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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롤플레잉 (14/24)

외전. 롤플레잉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

“서, 선생님…….”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는 서하의 다리 사이는 엉망진창인 채였다. 이렇게 강제혁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상황은 예견된 것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거였는데.

4학년이 된 강제혁이 교생 실습을 나간 게 시초였다. 처음엔 그가 학교에 선생님으로 선다는 게 그저 신기했는데 늦바람이 무섭다고 점점 질투가 나 잠이 오지 않았다. 학생들이 준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집으로 돌아온 강제혁을 보자 핀트가 나갔다.

- 학생들 가르칠 때 체벌하면서 흥분하는 건 아니죠?

서하는 유치하게 차오르는 질투심에 저도 모르게 실언을 했다. 싸늘하게 굳는 강제혁의 얼굴은 플레이의 전조와는 차원이 다른 분노를 담고 있었다.

- 이서하 씨는… 선생님한테 맞으면서 발기했나 봐요.

강제혁이 단정히 매고 있던 넥타이를 핏줄이 선명히 선 손으로 거칠게 당겨 풀며 한 발 가까이 다가섰다. 정장을 입은 그를 보며 설렜는데 이런 식으로 싸우게 될 줄은 몰랐다. 그의 품에 안겨있던 선물은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였다.

서하는 조금 억울해졌다. 집안에 책잡히는 게 싫어 범생이처럼 살았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체벌을 당한 일은 없었다. 단체기합으로 오리걸음이나 걸었으면 모를까. 그런 종류의 체벌은 제가 흥분하는 영역의 일이 아니었기에 강제혁이 생각하는 음란한 일은 맹세코 없었다. 하지만 이미 퓨즈가 나간 강제혁에게는 서하의 억울한 표정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 섹스 판타지 한번 제대로 실현해보죠.

결국 그가 풀어낸 넥타이에 손목이 묶인 채, 의자에 앉아있는 강제혁을 향해 책상에 앉아 다리를 벌려야했다. 요컨대 롤플레잉이었다. 홧김에 시작한 거긴 했지만. 현실에선 있어선 안 되는 역할극에 배 아래가 바짝 조여들었다.

“하…….”

“흣, 으… 선생님, 제발.”

아니라고 그런 적 없다고, 그냥 질투가 나서 그랬다고 솔직히 말했으면 이렇게 까진 되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그에게 ‘선생님’이라 불러 볼 기회를 걷어차고 싶지 않아 벌어진 폐단이었다.

“제대로 못 넣으면 매 맞는 거예요. 아니, 이건 벌이 아니라 상인데. 이서하 학생한테는.”

책상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은밀한 부분을 노출시킨 것만으로 수치스러워 쉽게 발기할 수 있었다. 강제혁이 묶인 손에 친절히 쥐어준 것은 다름 아닌 요도 플러그였다. 펜촉 형태의 차가운 플러그가 서하의 손 안에서 반짝거렸다.

“윽…….”

스스로 넣어본 적이 없어서 더 무서웠다. 하지만 싸늘한 눈초리에 조급함이 밀려왔다. 발기한 성기의 요도구에 플러그의 뭉툭한 끝을 맞추자 소름이 일었다. 꾸욱, 결코 얇지 않은 플러그를 밀어 넣자 이질감에 다리 사이가 바짝 굳었다. 강제혁은 그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며 30cm 자를 들고 시선만으로 서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 몇 번이나 맞아 봤어요?”

겨우 반쯤 넣었을 때 질문이 떨어졌다. 서하가 플러그를 삽입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답했다.

“맞아본 적 없어요. 으, 읏…….”

“아, 상상만? 그래서 그런 말을 다 했나? 더 깊이 넣어야지. 알고 있잖아. 어디까지 넣어야 하는지.”

엄하게 꾸짖는 말에 서하가 흐느끼듯 신음을 뱉었다. 압박감이 상당했다. 그리고 배덕감도.

“숨 들이쉬고, 내쉬고… 옳지.”

“아!”

강제혁이 손을 뻗어 요도 플러그를 끝까지 박아 넣었다. 눈앞이 번쩍하는 천박한 쾌감에 몸이 떨렸다. 바짝 언 다리 사이에 작달만한 딜도머신이 놓여졌다. 본격적인 머신에 비하면 작고 깜찍했다. 하지만 가동하면 전혀 깜찍하지 않겠지. 쉽게 구부러지는 실리콘 딜도가 꽂힌 머신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모범생답게 행동해 봐요.”

플라스틱 자가 허벅지 사이를 제법 아프게 긁어내렸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붉은 선이 생기는 여린 살덩이가 아슬아슬하게 놓였다. 넥타이에 묶여 있을 뿐, 앞으로 움직이는 것은 자유로운 손이 어쩐지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그가 멋대로 저를 유린하면 나으련만.

서하가 떨리는 손으로 딜도를 집어 제 입구에 맞췄다. 배련지 뭔지 윤활유를 부어준 덕에 딜도는 축축했다. 자꾸만 미끄덩거리는 탓에 구멍 안으로 넣기가 힘겨웠다.

“도, 와주세요. 선생님…….”

저를 보는 말갛게 젖은 눈에 강제혁이 짧게 침음했다. 처음엔 서하의 말에 화가 났는데 갈수록 저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서하가 위험할 만큼 야하게 느껴졌다. 강제혁이 서랍을 열어 서하가 좋아 죽는 돌기형 핑거돔을 꺼냈다. 성기용으로 샀던 것도 있지만 지금은 손가락이 더 적합했다. 얇게 말린 것에 중지와 약지를 넣고 젤로 적셔 꼭 다물린 입구에 갖다 대자 서하가 몸을 이완시키는 게 느껴졌다.

“…혼나고 있는 거라는 거 잊지 마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서하의 입술을 이로 깨물며 단번에 구멍을 쑤셔 벌렸다. 작살에 꿴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몸짓이 야스러웠다. 강제혁이 예민한 안쪽을 꾹꾹 누르고 들쑤시자 서하의 발가락 끝이 절로 곱아들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서하의 얼굴이 조명 아래서 반짝거렸다. 찔꺽거리는 젖은 소리와 간간이 터지는 짧은 신음이 강제혁을 즐겁게 만들었다.

“하, 아윽…….”

“앞뒤로 쑤셔준다고 좋아서 질질 싸고.”

“흣…!”

“뱉지 마요.”

적나라한 묘사와 함께 요도에서 뱉어진 플러그가 다시금 깊숙이 꽂혔다. 서하가 마구잡이로 자극당하는 전립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울음소리를 냈다. 우툴두툴한 돌기가 내벽을 무참히 짓누른다. 손가락 두 개만으로는 뒤가 아쉬워질 무렵, 강제혁이 손가락을 뽑아내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만큼 도와줬으면 충분하죠?”

“흣, 으, 네에…….”

흥분에 말꼬리가 자꾸만 늘어졌다. 가쁘게 숨을 터트리던 서하가 조금 말라붙은 딜도를 다시 손에 쥐었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보는 가운데 말 못할 짓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책상 위에서 이런 짓을 하니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

젖은 구멍에 딜도를 밀어 넣으니 좀 전보다 쉽게 삼킬 수 있었다. 자극이 부족했던 안에 실제 성기를 꼭 닮은 핏줄 돋은 딜도가 조금씩 먹혀들어갔다. 반쯤 쑤셔 넣었을 때, 강제혁이 딜도의 각도를 조정하고 전원을 켰다.

“아, 읏, 흐윽!”

푹푹 느리게 안을 들쑤시는 딜도에 내벽이 쓸리고 넓혀졌다. 기계가 내는 거친 소음과 저를 헤질 듯 응시하는 벼려진 시선이 동시에 어우러져 정신이 혼몽했다.

“이제 학생이 그렇게 고대하던 매 맞을 시간이에요.”

“아, 아으윽, 하…….”

책상이 단단하고 튼튼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지럽게 놓여있던 인쇄된 논문 따위가 바닥에 떨어졌다. 강제혁이 들고 있던 플라스틱 자로 서하의 허벅지 안쪽을 짝 소리가 나게 때렸다.

“아!”

짜릿하게 퍼지는 통증에 모멸감과 희열감이 동시에 퍼졌다. 기계의 추삽질이 느리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아쉬움에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이자 세찬 매질이 떨어졌다

“윽!”

“음란하게 굴라고 박아준 게 아니잖아요.”

칼 같은 존댓말이 더 이성을 잃게 했다. 강제혁은 아무렇지 않은데 저만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허벅지 사이에서 성기며 뒤가 다 젖어 엉망으로 쑤셔지고 있었다. 요도 플러그가 삐죽 튀어나오면 야멸차게 밀어 넣는 강제혁이 얄궂고 잔인하고, 좋았다.

“흐윽, 아파요…….”

“일부러 더 맞고 싶어서 엄살 부리는 거 모를 것 같아요?”

이런 와중에도 딜도머신은 제 할 일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었다. 반만 쑤셔지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좀 더 깊게 안쪽을 찔러주면 좋겠다.

“잘못, 으응, 잘못했어요. 때려 주세요…….”

눈물 번진 눈으로 서하가 간청했다. 얌전히 딜도에 쑤셔지고 있자 강제혁이 다시 매를 집어 들었다. 강제혁의 굵은 팔뚝이 움직일 때마다 얇은 플라스틱 자가 부러질 듯 서하의 살갗을 후려쳤다. 붉게 번진 매 자국 위로 작은 꽃처럼 울혈이 터지기 시작했다.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다. 요도 플러그로도 막아지지 않는 투명한 선액이 넘치듯 흘러내렸다. 안을 감질나게 쑤셔대는 딜도와 허벅지를 아프게 강타하는 매가 서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잘 참았으니까 상 줘야겠네.”

작게 중얼거린 강제혁이 매를 책상 위에 두고 서하의 벌어진 허벅지를 핥아 올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상처 부위에 젖은 혀가 닿자 서하의 고개가 단박에 꺾였다. 이로 깨물고 핥는 그 행위가 통증에 질척한 쾌감을 더했다. 망가진 신음을 줄줄 흘리던 때, 딜도가 뽑혀져 나갔고 어느새 흉악하게 발기한 강제혁의 커다란 자지가 뻐끔거리는 구멍에 닿았다. 그리고 짧은 탄식을 흘린 강제혁이 서하의 허벅지를 당겨 성기를 욱여넣기 시작했다.

“아…!”

젖은 구멍에 푹 쑤셔지는 성기는 딜도와는 차원이 다르게 생동감 있었다. 서하가 무의식적으로 강제혁의 허리를 다리로 감싸 안았고, 강제혁이 그런 서하의 몸을 받쳐 안았다. 강제혁이 서하의 묶인 손을 들어 제 목에 감싸게끔 유도했고 서하는 아예 강제혁의 몸에 박힌 채 침대로 이동해야 했다. 서재를 나가며 본 책상 위는 질척한 액체들로 엉망이 된 채였다.

“응, 읏, 흐으…….”

강제혁이 걸을 때마다 플러그가 삽입된 성기가 셔츠 자락에 문대지고, 좆이 박힌 엉덩이가 쑤셔졌다. 서하가 고목나무에 매달린 매미마냥 신음소리를 흩뿌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원해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 않았다. 통증과 쾌감으로 범벅이 된 몸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터트렸다. 서하에겐 무엇보다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 끝에 다다라 침대 위에 강제혁이 걸터앉자 반동에 성기가 끝까지 삽입됐다.

“아…!”

더는 들어와서는 안 될 것 같은 깊은 곳까지 박힌 성기에 서하가 거친 탄성을 터트렸다.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된 뺨이 따가웠다.

“너무 깊, 으읏, 깊어요.”

“구슬도 같이 삼킬 수 있잖아요. 딜도 두 개도 삼켜봤으면서, 오늘따라 왜 이렇게 엄살이 심하지.”

“흐윽, 아, 주인님, 제발…….”

저도 모르게 주인님이란 호칭이 튀어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몸을 물리려는 걸 주저앉히는 강제혁 탓이었다.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서하가 울음을 삼키며 숨을 골랐다.

“더 깊게 쑤셔달라고 엉덩이까지 흔들더니 왜 이제 와서 싫은 척 해.”

그건 딜도였으니까…! 딜도와는 차원이 다른 굵기와 길이가 안을 무참히 짓누르고 있었다. 서하가 다급한 마음에 눈앞에 있는 강제혁의 입술을 핥고 빨며 조금의 자비를 청했다. 벌어진 입술이 키스를 종용하는 듯 했다. 반쯤 나온 혀를 빨아 당기며 엉덩이를 물리자 강제혁이 서하의 허리를 잡고 그대로 자세를 전복시켰다. 침대 매트리스에 닿은 등과 함께 빠졌던 성기가 다시금 서하의 안을 비집고 들어왔다.

“헉, 아, 아읍…!”

헛숨이 터지기 무섭게 입안을 점령하며 강제혁이 서하의 안을 거칠게 쑤시기 시작했다. 안을 뭉개고 짓이기는 흉근에 서하가 앓는 소리를 냈다. 터진 허벅지가 덩달아 강제혁의 셔츠에 문대져 쓰라렸다. 한참을 그렇게 추삽질을 잇던 강제혁이 눈썹을 찌푸리며 서하의 입구에 사정했다. 예민한 살결에 뿌려지는 질척한 액체가 외설스러웠다. 몇 번이고 사정을 당해도 이 순간이 가장 기쁘고 야했다.

“너무 좋아요. 선생님…….”

저도 모르게 고백처럼 터진 말에 서하가 얼굴을 더 짙게 붉혔다. 플러그가 빠져나가자 뒤늦은 사정이 이어졌다. 느리게 전신을 강타하는 잔잔한 쾌감에 서하가 몸을 얕게 떨었다. 강제혁이 평소와 같은 다정한 얼굴로 서하의 눈가에 입술을 문대며 속삭였다.

“내가 이서하 씨 처음으로 때리는 선생이라 기쁘네.”

끝까지 수치를 더하는 감상이었다.

***

삐죽 솟았던 못난 질투심은 깎여나간 지 오래였다. 강제혁이 학생들을 그런 눈으로 볼 리가 없는데, 제가 생각해도 심한 말이었다.

“질투했어요?”

당장 내일 또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는 거기서 끝이었다. 할 수 있다 해도 고사하고 싶을 만큼 체력 소진이 심했지만.

샤워를 마친 후에 약을 발라주며 묻는 다정한 말에 서하가 창피를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질투하는 건 귀여운데, 내가 때리고 싶은 건 이서하 씨뿐이에요.”

“…제가 말이 지나쳤어요.”

“그리고 체벌 금지된 지가 언젠데 그런 말을 해요? 나도 맞아본 적 없는데.”

보다 현실적인 답이었다. 저때만 해도 두들겨 맞는 게 예삿일이었던 것 같은데. 서하가 갑작스러운 세대차에 멋쩍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서하 씨가 학생이었으면… 나는 지금 감옥 갔겠네.”

“….”

“정말 학생 때 맞은 적 없어요? 이렇게 괴롭히고 싶게 생긴 사람을……. 다들 어떻게 참은 건지.”

강제혁이 답지 않게 툴툴거렸다. 바깥에서 서하를 괴롭힐 생각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호락호락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서하가 약하게 구는 것도 강제혁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내 스스로 뱉은 말을 곱씹던 강제혁이 뭔가 마음에 안 든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다들 몰라서 다행이에요. 나만 괴롭힐 수 있으니까.”

“저 바깥에선 그렇게 안 허술해요.”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조심.”

애프터케어를 마친 강제혁이 서하의 목에 제 이름이 새겨진 목줄을 채워주며 기나긴 꾸중을 마쳤다. 평범한 하루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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