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첨금은 21억 (1/183)

로또 1등 농업재벌ⓒ소모사 1권, 27-200화 완

당첨금은 21억

로또 1등,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대박이다,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진석은 믿기지가 않았다.

한평생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우연히 산 로또에 당첨된 것이다.

이제, 상하차나, 공장 일은 영원히 안녕이겠지?

갑작스럽게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집안이 기울어, 대학 진학도 실패하고, 도망치듯 군대에 입대, 그리고 전역 후에는 막노동, 공장, 상하차, 편의점 등을 전전하며 살고 있었다.

한 평 남짓한 고시원 방이, 진석이 가진, 유일한 공간이었다.

*   *   *

“그럼 얼마나 받는 겁니까?”

신분증 확인이 끝나자, 진석은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세금 제외하고 21억 4천5백만 원입니다. 상당히 액수가 큰 편이에요.”

돈을 찾으러 간, 은행 여직원은 유난히 친절한 미소로 대답해 주었다.

역시, 돈의 힘인가? 복권과 신분증을 지참하고 찾아간, 농협 본점의 직원들은 유난히 진석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악수 한번 해도 됩니까?”

“악수요?”

“로또 1등의 행운을 받아 가게요. 우리 애가 이번에 고3이라.”

농담 반 진담 반 진석의 행운을 나눠 달라는 직원도 있었다.

와, 아무튼 21억이라는 거지? 엄청나네, 이제 나도 부자가 된 건가?

부자까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돈이, 나로서는 엄청난 돈이 생긴 것이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지금은 지방에서 과수원을 하시는데, 원래는 서울에서 아버지는 괜찮은 사업을 하시고 계셨다. 문제는 외삼촌들, 외삼촌이 둘이 있는데, 나이를 먹어도, 취직도 안 하고, 사업을 한다고 아버지에게 손만 벌리는 사람들이었다.

엄마가 참 좋으신 분인데, 정이 많은 게 탈이었다. 결국, 외삼촌들 때문에 아버지 사업도 자금난을 겪다가 결국 부도까지. 덕분에 내 인생까지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었다.

엄마, 아빠에게 당장이라도, 로또 당첨금을 보여 드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외삼촌들이 알고 하이에나처럼 뜯어먹으려고 달려들 것이 뻔한 상황, 일단, 500만 원만 송금해 드리기로 했다.

*   *   *

“로또?”

“어, 그래. 이번에 천만 원짜리 로또에 당첨됐어. 대박이지?”

은행 계좌로 송금을 하고, 전화를 걸어서 엄마에게 천만 원짜리 로또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천만 원이면 좋기는 한데, 진석이 너나 쓰지, 엄마랑, 아빠는 이제, 괜찮아. 과수원도 어느 정도 안정됐고.”

“그래도, 나 혼자 쓸 수 없잖아. 그걸로, 추운데, 패딩이라도 사 입어. 아빠도 하나 사 드리고.”

“그래, 아무튼, 고마워. 우리 아들……. 그런데, 너, 집에는 안 올 거야?”

“거기는 우리 집도 아닌데. 뭐…….”

“엄마, 아빠, 살면 진석이 네 집도 되는 거지. 꼭, 옛날 집만 우리 집이니?”

“아, 알았어. 나, 여기서 일하잖아.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가 볼게.”

엄마는 귀농한 집에 한 번도 안 찾아오는 진석이 못내 서운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서울이 고향인 진석에게, 시골의 과수원과 그 옆의 농가 주택은 영 어색한 것들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난, 서울 사람, 서울에 집을 사고 여기서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도망치듯 시골로 내려갈 생각은 없었다.

고시원을 전전하다 보니, 제일 아쉬운 게 집이었다. 전에 살던, 집은 이미 헐려서, 상가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혹시나 하고 그 옛날 집터의 상가를 살 수 있을까, 근처의 부동산을 찾아봤지만, 지금은 가격이 올라, 100억 이상은 줘야 살 수 있다는 말만 들었다.

원래, 우리 집터에 옆집 땅까지 합쳐서 지은 건물이라 가격도 상당했다.

나중에 저 건물 꼭 사고 만다.

그러려면, 서울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집이든 뭐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쉬고, 일할 수 있는…….

*   *   *

“홍대, 근처의 5층 빌딩이 10억요?”

“예, 정말 좋은 매물입니다. 한번 보러 오세요.”

집을 구하러, 부동산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매물이었다. 사진으로 봐서는 꽤 그럴듯한 빌딩인데, 가격이 10억이라니? 위치는 무려, 요즘 핫하다는 홍대였다.

원래, 홍대 미대를 가려고 했었기 때문에 홍대라는 위치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 홍대 근처에 살다가, 나중에 늦깎이라도 미대에 들어갈 수도 있잖아.

그런 기대를 하며, 그 빌딩이 있다는 부동산을 찾았다.

“여깁니다. 좀 작기는 하죠.”

“아……. 아담하네요.”

소위 말하는 꼬마 빌딩이었다. 위치는 주택가 골목의 막다른 지점, 확실히 크기도 작고, 위치는 참 애매했다.

“그런데, 골목 깊숙한 곳이라, 상가로는 좀 위치가 그렇네요?”

“대신 저렴하니까요. 1층은 카페로 사용 가능하고요. 2층은 사무실이나 작업실, 3층은 주거 공간, 거기에 옥상에는 옥탑방과 테라스가 있고, 옥상에서 채소도 키울 수 있습니다. 지하 공간은 역시, 카페나 주점도 가능하고요. 주차도 한 대 가능하고. 사실, 이 가격에 서울, 홍대 앞에 이런 건물 정말 드문 기회입니다.”

부동산 매니저는 장점을 장황하게 나열했지만, 건물이 너무 작았다. 내부는 더 좁아서, 내부 공간은 12평이 채 안 되는 면적이었다.

골목 안쪽에 대지 21평의 공간에, 건축 면적 12평, 연면적은 지하와 옥탑방까지 합쳐, 52평이다.

“너무 좁은 거 아닌가요? 와, 거기다, 구조가 계속 계단으로 이어지는 구조라, 너무 공간이 좁은 것 같아요.”

“하하, 고객님, 원래, 좁은 땅으로 이 정도 공간이면 절대 나쁘지 않은 겁니다. 이 건물은 우수 건축상도 받은 건물이고요. 건축가의 상상력으로 최대한의 공간을 제공하는 건물입니다.”

“아니, 설계는 나름 잘하신 것 같은데. 공간이 너무…….”

“고객님, 이 건물을 지은 건축가가 한 말인데, 공간은 상상력으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 거랍니다.”

“상상력으로요?”

“그럼요. 이 좁은 공간을 상상력으로 이 정도로 키워 놓은 거죠. 하하……. 사실 10억으로 집과 상가, 사무실까지, 한 번에 구매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에서 말입니다.”

“그렇기는 한데.”

건물이 좁기는 한데, 부동산 매니저 말대로, 주거 공간, 사무실, 창고, 상가까지, 한 번에 10억으로 서울에서 살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일 것이다. 공간은 협소하지만 말이다.

사실, 진석에게는 집도 필요하고, 새로운 구상을 할 사무실도 필요하고, 임대 수입이 나올 상가도 필요했다. 지하도 요긴하게 쓰일 것 같고, 아직 차는 없지만, 전용 주차장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그래, 모든 걸 다 갖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내가 필요한 것들은 있는 건물이다. 로또에도 당첨됐으니, 올해는 운이 좋을 것 같았다.

“좋아요. 계약하겠습니다.”

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건물주가 되었다. 비록 아주 작은 꼬마 빌딩이었지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