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75화 (75/180)

# 75

75화.

Level 28. 험프티 덤프티

다시 일주일이 시작됐다. 회의를 통해 각 길드원들은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공유했다.

“자바워키에 관한 정보라면 험프티 덤프티라는 놈이 알고 있을 거라는데요?”

“달걀처럼 생겼다나 뭐라나…….”

“아~ 대체 어디 가야 찾을 수 있는 거야.”

모두는 지난 일주일간 얻은 정보를 모두 공유했다.

대부분의 정보는 자바워키를 쓰러뜨리기 위해선 ‘험프티 덤프티’라는 거주자를 만난다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해 허둥대고 있었다.

세현은 이때가 자신이 치고 나갈 타이밍이라 판단했다.

‘험프티 덤프티를 만난다.’

세현은 일행과 함께 코커스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22층 외곽에 위치한, 암석 절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중턱에 위치한 동굴이었다.

그 위치가 절묘한 탓에 바깥에서 봤을 때는 그 존재를 눈치채기 어렵다.

하지만 세현은 미래에서 왔기에 이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와, 동굴 안인데 엄청 크고 밝네요?”

동굴 초입에 들어가는 순간 펼쳐진 광경에 설희가 감탄사를 뱉었다.

일단 굴 내부가 트럭이 지나가도 여유 있을 정도로 웅장했다. 거기에 벽면에 들러붙은 형형색색의 광물들이 빛을 내뿜어 마치 작은 은하수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세현은 입맛을 쩝쩝 다시더니 인벤토리에서 곡괭이를 소환해 냈다.

‘저것도 몇 개 챙겨야지.’

빛을 내뿜는 광물은 ‘오라나이트’라 불리는 것으로,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커스텀할 때 빛을 내는 재료로 자주 사용된다.

시즌3 구간을 제외하고는 채집이 어렵기에 가격이 좀 나가는 편이다.

F급 시절의 세현은 100레벨 초반일 때, 다음 티어 장비를 맞추기 위해 여기서 몇 달을 죽치고 오라나이트 채집 노가다를 했다.

그 레벨에 오라나이트 만큼 수익성이 좋은 노가다가 없기 때문이었다.

‘시간만 널널하면 여기서 자리 잡고 캐면 떼부자가 될 텐데.’

지금 시점에서는 이 동굴을 아는 것은 오직 세현 일행 뿐, 원한다면 얼마든 오라나이트를 캐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온 목적이 달리 있기에 세현은 오라나이트를 딱 필요한 만큼 채취한 후 동굴 내부로 진입했다.

“쟈르으읔-!”

그렇게 한참을 걷자 동굴 안쪽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에는 묘하게 사람을 소름끼치게 하는 기운이 담겨 있었다. 드래곤이나 대마신급의 존재들이 내뿜는 <피어>와 유사했다.

“불길한 울음소리입니다, 주군!”

그 사실을 즉각 인지한 세이메이와 설희의 얼굴에 불안이 감돌았다.

하지만 세현은 이미 저 너머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괴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시즌3 구간 일반 몬스터 중 가장 강하며, 오라나이트를 주식으로 삼는 괴물. 그 괴물들은 동굴 반대편에서 전차와 같은 기세로 달려와 세현 일행을 습격했다.

그 모습을 본 세이메이와 설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지, 징그러워!”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것이 코뿔소만 한 도마뱀의 몸에 메뚜기의 얼굴을 한 흉측한 괴물이기 때문이었다.

“전투준비, 저놈들 엄청 강하니까 방심하지 마!”

세현은 재빨리 블랙, 화이트 나이츠를 소환해 앞을 막았다.

쿵-!

놈들과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두 나이츠가 뒤로 날아갔다.

“명색이 해츨링이라고 힘 좀 쓰네.”

세현의 중얼거림을 들은 세이메이가 급히 되물었다.

“주근, 해츨링이 뭡니까?”

“용의 새끼 말이야, 저것들 ‘자바워키’의 새끼들이거든. 여기가 자바워키의 둥지 중 하나야.”

자세한 설명을 할 새도 없이 메뚜기 도마뱀들이 재차 달려들었다.

세현은 재빨리 왕의 명령으로 소환수들을 컨트롤했다.

화이트 나이츠가 빠르게 반대편으로 뛰어 시간을 벌었고 그사이 블랙 비숍을 포함한 나머지 소환수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두 사람, 한 놈만 집중 공략해요!”

“예, 주군!”

“넵!”

그 직후, 세이메이의 손에서 사슬이 뻗어 나가 가장 앞쪽의 메뚜기 도마뱀의 네 다리를 묶었다.

엄청난 힘 때문에 세이메이가 비틀거렸지만, 두 마리 오니가 추가로 소환돼 함께 사슬을 잡아당겨 간신히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사이 블랙비숍이 증폭 마법을 시전했고, 소환수들과 백설희는 그놈에게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다 무시하고 딱 한 놈! 한 놈만 공격해!”

이유를 알 수 없는 막무가내에 가까운 명령, 하지만 백설희와 세이메이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소환수들과 합을 마쳐 도마뱀을 공격했다.

그렇게 15여 분이 지났을 무렵.

끼에에에엑-!

혼자 모든 공격을 받아 내던 도마뱀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그 과정에서 폰의 절반가량이 희생됐지만, 세현은 개의치 않고 다음 행동을 개시했다.

“사자 부활!”

그 외침과 함께 블랙 비숍은 기다렸다는 듯 지팡이를 휘둘러 검은 오오라를 날려 보냈다. 그러자 조금 전 시체가 된 도마뱀이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사자 부활’의 효과가 발동된 것이었다.

“자르크으!”

메뚜기 도마뱀이 적들을 공격하자, 순식간에 힘의 균형이 깨져 버렸다.

금방 남은 두 마리의 도마뱀 또한 시체가 되어 사자 부활의 재료가 돼 버렸다.

세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세 마리의 해츨링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훨씬 쓸 만한데?’

이 동굴, ‘자바워키의 둥지’에 나오는 도마뱀들은 ‘자바워키의 새끼’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설정에 걸맞게 개체 하나하나가 거의 준 보스급의 스펙을 가졌다.

아무리 세현이라 해도 혼자서 이곳을 단시간에 뚫고 지나가는 건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자 부활’은 이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해츨링들은 스펙은 높지만 일반 몬스터로 판정되기에 사자 부활로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해츨링들을 계속 서로 싸우게 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정공법으로 공략하면 아무리 뛰어난 입주자도 완전 정복에 일주일은 걸릴 정도로 극악한 난이도의 던전. 세현은 이를 너무 간단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얻은 수확 또한 쏠쏠했다.

[허세현 님의 레벨이 52(으)로 상승했습니다!]

[폰의 최대 소환 숫자가 6명으로 증가했습니다!]

[타이틀 ‘둥지 약탈자’를 획득했습니다. 체력+2]

[신규 스킬 ‘왕의 카리스마’를 획득했습니다.]

-‘카리스마’ 스테이터스가 생겨납니다.

-‘카리스마’ 수치에 비례해 소환수의 스테이터스가 상승합니다.

#. 왕의 명령을 일정 횟수 이상 사용할 경우 ‘카리스마’ 스테이터스가 상승합니다.

‘이 스킬도 꽤 쏠쏠한데.’

스테이터스 창을 열자 [카리스마: 1]이라는 텍스트가 추가로 출력됐다. 이 카리스마를 올리면 소환수 전체의 동시에 성장하기에 꽤 쓸 만해 보였다.

거기다 해츨링들이 드랍한 [해츨링 가죽], [덜 익은 드래곤 하트] 등의 희귀 재료 아이템들은 보너스로 얻을 수 있었다.

고작 몇 시간을 투자한 것치곤 엄청난 성과였다.

‘다음 티어 장비를 맞출 땐 이 재료를 써서 만들면 되겠네.’

세현은 인벤토리가 풍족해진 것에 배부른 미소를 지으며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부화장’에 입장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거대한 원형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사람만 한 크기의 거대한 알들이 백 개는 족히 놓여 있었다.

저 알들은 모두 자바워키가 낳은 것들로, 저기서 태어난 새끼 중 일부는 하트여왕군이 길들여 전투 병기로 사용한다는 설정이었다.

“음~ 세현 씨, 이거 다 깨부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설희는 대충 상황을 파악했는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세현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뭐, 그래봤자 보상도 없으니까 꼭 그럴 필요는 없고, 아! 이거 그래도 맛은 괜찮으니까 하나쯤 챙겨 가죠.”

세현이 알 위에 손을 얹자 빛을 내뿜으며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인벤토리에 들어간 것이다.

‘나중에 이걸로 계란말이나 한 번 해 봐야겠다.’

세현은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며 알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더니 마치 수박을 고르듯 알들을 손등으로 통통- 소리가 나게 두드렸다.

“주, 주군?”

세이메이와 백설희는 세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렇게 한 20개째 알을 두드렸을까.

세현은 유난히 둔탁한 소리가 나는 알을 찾자, 알의 옆구리를 손톱으로 긁어 댔다.

“아하하하학! 간지러!! 간지럽다고오!!”

알이 갑자기 공중으로 벌떡 튀어 올랐다.

그것이 땅에 착지하는 순간, 기다란 손과 발이 솟아났고 알 위에는 콧수염과 사람과 유사한 느끼한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이놈이 바로 ‘험프티 덤프티’.

“뇨로오옹! 반군 놈들이냐? 나를 여기서 죽일 생각이냐아아아!”

해츨링 부화장을 지키는 하트여왕의 부하이자 시즌3 최고의 정보상이었다.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원더랜드 최고의 정보상이자! 험프티 가문의 16대손으로 살충제를 조금도 쓰지 않고 키워 낸……. 웁! 우웁!”

세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손을 뻗어 험프티 덤프티의 입을 틀어막았다.

“해칠 생각은 없고, 그냥 거래를 좀 하자.”

“거, 거래?”

“너 정보상이잖아, 정보를 거래하자고.”

“뇨로오옹…….”

험프티 덤프티는 콧수염을 매만지며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좋아, 그 대신 조건이 있다!”

“말해.”

“첫 번째, 내게 얻은 정보가 절대 하트여왕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할 것. 내가 위험해진다고 판단되면 나는 더 이상 정보를 교환하지 않을 거다.”

세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내게 정보를 사는 건 오직 정보로만 가능하다. 돈이나 아이템 따위는 받지 않겠어. 그리고 이 거래가 가능하도록 나와 계약의 스티그마를 새겨야 해.”

험프티 덤프티의 제안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정보와 정보 간의 거래, 이것은 상대방의 정보가 진실이라는 신뢰가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거래 형태다.

하지만 스티그마를 통해 계약의 형태를 강제하면 이런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스티그마에 ‘상대가 파는 정보가 진실이 아니라면 팔이 잘린다.’, ‘상대의 정보가 가짜라면 노예가 된다.’ 따위의 강력한 제약 조건을 걸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스티그마를 새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찝찝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앨리스 진영에서 시즌3을 진행하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세현은 고개를 끄덕여 험프티 덤프티의 말에 긍정의 뜻을 보냄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스티그마는 어떻게 새기는데?”

“뇨롱, 타투이스트를 만나야 하지!”

그 순간, 세현의 눈앞에 메시지 박스가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 정보 계약]

- 험프티 덤프티와 정보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스티그마를 새겨야 한다.

그의 안내를 받아 ‘타투이스트’를 찾아 계약의 스티그마를 새기자.

클리어 조건:

- 험프티 덤프티의 생존.

- 타투이스트와 조우.

적정 레벨: 80

보상: 타이틀 ‘하기 어려운 타투’ 민첩+2

[수락하기]

수락하기 버튼을 누르자 험프티 덤프티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이 몸이 안내 할 테니 타투이스트가 있는 곳 까지 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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