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해!”
찢어지는 비명 소리와 함께 바퀴가 헛돌았다.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매캐한 탄내가 진동을 했다. 털컹! 봉긋하게 솟은 흙무더기를 밟은 차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붕 떠올라 그대로 호수 속으로 처박혔다.
풍덩!
쏴아아아!
차 안으로 11월의 차디찬 물이 정신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제시! 제시를 먼저 구해 줘! 난 괜찮으니까 제시 먼저…!”
마틸다가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차 안에 들어온 물이 순식간에 가슴까지 차올랐다. 나는 옆 좌석, 유아 시트의 안전벨트를 풀고 제시를 끌어안았다.
“제, 제시? 제시!”
아이의 얼굴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윈도 버튼을 몇 번이나 눌러 봐도 작동되지 않았다. 압력 때문에 문도 열리지 않았다. 지체 없이 발목에 숨겨 두었던 피스톨을 꺼냈다.
창문 가장자리에 바짝 가져다 대고 발사하자 파사삭, 하는 뭉툭한 파열음과 함께 거미줄 같은 실금이 순식간에 퍼졌다. 나는 좌석을 단단히 잡은 채 다리를 힘껏 뻗었다.
유리가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유리를 깨는 사이에 목까지 차올랐던 수면이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꼭지 위를 넘어섰다. 나는 차 밖으로 나가기 전에 안전벨트와 씨름하는 마틸다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붉은 머리가 해초처럼 흔들렸다.
빨리 가! 가! 빨리!
머뭇거릴 틈도 없이 그녀가 같은 단어를 반복했다. 크게 벌어진 그녀의 입에서 거품 같은 물방울이 와르르 새어 나왔다.
‘그녀는 혼자서도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아이를 안은 채 차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호수 표면을 향해 전속력으로 헤엄쳤다.
“푸핫! 하아… 하아, 하아! 흐읍.”
토하듯 격렬하게 숨을 들이쉬다 호수 밖으로 빠져나왔다. 제시를 눕히고 호흡을 확인했지만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의 목을 조금 들어 올리고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일정한 속도로 아이의 심장을 압박하고 다시 반복.
“컥! 켈록, 켁!”
아이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물을 토해 냈다. 우는 아이를 안으면서 간절히 호수를 살폈다. 벌써 나왔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마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