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83화 (83/180)

# 83

83화.

[#. 펫 / 야수왕 에.D.츄]

- 22층 메인 던전의 최종 보스, 자칭 야수의 왕.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어딘가 변태스럽고 음흉한 구석이 넘쳐 나는 이상한 햄스터.

등급: 에픽(B)

레벨: 1

HP / MP: 4000 / 500

스텟: 힘(100) / 민첩(100) / 지능(5) / 체력(300)

▶ 보유 스킬

1. 탑승: 펫에 올라탄 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펫의 이동속도는 민첩, 체력 스텟에 비례해 증가합니다.

- 현재 평균 이동속도: 90kms

2.몸통 박치기: 몸통을 날려 적에게 큰 데미지를 줍니다.

‘뭐야? 기본 스텟이 엄청 높은데.’

에D츄는 별다른 스킬은 없지만, 여타 보스 몬스터와 비교해도 대단한 스텟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HP 수치는 현재 50레벨을 넘은 세현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

보통 펫들의 HP수준을 생각했을 때, 이건 사기라 표현해도 할 말 없을 정도의 수치다.

‘이거 탱커로 키우면 딱이겠네.’

세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험의 관리자’를 실행시켜 봤다.

[경험치를 부여할 소환수를 선택해 주세요.]

1. 블랙 나이츠 / 레벨 52

2. 화이트 나이츠 / 레벨 47

3. 블랙 비숍 / 레벨 34

4. 화이트 폰B / 레벨 33

5. 블랙 폰C / 레벨 32

6. 화이트 폰C / 레벨 29

7. 블랙 폰D / 레벨 27

8. 화이트 폰D / 레벨 24

9. 블랙 폰E / 레벨 13

10. 에.D.츄 / 레벨 1

‘역시 소환수랑 동등한 취급이군.’

에D츄 또한 경험의 관리자 리스트에 출력됐다. 그 말인 즉은, 에D츄에게도 경험치를 몰아줘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얘기였다.

소환수 구성에 아직 탱커 역할을 할 캐릭터가 없던 차에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경험의 관리자로 ‘에D츄 / 레벨1’에 경험치를 부여합니다. 에D츄의 레벨이 1에서 17로 상승했습니다.]

일단 경험의 관리자에 쌓인 경험치를 몽땅 털어 넣자 레벨이 단숨에 17까지 올랐다. HP도 단숨에 3만 가까이 뻥튀기 됐다.

오로치나 샤이탄 같이 시즌 보스급에 비할 바는 못 돼지만, 일반 입주자들의 기준으로 생각했을 땐 충분히 사기적인 수치였다.

‘괜히 씨앗만 날린 줄 알았더니 이것도 보기보다 훨씬 괴물이었네.’

게다가 펫에게는 어느 정도 장비를 착용시키거나, 스티그마를 새겨 주는 등의 행위도 할 수 있다. 세팅을 잘해 준다면 이 녀석도 분명 든든한 탱커로서 한 명의 몫을, 아니 그 이상을 해 줄 것이다.

세현은 녀석의 흡족한 미소로 에D츄의 쓰다듬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쥐새끼.”

† † †

돌아온 ‘서큐버스 군단’의 주간 길드 회의.

“자, 각 조별로 일주일간 있었던 특이 사항부터 보고해.”

이번 회의의 안건은 22층의 메인 퀘스트에 대한 정보가 주를 이뤘다.

다들 세현이 공유해 준 정보 덕에 험프티 덤프티를 만나는 것 까지는 성공한 모양이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 느끼하게 생긴 계란 새끼, 죽여 버리고 싶다니까요.”

“아 진짜 짜증나, 더럽게 돈 밝혀요!”

대부분 길드원들은 험프티 덤프티와 계약을 맺는 단계에서 꽤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세현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몇 개 알려 주는 것으로 길드원들의 분노를 잠재웠다.

“현재 14개 길드가 22층까지 진출했고, 이 중 ‘하트여왕’ 쪽 루트를 탄 길드는 9개, 우릴 포함해서 5개 길드가 앨리스 루트를 탔어.”

‘안 좋아.’

그녀의 말에서 세현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현재 시즌3 구역이 열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상위권 길드 대부분이 벌써 22층에 진입했다?

이는 시점이 세현이 기억하는 것보다 너무 빨랐다.

뭔가가 기억과 달리 흘러간다는 건, 세현에게 좋은 징후는 아니었다.

‘내 행동이 뭔가 영향을 주고 있는 건가?’

일전에 검은 로브의 습격도 그렇고, 계속 변수가 발생하는 것은 계속 위기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골똘히 생각하던 중, 사카린이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한마디를 보탰다.

“아, 그리고 블루울프 새끼들이 우리 길드에 선전포고를 했다.”

“에엥?”

“선전포고요?”

다들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어제 새벽에 우리 길드 유튜브 채널에 올라간 영상인데, 이것 때문에 쟤들이 빡친 것 같거든?”

사카린이 싱긋 웃더니 빔 프로젝터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틀어 보여줬다.

제목은 [서큐버스 군단 막내 vs 블루울프 1군].

시간상 업데이트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영상 조회수는 이미 1000만을 넘어가고 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허세현 일행과 블루울프 길드원들의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저 영상?’

이를 본 세현은 입꼬리를 올렸다.

[씨발~ 고작해야 계집년들 열 몇 명 모인 길드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깟 년들 앞에 있으면 그냥 콰악!]

[옆에 있는 언니는 백설희인가 하는 그 양반인가 보구만? TV에서 자주 봤는데 아주 예~쁘게 생겼어.]

영상의 초반부는 블루울프 길드원들이 폭언을 내뱉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편집해 명확한 선악 구도를 만들었다.

그 후에는 허세현이 각종 소환수를 이용해 놈의 힘을 빼놓은 다음, 작위 수여로 찢어발기는 장면이 재생됐다.

‘역시 신지영이야.’

세현은 신지영의 기가 막힌 영상 편집 센스에 감탄했다.

전투 부분을 음악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편집한 것도 좋았지만, 초반부에 분노를 끌어올린 후 이를 통쾌하게 해소하는 사이다의 맛이 있었다.

“허세현! 허세현!”

“잘했다, 막내!”

영상을 본 길드원들이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부길드장 메디아가 한숨 쉬며 한마디를 던졌다.

“이것들아, 지금 좋아할 때가 아니야. 이 영상 때문에 난리가 났거든?”

메디아는 다른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제목은 [서큐버스 군단의 악의적인 조작 영상에 대한 블루울프의 공식 반박문].

영상을 재생시키자, 세현과 일전을 벌였던 모히칸 남자 ‘라자드’가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서큐버스 군단이 유튜브 채널에 올라간 영상은 악의적으로 조작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큐버스 군단이 사과하고 영상을 내리지 않으면 유감을 표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적당히 듣기 좋은 말일 뿐,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lokr_hacker: 서큐버스 군단 저 말이 사실이면 리얼 양아치 아님?]

[Kumtata: 헛소리하네 ㅋㅋㅋ 저 영상을 어떻게 통으로 다 조작하냐. 블루울프 쪽팔리니까 헛소리하는 거지.]

여론은 대체로 서큐버스 군단에 호의적이었지만, 일부 유저들은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Bigman: 허세현 그 새끼 사기꾼 아니냐 ㅋㅋ 하도 나대서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그중 자신의 욕이 달린 리플을 본 순간, 세현은 속에서 화가 울컥 샘솟았다.

‘저 새끼들이 쪽팔린 줄도 모르고…….’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블루울프 놈들을 자근자근 밟아 버리고 싶었다.

“죄송해요. 제가 괜히 일을 키웠어요.”

하지만 현재 자신은 길드에 소속된 몸이고, 그렇기에 이는 결과적으로는 길드원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이다.

일단 사과를 건네는 것이 사람 된 도리일 터. 세현은 최대한 진지함을 담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일이 커져 버렸네요.”

그때였다.

“까고 있네.”

“으잉?”

앞에서 들려오는 심드렁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미간을 찌푸린 사카린의 얼굴이 보였다.

“니가 사과를 왜 해? 먼저 시비를 걸어온 건 저놈들이라며?”

“그건 그래도 괜히 일을 크게 키울 필요는…….”

“우리가 죄지었어? 아니면 우리 길드가 사람 수가 좀 적기로서니 블루울프 따위에 설설 기어야 할 수준이야?”

사카린은 도리어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었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건지, 아니면 혼을 내는 건지 애매한 태도에 세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그러면 어떻게……?”

“먼저 시비 털 필요는 없지만 걸어오는 싸움은 피할 필요 없어! 우리 길드는 여태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그 순간, 세현은 생각했다.

‘와씨 존나 멋있네.’

눈앞의 보라색 머리의 여장부. 그녀가 세현이 F급이던 시절 우상으로 여겼던 사카린이라는 것을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이성으로서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입주자로서의 그녀의 멋에 매료된 것이다.

“노파심에 말하는데 혹시 모르니까 앞으로는 꼭 파티 단위로 움직여, 그리고 다른 길드 놈들이랑 마찰 생기면 나한테 바로 연락해. 내가 직접 개입할 테니까.”

그러자-.

“사. 카. 린!”

“오오오오!”

“우리 언니 멋있다!”

길드원들이 사카린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성을 보냈다.

그녀의 모습이 멋있다 생각한 건 세현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 † †

길드 회의 종료 후, 세현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아파트 마켓에서 에D츄에게 줄 펫 전용 사료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펫에게 먹이를 주지 않을 경우, 생명력 하락과 스텟 저하 현상이 나타나기에 펫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먹이 구매는 필수다.

“와… 뭔 놈의 동물 밥이 이리 비싸냐?”

문제는 에D츄의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이었다.

보통 늑대 정도 크기의 펫이라면 먹이 비용이 그닥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에D츄의 경우는 크기가 코끼리 정도였기에 먹이의 양 자체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사료가 널려 있는 마켓 안에서 세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상인도 답답했는지 세현을 보며 다그쳤다.

“사료… 어떤 걸로 드릴까요?”

사실 선택의 여지는 없었기에 세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가장 싼 걸로 2000개….”

제일 싼 사료를 30일치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거진 500만 원의 현금이 깨졌다. 이나마도 대량 구매를 한 덕에 20% 할인을 받은 금액이었다.

이 말인 즉은, 한 달에 고정 지출 1000만 원이 생겼다는 걸 의미했다.

“세현 씨 괜찮아요?”

“뭐가요?”

“지, 지금 표정이 안 좋아서요.”

설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무래도 예정에 없던 지출이 생겨 얼굴에 슬픔이 묻어난 것이리라.

세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에D츄에게 사료값을 어떻게 뽑아낼지 생각하고 있었다.

‘망할 놈의 변태 햄스터, 앞으로 빡세게 굴려 주마.’

쇼핑을 끝낸 후, 세현은 23층 승강의 문 근처의 안전 구역에 대기 중인 세이메이와 에D츄를 만났다.

“주군, 오셨습니까!”

“쭈인니이임!”

두 사람, 아니 세이메이와 에D츄가 동시에 세현에게 달려들었다.

세이메이가 안겨 주는 거야 기분 좋을 일이지만, 에D츄가 달려드는 건 끔찍한 경험이었다.

“케에에엑! 이 돼지 햄스터, 꺼져! 너 나 죽이려고 그런 거지! 그런 거지?!”

코끼리 크기의 햄스터가 위에서 무게를 실어 짓뭉개자 눈앞이 노래졌다.

세현은 가까스로 몸을 빼낸 후, 햄스터의 미간에 주먹을 한 방 먹였다.

꽁- 하는 소리와 함께 혹이 돋아났고, 에D츄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흐규… 돼지라니 너무합해요 쭈인님!”

“또 달려들어 봐, 혹을 3단 아이스크림처럼 쌓아 줄 거니까.”

“히잉…….”

“히잉은 개뿔 히잉이야.”

세현은 바닥에 떨어진 종이봉투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조금 전 에D츄의 공격(?)으로 짓뭉개진 봉투 안에는 세이메이에게 줄 치킨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 주군 혹시 저기에 담겨 있던 게….”

세현은 마치 시한부를 선고하는 의사같이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치, 치느님이!!”

세이메이의 얼굴은 우울함 그 자체였다.

설희가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여 주자 에D츄는 고개를 갸웃댔다.

“망할 놈의 햄스터, 빨리 처먹어!”

세현은 홧김에 사료를 소환해 바닥에 제멋대로 털어놨다.

남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D츄는 사료를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20여 분간의 식사가 끝난 후, 세현은 자연스럽게 놈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에D츄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쭈인님, 왜 등에 올라가셨어요? 제가 이래 봬도 야수의 왕이라 아무나 등에 안 태우는……”

쿵-!

녀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현이 정수리를 주먹으로 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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