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122화 (122/180)

# 122

122화.

그 순간, 보스 등장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거대한 촉수 몇 갈래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 크기가 어찌나 대단한지, 촉수 한 갈래가 시즌2에서 봤던 샌드웜퀸보다도 거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오오오 절대자시여! 저의 이름은 ‘맥기스’라 합니다! 그 누구보다 절대자님을 오래간 섬겨온 백성입니다!”

그 모습을 본 교주가 감동한 듯 눈물을 흘리며 말하던 중, 허공으로 상승했던 촉수 중 한 줄기가 그를 향해 맹렬히 추락했다.

콰드드득-!

촉수가 바닥을 짓뭉개고 다시 위로 올라가자 교주가 있던 자리에는 피 웅덩이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으깨진 살덩이들만이 남았다.

“으하하하하, 아하하하하!”

그 직후, 그 자리에서 교주의 살덩이들이 순식간에 이어 붙기 시작하더니 그가 흉측한 괴물의 형체가 되어 되살아났다.

교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몸을 두리번거리며 보더니 양팔을 옆으로 뻗으며 외쳤다.

“드디어! 드디어 필멸자의 몸에서 벗어났구나!”

콰드드득-!

그러자 교주의 양팔이 길어지더니 수백 갈래의 촉수를 동시에 뿜어냈다. 촉수들은 주변을 가득매운 신도들의 사지를 찢어발겨 그것을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히이이이익!”

“괴, 괴물이다!”

이에 신도들은 놀라 비명을 외치더니 빠르게 흩어졌다. 아마도 저들이 바라던 구원은 이런 방식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다들 전투준비!”

허세현은 소환수를 모두 꺼내 빠르게 배치했다.

그러자 눈앞에 퀘스트를 알리는 메시지창이 곧장 출력됐다.

[#. 메인 퀘스트 / 절대자 약화]

- ‘마왕 아자토스’의 소환이 이뤄지고 있는 중, 네크로노미콘을 파괴해 그의 힘을 불완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막아서는 이교도 교주, 맥기스를 처리하고 네크로노미콘을 파괴하자.

제한 시간: 15분 (빠르게 클리어할 수록 아자토스 약화)

적정 레벨: 190

클리어 조건:

- ‘네크로노미콘’ 파괴.

- 이교도 교주 ‘맥기스’의 처치.

[수락하기]

“교주 먼저 제거하고 책을 파괴합시다!”

세현은 수락하기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에D츄를 타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러자 너나 할 것 없이 길드원과 소환수 전체가 전방의 교주를 향해 돌진했다.

“머리 위, 촉수 조심해!”

콰앙-!

교주에게 다가가는 동안 아자토스의 촉수가 바닥으로 세차게 내리꽂혔다.

길드원들은 한 방만 맞아도 단번에 전신이 짓이겨질 무지막지한 공격을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해내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아하하하! 절대자께서 깨어나신 와중에 무슨 쓸데없는 짓이냐!”

그러자 교주의 양팔에서 가는 촉수들과, 다시 괴물이 되어 되살아난 이교도들이 쉴 새 없이 달려들었다.

“길드장! 내가 상대할 테니까 네크로노미콘 박살 내요! 설희 씨는 버프!”

“오케이!”

“넵!”

빠른 오더에 순식간에 길드원이 양분됐다.

세현은 온갖 버프를 발동시킨 후, 붉은 뱀의 검을 휘둘러 교주의 머리로 내뻗었다.

놈이 한쪽 팔을 힘차게 내밀자 다시 한 번 촉수들이 무수히 뻗어 나와 늘어난 붉은 뱀의 검을 옭아맸다.

하지만 이것이면 충분했다. 그사이 두 마리의 나이츠와 퀸이 재빠르게 교주의 왼쪽과 정면에서 치고 들어갈 틈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콰드드득-!

교주는 왼팔을 뻗음과 동시에 이교도들을 앞세워 소환수들을 막아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화이트 나이츠가 교주의 왼팔을 봉인하고, 블랙 나이츠가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이교도들을 순식간에 고깃덩이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퀸이 총알같이 달려들어 교주의 이마에 레이피어를 수차례 찔러댔다. 그러자 놈의 머리통과 가슴팍이 터져나가며 HP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크흐흐흐흐! 크흐흐하하하! 고작 이 정도로 절대자의 힘을 받은 내가 죽을 거라 생각한 거냐. 나약한 필멸자 주제에!>

허공에 기괴한 음성이 들려오더니 놈의 몸뚱이가 허공에서 재생하기 시작했다. HP도 빠르게 다시 차오르며, 놈의 부활을 알렸다.

보통의 입주자라면 충분히 당황할 상황, 하지만 세현은 이미 이것을 예측했기에 침착하게 다음 명령을 내렸다.

“퀸! 계속 다져 버려!”

세현의 명령에 퀸이 양팔을 더더욱 세차게 움직이며 놈의 몸에 구멍을 꿰뚫었다.

그것은 차라리 기관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빠른 속도여서, 놈의 몸뚱이가 온전한 형태로 돌아올 일말의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사이 세현과 다른 소환수들은 접근해오는 이교도들을 썰어 내며 퀸에게 시간을 벌어줬다.

<네 공격이 꽤 매섭긴 하다만,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나 두고 보자!>

그럼에도 교주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주변의 이교도들도 하나둘씩 아자토스의 마기에 잠식되어 마물로 변하고 있기에, 세현 일행이 언제까지고 여기서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리라.

“계속할 필요 없어. 너 이제 곧 죽거든.”

잠시 후, 세현의 말이 예언이라도 된 듯 한 가지 메시지가 추가로 출력됐다.

[네크로노미콘이 파괴됐습니다!]

[아자토스의 소환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멈춥니다!]

[이교도 교주 ‘맥기스’에게 걸린 불사의 권능이 해제됩니다!]

<크아아아아악! 저, 절대자의 힘이!!>

네크로노미콘이 파괴됨과 동시에 교주의 몸이 새까맣게 물들더니 검은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져버렸다.

“후우, 이제 본 게임만 남았구만.”

세현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태세를 추슬렀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촉수를 바라봤다.

[#. 보스 몬스터 / 마왕 아자토스의 촉수]

-외신 아자토스의 촉수, 소환 도중 네크로노미콘이 파괴되어 불완전한 상태로 차원의 틈새에 갇혀버렸다. 그의 촉수들을 제거해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자.

등급: 영웅(S)

레벨: 195

촉수1 생명력 / 마나: ???? / ????

촉수2 생명력 / 마나: ???? / ????

촉수3 생명력 / 마나: ???? / ????

촉수4 생명력 / 마나: ???? / ????

촉수5 생명력 / 마나: ???? / ????

촉수6 생명력 / 마나: ???? / ????

촉수7 생명력 / 마나: ???? / ????

“아, 저거 드럽게 세 보이네.”

옆에서 같이 서 있던 사카린이 아자토스의 모습을 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말로는 드럽게 세 보인다면서 표정은 엄청 좋네요, 길드장.”

“왜, 저놈 상대하는 거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나 새로 생긴 스킬도 있고 해서 몸이 근질근질 대서 말이야~”

“……어떤 미친놈이 댁같이 생각하겠어요.”

사카린의 약간 나사 빠진 듯한 대꾸에 세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무지막지한 아자토스의 모습을 보고 이따위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파트 내에 단 한 명밖에 없을 거라 확신했다.

“가자고!”

사카린이 외치며 가장 먼저 촉수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들이 공략해야 할 아자토스의 촉수는 총 7개, 촉수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보스몬스터의 스펙을 상회했기에 감히 얕볼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자, 화려하게 가 보자고.”

세현은 가장 앞의 촉수에 붉은 뱀의 검을 뻗어 피부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소환수들과 길드원들이 검신을 발판삼아 빠르게 그를 타고 올랐다.

“촉수에 달린 눈동자부터 공략해!”

놈의 커다란 촉수에 무수히 박혀있는 수천, 수만 개의 눈동자. 그 위로 길드원들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스킬이 몰아칠 때마다 눈동자가 터지며 그 사이로 검은색 액체가 쏟아졌다.

“저 피에 절대 닿지 마!”

세현이 외치자 길드원들이 피가 쏟아지는 방향을 피해 산개했다. 아자토스의 혈액에 닿으면 SAN 수치가 빠르게 떨어지기에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내린 오더였다.

“크르으으으악!”

잠시 후, 흘러나온 피는 허공으로 날아들더니 유령의 형체로 변이해 곧장 모두에게 달려들었다.

유령들의 개체 하나하나의 강력함이 어지간한 중보스급 몬스터에 맞먹었기에 모두가 애를 먹는 눈치였다.

다행인 것은 블랙 비숍이 ‘사자 부활’로 놈들을 부활시킨 후 ‘증폭’ 저주를 활용해 어느 정도 숫자를 맞춰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사이 다른 6개의 촉수 또한 활발히 움직이며 길드원들을 공격했다.

촉수에 달린 눈동자들은 간간히 보라색 광선이나 구체형 투사체를 뿜어냈다.

눈동자의 숫자가 어마어마했기에 길드원들은 마치 슈팅게임처럼 촉수를 발판삼아 투사체 사이로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쳐야만 했다.

그 투사체가 다른 촉수의 눈동자나 검은 유령들을 때리기도 했기에, 최대한 촉수들의 동선을 꼬아놓는 것만으로도 이이제이를 노릴 수 있었다.

촉수와 촉수끼리 엉겨 붙게 해 자멸을 노리는 공략. 이것은 최악의 마신인 아자토스를 상대할 때 꺼낼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지만 명확한 단점이 존재한다.

바깥에서 쏟아지는 광선과 투사체, 그리고 검은 유령들로부터 입주자가 살아남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서큐버스 군단 멤버들 또한 물약이 줄어가는 속도가 어마어마했기에 이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채 10분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첫 번째 촉수의 눈부터 완전히 박살 내!”

그런 와중, 서큐버스 군단은 무리해 가며 첫 번째 촉수에 달린 눈들을 거의 박살 내는 데 성공했다.

세현은 왕의 명령으로 곧장 소환수들을 움직였다. 그러자 퀸과 두 나이츠가 첫 번째 촉수의 가장 아랫부분에 바짝 붙어 한 지점에 맹공을 퍼부었다.

소환수들에겐 SAN 수치가 없기에 검은 피가 튀는 것 따윈 아랑곳 않고 무기를 휘둘렀고, 살점이 퍽퍽 떨어져나가 잠시 후 그 자리엔 사람 한둘은 족히 들어갈 수 있을 커다란 구멍이 남았다.

“빨리 안으로 진입해!”

세현의 오더에 길드원들이 놈의 첫 번째 촉수 안으로 우르르 물밀듯 몰려 들어갔다. 그러자 조금 전 들어온 입구에서 살점이 스멀스멀 회복되더니 퇴로가 완전히 막혀 버렸다.

“주군! 몸 안쪽이 바깥보다 훨씬 넓은 것 같습니다. 혹시 이 요괴의 몸속은 아공간으로 이뤄진 것입니까?”

“아마 그런 것 같은데.”

세이메이의 말대로 촉수 내부 공간은 샌드웜 퀸정도 크기 생명체의 체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촉수 내부는 거대한 고대의 유적을 연상시켰다. 몸 곳곳에 박힌 보랏빛 돌이 은은하게 내부를 비췄고, 검게 이글거리는 기운이 도처에 지뢰처럼 깔려있었다.

거기다 바닥에는 정체모를 이족들의 뼈다귀나 썩어 문드러진 사체, 무기들 굴러다녀 이 촉수의 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갔는지 알 수 있게 했다.

[#. 메인 퀘스트 / 아자토스를 상대하는 다른 방법]

- 당신은 마왕 아자토스의 촉수에 침투했습니다. 촉수 내부에는 그의 힘을 받은 괴물들이 넘쳐나며 이곳의 기괴한 기운이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정신력을 점점 갉아먹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자토스의 촉수에 달린 핵을 발견하고 이를 당신이 미쳐버리기 전에 파괴할 수 있다면, 당신이 그의 촉수 안에 들어온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클리어 목표: 아자토스의 촉수핵 파괴.

잠시 후, 촉수 안에서 뭘 해야 할지 알려 주는 메시지창이 출력됐다.

“뭐야, 이 안을 던전처럼 클리어하면 된다 그건가? 허세현 너는 이걸 어떻게 알았냐?”

“밖에 계속 있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들어온 건데요.”

“아 하긴……”

사카린의 질문에 세현은 너스레를 떨며 대꾸했다. 실제로 바깥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기에 다른 길드원들 또한 세현의 말에 쉽게 납득하는 눈치였다.

“그럼 촉수핵인지 뭔지 빨리 박살 내러 가자고. 여기 오래 있어서 좋아질게 없는 모양이니까.”

사카린은 SAN 수치를 관리하기 위해 술과 엘릭서를 가볍게 삼킨 후 앞으로 나아갔다.

가는 도중, 바닥에서 일렁대는 검은 기운들이 검은 유령들로 변해 종종 공격을 해 왔지만 그 수가 바깥보다 많지 않았기에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앞으로 5분쯤 걸어갔을 무렵, 내부 공간이 갑자기 더 크게 넓어지는 구간이 나타났다.

“멈춰요.”

세현은 그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팔을 뻗어 길드원들을 멈췄다.

“저게 뭐야…….”

“이건 뭐, 보스 몸속에 무슨 던전이 있는 수준인데?”

아래로 넓게 펼쳐진 공터 같은 공간에 수백 명에 달하는 군대가 서 있었다.

그들의 썩어 문드러진 몸 위에는 어울리지 않게 고급스러운 갑옷이 덧씌워져 있었고, 팔에는 날카롭게 벼려진 검이니 도끼니 창이니 무기가 들려있었으며, 얼굴 부분에는 검은 기운이 달라붙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 여기서 등장하는구나.’

세현은 저들의 존재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저것들, 아자토스에게 죽은 엘더갓이라는 설정이었지.’

그들 중, 다른 병사들에 비교해 덩치가 서너 배나 크고 더욱 화려한 갑옷에 금장식이 잔뜩 붙은 양손검을 든 놈이 눈에 띄었다.

세현은 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상태 창이 띄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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