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73화 (73/180)

# 73

73화.

세현은 곧장 도시의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그러자 타조를 닮은, 하지만 2~3배는 돼 보이는 크기의 거대한 새들이 모닥불을 한가운데 놓고 뱅글뱅글 도는 모습이 보였다.

코커스라 불리는 새로, 엄청난 속도와 체력을 가지고 있다. 마차나 사막도마뱀과 같은 시즌3 구간의 주요 이동 수단이었다.

세현은 코커스 세 마리를 빌려 설희와, 세이메이와 나눠 탄 후, 자신이 미리 생각한 사냥터로 이동했다.

‘아직 한적해서 좋구만. 방해하는 놈들 없을 때 최대한 진도를 빼야지.’

코커스가 달리는 중 간간히 카드 병사들이나 야생의 몬스터를 마주쳤지만, 아직 입주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21층을 돌파한 입주자들이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21층은 초반부인지라 난이도가 낮은 편이기에 못해도 일주일 내로 대형 길드들이 22층으로 넘어올 것이다.

“자, 여기가 사냥터입니다~!”

산 넘고 물 건너, 몇 시간을 더 달려 세현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한 곳은 질척대는 진흙 밭이었는데, 발이 푹푹 빠지는 탓에 근처 나무에 코커스들을 밧줄로 묶어 놓고 들어가야 했다.

“제 뒤에 바짝 붙어서 오세요.”

세현은 가는 곳은 신기하게도 지대가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았다.

‘여기는 눈 감고도 훤하지.’

이 사냥터의 이름은 ‘계란밭’이라 불리는 곳이다.

시즌3이 열렸던 초반에는 별 주목을 못 받지만, 후에 널리 알려지며 시즌3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냥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그 수준에 비해 꽤 많은 경험치를 주는데다가, 이곳은 일종의 ‘꼼수’를 이용해 사냥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여기 자리 잡자고요.”

세현은 진흙 밭 한가운데, 단단한 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블랙 나이츠, 화이트 나이츠, 블랙 비숍까지. 가장 강력한 소환수 셋만을 소환했다.

“자, 미끼를 던져 보실까.”

손가락으로 딱- 하고 소리를 내자, 화이트 나이츠가 진흙 위를 달리더니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이에 설희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물었다.

“세현 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낚시요.”

“낚시?”

“조금 기다리면 알게 될 거에요.”

10분쯤 지났을 무렵, 멀리서 화이트 나이츠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그 뒤에 60~70마리는 돼 보이는 몬스터가 우르르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온몸이 진흙으로 만들어진 머드맨, 온몸에 따개비가 붙어 있는 스켈레톤, 상체가 물고기처럼 생긴 반인반수 사하긴 등 다양한 몬스터의 구성 또한 아주 다양했다.

“월척이구나!”

잠시 후, 지척까지 다가온 몬스터들과 교전이 벌어졌다.

콰앙-!

세현이 창으로 바닥을 힘껏 찌르자 앞쪽 지대가 우르르 무너졌다.

그러자 몬스터들이 중심을 잃고 진흙 구덩이 안으로 푹 빠져버렸다.

놈들이 허우적대고 있는 사이, 세현은 그 즉시 명령을 내렸다.

“세이메이, 설희 씨, 모두 쓸어버려요.”

그 명령에 따라 진흙 구덩이로 모든 공격을 퍼부었다.

놈들은 숫자는 많았지만, 형편없는 대응력으로 빠르게 죽어 갔다.

“어때요?”

“와~ 장난 아니네요, 이거!”

세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너스레를 떨자, 설희가 두 눈을 반짝이며 폴짝폴짝 뛰었다.

“그 다음엔 세이메이가 한 번 유인해 와 봐.”

“넵, 주군!”

그 다음엔 세이메이가 시키가미를 이용해 몬스터들을 몰아왔다. 이번에도 놈들이 바로 앞까지 왔을 때 지형을 무너뜨려 중심을 잃게 했고, 그 안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이 방법을 반복하길 몇 차례, 세현 일행은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불과 3일 만에 세현은 49레벨, 설희는 46레벨을 찍었다.

거기에 ‘클로버 킹의 네잎 클로버’ 때문에 아이템 드랍 확률이 올라갔고, 채집의 단검을 사용했기에 재료 아이템이 빠르게 쌓여 갔다.

이 정도라면 소환수들에게 다음 티어 아이템을 맞춰 주는 것도 가능할 듯 보였다.

‘며칠 더 꿀 빨고 싶지만, 슬슬 접어야지.’

이렇게 좋은 사냥터지만, 세현은 슬슬 이곳에서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

4일 차쯤부터 다른 길드 소속의 입주자들이 하나둘씩 지나다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세현의 전투를 지켜봤는데, 분명 이곳이 꽤 좋은 효율의 사냥터라는 걸 눈치챘을 터다.

‘어차피 체력도 슬슬 한계였으니 잘됐지 뭐.’

게다가 며칠 내내 사냥만을 했기에 몸에 피로가 누적됐고, 준비해 온 식량도 떨어져 갔다.

이 상태에서 괜히 다른 입주자와 시비에 휘말리거나, 강한 몬스터라도 마주치면 위험할 수 있었다.

세현은 미련 없이 사냥을 접고 코커스를 묶어 둔 곳으로 이동했다.

묶어 놓은 밧줄을 풀고 코커스의 등에 올라타려 할 때였다.

“야, 네가 허세현인지 뭔가 하는 놈 아니냐?”

“와 맞네. 이거 유명인 아니야, 유명인! 거 같이 셀카라도 한 장 찍읍시다.”

마치 건달패거리를 연상케 하는 껄렁껄렁한 남자 10여 명의 무리, 세현은 이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블루울프 놈들이구만.’

현재 아파트의 20~30위권을 오가는 수준의 중대형 길드로, 길드원들의 질이 안 좋기로 유명하다.

세현은 이미 놈들에게 몇 번이고 위협을 당했을 정도였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볼일 없으면 꺼져.”

“어~쭈 아하하하 이것 봐라~! 유명인이라고 말 막하는 거야?”

“야야야, 건드리지 마. 뒤에 무려 서큐버스 군단이 있는데 괜히 건드렸다가 누님들한테 혼날라.”

얼굴을 찌푸리고 한마디를 뱉자, 놈들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세현 일행을 조롱했다.

“씨발~ 고작해야 계집년들 열 몇 명 모여 있는 길드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깟 년들 앞에 있으면 그냥 콰악!”

“옆에 있는 언니는 백설희인가 하는 그 양반인가 보구만? TV에서 자주 봤는데 실물보다는 못하네.”

블루울프 놈들은 밑도 끝도 없이 더러운 말들을 뱉어내며 세현 일행을 도발했다.

‘머저리들, 무슨 생각인지 뻔히 보인다.’

상대의 의도는 뻔했다. 세현을 도발해, 시비가 붙으면 그를 빌미로 한판 싸움을 벌이려는 속셈이리라.

최근 ‘서큐버스 군단’의 주가가 올랐으니, 한 번 들쑤셔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리라.

게다가 여기 모인 입주자 모두 100레벨 전후의 강자들이기에 자신들이 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도발에 걸려 주긴 싫지만, 차라리 한 번 밟아 주는 게 나을지도.’

세현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비아냥으로 대꾸했다.

“하여간 실력도 존~나 없는 머저리들이 온갖 허세는 다 부리네.”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실력이 없으면 귓구멍도 처 막히나? 왜 사람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먹어.”

“이 새끼가! 이 몸이 누군지 정말 모르는 거냐?”

역도발은 성공적이었는지 블루울프 길드원들은 얼굴이 새빨개져선 당장에라도 공격해 올 기세였다.

“불만이냐? 불만이면 1:1로 한판 붙든가. 니들이 이기면 깔~끔하게 무릎 꿇고 다리 사이로 기어가면서 사과라도 해줄게. 아! 하는 김에 아예 영상으로 다 찍자고, 인터넷에 올리게.”

“하? E급 새끼가 허세는, 그게 소원이면 정~정당당한 우리들이 들어주마.”

말은 이렇게 하지만, 블루울프 멤버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들의 의도대로 세현이 미끼를 물었다 생각하는 것이리라.

‘멍청한 놈들.’

하지만 역으로 미끼를 문 것은 놈들이었다.

자신들이 숫자가 많음에도 1:1이라는 제약에 스스로 걸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세현은 품속에서 캠코더를 꺼내 설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설희 씨, 촬영 좀 부탁할게요.”

“정말 괜찮아요?”

“괜찮아요~!”

설희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캠코더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

“어쭈, 이것들 보게? 무슨 홈비디오 찍냐?”

그 모습에 블루울프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쏟아 내더니 한 명이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모히칸 헤어에 거구의 체형을 지닌 남자였다.

그의 마스터키는 녹색, 즉 B급 클래스의 소유자라는 것을 의미했다.

‘뭐 나를 얕봐 주면 얕봐 줄수록 고맙지.’

아무리 세현이 유튜브 스타로 날아다녀도, 그들 기준에서는 고작 E급이다. 비슷한 레벨과 장비라면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리라.

“아까 말한 대로 지는 쪽이 사과하면서 상대 다리 밑으로 기어가는 거다? 지고 나서 딴말하면 정말 죽여 버리는 수가 있어?”

세현이 싱긋 미소 짓자, 모히칸 머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까고 있네, 니나 약속 지켜.”

그러곤 곧장 무기를 소환시켜 양팔로 휘둘렀다.

콰아아앙-!

조금 전까지 세현이 서 있던 자리는 사람 키만큼이나 거대한 양손검이 내리찍혔다.

붉은색의 양손검은 군데군데 혈관이 돋아나 꿈틀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블러디 헌터라.’

세현은 싱긋 웃었다.

<블러디 헌터>.

B급 클래스 중 하나로 상대에게 공격을 성공시킬 때마다 생명력을 빼앗아 흡수하는 스킬셋을 가진 클래스다.

공격력이 높은 편에 속하며 생명력 흡수 덕에 생존력도 보장되기에 B급 내에서는 꽤 높게 평가되는 클래스다.

“아하하하!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해 주지!”

모히칸은 연속으로 검격을 날렸다.

세현은 일단 블랙 폰을 소환해 놈의 정면을 막음과 동시에 거리를 확보했다.

[블랙폰D - 17레벨이(가) 소환 해제됩니다. 소환 해제된 소환수는 1레벨부터 다시 육성해야 합니다.]

[블랙폰E - 11레벨이(가) 소환 해제됩니다. 소환 해제된 소환수는 1레벨부터 다시 육성해야 합니다.]

블랙 폰들은 낮은 레벨치고는 꽤 오래 버텨 줬지만 얼마 가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다.

‘제기랄, 이깟 놈 상대한다고 경험치만 날렸네.’

어차피 소환수 숫자와 레벨이 오른 탓에 경험의 관리자가 얻는 경험치 양도 커졌다. 지금 10레벨 정도야 몇십 분 사냥하는 정도면 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세현의 입장에선 1이라도 손해를 보는 게 싫었다.

“최강의 소환수니 뭐니 엄~청 떠들어 대더니 별것도 없구만!”

모히칸은 고작 10레벨 전후의 폰 몇 마리를 회쳐 놓고 승리를 자신하며 으스댔다.

“야, 그럼 이것도 받아 봐.”

세현은 그사이 블랙, 화이트 나이츠와 블랙 비숍을 소환해 동시에 모히칸을 급습했다.

“크헉!”

갑자기 소환수의 수준이 올라가자 놈은 당황한 듯 허우적댔다.

양측에서 쉴 새 없이 치고 들어오는 두 나이츠는 상대가 제대로 스킬을 전개할 틈도 없이 계속해서 공격을 몰아쳤다.

그사이 후방에서 블랙 비숍이 각종 흑마법 투사체와 증폭 저주를 사용하며 놈을 견제했다.

“미친! 이게 E급이라고?!”

소환수들의 파상 공세에 블루울프 길드원 모두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E급 클래스의 소환수에 B급 입주자가 밀리는 모습 자체가 아파트의 상식과 규칙을 박살 내는 것 수준이기 때문이다.

세현의 레벨이 50도 안 되는 걸 알게 되면 아마 까무러치게 놀랄 것이다.

“꽤 쓸 만한 실력이라는 건 인정하마! 하지만 이 정도로 이몸 ‘라자드’를 이길 순 없지!”

“와 빗자루 머리, 그런 오글거리는 대사를 잘도 하네.”

“닥쳐어어어어어!”

놈이 비명을 내지르자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며 전신이 피처럼 붉게 변했다.

블러디 헌터의 주력 스킬, ‘피의 광전사’라는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피의 광전사는 일시적으로 스텟이 폭발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공격을 가할 때마다 적의 HP를 흡수한다.

이 상태에서는 바퀴벌레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생존력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는 적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 내며 공격을 퍼붓는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죽어죽어 죽어어어!”

모히칸은 세현의 파상 공세에도 아랑곳 않고 미친개처럼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소환수들의 생명력이 쭉쭉 빠져나갔다.

“그쪽 뒤에 있는 마법사 놈부터 죽여 주마!”

라자드는 상대적으로 생명력이 적은 블랙 비숍을 먼저 노려 왔다.

애초에 후방 지원 타입인데다가 나이츠들에 비해 레벨이 낮은 블랙 비숍이 라자드를 떨쳐 내지 못해 위기 상황에 처했다.

라자드의 검이 날아드는 아슬아슬한 순간, 세현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는 것으로 블랙 비숍의 소환을 해제했다.

[블랙 비숍을 소환 해제합니다. 3분간 재소환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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