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169화 (169/180)

# 169

169화.

뉴 오더 (1)

그날 이후, 지구와 아파트는 하나가 되었다.

아파트의 몬스터와 거주자들은 지구 곳곳의 땅에 펼쳐져 현실이 됐다.

일본 창세 신화를 모티브로 한 시즌1은 일본에, 중원 무림을 배경으로 한 시즌7은 중국에 나타나는 식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오는 몬스터의 수를 군 병력과 입주자들만을 가지곤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 입주자가 되고 싶은 분들은 관리인들을 찾아오시지요!”

여기저기서 아파트의 관리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제각기 시험을 통해 민간인들이 입주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힘이 전부인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시험에 지원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사로 재탄생했고 자신에게 힘을 준 관리인들을 신처럼 떠받들었다.

관리인들은 그들에게 신앙을 받았고, 그를 이용해 세를 불려 가며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그룹이 형성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아파트의 규칙상 절대로 불가능 한 일이겠지만, 두 의지에게 아파트의 전권을 위임받은 ‘총지배인’ 커플러가 아파트의 ‘인과율’을 완전히 해제했기에 이런 사달이 난 것이었다.

생존을 위한 끝없는 싸움과 경쟁.

현대의 지구는 불과 몇 달 만에 가혹한 세계가 돼 버렸다.

“개자식들.”

하지만 세현은 이런 질서에 굴종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자신의 운명을 멋대로 뒤틀어 버린 커플러와 관리자들에게 분노하며 저항의 칼날을 뽑아 들었다.

세현이 첫 번째로 한 것은, 윤병종을 통해서 준비 중이던 초보 입주자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에 지원을 대폭적으로 늘리는 것.

생존을 위해 많은 초보 입주자들이 윤병종의 조직으로 들어왔고, 그들은 철저히 허세현이 윤병종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 낸 질서 아래에 살아가며 자신들의 힘으로 민간인들을 지키고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제2군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윤병종의 입주자 조직은 어느덧 1만 명에 가까운 회원 수를 가지게 됐다.

이후 입주자들은 크게 두 개의 갈래로 나뉘게 되었다.

관리인들에게 굴종해 기존 인류를 지배하고 억압하려는 자들, 또 하나는 허세현의 아래에서 기존 지구의 질서를 되찾고 민간인들을 보호하려 든 자들로 말이다.

곳곳에서 몬스터와 입주자, 입주자와 입주자 간의 싸움이 벌어지며 전 세계에서 내전이 벌어지는 것 같은 괴상한 그림이 연출됐다.

“개 같은 관리인 새끼들…….”

물론, 허세현은 단순히 조직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싸움을 이어가지 않았다.

70층의 클리어 직후, 커플러에 의해 다른 시즌이 시작되고 세현을 비롯한 서큐버스 군단 멤버들에게는 새로운 메인 퀘스트가 발생했다.

[#. 메인 퀘스트 / 멸망전]

-당신은 총 지배인 ‘커플러’에게 선택된 자입니다. 100층을 클리어하고, 지구에 펼쳐진 재앙을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해 그의 제안을 시행해야 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

- 관리인 처치 (432 / 984)

- 레벨 500 달성 (411 / 500)

퀘스트의 내용은 984명의 ‘관리인’을 처치하고 레벨500을 달성하라는 것.

보통의 입주자라면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 치부하겠지만, 세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커플러 그놈은 내가 두 의지에게 보여 줄 쇼를 연출해 주길 바라는 거겠지.’

여태까지 커플러의 행동을 근거로 추측했을 때 아파트의 거주자와 몬스터들을 지구에 풀어놓고 관리자들에게 ‘인과율’의 제약을 해제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느껴졌다.

‘차라리 잘됐어…… 어차피 관리인들은 다 쓸어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새로운 시즌의 시작 이후, 세현과 서큐버스 군단은 마치 새로운 세상의 주인인 양 날뛰는 그들의 목을 거침없이 베어 갔다.

그때마다 그들의 몸속에 있던 크리스탈이 권능을 토해 냈다.

세현은 그것을 흡수하며, 또 길드원들에게 배분하며 힘을 키워 갔다.

서큐버스 군단이 죽인 관리인들의 숫자가 100을 넘어갈 무렵, 길드원 다수가 어지간한 일반 관리인과 1:1로 맞붙어도 지지 않을 정도의 전투력을 모두 갖추게 됐다.

그렇게 어느 정도 힘을 길러 제대로 준비가 갖춰졌다 생각될 무렵, 서큐버스 군단은 칼을 뽑아 들었다.

<오호, 오랜만의 재회입니다 허세현 군.>

그리스의 한 고대 유적지에서 세현은 익숙한 얼굴의 관리자를 만날 수 있었다.

붉은 장발 머리에 흰 피부를 한 미남자.

그가 가파른 절벽 위에서 거대한 사자에 올라탄 채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재수 없는 얼굴 오랜만에 보니까 혈압이 팍팍 오르네.”

리베르, 그는 현재 유럽 지역 전체를 아우르고 있으며 산하에 수만 명 단위의 입주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관리장이었다.

아파트 내부에서도 ‘크로노스’의 크리스탈을 커플러에게 넘기는 것을 대가로 큰 힘을 받았던 그이기에, 현재 가장 강성한 세력을 이룰 수 있던 것이었다.

<아무리 당신이라 해도 여기까지 직접 기어들어 오는 멍청한 짓을 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리베르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듯, 음흉한 미소를 띄웠다.

“나한테 죽은 다른 관리인 놈들도 너랑 전부 똑같은 말들을 했지.”

<하하, 그래요?>

세현이 엑스칼리버를 앞으로 내밀자, 리베르가 손뼉을 두 번 빠르게 부딪혀 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의 뒤로 수십의 몬스터와 관리인들이 절벽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헤라클레스, 제우스, 하데스 등등…… 하나 같이 각 층의 메인 보스급의 몬스터들이었다.

거기다 그리스 신관을 연상시키는 흰 천을 몸 위에 둘러 입은 십여 명의 관리인들, 그들은 각자 손에 보구를 들고 심각한 얼굴로 세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잠시 후, 절벽의 양 옆에서 수천에 달하는 그림자가 더 나타났다.

그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세현의 미간이 구겨졌다.

“네놈 새끼들은 자존심도 없는 거냐.”

그곳에 서 있는 자들 중 대다수가 과거 아파트에서 종종 마주쳤던 상위권 길드에 소속됐던 입주자들이기 때문이었다.

“닥쳐. 네놈이 뭘 안다는 거야? 새 시대에는 새 시대의 질서가 있는 거다.”

“여기서 죽으면 그 건방진 입도 더 이상 놀리지 못할 거다!”

그들의 추악한 목소리가 마스터키를 통해 자동으로 번역되어 귀에 들어왔다.

관리인들에게 저항하느니 그들의 편에 서서 다른 민간인들을 착취하며 사는 삶을 선택한 거머리 같은 존재들.

세현은 그들의 뻔뻔한 낯짝을 보는 것만으로도 토악질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마지막이니 신나게 떠들어 둬라, 어차피 여기서 다 죽을 테니까.”

엑스칼리버를 뒤로 잡고 성령 개방을 발동시켰다. 금빛 섬광이 이글거리며 주변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으며, 삽시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그 힘의 수준을 단번에 알아챈 리베르가 당황스럽다는 듯 놀란 얼굴로 크게 외쳤다.

<저 공격을 막아라!>

그 순간, 입주자들과 몬스터들, 관리인들이 순식간에 세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누가 그렇게 되도록 보내 준데?”

사카린이 씨익 웃으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러곤 100레벨 각성기인 ‘밤의 주인’을 발동시켜 온몸에서 보랏빛의 흉흉한 불꽃을 내뿜었다.

“백설희! 버프 온!”

“넵!”

후방, 미노타우르스의 어깨에 올라탄 백설희가 짧게 기함하는 것으로 버프를 발동시켰다.

원탁의 기사를 통한 능력 상승에 버프에 특화된 관리인의 권능까지 합쳐진 그녀의 스킬은 길드원 전체의 능력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단번에 향상시켰다.

“다 때려잡아!!!”

“츄우우우웃!”

사카린이 두 개의 사슬낫을 엑스자로 휘둘러 순식간에 20여 명의 몬스터와 입주자들을 베어 냈다.

다른 길드원들 또한, 공격을 뿜어낼 때마다 적들의 몸뚱이가 퍽퍽 터져 나가는 수준.

거기다 간간히 각성기가 터져 나올 때면, 그에 휘말린 관리인들조차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수준이었다.

그 광경을 절벽 위에서 지켜보던 리베르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과 함께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힘을!!>

허세현과 그의 길드원들이 보여 주는 전투력은, 관리장인 그조차도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겨우 이 정도로 놀라지…… 말라고!!”

그때, 허세현이 엑스칼리버에 한껏 응축시킨 섬광을 전방으로 토해 냈다.

전방으로 반월 모양의 빛이 쏟아지며, 적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끄아아악!”

“사, 살려 줘!”

그들의 몸뚱이는 짧은 비명만을 남기고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고, 노란 반월 형태의 섬광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리베르가 서 있는 거대 절벽을 덮쳐 왔다.

꽈르르르르르릉-!

마치 핵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과 함께 바위 절벽이 순두부인 양 으깨지기 시작했다.

<이 무슨!!>

예상조차 하지 못한 압도적인 힘.

일순간에 전투 의지가 박살난 리베르는 거대 사자의 몸을 곧장 뒤로 돌려, 무너지는 돌의 파편을 밟으며 뛰어올랐다.

“야, 어디 가냐?”

그때, 그의 바로 오른쪽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찰나의 순간,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악마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허세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리베르는 기겁했다. 그는 부랴부랴 손가락을 튕겨 붉은 구체 수십 개를 쏘아 냈지만, 세현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 냈다.

리베르의 공격이 아무런 대미지조차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 주기 위한, 다분히 의도된 연출이었다.

<히이익!>

그가 새하얗게 얼굴이 질려 있을 때, 세현의 오른팔이 뻗어 나와 그의 말끔한 얼굴을 꽉 붙잡아 아래로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앙-!

그의 몸뚱이가 통째로 돌 사이를 뚫고 파고들었다. 마치 내핵을 뚫고 들어갈 듯한 기세에 그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토해 냈다.

그렇게 한참을 뚫고 내려갔을 때, 그의 눈에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엑스칼리버를 양손으로 잡고 있는 허세현의 모습이 보였다.

<사, 살려……!>

앞 이빨이 모두 빠지고, 뼈 군데군데가 함몰된 엉망진창의 얼굴.

리베르는 관리장의 자존심 따윈 내버린 채, 세현을 향해 팔을 뻗으며 목숨을 구걸했다.

“싫어.”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여태 수많은 생명을 제멋대로 휘둘러 왔을 터인 리베르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추하게 구걸하는 모습이 역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죽어 이 새끼야.”

콰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악!!!>

엑스칼리버가 놈의 정수리에 박힌 후, 세현은 그것을 대각선으로 케이크를 자르듯 아래로 천천히 내렸다. 리베르의 몸이 그에 맞춰 갈라지며 다량의 혈액과 내장이 쏟아졌다.

그 자리에는 붉은 크리스탈 하나가 뚝 떨어졌고, 세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걸 집어 들어 손으로 으깨 버렸다.

[‘관리장 리베르’의 크리스탈을 흡수합니다.]

[‘허세현’ 님의 레벨이 415로 상승합니다]

[‘관리자 학살자’ 타이틀을 획득합니다.]

보상: 올스탯+30

[권능 ‘영웅왕’을 획득합니다.]

- 그리스 신화 속의 영웅들이 가진 모든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마수들이 당신의 위용에 굴복하고 등을 내어 줄 것입니다.

메시지가 출력된 후, 세현은 놈의 손가락에 씌워진 반지를 거칠게 빼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 관리인 전용 보구 / 제우스의 선물]

-제우스가 코카서스의 바위산에서 징벌을 받고 있던 프로메테우스를 해방해 주며 준 선물.

▶추가 능력: 사용자가 사용하는 모든 스킬의 발동 시간, 쿨 타임을 50% 감소시킵니다.

세현은 옵션을 확인한 후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반지를 손가락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스테이터스 창에 존재하는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관리장급이면 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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