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146화 (146/180)

# 146

146화.

헤파이토스(1)

[#. 악세사리 / 다이달로스의 날개]

-크레타의 천재적인 기술자 다이달로스가 만든 날개.

그의 아들 이카로스가 다이달로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다이달로스가 말한 위치에 묻어 두었다.

이를 이용하면 자유자재로 하늘을 활강할 수 있다.

등급: S(영웅)

추가 능력: 착용 시 비행 가능

‘오, 비행 능력?’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도 보지 못한 보상.

애초에 비행 능력이라는 것 자체가 아파트 내에서 굉장히 희귀한 능력이기에 이를 액세서리를 착용함으로써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세현은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이미 반쯤 써 버린 노덴스의 엘릭서를 다이달로스에게 넘겼다.

“그럼 날개는 가져가지.”

곧장 다이달로스의 날개를 착용했다. 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비행하거나 바다 위를 건너야 할 텐데, 이 기회에 아이템의 사용법을 익혀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내린 판단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 인원이 어떻게 여길 전부 빠져나가야 하나…….”

설희와 세이메이는 시키가미를 타고 섬을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문제는 미노타우르스와 에D츄였다.

둘의 덩치가 워낙 어마어마하기에 세이메이의 시키가미로 둘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듯 보였다.

세현은 잠시 머리를 골똘히 굴리다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입으로 ‘아’ 하는 소리를 내며 폰을 소환해, 이 섬에 있는 나무들을 미친 듯이 베어 냈다.

“다이달로스, 아까 그 아라크네의 거미줄인지 뭔지 하는 것 좀 내놔 봐.”

“아…… 옙.”

그러곤 베어 낸 수백 그루의 나무를 옆으로 크게 펼친 후, 아라크네의 거미줄을 이용해 튼튼히 묶기 시작했다.

꽤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세 마리의 폰과 미노타우르스가 함께하니 서너 시간 만에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후우…. 만드느라 고생했다.”

미노타우르스와 에D츄, 두 거구를 태우고도 공간이 넉넉하게 남는 거대한 뗏목이 완성됐다.

이걸 바다 위에 띄운 후, 에D츄와 미노타우르스가 교대로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잠깐 다녀올게.”

그런 사이, 세현은 다이달로스의 날개를 이용해 하늘로 있는 힘껏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시원한 바람이 전신을 치고 지나가며, 하늘 위의 구름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불과 몇십 초도 되지 않는 시간, 세현은 이 일대가 한눈에 모두 들어올 정도의 높이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생각보다도 훨씬 빠른데. 전투에서 유용하게 쓰이겠어.’

세현은 잠시 하늘을 자유롭게 활강하며 다이달로스의 날개가 가진 성능의 한계를 시험했다.

날개의 성능은 전투에서 세현이 선택할 수 있는 수를 한참 더 늘려 줄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이후 세현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육지를 눈으로 찾아낸 후,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뗏목으로 돌아가 이를 뒤에서 떠밀었다.

뗏목은 마치 고속정이라도 된 듯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세현 일행과 다이달로스는 육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살았다…… 미궁을 빠져나왔어….”

다이달로스는 자신이 다시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것에 감격했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곤 품속에서 작은 패를 꺼내더니 세현에게 다가와 그것을 내밀었다.

“입주자님…… 떠나시기 전에 이걸 받아 주시겠습니까?”

“그게 뭔데?”

“제가 헤파이토스 님의 자손이라는 것을 알리는 징표입니다.”

“헤파이토스의 자손?”

헤파이토스.

그는 시즌5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소켓’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대장장이 신이다.

“네. 이 패는 제가 그분의 자손임을 징표입니다. 혹시나 쓰일 일이 있을까 하여 소중히 간직했지만, 이제 저보다는 입주자님이 더 필요하실 것 같군요.”

“뭐, 일단은 받아 두지.”

세현은 패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저 대머리 할배를 바다에 버리지 않은 게 다행이군.’

그러곤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물에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왜냐하면, 45층 메인 던전의 보스가 바로 그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이기 때문이었다.

† † †

[아파트의 역사에 또 다른 대사건이 일어났습니다! 42층의 메인 던전 보스인 ‘히드라’가 팔콘 유니온에 의해 최초 공략됐습니다.]

[이로서 한동안 독주 체제를 유지했던 ‘서큐버스 군단’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

[42층 메인 던전이 클리어된 지 고작 39일 만에 ‘팔콘유니온’에 의해 43층 메인 던전도 클리어됐습니다. 또한 후발주자인 ‘공산연맹’ 또한 42층 메인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한때 최고의 길드로 평가됐던 서큐버스 군단은 아직 42층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4층 메인 던전이 클리어됐습니다. 팔콘유니온의 연합장이자 SS급 입주자인 ‘그로기’ 님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팔콘 길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데이트된 전투 영상에는 네티즌들의 환호가 담긴 리플이 쇄도하고 있으며…….]

[각 전문가들은 팔콘 유니온이 어렵지 않게 45층 또한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팔콘유니온과 그 후발주자들은 빠른 속도로 시즌5을 공략해 나갔다.

팔콘유니온은 연일 축제 분위기였고, 그들을 배후에서 컨트롤 하는 한성 그룹의 주가도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그런 와중, 각 언론들은 ‘서큐버스 군단’이 퇴물이라느니 한물갔다느니 노골적인 조롱을 해 왔지만, 모든 길드원은 세현을 믿고 묵묵히 제자리에서 자신의 힘을 키워 가고 있었다.

[오늘 팔콘유니온이 45층의 메인 보스로 알려진 ‘헤파이토스’의 공략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이 날이 찾아왔다. 팔콘유니온이 45층 메인 던전에 돌입한 직후, 서큐버스 군단 길드원들 모두가 회의실에 모여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다함께 뉴스를 보고 있었다.

“확실한 것 맞지, 허세현?”

“네, 이번 공략 100% 실패합니다.”

사카린이 불안한 듯 손톱을 딱딱 깨물며 질문을 던졌다. 이에 세현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놈들, 얼마나 들떠 있길래 실시간 중계 같은 미친 짓 까지 하는 거야?’

세현은 화면 속에 중계되고 있는 45층 메인 던전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이번 공략의 성공을 확신한 팔콘유니온이 F급~D급 수준의 입주자들을 대량으로 고용해 이번 메인 던전 공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기들이 전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아마 팔콘유니온은 정찰대를 이용해 헤파이토스의 패턴을 파악하고, 꽤 쓸 만한 공략법도 만들어 놓은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세현이 기억하는 한 헤파이토스는 그것만으로는 절대 공략할 수 없는 보스였다.

[헬로 전 지구인들! 팔콘유니온의 연합장 그로기임돠! 저희는 오늘, 이곳 ‘헬포지’에서 헤파이토스라는 메인 보스를 공략할 겁니다! 멋있는 모습 많이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화면 너머로, 잔뜩 들떠 있는 노란색 모히칸 머리의 그로기가 보였다.

자신에게 찍소리도 못하게 쳐발렸던 놈이 저렇게 자신만만한 모습이라니, 약간 우스운 기분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자, 공략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후, 팔콘 유니온 길드원들이 제단을 통해 45층 메인 던전에 진입했다.

차라리 화산이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거대한 용광로 ‘헬포지’가 그 흉악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한가운데는 거의 10m는 족히 돼 보이는 거인이 모루 위에 앉아, 양팔로 거대한 쇠망치를 잡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트롤처럼 못생기게 짓뭉개져 있었고, 근육질의 상체에는 무수히 많은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개미들이 내 대장간에 무슨 일로 꼬여 든 거냐.>

헤파이토스는 팔콘유니온의 등장에 노골적으로 심기가 불편한 듯한 모습을 내비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전 입주자, 각자 부여받은 포메이션 위치 후 보고할 것.]

[’토네이도’ 전 인원 위치 완료.]

[’팔콘’ 위치 완료.]

[’쉐도우나이츠’ 위치 완료.]

이에 팔콘유니온에 속한 각 대형 길드의 지휘관들이 무전을 통해 신속하게 길드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천여 명에 달하는 입주자들은 순식간에 산개해 눈앞의 거인을 상대할 준비를 마쳤다.

<가소롭구나.>

헤파이토스가 망치를 바닥에 내리치는 순간, 각 전열의 최전방에 놓인 탱커들이 앞으로 뛰쳐나가 방어기를 전개했다.

거의 100여 명에 달하는 탱커들이 각종 신성기, 가드기를 발동시키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콰아아아아앙-!

헤파이토스의 망치 끝에서 굉음과 함께 불꽃이 크게 튀어 오르며, 뒤로 밀려났다.

순간 그는 무게중심을 잃고 뒤로 주춤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때다! 딜 처박아!]

물론 팔콘유니온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원거리에서 근거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이후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헤파이토스는 무지막지한 스펙을 가진 괴물이었지만, 단순히 발을 내리찍는다든지, 망치를 가로로 휘두른다든지 단순하기 그지없는 패턴을 반복했고, 이는 전열에 있는 초1류급 탱커들의 탄탄한 방어에 막혀 조금도 타격을 주지 못했다.

턴제 게임처럼 공격과 방어가 반복될 때마다 헤파이토스의 HP가 빠르게 깎여 나갔고, 얼마 가지 않아 50% 미만까지 떨어져 나갔다.

‘45층도 낙승이구만.’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전황에 팔콘의 부 길드장 정요셉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전열의 최후방에서 전장 전체를 관찰하며, 각 길드의 지휘관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로기’가 팔콘유니온의 얼굴 마담이라면, 정요셉은 연합의 실질적인 통솔자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45층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즈음이었다.

<으아아아아! 개미들 따위가 나를 진심으로 화나게 하는구나!>

한창 전투를 이어 가던 헤파이토스가 갑자기 공중으로 포효를 하자, 충격파가 일어나며 모두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이는 정찰대를 통해 파악할 수 없던 패턴이기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입주자들이 여기에 휘말려 순식간에 전열이 붕괴해 버렸다.

[당황하지 마. 어차피 HP 반도 남지 않았으니까 여차하면 머릿수로 찍어 뭉개면 된다.]

정요셉은 여유를 잃지 않고,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의 말대로 헤파이토스의 HP는 50%도 남지 않았고, 이 정도라면 현재 팔콘유니온의 압도적인 전력으로 약간의 피해를 감수하고 충분히 찍어 누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연합장! 저 거인 놈이 갑자기 이상한 짓을 하는데!!]

무전이 들려오는 것에 고개를 들자, 갑자기 헤파이토스가 뒤쪽에 놓인 화산 형태의 용광로를 양팔로 잡고 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뭐야 저 새끼, 무슨 짓을 하려는 건데?”

원거리 딜러들이 헤파이토스의 등짝에 공격을 퍼부었지만, 놈은 이를 깡그리 무시한 채 시뻘건 쇳물이 용암처럼 펄펄 끓는 용광로의 가장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개미 놈들, 모두 짓이겨 주마.>

그러곤 용광로 위쪽에 있는 뭔가의 밸브를 잡아 돌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모두 돌아갔을 때, 용광로 아래쪽의 거대한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시뻘건 쇳물이 파도처럼 밀려 나왔다.

[미친…… 당장 피해!!!]

대충 보기에도 탱커의 방어 스킬 따위로 막아 낼 수 없을 것 같은, 무지막지한 용암 파도에 입주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다행히 쇳물이 밀려오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덕에 대부분 입주자는 그다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 식겁했네. 이건 갑자기 뭔데?”

정요셉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큰 고비를 넘겼기에 이제 승리를 가져오면 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헤파이토스의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 몸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쇳물이 땅을 휩쓸고 간 자리에, 그의 몸에 딱 맞아 보이는 거대한 쇠 갑주와 도끼가 남겨져 있었다.

헤파이토스는 채 열기가 식지 않아 시뻘건 갑옷에 몸을 우겨넣은 후, 양팔로 도끼를 단단히 붙잡았다.

“미친…… 저건 대체 뭔데?”

그 기괴한 광경에 입주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모두, 죽어라.>

헤파이토스는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으르렁대며 양팔을 높게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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