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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수와 염수(2) (20/183)

37화. 담수와 염수(2)

“데이트는 즐거우셨어요?”

이수정은 아침부터, 진석을 보며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무슨 말이야? 데이트라니?”

“어제, 최진아 씨랑, 같이 나가셨잖아요.”

“아, 그거? 최진아 씨가 지난번에 자기 프로그램에 나와줘서 고맙다고, 저녁이나 하자고 해서.”

“람보르기니를 타고 직접 데리러 오기까지 하면서 말이죠?”

“연예인이라 그런지, 특이한 차를 타고 다니더라고.”

“람보르기니가 뭐가 특이해요? 비싸고 좋은 차기는 하지만.”

“여자들도 그런 차 좋아하나?”

“여자라고 뭐가 다르겠어요.”

람보르기니라는 차가, 유명한 슈퍼카라는 건 진석도 들은 적이 있었다. 젊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차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여자들도 그런 슈퍼카를 몰고 다니는 걸 좋아한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는 진석이었다.

“하긴, 자동차에 성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사장님도 좋은 차 타고 다니세요. 람보르기니 같은 걸로요.”

“람보르기니? 갑자기 차는 왜?”

“왜는요, 이제 제이에스 바이오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았잖아요. 그 정도 여유는 부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차야 아무거나 타고 다니면 어때, 지금 차도 괜찮은데.”

진석은 사업을 막 시작할 무렵에 구입한 국산 중형차를 아직도 타고 다니고 있었다. 별로 잔고장도 없고, 진석에게는 만족스러운 차였다.

“그러지 말고, 제가 아는 딜러가 있거든요.”

“딜러? 자동차 딜러?”

“예, 아는 동생의 친구인데. 차 좀 팔아 달라고 하더라고요.”

“뭐야? 나더러 동생 친구 차를 사주라는 거야?”

“어때요? 사장님 돈도 많잖아요. 그리고, 이제는 좀 멋진 차 좀 타고 다닐 때도 됐잖아요. 돈 많은 사람이 돈도 쓰고 그래야 경제도 돌아가는 거라고요. 그게 자본주의잖아요.”

사실, 최진아가 운전하는 람보르기니를 보고 슈퍼카에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어릴 적에는 돈이 없어서 꿈꿀 수도 없던 비싼 차였고, 최근에는 사업에 전념하느라, 차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 이수정의 친한 지인이 수입 자동차 딜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알았어, 어디 명함이라도 줘봐.”

“정말요? 비싼 차로 사주세요. 제 얼굴을 봐서요.”

“후후, 그래, 아주 비싼 차로 하나 살게, 그 딜러는 어디 가야 만날 수 있는 거야?”

“제가 명함을 하나 드릴게요. 강남 어디에 매장이 있다고 했는데.”

***

“디케이 인터네셔널이라?”

강남의 수입차 매장은 한산한 편이었다.

“사람이 많지는 않네요?”

“가격이 상당한 고가의 수입차 매장이니까요. 사람들로 붐비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김영준이라고 합니다.”

“이진석입니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제이에스 바이오를 모르면 간첩이죠. 얼마 전에 청와대에 가셨던 것도 tv를 통해 봤습니다.”

“하하, 그런 가요.”

최근 들어 진석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진석은 한편으로는 뿌듯한 느낌도 들면서 동시에 약간 부담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정이 누나가 이진석 사장님과 친하다고 해서 솔직히 믿지 않았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되었네요.”

“수정 씨하고 사실 굉장히 친합니다. 사업 초기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죠.”

“수정이 누나가, 요새 전무인가요?”

“예, 승진을 거듭해서. 지금은 전무죠.”

제이에스 본사의 사원 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직원 수가 계속 늘면서 이수정의 직위도 높아져서, 지금은 전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수정이 누나도 대단하네요. 뭐, 그건 그렇고. 특별히 생각해 둔 차라도 있으신가요?”

진석은 영준의 말에, 매장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글쎄요. 차는 잘 몰라서. 어떤 차가 좋은가요?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음, 사실, 여기는 고가의 차들이라 기본성능이나 내장재 수준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다 훌륭한 차들이니까요.”

“그렇군요. 다들 고급스러워 보이네요.”

“이런 고급차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고성능의 스포츠성을 가진 슈퍼카와, 명품 같은 고급스러움을 가진, 럭셔리카가 있죠.”

“슈퍼카라면? 람보르니기니, 페라리, 포르쉐 그런 차들이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차들은 고성능의 주행 성능을 보여주는 차들이고, 이쪽에 보이시는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마이바흐 같은 차들도 있죠.”

“이런 차들은 중후한 매력이 있군요. 젊은 사람들은 슈퍼카가 더 좋을 것 같고, 중장년층 이상은 럭셔리카들이 어울리겠네요.”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죠.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수정의 부탁도 있고, 사실은 진석도 좀 더 고급스러운 차들을 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진석이 선택한 차는 롤스로이스의 던이었다.

가격은 6억이 넘는 고가의 차였지만, 진석의 입장에서는 그리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다.

검은색으로 무난하고 세련된 느낌의 컬러로 얼핏 보면 중후한 세단 느낌이지만, 소프트탑의 컨버터블로 탑을 오픈할 수 있는 멋진 차였다.

“신차가 좋기는 하지만, 인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김영준은 대신 신차급의 중고 차량은 추천해 주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주행거리가 4천 킬로도 되지 않습니다.”

“음, 좋아요. 이걸로 하죠.”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서도 진석은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새, 중고가격으로 5억이나 하는 고급차를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진석은 진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새 차도 사고, 강남에 온 김에, 고양이 용품점에 들러서 고양이 사료와 간식들도 충분히 사두었다.

새로 산 롤스로이스 던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에 들어서자, 멋진 한강뷰가 진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멋진 차와, 멋진 아파트, 괜찮은 인생이군.”

진석은 공간의 문을 열었다.

공간의 저택으로 들어가자, 고양이들이 진석을 반겼다.

“오늘은 사료도 가져오고, 맛있는 츄르도 가져왔어.”

사료와 간식을 먹이고 나자, 고양이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고양이들이 떠나고 나자, 사령관이 저택으로 들어왔다.

“공간주님, 양어장이 완공되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진석은 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려, 만들고 있던 민물 양어장으로 향했다. 염수의 호수와 비슷한 크기로 염수 호수 옆에 만들어진 담수 양어장은 염수 호수와 비슷한 모양으로 얼핏 봐서는 구분이 가지 않았다.

둘 다 비슷한 크기에 맑은 물이 있을 뿐이었다.

진석은 서두르지 않고, 매일 규칙적으로 염수 호수를 찾아, 시간을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염수의 호수, 원시의 바다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작은 새우인가?”

염수 호수에 떠다니는 작은 갑각류가 먼저 보이기 시작했고, 뒤이어, 작은 물고기들과, 오징어 같은 것들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시간을 한 번에 백만 년 가까이 가속하다가, 바다에 작은 물고기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가속하는 시간을 1만 년 정도로 줄였다.

“이 호수에는 물고기들이 생겨나고 있군요.”

사령관은 염수 호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 안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엄청난 일요? 호수에서 말입니까?”

“이건, 단순한 호수가 아니야. 이 호수 안에서 생명이 발생하고 있다고, 그리고 이제 그 생명체는 진화를 거듭해서, 어느 정도 큰 크기의 물고기들도 보이고 있고.”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요?”

“낚시대가 필요할 것 같아.”

“낚시대 말입니까?”

가장 손쉽게 낚시대를 구하는 방법은 쇼핑몰 같은 곳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이지만. 공간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은 일이라,

일꾼들을 동원해, 나무를 잘라 낚시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왕 만드는 김에, 염수 호수 주위에 나무로 데크를 만들고, 소파들을 설치했다.

“이 정도면 물고기 낚시가 가능한 건가?”

사령관과 함께 미끼를 끼워, 호수에 낚시대를 던져 넣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낚시대가 밑으로 당겨지며,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걸린 것 같은데. 사령관.”

“그러게 말입니다. 낚시대가 심하게 꺽이는 걸 보니, 꽤 큰 녀석이겠군요.”

낚시에 걸려 올라온 것은 길이 35에서 40cm 의 청어와 비슷하게 생긴 어종이었다. 진석은 상태창을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염수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이 물고기 말이야. 이름이 뭐지?”

- 청어와 비슷하네요. 이 염수 호수의 어종은 지구의 어류와는 좀 다릅니다. 지구상의 존재하는 물고기들의 먼 친척뻘이라고나 할까요.

단세포의 생명에서부터 물고기 같은 다세포로 진화가 일어난 것이었다. 물론 수심이 깊은 호수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진석의 눈에는 물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염수의 원시 바다, 진석은 사령관과 열심히 낚시에 몰두했다. 하지만 바다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잡히는 어종은 수십 종을 넘지 못했다. 그물까지 동원해서 물고기들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염수의 호수에는 작은 갑각류와 수십 종의 물고기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어종이 다양하지 않은데, 바다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명의 다양성이 부족한 거 아닌가?”

- 그건, 사이즈의 문제입니다.

“사이즈의 문제?”

-염수의 호수의 크기가 작아서, 전체 개체수가 한정이 되어 있고, 그로 인해 어종의 다양성도 한계를 벗어나지 못 하는 것입니다.

“그럼, 바다를 확장하게 되면, 더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생겨난다는 말인가?”

- 그렇습니다. 바다의 면적이 전체 수중 생명체의 개체수에 영향을 주고, 전체 개체수가 종의 다양성에 영향을 줍니다. 바다가 더 확장되면 될수록 종의 다양성도 확장되게 됩니다.

“그렇다는 말이군. 하지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니까.”

일단, 염수의 호수에서 잡는 물고기만 가지고도, 고양이와 진석이 먹을 양은 충분했다. 특히 청어 비슷하게 생긴 녀석은 특히 맛이 좋았다. 고양이들도 좋아하고, 구이를 하면, 진석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

건대 앞에 새로운 북카페가 오픈을 준비 중이었다.

“민지 씨, 일은 잘돼가?”

“어머, 사장님 언제 오셨어요?”

“방금, 역시 이 근처는 대학가라 젊은 학생들이 많이 보이는데.”

제이에스의 신약, 당뇨 치료제, 넥타르가 출시되자,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약국에는 넥타르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5억에 가까운 당뇨 환자들이 일시에 약을 사러 몰려들어, 약국마다 넥타르를 사려는 사람들로 연일 인산인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덕분에 제이에스는 넥타르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금 사정이 좋아진 제이에스 바이오는 북카페에도 많은 신규 투자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곳 건대점도 그런 북카페에 대한 투자의 일환이었다.

넥타르의 생산을 위해서는 신선복숭아가 필요했고, 넥타르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신선복숭아도 그에 따라, 생산을 늘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산의 크기도 더 확장을 해야 했다. 그리고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시간 포인트도 더 필요했다.

시간 포인트를 얻기 위해, 진석은 서울 시내에 북카페를 계속 오픈하고 있었다. 북카페 오아시스에 대한 큰 그림은 진석이 그리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일들이나, 카페 전반에 대한 관리는 유민지의 몫이었다.

다행히, 유민지는 북카페 경영과 신규 점포를 개점하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22번째 북카페 건국대학점도 성공적으로 오픈 준비를 마쳤다.

“드디어, 22번째 북카페인가?”

“이제 서울에는 포화상태인 것 같아요.”

“서울에는 이미 포화라고?”

“22번째 잖아요. 서울에서 핫하다는 곳에는 다 점포를 열었으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 북카페를 더 늘려고 싶은데.”

“그럼, 서울은 이제 유지관리 하는 쪽으로 목표를 정하고, 신규 매장은 지방에 오픈하는 게 어때요?”

“지방이라고?”

“예, 부산 같은 곳도 괜찮잖아요? 한국 제2의 도시니까, 인구도 300만 이상으로 많은 편이고.”

“부산에 분점을 내자는 말이겠지?”

“맞아요. 서울에도 아직 찾아보면, 분점을 낼 만한 곳이 더 있기는 하겠지만.”

진석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 자금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넥타르의 판매만으로 수 천억의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좋아, 서울에도 아직 수십 군데는 더 만들 수 있을 테고, 그리고 민지 씨 말대로 서울 외에도 지방에도 눈을 돌려보자고, 일단 부산부터 말이야.”

“정말요?”

“그래, 부산에도 북카페를 만들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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