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124화 (124/180)

# 124

124화.

“그다음 혈관!”

하지만 세현은 정비를 하거나 잡몹들의 숫자를 줄일 생각은 없이 더더욱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퀸과 힘을 합친 사카린은 괴물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고, 그녀가 힘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빠르게 결판을 내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소환수들과 에D츄, 세이메이가 분전하며 파도처럼 밀려드는 수호충과 검은 유령들이 달라붙는 것을 막아줬다.

“다음 각성기!”

그다음 혈관에서도 사카린이 강제로 길을 열자 길드원 한 명이 200레벨 각성기를 정타로 박아 넣었다.

단번에 혈관이 파괴됐고 세현은 같은 방법으로 다음 혈관을, 또 다음 혈관을 빠르게 공략했다.

[‘사카린’ 님에게 걸린 작위 수여가 해제됩니다.]

[작위 수여 사용으로 소환수 ‘퀸’의 소환이 1시간 동안 불가능해집니다.]

작위 수여 시간이 거의 끝나갈 즈음, 결국 모든 혈관을 끊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더 이상 수호충들이 생성되지 않았고, 길드원들은 어렵지 않게 코어 룸 내부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후, 시즌4는 이제 징글징글하네.’

세현은 코어 룸 중심에 놓인 촉수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놈은 모든 혈관을 끊었음에도 천천히 맥동하며, 끊은 혈관 끝에 살점을 조금씩 재생시키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방치한다면 속도로 보건대 30~40분이면 완벽히 회복해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마왕 아자토스의 힘 중 극히 일부만을 상대한다는 설정인데도 이런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니 허세현은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제가 끝낼게요.”

세현은 붉은 뱀의 검을 뻗어 촉수핵을 반복해서 베어 냈다. 안에서 검은 액체가 분수처럼 뿜어지고 그것이 완전히 정지했을 때가 되서야 이 공간 내부에 메시지가 들려왔다.

[서큐버스 군단이 시즌4를 최초 클리어했습니다!]

[‘마왕의 힘을 일부 봉인한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보상: 올 스텟+5

[시즌5 ‘올림포스의 신들’이 개방됩니다!]

[승강의 방, 41층 버튼이 사용가능해집니다.]

메시지가 출력되는 사이, 세현은 채집의 단검을 이용해 촉수핵에서 재료를 열심히 뽑아냈다.

쏠쏠하게 재료를 챙긴 후에는, 심장에서 뿜어지는 검은 액체를 플라스크에 최대한 담았다. 무려 ‘마왕’의 피이기에 이를 잘 정제해 ‘스티그마’를 새기면 꽤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촉수핵의 사체가 사르르 녹아내렸고 거기에 남겨진 골드와 아이템을 챙기는 것으로 이번 시즌4 공략은 완전히 끝이 났다.

[메인 퀘스트 종료 연출 - 에필로그가 출력됩니다.]

잠시 후, 메시지가 출력됨과 동시에 공간 전체가 거세게 흔들렸다. 촉수핵이 파괴된 것으로 이공간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라, 이런 연출이 출력됐었나?’

세현의 기억으로는 촉수핵을 파괴한 후, 그냥 촉수 벽면에 구멍을 뚫어 빠져나가면 끝이었다.

이번 메인 퀘스트에서 에필로그가 있다는 건 딱히 겪어본 적도, 들은 것도 없기에 당혹감과 불안감이 먼저 들었다.

<아하하하하! 그대를 돕기 위해 내가 행차하노라!>

귀에 익은 느끼한 목소리와 함께 웅장한 악단의 음악이 동시에 요란스럽게 울려 퍼졌다.

그 직후, 촉수핵이 있던 자리에 원형의 금빛 마법진이 나타나더니 그 위로 뭔가의 존재들이 전송되기 시작했다.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입주자?>

“에엥, 니가 여긴 왜 왔냐?”

<왜, 왜 왔냐니!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싸움 다 끝난 마당에 굳이 여긴 왜 기어왔냐고, 이 머저리 같은 놈아!”

세현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엘더갓 노덴스와 그의 군대들이었다.

<아, 그게 오려고 했는데 말이야…… 내가 가진 힘이 갑자기 사라져서 도와줄 방법이 없었어.>

노덴스는 민망한 듯 콧잔등을 긁으며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세현은 그 ‘비장의 힘’이 뭔지 잠시 고민하다가 떠보듯 말을 이었다.

“그 힘이라는 게 뭔데. 뭐 로봇 같은 거라도 타는 거냐?”

<아아~ 그건 못 말하지. 힘을 주신 분들이 아주 높은 분들이라서 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세현이 떠본 말에 노덴스의 미묘한 표정 변화에서 그가 말하는 ‘힘’이 ‘마장기신’이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흐음, 마장기신을 내가 가지게 된 것 때문에 뭔가 변화가 생긴 건가?’

세현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말을 이었다.

“그래서, 다 끝난 마당에 여기 온 목적이 뭔데?”

<원래라면 당연히 아자토스를 쓰러뜨리는 데 힘을 보태야 했지만! 못 그랬으니까 탈출이라도 도우려고 찾아왔다구!>

“……내 발로도 걸어 나갈 수 있는디요?”

세현이 심드렁한 얼굴로 퀸을 이용해 벽에 구멍을 내 보였다. 그걸 본 노덴스는 당황해선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꾸했다.

<어, 어쨌든! 우리가 밖으로 데려가 준다고!!>

노덴스는 무작정 우기더니 한 손을 허공으로 쭉 뻗으며 뭔가의 주문을 외쳤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섬광 한 줄기가 허공으로 방출되더니 코어 룸 상공에 거대한 포탈을 열었다. 직후 노덴스와 함께 온 나이트건트들이 길드원들과 소환수들의 몸을 붙잡고 포탈 안쪽으로 날았다.

<너는 나랑 가도록 하자고.>

그러던 중, 노덴스가 세현의 한쪽 팔을 붙잡고 나이트건트들의 뒤를 따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포탈 안쪽은 형형색색의 보석 같은 것들이 빛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별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길드원 대부분이 그 풍경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는 사이, 세현은 노덴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노덴스 양반, 니알라토텝 때는 어떻게 된 거야?”

<니알라토텝, 그 오징어 같은 놈이 뭘 어쨌다는 거냐?>

“그 니알라토텝의 본체랑 싸웠잖아.”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네, 아우터 갓의 본체와 싸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마장기신이 있다면 모를까. 너, 아자토스에 공포에 노출돼 미쳐 버렸냐?>

세현이 몇 번이고 우회적으로 질문을 더 던져 봤지만, 노덴스는 니알라토텝과 벌였던 전투도, 마장기신의 행방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커플러의 간섭이 그의 존재를 완전히 일정 시점으로 돌려보낸 것 같았다.

‘무슨 온라인 게임 백섭 시키는 거냐…….’

세현은 새삼 관리자들의 위력에 놀랐다.

거주자들은 실제 인간과 다른 점이 거의 없지만 관리자에게 운명을 완전히 통제당하는 입장인 것이었다.

세현은 본인 스스로가 거주자가 아닌 것에 안도하면서도, 커플러 같은 관리자들이 세이메이나 에D츄를 언제든 제멋대로 처리해 버릴 수 있다는 걸 자각했다.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려나…….’

세현이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있던 중, 노덴스가 입을 열었다.

<이제 곧 도착한다.>

직후, 강렬한 빛이 눈에 쏟아져 시야를 가리며 메시지가 들려왔다.

[타이틀 ‘엘더갓의 통로로 탈출한’을 획득하셨습니다.]

보상: 올 스탯+5

잠시 후 시야가 돌아오자 이교도들이 아자토스를 소환해냈던 육망성의 바로 옆에 모든 길드원들이 서 있었다.

이곳엔 사지가 찢겨나간 이교도들의 사체와 박살 난 신전이 모두를 기다렸다.

‘이 정도면 뭐, 나쁘지 않지.’

올 스탯+5, 이 정도면 공짜로 3~4레벨에 상응하는 스펙을 올려준 것이기에 세현은 나름의 만족스러움에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우린 이만 가 볼게. 앞으로도 잘들 지내라고.>

노덴스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군대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사카린이 앞으로 걸어 나와 길드원들을 한데 모았다.

“그럼 41층 가기 전에 상황 정리 좀 하고 가자. 일단, 오늘 보스공략까지 다들 정말 정말 수고 많았고, 오늘 획득한 보상은 이 자리에서 공평하게 나누자고.”

그녀는 일단 백여 벌에 달하는 ‘잊혀진 하수인’ 세트와 아자토스가 떨군 재료 아이템, 골드를 길드원에게 공평히 배분했다.

한 명에게 돌아간 잊혀진 하수인 세트가 약 열 벌씩, 이미 이것만으로도 한 명에게 백억은 우습게 돌아간 셈이었다.

“다른 건 얼추 정리됐고, 이거 두 개는 어떻게 할까?”

사카린이 마지막으로 꺼낸 것은 ‘이름 없는 엘더갓’ 세트와 액세서리 ‘아자토스의 눈’이었다.

두 개 모두 다른 아이템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이는 사기템이기에 이를 어찌 처리할지 논의가 필요한 것이었다.

“흐음, 애매할 땐 제일 활약한 사람이 가져가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데.”

“그냥 사카린언니랑 세현이랑 하나씩 나눠 가져가요. 두 사람이 다 했잖아.”

“에이~ 다 같이 잡은 건데 어떻게 또 그래.”

사카린은 다른 길드원들이 계속 가져가라 권유해도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거절했다.

그들이 한창 쓸데없는 실랑이를 버리면서 힘을 빼고 있는 와중, 세현은 은근슬쩍 아자토스의 눈에 손을 가져갔다.

“이건 내가 가져가요, 길드장.”

“어, 응? 아아 그래…… 그럼 내가 세트 아이템 가져갈게.”

너무 당당히 아이템을 가져가 버리니 사카린은 당황했는지, 분위기에 휘말려 남은 ‘이름 없는 엘더갓’ 세트를 주섬주섬 챙겼다.

애초에 복잡한 추가 스킬 없이 괴물 같은 스펙 하나로 밀어붙이는 세트아이템이기에 전면전을 즐기는 사카린에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아이템일 것이다.

‘나는 얘기가 좀 다르지.’

세현 또한 1:1 전투에서 어지간한 입주자에게 딸리는 수준은 아니고 급할 때 쓸법한 카드 몇 장은 숨겨놨지만, 브레이브킹이라는 클래스의 근본은 소환사다.

결국 후방에서 소환수를 최대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허세현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전투 스타일인 것이다.

이걸 위해서는 ‘이름 없는 엘더갓’ 세트보다는 액세서리인 ‘아자토스의 눈’ 쪽이 훨씬 효율이 좋았다.

엘더갓 세트에 딸린 엘더킹의 양손검은 좋은 무기지만, 붉은 뱀의 검이 가진 소환수 수에 따른 공격력 증가 효과를 대신할 정도는 아니다.

[#. 액세서리

아자토스의 눈 ]

- 아자토스의 몸에 달린 수많은 눈 중의 하나를 금속으로 엮어 낸 목걸이. 강력한 공허의 힘을 담고 있으나 이를 사용하면 할수록 사용자의 정신력을 점차 갉아먹게 된다.

등급: 크로니클(A)

적정 레벨: -

?추가 옵션:

(1) 다크니스 리턴 (적용되는 소환수 1명당 MP150 소모 / 쿨타임 30분 / 지속시간 15분): 아자토스 눈에 담긴 힘을 이용해 아군 소환수의 전체의 무기를 강화합니다. 다크니스 리턴으로 강화된 무기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 어둠상처: 무기의 공격력을 1티어 상승시키며 공격에 성공할 때마다 어둠상처 스택을 1개씩 남깁니다. 스택은 최대 30분 유지되며, 최대 50개까지 누적됩니다. 1스택당 회복 능력이 -1%씩 누적됩니다. (50스택 = -50% 회복능력 저하.)

└ 상처폭발: 적에게 심어져 있는 어둠상처를 폭발시킵니다. 스택 개수에 비례해 폭발 데미지가 강해지며, 상처폭발로 적이 죽게 될 경우 [수호충] 효과가 발동됩니다.

└ 수호충: [상처폭발]로 적을 제거할 경우, 시체에서 수호충 3마리를 뱉어 냅니다. 숙주 스펙의 50% 레벨을 가집니다. (수호충은 사용자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없으며, 소환수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별도의 버프 스킬을 주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대상이 보스 몬스터일 경우 발동되지 않습니다.)

‘뭐 그런대로 쓸 만하겠네.’

애써 초연한 척했지만, 아자토스의 눈은 그 이름에 걸맞게 사기적인 옵션을 가졌다.

소환수 전체의 무기 스펙을 15분간 1티어나 올리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공격에 성공할 때마다 적에게 스택을 쌓아 치유 감소, 이를 이용한 2차 폭발 공격이 가능하다.

거기에 이것으로 확정 킬을 내면, 몬스터의 몸속에서 수호충이 3마리나 나오는데, 아무리 수호충이 약하다고 해도 3마리씩이나 콸콸 쏟아져 나오면 머릿수를 보태 어그로를 끌어 주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터였다.

이는 블랙 비숍의 사자 부활과 함께, 패싸움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으흐흐흐흐……. 이거면, 이거면 된다!”

세현은 B급 영화의 악당처럼 무의식중에 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사카린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머리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허세현, 쟤 괜찮냐? 맛이 살짝 간 거 같은데?”

“아이템 준다니까 좋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길드원들은 세현을 애잔한 눈으로 보며 작게 고개를 좌우로 작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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