변의 요트 마리나가 될 것이었다.

“이 차도 괜찮고, 다른 차도 더 준비됐는데, 보시겠습니까?”

“아뇨, 이 차가 마음에 드네요. 더 안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차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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