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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10/24)

Epilogue

“혼자 하라고요?”

상황이 일단락되고 어색함이 치솟기 무섭게 강제혁은 밥부터 먹자고 채근했다. 고마운 처사긴 했다. 솔직히 목줄이 채워진 순간엔 전율이 일었는데 그 이후엔 몹시 쪽팔렸기 때문이다.

물론 곧장 플레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아쉽긴 했지만, 제 배에서도 곧 천둥이 칠 것만 같았기에 거부하지 않았다. 분위기 좋게 플레이로 넘어갔는데 꼬르륵 소리가 나면 더 민망할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양념에 재워진 장어를 프라이팬에 굽고, 생강을 썰어내자 배가 무척 고팠다.

“밥 다 먹은 후엔 이서하 씨 혼자 해 봐요.”

머리를 후려치는 청천벽력 같은 제안에, 서하가 들고 있던 칼이 삐끗하며 생강이 굵게 썰렸다. 지금 뭐라고……….

“손 조심.”

“아…….”

“아까 내가 아픈 게 걱정된다며. 나는 걱정 안 할 거라고 생각해요?”

칼을 쥔 서하의 손을 꼭 잡아낸 강제혁이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손길이 세심했다. 매번 상처를 내는 사람의 입장에서 걱정의 기운을 띠는 게 웃기긴 했다. 서하의 살갗이 붉어지면 누구보다 즐거워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것도 자신에 의한 것일 때만 좋은가보다. 서하가 강제혁의 입장에선 당연한 생각을 하며 말없이 그 얼굴을 쳐다봤다.

“말 못 했는데, 다음부터는 비슷한 일 생겨도 몸으로 부딪히지 마요.”

“…….”

“대답 안 하지.”

그 범죄자와 몸싸움을 한 것을 꾸짖는 말이었다. 하지만 또 비슷한 일이 있으면 저는 주저 없이 주먹을 내지를 것이었으므로 그의 말에 긍정할 수 없었다.

“이서하 씨가 나 말고 다른 새끼한테 얻어맞고 흥분하는 것도 좆같은데, 나 말고 다른 놈이 이서하 씨 손대는 건 죽어도 싫어요.”

우스운 꾸중이었다. 그럼 난 괜찮을까? 서하가 강제혁의 얼굴을 빤히 보며 답했다.

“그럼 강제혁 씨 얻어맞는데 가만히 있어요? 어떻게 그래요.”

“내가 이서하 씨 잘못 봤나 봐요. 고양이가 아니라 살쾡이였네.”

“저도 강제혁 씨가 다른 사람 때리는 거 보기 싫어요. 맞는 건 더 보기 싫고요.”

그런 서하를 마주 본 강제혁이 서하의 손을 끌어 잡으며 속삭였다.

“플레이를 하면 무리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오늘은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강제혁의 아래는 그럴 용의가 없어 보였다. 물론 저도 비슷했지만.

“나 만나기 전에 혼자 했다고 했잖아요. 이서하 씨가 어떻게 스스로를 괴롭혔는지 굉장히 궁금한데.”

나긋나긋 추궁하는 목소리가 괜히 소름 돋았다. 물론 성적인 긴장감 탓이긴 했다. 그의 앞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을 하니 온몸의 말단이 괜히 간질거렸다.

“…별 거 없는데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기대감을 꺼트리려 덤덤하게 말했지만 서하의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뭘 어떻게…….

“그때는 김산 생각하면서 했죠? 이번엔 내가 보는 앞이니까 내 생각할 수밖에 없겠네.”

마음에 담아뒀구나. 아무래도 뒤끝이 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입장에선 따지기 뭐한 문제였다.

“그때는 주인님 만나기 전이잖아요.”

하하, 어색한 웃음을 선보이며 서하가 일부러 ‘주인님’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일부러 애교 부리는 거죠. 안 통해요.”

“그게 아니라…….”

그렇게 웃는 얼굴로 안 통한다고 말하는 게 어디 있어……. 차라리 웃지나 말던가. 뭐라 변명하기 무섭게 단칼에 잘라내니 대꾸할 말도 없었다.

“나 만나고 나서는 내 생각만 했어요?”

목줄의 끝을 느슨하게 당기는 손길에, 서하가 낮게 신음하며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귀여우니까 조금 봐 줄게요.”

“…조금 더 봐 주세요.”

뺨을 훑어내는 기다란 손가락을 핥고 싶었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목구멍 끝까지 처박히는 감각이 그리웠다.

“그래도 혼자 하는 거 취소는 아니에요.”

“일단 밥부터 먹고요…….”

요리를 끝낸 서하가 입술을 꼭 물고 식탁을 눈짓했다. 얄짤없는 태도 역시 좋았다. 안대라도 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또 김산 어쩌고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식탁에 앉아 젓가락을 든 강제혁이 얇게 웃으며 메뉴를 칭찬했다.

“장어 잘 샀네.”

오늘 밤 장어의 효험을 보는 주체는 서하가 분명했다. 메뉴 선정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

“진짜 별 거 없어요.”

식사가 끝나고 가볍게 샤워를 마치자마자 분위기가 급속도로 끈적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서하는 입술이 자꾸 말랐다. 자꾸만 긴장되는 탓에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기 때문이다.

“나 없다고 생각해요.”

아까는 보는 앞이니 뭐니 해놓고서. 반깁스를 한 강제혁의 왼팔이 몹시 신경 쓰였다. 저것만 아니었어도 셀프로 플레이를 할 일은 없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고민해보니 확신하긴 어려웠다. 불현듯 강제혁은 제가 혼자 하는 모습을 언제고 보려고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의 그 대화가 증거였다. 혼자 할 때 김산을 생각했냐는 물음. 사랑고백을 한 시점에서 둘 사이에 꼭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긴 했다.

“예전에 침실에서 주로 했어요?”

침실 앞에서 떨어진 질문에 서하가 움찔 굳었다. 주로 어디서 했냐는 물음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굳은 채 눈을 굴리는 서하를 가만히 보던 강제혁이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여기저기서 다 했나본데.”

정곡을 찔렸다. 제 집인데 뭐가 문제냔 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드러나자 민망해 죽을 것만 같았다. 강제혁이 목걸이가 채워진 서하의 목덜미를 느리게 쓰다듬으며 귓가에 대고 말했다.

“제일 빈도수 높았던 곳으로 골라요.”

눈을 질끈 감은 서하가 발을 움직였다. 제 집인데 왜 이렇게 불편한 건지.

“서재? 대단하네. 공부하면서 꼴리는 타입이라 가방끈이 긴 건가.”

그 말에 서하가 입술을 깨물었다. 가방끈이 긴 탓에 서재에 있을 시간이 많았고 그래서 거기서 주로 꼴린 거였다. 인과의 순서가 틀렸다. 서재라고 해봤자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즐비한 작은 방이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책 특유의 냄새가 가득했다. 전공 특성상 폐간된 책도 많고, 그런 건 중고서점에서 구매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냄새였다. 불쾌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만 놀려요…….”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서하가 앓는 소리를 내며 미약하게 반항했다. 서재에서 홀로 자위를 한 것은, 서재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었다. 홀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논문을 쓰다보면 괜히 아래가 지끈거렸다. 혈기왕성했던 탓이라고 믿고 싶었다.

“보고만 있을게요.”

서하의 서재는 책상이 문을 보는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뒤를 보이는 걸 싫어한 까닭이다. 물론 제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이따금 놀러 오는 김산이 전부였지만, 등 뒤에 문이 있는 게 싫다고 해야 되나. 무방비해지는 느낌이 싫어서 그렇게 책상을 두었다. 그 덕분에 강제혁이 문가에 서자 책상 앞 의자에 앉은 서하의 얼굴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바퀴가 달린 푹신한 의자에, 몹시 불편한 마음으로 앉은 서하가 문에 기대서 저를 보는 강제혁을 흘깃 쳐다봤다.

“없다고 생각하라니까.”

그게 쉽냐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던 서하가 결심한 듯 호흡을 진정시키고 책상 가장 아래의 서랍을 열었다. 서하가 서재에서 주로 사용하던 물건들이 수납되어있는 장소였다. 서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물건들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 중 유독 반짝거리는 수갑을 제 왼쪽 손목에 채우고 책상 다리에 다른 쪽을 걸었다.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가장 효과적인 자세였다. 익숙하게 손목을 구속하는 금속의 차가운 온도가 서하를 뜨겁게 달궜다. 한 손으로 가운을 걷어 올리고, 애용하던 나무로 된 케인을 들었다. 반쯤 선 채로 허리를 조금 굽히고 엉덩이를 향해 케인을 내려치자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흣, 으…….”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는 강제혁이 수치심을 더했다. 서하가 그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제 엉덩이를 계속해서 매질했다.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살갗을 후려치는 매서운 타격음이 서재 안을 메웠다. 살짝 벌어진 다리 사이에서 서하의 성기가 투명한 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스무 대 가량 매질을 마쳤을까. 서하가 케인을 내려놓고 책상에 놓인 로터를 집었다. 로터치고 꽤 크기가 컸지만 강제혁을 만나기 전까지 서하가 가장 좋아하던 섹스토이였다. 그 옆에 널브러져 있던 콘돔은 강제혁을 만나기 전에 구입한 것일 테니 못해도 3개월은 됐으리라. 유통기한을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서하가 그 껍질을 이로 뜯어내고 연한 하늘색의 로터에 능숙하게 씌웠다. 그래봐야 성기만은 못한 로터라 어려울 게 없었지만.

“흐…….”

윤활액이 묻어있는 콘돔 덕에 삽입은 어렵지 않았다. 서하의 구멍 안으로 자취를 감춘 로터는 무선으로 조종하는 것이었다. 뒤를 채운 섹스토이의 단단한 질감에 서하가 낮게 한숨을 쉬며 리모컨을 찾았다.

“리모컨 조절 정도는 무리하는 축에 안 들겠죠.”

어느새 가까이 다가선 강제혁이 로터의 리모컨을 쥐고 서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말뜻을 이해하기 무섭게 뒤를 울리는 강한 진동에 서하가 허리를 뒤틀었다.

“아, 아으, 흑…!”

완전히 발기한 성기가 책상 밑에 문대지며 더한 쾌감이 찾아왔다. 엉덩이에 싸르르하게 남은 통증이 그 쾌감에 불을 지펴주었다.

“아, 하아, 앗…….”

“더 해야지. 그 정도로 만족할 엉덩이가 아니잖아요.”

당연한 듯이 케인을 쥐어주는 강제혁의 모습이 심술궂게 느껴졌다. 떨리는 손으로 케인을 쥔 서하가 로터가 들어있는 제 엉덩이를 매질했다. 진동의 세기를 조절하는 건 오로지 강제혁의 기분에 달려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자극에 서하가 엉덩이를 후려갈기며 간헐적으로 신음을 터트렸다.

“읏, 학, 흐읏…!”

새빨갛게 상처가 터진 엉덩이가 외설스럽기 짝이 없었다. 강제혁의 바지 앞섶도 뚜렷한 윤곽을 보여주며 발기하고 있었다.

“으, 흐, 입에, 으응, 물려주세요…….”

시선을 강제혁의 하반신에 둔 서하가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매질도 부족했다. 그의 성기를 목 안 가득 빨기라도 하면 좀 더 좋을 것 같았다. 이윽고 강제혁이 한 손으로 급하게 바지를 풀어헤치고 발기한 성기를 꺼내 서하의 벌려진 입술 안으로 쑤셔 박았다.

“큽, 흐으, 학…!”

굵은 성기가 입천장을 긁고 안으로 치달았다. 서하는 책상에 반쯤 누운 채 강제혁의 좆을 입안 가득 물고, 뒤를 울리는 로터의 진동에 신음했다. 목구멍이 찢어져라 성기를 들이미는 강제혁 탓에 눈가에 자연스레 눈물이 고였다. 눌린 혀에 단단히 솟은 핏줄의 감촉이 선명했다.

“후, 얼굴에 싸줄까, 아니면 목구멍에 싸줄까.”

낮게, 짖듯이 묻는 목소리에 서하가 앓는 소리를 냈다.

“뭐라고 하는 지 알 수가 없잖아.”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가 서하를 힐난했다. 말을 하기 위한 곳인데, 그가 성기를 욱여넣었으니 그 기능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 점 억울하지 않았다. 저를 핍박하는 목소리마저 달고 농후했다. 그가 어디에 사정하건 제게 사정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데, 싫을 리가 없었다.

“읏…….”

푹 빠져나간 성기가 서하의 뺨에 문질러졌다. 겨우 터진 숨통에 멍해졌던 머리에 산소가 도는 느낌이 강하게 번졌다. 어지러움을 느끼는 순간 눈을 감자 얼굴에 끈적한 정액이 뿌려졌다. 뜨뜻하고 농도 짙은 액체에 강제혁이 생각보다 더 많이 참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침실에서 해볼까.”

“하, 아윽…….”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열쇠를 집어 수갑을 풀어낸 강제혁이 발기한 채로 끙끙 앓는 서하의 몸을 당겨 침실로 이끌었다. 무리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결국 참지 못하고 저를 이끄는 강제혁이 좋았다. 흥분이 가시지 않은 그의 빳빳한 성기가 덩달아 눈에 들어왔다. 저 역시 부족했다. 앞으로 그에게 묶여, 더는 못하겠다고 중지를 세우는 날까지 괴롭힘 당하고만 싶었다. 침실의 문이 탁, 소리를 내며 굳게 닫혔다. 바닥에 떨어진 투명한 액체만이 두 사람이 간 길을 알려주었다.

2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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