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137화 (137/180)

# 137

137화.

리튼의 왕

[메모리얼 던전 PART3 - ‘거인 콜랑’을 종료합니다.]

[스킬 ‘원탁의 기사들’에 다음 항목이 추가됩니다.]

- 5월의 기사 가웨인

- 가헤리스

- 미남 아그라베인

- 완벽한 기사 갤러해드

[메모리얼 던전 PART4 - ‘황제 루키우스’를 종료합니다.]

[스킬 ‘원탁의 기사들’에 다음 항목이 추가됩니다.]

- 호수의 기사 랜슬롯

- 사생아 모드레드

- 성창 퍼시벌

- 탐색자 보어스

[메모리얼 던전 PART5 - ‘호수의 여인’을 종료합니다.]

[스킬 ‘원탁의 기사들’에 다음 항목이 추가됩니다.]

- 호수의 여인 비비안

- 케이

[메모리얼 던전 PART6 - ‘성배 원정대’를 종료합니다.]

[스킬 ‘원탁의 기사들’에 다음 항목이 추가됩니다.]

- 외팔이 베디비어

- 명궁 트리스탄

- 사라센의 기사 팔라메데스

세현은 계속해서 메모리얼 던전을 거쳐 가며 아서 왕의 기억을 보았다.

아서 왕 신화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구조였는데, 이 시간이 꽤 길어지자 본인이 진짜 아서 왕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 파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출력되는 메시지음이 스스로가 아서 왕이 아닌, 대한민국에 사는 입주자 허세현이었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 줬다는 것이다.

체감상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이 메모리얼 던전 속에서 지나갔고, 세현은 이윽고 메모리얼 던전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메모리얼 던전 PART7 - ‘최종장 - 신의 의지: 바이브 카흐’를 시작합니다.]

성배를 찾은 아서 왕은 이를 자신의 신에게 헌납하고 브리튼의 평화와 번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성배는 직접 인간 세상에 개입할 수 없던 신들이 그 제약을 해제하기 위한 장치였고, 더 이상 아서 왕 일행이 필요 없어지자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동원해 멸절하려 했다.

브리튼의 땅으로 마수들이 몰려들었고, 아서 왕과 그의 군대는 용감히 맞서 싸웠다.

최종장, ‘신의 의지 - 바이브 카흐’는 이때의 전투에서 벌어진 기억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마수들을 막아라!”

“브리튼의 영광을 위해!”

메모리얼 던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세현의 눈앞에는 백만의 군세가 마수들과 뒤엉켜 전투를 치르는 전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현은 고개를 떨어뜨려 자신의 몸과 팔을 가만히 바라봤다.

중세의 기사를 떠올리는 은빛의 갑주가 덧씌워진 몸, 양손은 성검 엑스칼리버를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이거, 처음 클래스 받았을 때 봤던 그 환상이군.”

처음 헬시안에게 ‘브레이브 킹’ 클래스를 받았을 때의 그 전장이었다.

주변에는 멀린을 비롯한 원탁의 기사들이 비장한 얼굴로 세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수들이 넘쳐 나는 저 너머에는 각각 검은색과 흰색의 구체 두 개가 공중에 떠 있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멀린, 저 멀리 있는 저 동그란 거 두 개 박살 내면 되는 거지?”

“그렇습니다. 저들이 거짓된 말로 성배를 이용한 악독한 ‘신의 의지’ 바이브 카흐들입니다. 여기서 승기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브리튼은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겠지요.”

“요컨대 다 때려 부수면 된다 그거네? 이번 메모리얼 던전은 그나마 심플해서 좋구만.”

“메모리얼 던전? 그게 뭘 말씀하시는 건지….”

“아냐 아냐, 혼잣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멀린과의 짧은 대화를 마친 후, 세현은 엑스칼리버를 크게 들어 올려 ‘성령개방’스킬을 사용했다.

심장과 전신의 근육이 요동치며 마력이 순식간에 엑스칼리버로 빨려 들어가 검신에서 금색 빛이 흘러넘쳤다.

그 찬란함만으로도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막대한 에너지가 뿜어졌는데, 세현은 빛이 절정에 달했을 때 양팔을 힘껏 내리쳤다.

콰아아앙-!

마치 핵미사일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과 함께 금빛 섬광이 대지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전방에 있던 드래곤, 자이언트 같은 마수가 이를 막아섰지만, 놈들은 허무히 반으로 갈라지며 피와 내장을 쏟아 냈다.

섬광은 바이브 카흐들이 있다는 두 개의 구체를 향해 순식간에 쇄도해 들어갔다.

<<오~ 결국 여기까지 왔는걸, 기특하지 않아?>>

<<우릴 죽일 기세인데 저놈이 그렇게까지 재미있다고? 너도 참 별나다.>>

그러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두 개의 구체가 금세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쪽은 흰색 드레스를 , 다른 한쪽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신이었다.

두 존재는 등 뒤에 까마귀를 꼭 닮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이건 내가 막을게!>>

흰색 드레스를 입은 쪽이 한 팔을 천천히 뻗었다.

퍼어어어엉-!

그러자 섬 하나 정도는 쓸어버릴 기세로 날아가던 섬광이 손끝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아하하! 손이 찌릿찌릿해지는 공격인 걸? 재미있어!>>

<<무리하지 말라니까.>>

검은 드레스 쪽이 세상 안쓰러운 얼굴로 흰 드레스의 손을 꼭 붙잡고 조물조물 주물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세현과 원탁의 기사들 사이에는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에, 엑스칼리버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 내고도 멀쩡해?”

“이거…… 어려운 싸움이 되겠군요.”

세현과 브리튼의 전사들은 전쟁의 여신 ‘바이브 카흐’들을 상대로 끝까지 항전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힘은 당해 낼 수 없었고 아서 왕의 힘을 얻은 세현조차 결국 패배를 맛봐야 했다.

<<하하, 재미있는 싸움이었어! 역시 아서 왕이라는 이름값은 하는 걸?>>

흰색 옷을 입은 여신은 세현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마치 장난감을 파괴하며 재미를 느끼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세현은 마음속에서 짜증과 분노가 치솟았다.

“재미는 개뿔….”

세현은 엑스칼리버를 붙잡아 바이브 카흐의 목을 향해 휘둘러 쳤다.

콰드득!

목에 금빛 선이 그어지며 흰 드레스를 입은 바이브 카흐의 얼굴이 옆으로 툭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이를 옆에서 보고 있던 검은 옷 쪽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니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발악하는 모습 아주 아름다워!>>

잠시 후, 음성이 들려오더니 잘린 목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일어나며 다시 얼굴이 만들어졌다.

<<상을 줘야겠지?>>

다시 얼굴이 재생된 그녀가 입을 쩝쩝 다시더니 탐스럽고 새빨간 입술을 세현의 입술에 포갰다.

“읍! 우으읍!”

순간 부드럽고 매혹적인 감각이 뇌를 스치며 의식이 끈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마취약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듯한 나른함이 느껴지며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개… 같은….”

그런 와중, 세현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다시 한 번 엑스칼리버에 힘을 불어넣었다.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것을 천천히 상대의 가슴 편으로 밀어 넣었고 바이브 카흐는 조금의 저항도 없이 그를 받아들였다. 아니, 오히려 엑스칼리버가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아~ 칼이 쑥하고 들어오는 게 짜릿짜릿하단 말이지.>>

그 모습에 등골이 오싹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전신의 마력을 빠르게 엑스칼리버로 흘려 넣었다.

금빛 섬광이 검신을 타고 흘렀고, 그 힘은 점점 강대해져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뒤져어어어어어!”

세현은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의 생명력까지 엑스칼리버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바이브 카흐는 그 고통을 즐기는 듯 야릇한 음성을 쉴 새 없이 뱉었고, 세현의 몸과 그녀의 몸에는 동시에 금빛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격통이 전신에 퍼졌고, 그것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퍼어어어엉-!

바이브 카흐와 세현의 몸뚱이가 동시에 폭발하며 빛을 내뿜었다.

그것은 핵폭발이라도 되는 마냥 순식간에 번져 나가 이 일대를 모두 집어 삼켜 버렸다.

[메모리얼 던전 PART7 - ‘최종장 - 신의 의지: 바이브 카흐’를 종료합니다.]

[스킬 ‘성검 엑스칼리버’를 획득합니다.]

[클래스 ‘브레이브킹’의 시련을 종료합니다.]

† † †

“커헉!”

격통과 함께 세현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정신을 차려 보니, 시련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있었던 헬시안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무사히 시련을 통과한 모양이군.>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헬시안이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 찻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한 모금 들이킨 후, 찻잔을 살짝 들어 올리며 한마디를 보탰다.

<어때, 한 잔 마시는 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방에서 대기 중이던 수녀가 곧장 찻잔을 건네주고 거기에 홍차를 반쯤 채워 줬다.

세현은 이를 한 모금 홀짝이며 헬시안에게 질문을 던졌다.

“메모리얼 던전인지 뭔지 나한테 그냥 보여 준 거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거 시련이라며, 시련이면 뭔가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려고 한 거 아니야? 아파트를 만든 놈들이 단순히 스킬만 주려고 만든 건 아닐 거잖아.”

세현이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시련이 F급이던 시절에 받았던 것과 달리 뭔가 의도가 있다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이 시련을 통해 단순히 스킬을 얻는 것이라면, 굳이 1년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긴 꿈을 보여 줄 필요가 없기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나름 예리한 구석이 있군.>

헬시안은 찻잔을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가 겪은 시련은, 브레이브킹이 가진 힘의 근원이 된자인 아서 왕의 기억이다.>

“그 정도야 말 안 해 줘도 알아,”

세현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에 등장한 ‘바이브 카흐’라는 것들… 혹시 그놈들이 아파트를 만든 두 의지니 뭐니 하는 것들이냐?”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두 분과 비슷한 수준의 신격들이지.>

“어쩐지, 미친 것 같은 게 느낌이 비슷하더라니.”

<더 궁금한 점은?>

“그래서, 아서 왕은 그 바이브 카흐라는 것들을 쓰러뜨린 거야 못 쓰러뜨린 거야?”

<엑스칼리버가 대단한 힘을 가지긴 했지만, 그 정도로 바이브 카흐들을 상대한다라…… 글쎄?>

“그럼 아파트를 만든 것들은 내가 싸웠던 놈보다 강해?”

<미안하지만, 두 의지에 대한 것은 대답해 줄 수 없다.>

헬시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신화급 능력자라고 해도, 커플러가 네게 관심이 지나치다 싶었는데 이제는 그 이유가 어렴풋이 추측되는군.>

“좀 알아먹을 수 있게 설명해 주는 게 어때?”

<알기 싫어도 미래에는 이 말의 뜻을 알게 될 거다. 지금은 새로 얻은 힘이나 잘 갈무리하는 게 좋을 거다.>

할 말이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더니 손뼉을 두 번 가볍게 부딪혔다.

그러자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세현의 몸이 시작의 신전 입구 즈음으로 순식간에 이동돼 있었다.

“……나 쫓겨난 거냐?”

아직 궁금한 걸 다 묻지도 않았는데, 쫓겨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세현이 헬시안의 욕을 하며 구시렁대고 있는 사이, 근처에 대기 중이던 수녀 하나가 다가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전했다.

“허세현 님, 백설희 님은 아직 시련을 진행 중이시며 완전히 끝나기까지는 서너 시간이 더 필요할 겁니다. 여기서 기다리실 생각입니까?”

“아니, 잠깐 어디 좀 다녀오지 뭐.”

세현은 남은 시간 동안 뭘 하며 시간을 때울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번 시련을 통해 새로 얻은 스킬의 성능을 확인해 보기로 정했다.

일단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이메이, 에D츄와 합류 한 후 근처에 위치한 조용한 사냥터로 이동했다.

하이 오크니 고블린, 숲거미 등이 등장하는 5레벨만 되도 원활히 사냥이 가능한 숲의 한가운데, 세현은 마스터키를 조작해 새로 추가된 스킬들을 확인했다.

“새로 추가된 스킬은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이 두 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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