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3. (28/30)

에필로그 3.

끼룩끼룩.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

“엔저… 전쟁이 끝났어…….”

파도가 찰싹찰싹 헤리엇의 뺨을 내리쳤다. 엉망이 된 몰골의 엔저 맥과이어는 파도에 이리저리 치이며 점차 가라앉고 있었다. 늘 단정했던 검은 머리가 폭발과 파도 때문에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오른쪽 눈가에 생긴 흉한 상처에서는 피가 계속 흘렀지만 드넓은 바다 아래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숨을 쉬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엔저의 모든 것이 고요했다.

“전쟁이… 끝났어.”

헤리엇은 만약 엔저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그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미련 없이 눈을 감았다. 아니, 눈을 감으려고 했다. 하지만… 점점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엔저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헤리엇은 옛날을 회상했다.

이상하지, 엔저.

요즘 매일매일, 네 생각을 해.

어린 시절의 사랑스러웠던 너를,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경계했던 아기 고양이 같은 널,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으로 함께 해 줬던 것을…….

“엔저…….”

헤리엇은 본인이 엉망임에도 필사적으로 가라앉는 엔저의 어깨와 팔을 붙잡았다.

“엔저… 엔저, 엔저……!”

알시타에게 사랑을 배웠다.

그에게 감정을 배웠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제이든에겐 상실감을 배웠다.

헤리엇은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처음으로 절박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처절하게 이름을 부르며 엔저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엔저… 살아 줘, 안 돼. 죽지 마… 싫어.”

떼쟁이처럼 빌어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다. 그러나 헤리엇은 몇 번이고 피딱지가 앉은 입술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

“…네.”

두근, 하고 헤리엇의 귓가에 심장 소리가 들렸다. 그건 자신의 심장 소리가 아니었다. 갈매기가 다시 울면서 하늘에서 하강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연약한 날갯짓이 헤리엇과 엔저의 앞머리를 살짝 흔들었다.

헤리엇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싸늘하게 식었다고 생각한 몸에서 점차 열이 돌아왔다. 헤리엇과 마찬가지로 피딱지가 앉은 입술을 움직여 소리를 내고 팔을 들어 자신을 필사적으로 끌어안는 헤리엇의 어깨를 안았다.

“네, 선배…….”

상처 입은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붉은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헤리엇의 사랑스러운 루비가 대답했다.

헤리엇은 그날 처음으로 환하게 미소 지였다.

정말, 눈이 부시도록 환하고 밝은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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