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
안쉘 리 대통령은 굉장한 사람이었다. 보좌관 고려인이 ‘어떤 계기’로 은퇴하고 후임으로 들어온 6구역 출신 오드레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안쉘을 꼽는 남자였다.
안쉘 리의 업적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오드레가 생각했을 때 그의 가장 대단한 점은 2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전쟁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것도 그렇고 오드레는 저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판테니엄관에 들어와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재선에 성공한 안쉘을 또다시 모실 수 있다는 점이 무척 감격스러웠다. 오드레는 안쉘의 많은 점을 동경했지만, 저 촌스러운 2대8 머리와 두꺼운 안경은 도통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요즘 대통령의 패션을 따라 한다고 똑같이 촌스러운 몰골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점차 익숙해져 가기는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쉘은 이젠 능숙하게 뒷좌석에 올라타 서류를 확인하며 오드레에게 인사했다. 안쉘 대통령은 누가 운전대를 잡아도 꼬박꼬박 감사를 전했고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라고 오드레는 생각했다.
고려인 전 보좌관에게서 인수인계를 받을 때 이 말을 하자 그가 조금 황당하다는 눈빛을 했던 게 떠오르긴 했지만 말이다.
“그 양반도 많이 컸네… 뭐, 지금은 잘하고 있긴 하지.”
고려인 전 보좌관은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앳된 얼굴로 환하게 웃는 게 그의 큰 장점이었다. 보좌관을 은퇴한 이듬해 ‘안젤라’라는 여성과 결혼을 하고 지금은 잘생긴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고려인은 아들의 이름을 ‘헤리엇’이라고 짓겠다고 했다가 아내에게 두들겨 맞아 병원에 입원까지 했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아내와 타협해서 아들의 이름은 ‘앨리엇’이라고 지었다는 소문은 판테니엄관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성은 고려인의 것을 따 ‘고 앨리엇’이 되어 버린 아이가 조금 불쌍했다. 오드레는 한때 떠들썩했던 퍼스트레이디 후보가 사실 안쉘과 의남매처럼 지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다. 마음속으로 안쉘과 안젤라를 응원하고 있었던 그였기에 아쉬운 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대통령은 무척이나 바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면서도 연애 생활도 충실하게 보냈다. 놀랍게도 인간 안쉘 리 대통령은 인어들의 왕 앤과 알콩달콩 연애 중이었다.
고려인이 두 종족 대표의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꼴을 볼 때마다 ‘언제쯤이면 인간과 인어가 다시 전쟁이 터질까? 저 둘이 싸우는 날?’이라고 이죽거리곤 했다.
사실 고려인은 약 3년 정도 침울한 표정을 달고 살았다. 쾌활한 모습으로 돌아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종종 몇 번이나 자책하며 슬퍼했다.
“내가 두 사람을 죽인 거야.”
“내가 그때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말하며 더욱 깊게 자책했다. 그때 안쉘 대통령이 이렇게 답했다.
“두 사람은 살아 있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잘 풀려도 이것만큼은 그들의 바람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고려인과 안젤라, 그리고 엔저 부대에 몸담았던 군인들까지. 모두가 영웅의 귀환을 바랐지만,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흘러 지금까지 왔고 세상은 그때보다 훨씬 안정되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아직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바쁜 와중에도 많은 정보를 무작위로 모으고 확인했다. 그러다가 그들과 비슷한 이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급한 일도 내팽개치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오드레는 안쉘의 상심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줄곧 지켜봤다. 이제 지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길고 끈질긴 추격이었다. 지금도 그는 차 안에서 쉬지도 않고 서류를 보고 있을 정도였다.
“그만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오드레가 권유해도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류에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아닙니다.”
“…….”
“이번 건은 제법 신뢰 있는 정보입니다. 30구역이 개방되면서 그분들이 찾아왔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럴싸한 게 인상착의까지 비슷합니다.”
“각하…….”
안쉘이 안경을 내려놓고 눈가를 문지르며 나직하게 신음했다.
“30구역으로 가 주시겠습니까.”
“이제 그만 쉬시는 게…….”
오드레가 한 번 더 만류해 보았지만 안쉘은 확고했다. 결국 상사의 명령에 불복할 수는 없는 오드레가 운전대를 돌렸다.
다행히 두 사람이 시찰 나온 곳에서 30구역은 그렇게 멀리 떨어진 지역이 아니었다. 수도를 나와 차로 두세 시간 정도 달리면 나오는 곳이었다.
오드레가 운전대를 꺾어 방향을 바꾸자 앞뒤 양옆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던 다른 자동차들 역시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주변의 약 여섯 대의 자동차가 안쉘이 타고 있는 차를 경호하고 있었다.
평소에 그는 자신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거리를 늘리는 것에 미안해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수행원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대통령을 달래는 기이한 광경을 자아냈다.
한참을 달리던 차는 30구역의 입구에 도착했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로 입구에서부터 인파가 북적거렸다.
“어!”
“안쉘 리!”
마을을 뛰어놀던 꼬마 몇 명이 대통령을 알아봤다. 경호원들이 앞을 막았지만 안쉘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저지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30구역에서 사는 이들 대부분이 인어였지만 개중에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엔저 부대 부대원 몇 명을 추려 함께 거주하도록 했었다. 그때 이곳에서 지내다가 남자 인어와 눈이 맞아 결혼까지 성공한 이도 있었다. 같은 부대에서 면식이 있었던 안쉘은 그녀에게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당연하죠, 각하.”
몇 년째 듣고 있는 호칭이지만 같은 부대원이었던 이에게 듣는 건 항상 어색했다.
“…각하라는 소리는 안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위님이라고 부를 순 없잖아요.”
“어차피 군에서 은퇴하셨으니 그냥 안쉘이라고 불러 주세요.”
안쉘은 멋쩍게 웃으며 그녀와 악수를 하고 한참을 서서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어느새 그녀에게 달려와 다리에 매달린 갈색 피부의 아이가 안쉘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다에 다녀왔는지 잔뜩 젖은 아이의 볼과 무릎에 있는 비늘을 본 안쉘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는…”
“아들입니다. 이름은 필이라고… 너도 인사해야지.”
“안쉘 리다!”
아이가 대뜸 안쉘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다. 그녀가 당황해서 아이를 다그치려고 했지만 안쉘은 개의치 않고 손을 들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아직 어리잖아요.”
“하지만…….”
그녀의 걱정스러운 표정에도 안쉘은 괜찮다고 웃어 주며 고개를 저었다. 안쉘이 가면 아이가 잔소리 폭격을 받지 않을까.
구경하던 오드레는 안쉘의 신변이 걱정되는 마음에 적당한 타이밍에 말을 꺼냈다.
“각하. 인파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아.”
그녀가 점점 이쪽으로 몰려드는 인파를 보고 깨달은 듯이 안쉘에게 제안했다.
“일단 여기서 계속 얘기할 수도 없으니까 집에 들어가실래요?”
지금은 많이 진정되었지만 이렇게 인파가 많이 몰려 있을 때는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특히 재선에 성공한 직후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했다. 안쉘은 고개를 끄덕여 그녀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 아버지는요?”
“바다에 갔어요.”
오드레는 그때가 되어서야 그녀의 이름이 리나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리나는 씩 웃으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를 응시했다.
“인어들이 모두 바다 밖으로 나오면 바다는 다시 썩어 들어갈 거라고 욕 많이 먹었잖아요. 하지만 지금 봐요. 인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고 함께 바다를 횡단해요. 바다 결계가 사라져 인어들도 자유롭게 바다를 넘나들고 사람들은 항구를 이용해 배로 바다를 횡단해요. 옛날이었으면 감히 꿈도 꾸지 못했을 세상이 되었어요.”
‘요즘 세상 참 좋아졌어.’
요즘 어른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하는 그 이야기가 결코 헛소리가 아니며 그냥 하는 소리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체험한 세대들이었다.
특히 엔저 부대는 인어와의 전쟁에서 최전방에 서서 싸웠고 수백 번의 전투를 벌였던 것으로 유명했다. 인간 중에서 아마 가장 많은 인어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던 이들이었다.
그 때문일까, 최근 대중들에게 엔저 맥과이어에 대한 평가가 다시 쓰이고 있었다. 이제 세상을 구하고 인간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었던 엔저는 ‘학살자’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엔저가 죽인 인어들의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엔저 부대에 몸담았던 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리나가 인어와 결혼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비난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녀는 안쉘을 앞에 두고 또다시 감회가 새로워졌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잔뜩 목이 멘 목소리로 물었다.
“대령님께선…….”
“…….”
“그렇죠… 5년이나 소식이 없었는데…….”
안쉘과 리나는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응시했다. 해안가에 조그맣게 마련된 인어들의 마을, 그리고 바다를 지키는 인어와 공존하는 인간들까지. 정말로 평생을 상상도 해 보지 못했던 꿈같은 풍경이었다.
안쉘은 사랑하는 남편, 아이와 함께 사는 리나를 보고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탄식을 내뱉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엔저와 쭉 보고 싶어서 가는 거라고 말하던 새하얀 사람은… 이걸 보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안쉘은 문득 눈앞이 뿌옇게 변해 가는 걸 느꼈다.
“그래도, 계속 찾을 겁니다. 그렇게 죽을 사람이 아니잖아요, 대령님은.”
“네…….”
그 뒤에 리나에게 인사하고 집에서 나온 안쉘을 뒤따르던 오드레는 자신을 따라오는 어린 소년에게 물었다.
“꼬마야. 넌 어디 가는 거니?”
“꼬마라고 부르지 마세요. 전 필이에요.”
반박하는 모양새가 아주 야무지다. 오드레는 필과 비슷한 또래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녀석도 요즘 반항기인지 무슨 말만 하면 저렇게 반박부터 해댔다. 피식 웃으며 필의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아이가 손을 들어 머리를 탁, 쳤다. 그렇게 오드레가 작은 아이와 놀고 있는 사이 안쉘이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아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앗, 거기 조심해요!”
필의 외침에 안쉘이 깜짝 놀라 뒤로 돌았다. 혹시 습격하려는 사람이라도 있나 싶어 경호원들도 긴장하여 굳어졌다. 심각해진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필은 안쉘이 향하려고 했던 곳의 돌무더기 앞에 쪼그려 앉아 손을 올렸다.
“여기에 돌이 튀어나와 있거든요. 저도 넘어질 뻔했어요.”
“아…….”
경호원들이 허무해졌는지 몸에 힘을 빼고 다시 안쉘의 주변을 둘러쌌다. 안쉘이 웃으며 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필.”
낯선 사람에게 듣는 칭찬에 필이 부끄러웠는지 뺨을 붉히며 배시시 웃었다. 그러는 동안 안쉘은 넘어질 뻔했다는 이야기에 필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물었다.
“넘어질 뻔했다는 건 다치지 않았단 건가요?”
“응! 누가 도와줬거든요.”
“친절한 사람이네요. 앞으로 조심하고… 어디 보자…….”
말을 멈추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안쉘이 사탕 두 개를 꺼내 필의 손바닥에 건네주었다. 이가 아야 한다고 엄마가 평소에 사탕을 먹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필은 보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동료였던 이의 아이를 흐뭇하게 내려다보던 안쉘이 몸을 일으켜 오드레를 불렀다.
“오드레.”
“네, 각하.”
“여기에 흰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나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조사해 주시겠습니까?”
대통령의 부탁은 늘 한결같아서 오드레는 이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의 말을 줄줄 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 알겠습니다.”
오드레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옮기기도 전에 주머니에 쑤셔 넣은 사탕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소년이 결국 참지 못하고 사탕 껍질을 벗겨 할짝대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통령 아저씨 그 사람들 찾아요?”
“…네?”
“흰머리 아저씨가 아까 넘어졌을 때 저를 도와줬거든요.”
그때 안쉘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게 변했다. 그는 일말의 기대와 혹시 모를 실망감을 감추려 아주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필의 어깨를 잡은 그가 마찬가지로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 그 사람의 이름은 알고 있습니까?”
“아니요.”
필은 아직 어린아이지만 나름 눈치가 비상한지라 대통령이 지금 자신에게 무언가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혹시 나쁜 사람일까, 인어 아저씨 아줌마들한테 늘 인간에 대한 경계를 듣고 자라온 필은 조금 머뭇거렸다. 하지만 너무나도 절박하게 매달리는 안쉘의 모습에 결국 입을 열었다.
“검은 머리에 빨간 귀신같은 눈알을 한 아저씨랑 같이 있기는 했는데…….”
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쉘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디로 갔습니까?!”
“몰라요. 저쪽으로 갔어요. 시장 쪽으로…….”
필이 손가락으로 어느 한 방향을 가리키자마자 안쉘이 몸을 일으켜 달려 나갔다.
“각하!”
“대통령 각하!”
그런 안쉘의 뒤를 경호원들과 오드레가 다급하게 달렸다. 사탕을 입에 넣고 할짝대던 필은 안절부절 허둥대더니 “엄마!” 하고 외치며 집으로 달려갔다.
오드레는 안쉘이 저렇게 급하게 달려 나가는 모습은 처음 봤다. 그리고 그가 예전에는 군인이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경호원들이 힘겹게 쫓아갈 정도로 달려가는데 숨결 하나 흐트러지지도 않고 속도가 늦춰지지도 않았다. 뼛속부터 사무직 인간인 오드레는 금방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안쉘은 단숨에 30구역에 있는 시장 내부로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등장과 허겁지겁 쫓아 들어오는 경호원들의 모습이 제법 볼만한 구경거리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의 시선에도 안쉘은 멈추지 않고 다급하게 시장 내부를 달리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눈으로 훑었다. 하지만 오늘은 하필 30구역이 개방되는 첫날이라 그런지 시장 안이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어서 특정한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안쉘은 절망하듯 입을 뻐끔거렸다. 오드레는 그런 안쉘의 뒷모습에서 절박함을 느꼈다.
언젠가 한 번 너무 궁금해서 지나가는 투로 대통령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체 그분들은 대체 누구시기에 그렇게 찾으시는 겁니까?”
엔저 맥과이어야 이미 유명한 사람인지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중요한 건 안쉘이 찾는 사람이 엔저뿐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뭐라고 했었지… 고려인 전 보좌관이 아들 이름으로 지으려고 했던 이름의 주인이었나.
많은 사람이 엔저의 희생으로 전 대통령 단테 막심이 저지른 핵폭탄의 발사를 저지시켜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오드레도 엔저 맥과이어 대령은 알지만, 나머지 한 명은 누구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제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인어도, 다른 이들도 분명 지금처럼 행복하지 못했겠죠. 두 분은 영웅입니다.”
오드레는 그가 등을 돌리고 있어서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지만 궁금해도 꾹 참아 눌렀다. 대통령의 우는 얼굴을 보고 겨우 얻은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조금의 확률이라도 있다면 두 분을 찾고 싶습니다.”
“찾아서 무슨 말씀을 가장 하고 싶으십니까?”
이제 그만 파고들어야지 하면서도 오드레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안쉘은 오드레의 집요한 질문에도 귀찮은 기색 없이 살짝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드레의 회상이 끝날 즈음, 안쉘은 시장 저 끝, 카페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숨을 멈췄다. 그들은 마치 흑백처럼 새하얗고 새까만 사람이었다. 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거려 깃털처럼 보였다. 두 사람 다 키가 크고, 무척 잘생긴 남성들이었다.
검은 머리의 사람이 조금 더 큰 것 같았는데, 그는 조심스럽게 흰색 남자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무엇을 시켜서 먹고 있는 건가 싶어 봤더니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아이스 초코였다.
안쉘이 필사적인 얼굴로 소리쳤다.
“엔저 대령님! 헤리엇 님!”
제발 맞아라.
오드레는 빌었다.
대통령이 실망하는 표정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몇십 번이나 봐왔으니 이제는 다른 표정을 더 보고 싶었다.
대통령 각하도 바쁘신 몸이라고. 그러니까 이제 좀 맞을 때도 되지 않았나.
그 수많은 인파 중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이름이 불려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소란 때문에 쳐다본 것일 수도 있었다.
초록색과 붉은색 눈동자가 안쉘을 향했다. 오드레는 땀을 흘리며 안쉘의 표정을 살폈다. 안쉘은 항상 실망하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안쉘은 울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소를 짓더니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화창한 점심시간, 인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지역에 햇볕이 강하게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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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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