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
104화.
[#.메인 퀘스트 / ‘원더랜드 대전쟁’-Part1]
-충차병이 하트여왕의 성문을 파괴할 때까지 충차병을 지키십시오.
‘좋아, 한번 바짝 달려 보자.’
세현은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 † †
[하트여왕의 성문이 파괴됐습니다!]
[앨리스의 반군이 성안으로 진입합니다!]
[#.메인 퀘스트 / ‘원더랜드 대전쟁’-Part2]
- 하트여왕의 홍학 부대를 제거하고 크리켓 경기장을 점령하십시오!
[크리켓 경기장을 탈환했습니다!]
[다음 성문으로 이동합니다!]
[#.메인 퀘스트 / ‘원더랜드 대전쟁’-Part4]
- 하트여왕의 처형인들을 제거하고 단두대를 파괴하십시오!
[단두대를 파괴했습니다!]
[다음 성문으로 이동합니다!]
시즌3 최종장은 마치 AOS 게임처럼 준비됐다.
매 성문마다 하트여왕군과 중간 보스급 몬스터들이 등장했으며, 거점을 탈환하거나 목표를 파괴하면 다음 파트로 내용이 이어졌다.
그 난이도가 상당했기에 거의 반나절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메인 퀘스트 / ‘원더랜드 대전쟁’-Part7]
- 내성에 진입해 하트여왕을 쓰러뜨리고 원더랜드에 진정한 자유를 선물하십시오!
그리고 결국에는 성 내부까지 진입해 하트여왕을 만날 수 있었다.
“앨리스! 네년이 기어코 여기까지 왔구나!”
창백한 피부에 새빨간 머리와 롱드레스 차려입은 표독한 인상의 미녀가 외치고 있었다.
그녀는 활촉이 하트 모양으로 생긴 거대한 장궁을 꺼내 들고 성의 샹들리에 위로 활짝 뛰어올랐다.
“하트여왕이여, 투항한다면 목숨만은 살려 드리지요.”
앨리스가 샹들리에를 올려다보며 말하자 위에선 귓구멍을 찌르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헛소리!!!”
하트여왕이 발사한 화살이 여러 갈래로 추락해 바닥에 내리꽂혔다. 앨리스와 서큐버스 군단 전체는 기민하게 움직여 이를 피해 냈지만, 반군 몇 명이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화살에 꿰뚫렸다.
그들의 몸에선 붉은 오오라가 뿜어지더니 별안간 주변 아군들을 향해 좀비처럼 광폭화되어 달려들었다.
세현이 직접 앞으로 달려들어 반군들의 몸에 화살을 뽑아내자, 그들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제자리에 쓰러졌다.
잠시 후 반군들이 그들을 부축해 뒤로 가져갔고, 세현은 손가락으로 하트여왕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 화살만 조심해!”
하트여왕의 화살에 맞으면 매혹 효과에 걸려, 잠시간 아군을 공격하게 된다. 그것이 하트여왕 공략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이었다.
“여기서 죽어라, 앨리스!!”
하트여왕은 샹들리에와 성 내부에 놓인 발코니 등을 뛰어다니며 미친 듯 화살을 난사했다.
사방에서 팔랑크스를 사용한 카드 병사들이 뛰쳐나와 공격을 퍼부으며 성 내부에서 난전이 벌어졌다.
‘뭐 이 정도면 비장의 카드는 안 꺼내도 되겠네.’
세현은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상 최종 관문까지 온 이상 보스전은 7할 이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따라붙어!”
사카린과 길드원 서너 명이 하트여왕에게 끈덕지게 따라붙고 나머지가 지상에서 사방에서 몰려오는 카드 병사들을 상대했다.
“떨어져, 떨어져! 이 천한 것들아!”
사카린이 따라붙자 하트여왕은 지상에 더 이상 화살을 퍼붓지 못했다. 도망치기에 급급해서 빈틈을 종종 노출했고, 모두는 그때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딜을 박아 넣었다.
하트여왕은 애초에 시즌 보스치고는 어려운 편이 아니다. 굳이 단일 개체로 따지자면 25층에서 등장하는 자바워키쪽이 훨씬 까다롭고 스펙도 더 높다.
다만,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6개의 관문 쪽이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었다.
하트여왕의 체력 바가 모두 깎여 나가는 순간-.
“꺄아아아아악!”
그녀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에서 하트 모양으로 응고된 피를 뿜어내며 바닥에 스러졌다. 이를 본 반군 병사들은 잠시 멍하니 그 광경을 쳐다봤다.
“하트여왕이 쓰러졌다!”
“우, 우리가 승리했다!”
잠시 후, 기쁨의 탄성이 한가득 터져 나오며 성 내부를 가득 메웠다.
“끝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주군!”
“쭈인님! 배고픕니다츄!”
모두가 한시름 놨다는 듯 들뜬 목소리로 제각기 목소리를 냈다.
‘뭐야, 왜 메시지가 안 뜨는데?’
하지만 세현은 묘한 위화감에 사로잡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시즌3 클리어 직후, 당연히 출력돼야 할 축하 메시지와 이벤트 컷씬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시선 너머에 불길한 존재가 포착됐다.
‘저건?’
검은 로브를 쓴 자가, 2층 발코니에서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은 살기를 잔뜩 머금은 체 흉흉한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전신이 오싹오싹해지는 위압감에 세현은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전투 준비해! 아직 안 끝났어!”
[#.메인 퀘스트 / ‘원더랜드 대전쟁’-E.N.D]
- 원더랜드의 창조주, 루이스 캐럴이 이 이야기의 결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들을 지워 버리고 새로 이야기를 쓸 생각입니다. 창조주 루이스 캐럴을 쓰러뜨리십시오.
순간 메시지 박스가 눈앞에 출력되더니 검은 로브의 몸에서 수백, 수천 줄기의 살덩이가 뻗어 나와 다른 형태로 빠르게 변이했다.
변이가 끝났을 때, 그것은 사람 키 정도의 손으로 변해 있었는데 손가락 사이에는 잉크를 듬뿍 묻힌 거대한 펜이 들려 있었다.
“저게 뭐야?”
“어라, 이게 끝 아니었어?”
이를 보고 있던 서큐버스 군단과 앨리스 반군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이런 미친.’
[#. 보스 몬스터 / 창조주, 루이스 캐럴]
- 앨리스 인 원더랜드는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등급: 신화(SSS)
레벨: 153
HP / MP: ??? / ???
보스의 상태 창을 확인한 세현 또한 아연실색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신화급 보스라고? 이거 장난 하냐?”
신화급 보스, 이는 세현이 F급이던 시절 만났던 마의 50층 보스 크로노스와 동일한 등급이다. 세현은 그 경악할 법한 난이도를 직접 겪어 본 적이 있기에 반사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허, 허세현. 신화급 보스라니 저거 뭐냐?”
이를 지켜보던 사카린이 세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해 줄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뿐이었다.
“길드장, 이번 공략 포기하죠!”
세현의 얼굴을 본 사카린은 침을 꿀꺽 삼킨 후, 심각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후퇴해! 이번 트라이는 포기한다!”
“포기한다!”
그녀의 명령에 길드원들은 잠시 멈칫거리다가 뒤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종장’이 종료될 때까지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 멀쩡히 작동했던 성문 앞에 푸른 결계가 빛을 발하며 앞으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는 50층 크로노스전 때와 동일한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모두는 몸을 돌리고 정체불명의 보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놈은 손등 부분에서 커다란 괴물입을 벌리더니 이를 꿈틀대며 괴상한 목소리를 뱉어냈다.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기는 건 이야기가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여기서 약간의 조미료를 치려고 합니다.>
대한 펜이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거대한 손은 그걸 허공에 휘적대며 무언가의 글씨를 적어 나갔다.
「반란군들은 이야기에서 퇴장한다.」
허공에 완성된 문장은 빛을 뿜더니 수백, 수천 개의 섬광이 되어 앨리스 반군들을 향해 날아갔다.
“도, 도망쳐!”
이를 본 반군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쳤지만 섬광들은 마치 유도탄이라도 되는 마냥 그들을 따라가 충돌했다.
“으아아아아아!”
섬광에 맞는 순간, 반군들의 몸이 푸른빛과 함께 서서히 녹아내렸다.
녹아내린 몸뚱이가 바닥에 뚝뚝 떨어질 때마다 허공으로 수없이 많은 글자들이 흩어졌다. 마치 컴퓨터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나 볼 수 있을 법한 시스템 에러 코드 같은 이펙트였다.
동시에 수천 명의 몸이 녹아내리는 광경은 지옥 그 자체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어째서! 어째서 관리자께서 입주자의 일에 관여하시는 겁니까!”
마찬가지로 몸이 녹아 가고 있던 앨리스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손을 향해 크게 외쳤다.
<앨리스, 당신은 거주자 주제에 쫑알쫑알 말이 너무 많아요.>
손은 다시 한 번 입을 꿈틀거림과 동시에 허공에 한 문장을 추가로 적었다.
「앨리스는 이야기에서 더 빠르게 퇴장한다.」
“끄아아아악!”
그러자 앨리스의 몸이 녹는 속도가 몇 배는 빨라졌다.
<아파트의 규칙은 언제나 같잖아요? 뭐든 재미있으면, 그분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이 정도의 아주 가~벼운 탈선은 허용될 겁니다.>
“겨우 그런 이유로 우리를… 아파트의 운명에 순종하는 우리를 이리 농락하는 겁니까!”
<거주자들의 사정 따위 내 알 바 아니지요.>
“이대로, 이대로 끝낼 순 없습니다!”
앨리스는 악에 받힌 목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품속에 손을 넣고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작은 목갑이었다. 허세현이 벚꽃공주에게 받아다 전해 준 보물. 그녀는 그 목갑을 활짝 열고 안에서 자신의 키만 한 두루마리를 꺼내 들었다.
“관리자여!”
포효에 가까운 외침과 동시에 두루마리를 양팔로 힘차게 찢어 버렸다. 그러자 두루마리를 중심으로 붉은 빛을 반원의 형태로 퍼져 성 내부를 가득 메웠다.
“사, 살았다!”
“어머니 앨리스께서 우릴 지켜 주셨어!”
잠시 후, 녹아내리던 반군들의 몸을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이를 본 손 모양 몬스터는 다시 입을 달싹였다.
<호오, 앨리스. 거주자 주제에 어디서 그런 물건을 손에 넣은 거지요?>
놈에겐 얼굴도, 표정도 보이지 않았지만 명백히 당황했다는 것이 목소리 너머에서 느껴졌다. 분명 앨리스가 사용한 두루마리는 놈이 예상을 뛰어넘은 반격이었다는 것이리라.
“입주자들이시여! 저자를 쓰러뜨려야 합니다!”
“오케이!”
“쭈인님! 등에 올라 타시라츄!”
그녀의 외침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사카린을 비롯한 근접 딜러들이 앞으로 제처 들어갔고 백설희는 모든 버프를 그들에게 집중시켰다.
허세현은 에D츄의 등에 올라타 주변을 돌며 소환수들을 산개시킨 후 배후에서 치고 들어갔다.
<그따위 잔재주 좀 부렸다고 당신들 따위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손 형태 괴물은 분노 가득한 외침과 함께 허공에 문장을 빠르게 휘갈겼다.
「마룡 자바워키를 소환한다.」
「그림자 고양이 체셔캣을 소환한다.」
「하트여왕을……」
“저 문장을 완성 못하게 막아!”
놈의 능력이 무엇인지 직감한 모두가 달라붙었지만, 놈은 펜을 검처럼 휘둘러 사카린 일행을 떨쳐 낸 후 문장을 억지로 완성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이런 미친!!!”
문장이 새겨진 허공에서 각 층의 보스급 몬스터들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세현은 씁쓸한 얼굴로 상황을 빠르게 분석했다.
‘체셔캣과 하트여왕은 그렇다 쳐도 자바워키까지……’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의 전력으로 저 보스들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어찌어찌 놈들을 모두 처치한다 해도 저 손 모양의 괴물이 또 다른 몬스터를 소환한다면 더 이상 뒤가 없다.
‘지금은 상황에서 소모전은 필패다.’
답은 단기 결전밖에 없는 상황. 세현은 자신이 준비해 놓았던 ‘비장의 카드’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사카린 누님! 제 옆으로!!!”
“왜!”
다급한 외침에 손 모양 괴물을 쫓던 사카린이 방향을 틀어 앞으로 돌아왔다. 세현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진지한 목소리로 외쳤다.
“자세한 설명할 시간 없어요. 길드장은 나 믿죠!”
“뭐?”
“안 믿어도 그냥 지금은 믿어요! 죽기 싫으면!!”
“너,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지금부터 힘을 줄 테니까 그 순간부터 뒤는 없다고 생각하고 최대 전력으로 달려요!”
사카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당황했지만, 세현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손을 뻗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퀸… 소환!”
그러자 바닥에 연기가 일어나며 아름다운 유선형의 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에는 흑색의 레이피어를, 또 다른 손에는 백색의 레이피어를 든 소환수. 그녀의 모습에서 고고한 아우라가 절로 뿜어져 나왔다.
이는 SSS클래스 브레이브킹의 최강의 소환수 ‘퀸’. 폰을 100레벨까지 올린 후, 진급(프로모션)을 사용해 만들 수 있는 소환수였다.
세현은 그 동안 ‘경험의 관리자’를 통해 얻은 경험치 대부분을 퀸을 만드는 데 쏟아부었다. 그 결과 퀸은 이미 83레벨이라는 준수한 수준의 레벨에 도달한 상태였다.
퀸의 상태창을 열어봤을 때의 클래스 등급은 SS. 이는 현재의 퀸이 단독 전투력만으로 어지간한 수준의 랭커 따윈 씹어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비장의 카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