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71화 (71/180)

# 71

71화.

[#. 액세서리 / 클로버 킹의 네잎 클로버]

-클로버 킹의 몸속에 있던 네잎 클로버, 그의 동력원으로 추측된다.

등급: 에픽(B)

착용가능 레벨: 40

방어력: -

▶ 추가 옵션

클로버 킹의 강운: 아이템 드랍 확률 +30% (고유 효과 / 중첩 불가능)

이번 보스는 완제품 액세서리를 하나 드랍했다. 아이템 드랍 확률을 30%나 올려 주기에 재료를 모으거나 할 때 유용하게 쓰일 터였다.

‘안 그래도 소환수 숫자 늘어나는 거 감당 안 됐는데, 재료 아이템은 꾸준히 모아 줘야지.’

지금 당장은 샤이탄 레이드 직전에 마사무네가 대량으로 만들어 줬던 장비들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시즌이 바뀐 이상 몬스터 수준도 올라갈 것이고 새로운 장비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재료 아이템은 꾸준히, 계획적으로 모아야만 했다.

그때였다.

“감사합니다, 입주자님들! 여러분은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퀘스트가 종료되자 반란군 대장 요나스 콜린이 다가와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보스들이 막고 있던 통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시죠, 제가 어머니 앨리스께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반군을 따라 통로를 따라 걷자 커다란 구덩이가 나왔다. 그 속에는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커다란 버섯이 있었는데, 위로 사람 몸 크기의 2~3배 크기의 포자를 쉴 새 없이 내뿜었다.

요나스 콜린은 버섯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포자에 올라타면 22층으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와 반군 몇 명은 시범을 보이는 듯 버섯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발밑에 포자가 부풀더니 열기구처럼 몸을 두둥실 띄워 올렸다.

“입주자님들, 절 따라오십쇼!”

그들이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 후, 세현은 곧장 버섯 위로 뛰어내렸다.

“나 먼저 갑니다.”

그러자 조금 전과 같이 포자가 부풀더니 세현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주, 주군! 저도 같이 타겠습니다!”

포자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 세이메이가 직전에 몸을 날려 포자에 올라타 세현의 등 뒤에 바싹 붙어 앉았다.

“같이 타면 위험할 것 같은데.”

“후후, 괜찮을 겁니다!”

세이메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세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콧김을 푹 내뿜었다.

“그럼 내 허리라도 꽉 붙잡아.”

“네, 넵!”

포자가 떠오르며 길드원들의 모습이 점차 작아져 개미처럼 보였고, 얼마 가지 않아 21층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때렸고 아래로는 광활한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이 펼쳐져 있었다.

“엄청나게 아름답습니다 주군!”

“그러게 말이다.”

두 사람은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기뻐했다.

포자는 바람을 타고 빠르게 상승했고, 이윽고 22층에 도착하자 마스터키가 메시지를 출력했다.

[22층에 진입합니다.]

[‘승강의 방’ 22층 버튼이 개방됩니다.]

Level 27. 자매의 연

목적지에 도착하자 포자가 눈 녹듯 사라졌고 세현과 세이메이 그리고 뒤따라온 서큐버스 군단은 밭 위에 사뿐히 착지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본 세이메이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오, 이곳은 마치 거인이 사는 세계 같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숲 주변은 모두 거대한 것투성이였다.

나무 하나가 어지간한 빌딩만 했고, 평범한 꽃 하나하나가 사람과 키가 비슷했다. 거기에 숲 전체의 식물들은 형광물질을 머금은 듯 빛을 내뿜어 황홀한 광경을 연출했다.

옆에 있던 설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세이메이 씨. 숲이 큰 게 아니라 지금 저희 몸뚱이가 작은 거예요. 저희 21층에서 작아지는 쿠키 먹었던 것 기억 안 나세요?”

“아, 그렇군요! 설희 공은 역시 똑똑하군요!”

“헤헤, 똑똑한 것까지는.”

설희의 말대로 이 숲은, 실은 평범한 크기로 이뤄져 있다. 그저 21층에서 작아지는 쿠키를 먹었기에 거인의 숲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이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다들 무사히 도착하셨습니까.”

“아 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요나스 콜린과 반군들이 보였는데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모양이었다.

“가시죠, 최대한 숲의 몬스터와 마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요나스 콜린의 안내를 따라 숲길을 따라 이동했다.

조심스럽게 움직였음에도 숲에 서식하는 버섯 인간이나 형광 늑대 등에게 몇 번 발각돼 울며 겨자 먹기로 상대해야 했다.

놈들은 덩치가 커서 그런지 상대가 까다로웠는데 그때마다 생명력, 마나 포션 따위의 소모품을 꽤 소비해야만 했다.

거의 3~4시간을 더 걷고 나서야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 왔습니다.”

숲의 외곽, 너른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거대한 성이 모두를 압도했다.

중앙에 거대한 요새가 우뚝 솟아 있었고, 외곽의 성을 따라 큰 도시가 형성돼 있었다.

“이 요새는 하트여왕의 것 중 하나를 저희가 탈환한 것입니다.”

요나스 콜린의 말로는 이 요새는 반란군의 첫 승리 장소라는 모양이다. 그의 말에서 묘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콜린 대장님! 무, 무사하셨군요!”

도시를 통과해 요새에 당도하자 문지기 십여 명이 요나스 콜린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넸다. 콜린은 가슴을 펴고 당당한 목소리로 외치듯 말했다.

“어머니 앨리스께 전해 다오. 우리를 죽음에서 구해 낸 용감한 입주자들을 모시고 왔다고!”

“네!”

문지기 중 하나가 헐레벌떡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사이, 남은 문지기가 품속에서 병 몇 개를 꺼내 내밀었다. 그것은 21층에서 봤던 <커지는 콜라>였다.

“입주자 분들, 다들 한 모금씩 드시면 됩니다.”

“아 네.”

세현은 병을 받아 길드원들에게 돌린 후, 자신도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러자 몸이 커지며 모든 것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 즈음, 요새 안으로 들어갔던 문지기가 헐레벌떡 뛰어나와 말을 전했다.

“콜린 대장님! 어머니 앨리스께서 모두 안으로 들어오시라고 합니다.”

길드원들은 콜린을 따라 요새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의 가장 안쪽에 놓인 큰 방에서, 반란군 지도자인 <어머니 앨리스>를 만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이 클로버 킹과 퀸을 쓰러뜨렸다는 입주자 분들인가 보군요.”

금발 벽안의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 <앨리스>란 이름과 달리, 방 안에서 모두를 기다리던 것은 분홍색 단발머리를 한 동양인 소녀였다.

그녀는 가벼운 가죽 갑옷을 입고, 한쪽 눈에 난 상처 위로 검은 안대를 쓰고 있었으며 방에는 병법서로 보이는 책들과 무기가 널려 있었다.

“네!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어머니 앨리스시여!”

콜린은 자신이 세현 일행에게 신세진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앨리스는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입주자님들이시라면 벚꽃국을 지나서 오셨겠군요.”

그녀가 말을 꺼내자 사카린이 세현에게 곁눈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세현이 나서서 그녀와 대화를 해보라는 뜻이리라.

“물론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활약을 했지요.”

“활약이라 하신다면?”

“부활하려던 오로치를 물리쳐 다이묘의 직책까지 받았습니다.”

[특정 조건 달성으로 새로운 퀘스트가 열립니다.]

조건:

- 타이틀 ‘다이묘’ 보유,

- 벚꽃공주 호감도 일정 수준 이상.

세현의 머릿속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그 직후, 앨리스가 놀란 얼굴로 대꾸했다.

“저희 벚꽃국의 은인이시군요! 그렇다면 혹시, 제 누이를 잘 알고 계신지요?”

“누이라고 하면 누구……?”

“저는 그곳을 다스리는 벚꽃공주의 사촌누이 되는 사람입니다.”

“에잉?”

세현은 예상치 못한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즌3의 스토리를 대강 알지만, 반군 지도자인 앨리스가 벚꽃공주와 친척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됐다.

‘이거, 뭔가 냄새가 나는데.’

아마도 선행 조건을 충족한 덕에 다른 분기점을 만들어 졌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공주의 친척이라면 왕족일 텐데 어째서 이런 곳에?”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기에 아직은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군요.”

앨리스는 적당히 말을 돌리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만나자마자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것은 송구스럽지만, 혹시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보상만 충분하다면 안 될 것도 없지.”

“그렇게라도 말씀해 주시니 다행이군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입주자님, 하트여왕이 지난 오랜 세월 왕권이 흔들리지 않고 독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지 알고 계십니까?”

“뭐 비밀 병기 같은 거라도 있나?”

“예리하시군요. 그녀는 ‘자바워키’라 부르는 강력한 용을 부리고 있는데, 그의 힘이 너무 강력한 탓에 저희는 세력을 갖췄음에도 섣불리 전면전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바워키는 25층 메인 던전에 등장하는 용 타입의 몬스터다. 앨리스 진영일 경우 놈을 무조건 쓰러뜨려야 하는데, 이게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다.

“자바워키라, 자세히 말해 봐요.”

“얼굴은 메뚜기를 닮았고, 거대한 몸집을 가진 용입니다. 그 어떤 마법과 검과 대포도 통하지 않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놈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아직도 대책이 없습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체념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놈을 쓰러뜨릴 방법을 부디 입주자께서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메인 퀘스트 / 자바워키의 소문]

-하트여왕을 지키는 수호룡, 자바워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적정 레벨: 80

[수락하기]

‘이거 정말 더럽게 짜증나고 어려운 퀘스트지.’

세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수락하기 버튼을 터치했다.

이 <자바워키의 소문>은 퀘스트의 목적도, 그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 그 때문에 많은 입주자들이 이 지점에서 막혀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야 다 알고 있지만~!’

하지만 세현은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에 딱히 이에 대한 초조함은 없었다.

오히려 신경 쓰이는 것은, 앨리스가 벚꽃공주와 친척 관계라는 것이었다. 이것과 관련해서 뭔가 신규 퀘스트가 생긴 듯하니, 이를 파 볼 생각이었다.

잠시 세현이 고민하는 사이, 길드원들은 요새 앞에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었다.

“자바워키의 소문? 대체 뭐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야?”

“시즌2의 막흐잔처럼 정보상을 찾아야 하는 거 아냐?”

퀘스트 내용이 추상적인 탓에 길드원들은 제각기 추측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때 사카린이 세현에게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

“허세현,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냐? 이 퀘스트는 짐작 가는 게 있어?”

“아뇨, 이건 아직.”

세현은 길드원들에게 정보를 푸는 건 아직 이르다 생각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사카린은 간단명료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좋아, 다들 집중! 여기서부터는 각자 알아서 해. 정보 들어오는 거 있으면 바로바로 전달할 것. 해산!”

그녀를 포함한 길드원 전체가 빠르게 흩어졌다.

‘일단 벚꽃공주를 만나서 앨리스에 관련된 정보를 물어보자.’

세현은 일행과 함께 곧장 8층으로 내려가 벚꽃성을 찾았다. 숨겨진 퀘스트나 보상이 있을 것 같은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허, 허세현 공! 어서 오시지요.”

근 한 달 만에 찾아온 벚꽃성.

문지기들은 이번엔 세현의 얼굴을 알아보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간단히 통과시켰다.

“세현 공, 간만입니다. 어쩐 일로 예까지 오셨습니까?”

세현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벚꽃공주를 알현했고 그사이 설희와 세이메이는 밖의 접객실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혹시, 위층에 있는 앨리스라는 거주자를 알고 있어?”

“앨리스? 그런 이름은 들어 본 적 없습니다만….”

세현은 22층에서 만난 앨리스의 이야기를 모두 전했다. 그러자 벚꽃공주가 이에 놀라 대꾸했다.

“그분은 아마도 나나기 누이이신 것 같군요. 그분이 그런 험지에 계실 줄이야.”

“나나기? 진짜 네 친척이 맞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추측컨대 여기서 말하는 ‘나나기’가 앨리스의 본명인 모양이었다.

“누이다운 삶을 살고 계셨군요. 저보다 지도자의 오성이 뛰어난 분이었으니 잘하실 테지요. 부디 허세현 공께서 누이를 잘 도와주시길 빕니다.”

“흐음……. 뭣 좀 더 물어봐도 괜찮아?”

“물론입니다.”

세현은 고개를 숙여 긍정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

“앨리스, 아니 나나기는 어째서 여길 왜 떠난 거야? 왕족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할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그 말을 들은 공주가 잠시 침음을 흘리더니 손짓을 하며 말했다.

“긴히 할 말이 있으니, 호위들은 잠시 나가 있거라.”

“네!”

호위무사들이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모두 방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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