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70화 (70/180)

# 70

70화.

카드 병사의 숫자가 꽤 되긴 했지만, 특별한 패턴이랄 것이 없는 평범한 몬스터여서 정리하는 데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가, 감사합니다. 입주자들이시여! 여러분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살아남은 반란군 병사 중 하나가 다가와 넙죽 절을 하며 말했다.

길드원들은 당황스럽다는 듯 뒤로 한발을 빼는 와중, 세현은 그를 잡아 일으킨 후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왜 싸우고 있었지?”

세현은 다음 퀘스트를 받아 내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저희는 독재자 ‘하트여왕’에 대항하는 반군으로 저는 5번대 대장을 맡은 ‘요나스 콜린’이라고 합니다. 위대한 어머니 ‘앨리스’의 명에 따라 하트여왕군과 전투 중이었습니다.”

“음, 그 앨리스를 좀 만나고 싶은데 소개해 줄 수 있나?”

“물론입니다. 하지만…….”

세현의 이어지는 질문에 콜린의 얼굴에 곤란한 기운이 감돌았다.

“할 말 있으면 편하게 해.”

“어머니 앨리스가 계신 요새는 22층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막힌 상태입니다.”

“막혔다?”

콜린은 손가락으로 버섯 모양의 거대한 돌산을 가리켰다.

“저 돌산의 정상에 22층으로 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트여왕이 파견한 ‘클로버 부대’가 그곳을 봉쇄했습니다. 그곳도 병력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 섣불리 뚫고 갈 수 없는 상태입니다.”

[#. 메인 퀘스트 / 거점 탈환]

-앨리스의 5번 부대를 탈출시키기 위해 ‘머쉬룸 마운틴’의 정상을 탈환해야 한다.

적정 레벨: 90

보상: (1) 타이틀 ‘혁명가’

- 모든 스텟 +1

(2) 살려낸 반란군 숫자에 따라 추가 보상 지급.

[수락하기]

세현은 수락하기 버튼을 터치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탈환을 도울게, 그 대신 앨리스를 만나게 해 줘.”

“가, 감사합니다!”

퀘스트 수락 후, 요나스 콜린과 그의 부대원들은 돌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따라가죠.”

세현의 한마디에 길드원 전체가 그 뒤를 따랐다.

거대한 협곡 사이에 있는 작은 길을 굽이굽이 따라 들어갔는데, 그 끝에 푸른 막이 덧씌워진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나스 콜린은 그 앞에 멈추더니 세현에게 손바닥만 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저희는 먼저 동굴에 들어가 있을 테니 준비가 되시면 들어와 주십쇼.”

요나스 콜린은 이 말을 남기고 자신의 부대원들과 함께 푸른 막을 뚫고 동굴 안으로 사라졌다.

세현은 자신의 손에 들린 종이를 모두에게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사카린 씨. 이거 21층 메인 던전 입장권인 것 같은데요.”

동굴 입구 바로 옆에는 여신의 동상과 함께 제단이 세워져 있었다. 저기에 입장권을 넣으면 메인 던전에 입장할 수 있을 터였다.

그 말인 즉은, 이번 던전에는 메인 던전의 보스가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바로 들어가요?”

사카린은 눈웃음을 치며 세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꾸물거리는 건 내 스타일 아니야. 물 들어왔을 때 바로바로 노 젓자고.”

“그치그치~ 빨리빨리 해치우고 나도 유튜브 요번 주 방송 분량도 뽑아야 돼.”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게 짱!”

사카린 뿐 아니라 길드원 모두의 여론이 바로 진입하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서큐버스 군단에 소속 된 구성원들이 각자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들어갑니다.”

세현은 곧장 입장권을 찢어 제단 위에 올렸다.

그러자 입구를 막던 푸른 막이 제거됐고, 길드원들은 바로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치, 침입자다!”

“막아라! 반란군 놈들에게 이곳을 내줘선 안 돼!”

동굴에 들어가는 순간, 앨리스 반군과 하트여왕군 사이에 전투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최대한 반란군을 지키면서 전진하면 되요.”

“예써-!”

세현의 간단한 명령에 길드원들 모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사카린은 가장 앞으로 뛰쳐나가 카드 병사들을 사슬낫으로 빠르게 베어 내며 위기에 빠진 반란군들을 구해 냈다.

“빠르게 달리자!”

카드 병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간혹 가다 동굴 내부에 서식하는 버섯 인간들이 독성 포자 등으로 공격을 했지만, 약간 귀찮을 뿐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서큐버스 군단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보스룸에 도달했다.

보스룸 안에는 족히 10m는 넘어가는 거대한 카드 병사 둘이 뒤쪽으로 가는 통로를 막고 서 있었다.

그들은 몸에 각각 클로버-킹, 클로버-퀸이 새겨져 있었다.

<반군 놈들! 여기서 이 클로버 킹 ‘알렉산더’께서 왕의 용기로 목을 베어주마!>

<클로버 퀸 ‘잔 다르크’께서 신의 이름으로 사지를 절단해 주마!>

두 보스는 손에 든 쌍검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 기세는 검을 바닥에 내리칠 때마다 땅이 흔들릴 정도로 박력이 넘쳤다.

하지만, 사카린은 첫 공격을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해 냄과 동시에 사슬낫을 휘둘렀다.

콰드득-!

날 부분이 두 보스의 몸통을 훑고 지나가며 상처를 입혔다. 그러자 벌어진 상처 속에서 흰색 피가 쏟아지더니 1~2의 숫자를 지진 클로버 카드 병사들로 변했다.

“오호라, 공격받을 때마다 계속 증식하는 보스라 그거지.”

“왕과 여왕이라, 이거 컨셉 재미있는데?”

보통 분명의 입주자라면 보스의 황당한 능력에 당황하는 게 보통일 터다.

하지만 서큐버스 군단 멤버들은 지금 상황을 놀이기구라도 타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대응했다.

“내가 잡몹들 처리할게!”

“우측에서 치고 들어간다!”

“어그로 끌어 줘.”

20분 쯤 지나자, 길드원들은 어느새 각자의 포지션을 분담해 보스의 모든 패턴에 완벽히 대응하고 있었다.

이에 세현은 혀룰 내둘렀다.

‘하나하나가 죄다 괴물들이구만.’

보통 입주자라면 메인 던전의 보스는 첫 트라이에서 패턴을 파악하고, 공략을 위한 작전을 세워 다시 사냥 시도를 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서큐버스 군단은 전투 속에서 개개인이 실시간으로 성장하며 최적의 포지션과 방법을 찾고 있었다. 이는 그녀들이 얼마나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끄어어어어어어! 부, 분하다!>

<하트여왕에 영광 있으리!>

두 보스는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뭐야, 생각보다 훨씬 시시하네.”

사카린은 콧방귀를 내쉬며 아이템을 루팅하기 위해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사카린 씨, 멈춰요.”

그때 세현이 사카린의 앞을 막아섰다.

“응, 왜 그러는데?”

“아직 뭔가 남은 것 같아서요.”

그 직후 주먹만 한 버섯 포자가 날아들었다. 그것이 두 보스의 피부에 엉겨 붙더니 피부를 순식간에 썩게 만들었다.

잠시 후, 두 보스의 엉겨 붙은 몸뚱이는 포자와 썩은 살로 흉측하게 뭉그러진 괴물처럼 변해 있었다.

<끄으으으…… 하트여왕……님께 충성을.>

<원더랜드에……. 영광을.>

이것이 21층 메인 던전의 보스, 클로버 왕족의 두 번째 패턴이었다.

<여어어어엉광을!>

놈이 포효하며 오른팔을 뻗자 살덩이가 부풀더니 길게 뻗어 나와 채찍처럼 바닥을 후려쳤다.

콰아아악-!

다행히 아무도 이 공격에 맞진 않았지만, 팔로 후려친 자리에는 그대로 돌이 움푹 파인 자국이 남았다.

“이거, 직격으로 맞으면 조금 아픈 정도로는 안 끝나겠네.”

길드원들은 재빨리 산개해 채찍 공격에 대응하기 좋은 정도로 거리를 벌렸다.

‘이때 점수 좀 따 볼까.’

세현이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자, 화이트 나이츠와 블랙 나이츠가 앞으로 달려들었다.

둘은 소환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보스의 채찍 공격을 피해 냄과 동시에 공격을 퍼부었다.

그사이 블랙 비숍은 보스 곁에서 죽어 있던 카드 병사들을 부활시켜 공격에 가담시킴과 동시에 증폭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나머지 소환수들이 이를 보조하는 그림이었다.

“세이메이, 포박술로 채찍 팔을 일단 묶고 오니로 제압해!”

“넵, 주군!”

거기에 세이메이의 포박술, 두 마리의 오니가 보스의 주요 공격 수단인 팔을 원천 봉쇄해 버렸다.

흉측한 카드 괴물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괴로웠는지 신음을 반복적으로 내뱉었다.

“뭐야, 쟤 혼자서 어디까지 되는 거야?”

“저게 말이 돼?”

세현이 보여준 모습에 길드원들은 짐짓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겨우 E급 클래스인 허세현이 혼자 메인 던전의 보스를 이렇게 농락하는 게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질 않기 때문이었다.

“사카린 언니, 저거 도와줘요?”

“아아냐, 혼자 싸우게 냅 둬. 그리고 저거 유튜브에 올릴 수 있게 영상도 찍어 줘, 그림 좋네.”

사카린은 다른 길드원들이 끼어들지 않도록 지시했다. 현재 세현의 전투력이 어느 수준인지 그녀 또한 정확히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저게 E급 클래스? 솔직히 말도 안 되지.’

잠시 후, 세현은 자신을 제외한 길드원들이 구경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왜 가만히 있는 건데요! 빨리 도와줘요!”

“신고식이라고 생각해, 신입 길드원이 얼마나 잘났는지 우리한테 구경 좀 시켜 줘.”

“미친, 이놈 보스라고요 보스! 메인 던전 보스! 이걸 나 혼자 잡으라고?”

“그런 것치고는 너무 잘 싸우잖아.”

그저 길드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앞장선 것인데, 의도치 않게 독박을 쓰게 됐다.

“허세현 화이팅~!”

“멋있다! 잘생겼다!”

사카린과 다른 길드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라도 하는 듯 멀찍이 떨어져 응원을 보낼 뿐이었다.

“저, 저기 도와 드려야 되지 않을까요?”

“아아 괜찮아 괜찮아~ 잘 싸우고 있구만 왜.”

설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길드원들을 설득해 보려 했지만 다들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으아아아~ 미치겠네 이거!”

추가로 공격이 가해지지 않자 카드 괴수가 소환수들의 포박에서 풀려난 것이었다.

놈은 곧장 세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끄으으, 하트여…왕님을 위해!>

“제엔장!”

엄청난 속도로 놈이 치고 들어오자 소환수들이 미처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세현은 위기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숨겼던 카드를 뽑아 들었다.

작위 수여를 통해 블랙 나이츠의 힘을 흡수한 것이다.

“크아앗!”

카드 괴수의 촉수 팔이 가슴 쪽으로 날아들었다.

세현은 양팔을 교차시켜 이를 막은 후, 창을 뻗어 이를 꿰뚫어 바닥에 찍어 버렸다.

놈의 움직임이 잠시 봉인된 사이, 세현은 리프어택을 사용해 허공으로 높게 뛰어올랐다.

“죽어, 이 자식아!”

그러곤 빠른 속도로 추락하며 한 발을 앞으로 힘껏 뻗어 놈의 머리통을 정확히 가격했다.

퍼어어억-!

엄청난 충격에 놈의 몸뚱이가 바닥에 박혔고, 세현은 바닥에 꽂혀 있던 장창을 즉시 뽑아 놈의 몸에 계속 쑤셔 줬다.

몇 분간 미친 듯 창을 찔러 대자, 놈의 HP가 모두 바닥났고 놈은 온몸에서 액체를 토해 내며 완전히 죽어 버렸다.

[‘메인 퀘스트 ? 거점 탈환’(을)를 완료했습니다.]

[타이틀 ‘혁명가’를 획득합니다. 모든 스텟+1 됩니다.]

[살아남은 반란군 숫자에 비례해 골드를 지급합니다.]

그러자 퀘스트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연달아 출력됐다.

그때 등 뒤에서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다.

“허세현 장난 아닌데?”

“저 정도면 내가 선배로 모셔야겠어.”

“쟤 여자 친구 있어?”

“야야, 냅 둬 냅 둬. 쟤는 설희 꺼야.”

고개를 돌리자 길드원들이 연예인이라도 본 듯 흥분한 얼굴로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중 귀에 걸리는 멘트도 몇 개 있지만, 괜히 대꾸했다가 귀찮아질 것 같아 세현은 말을 돌려버렸다.

“자자~ 다들 헛소리 그만하고 아이템이나 챙기죠.”

세현이 털레털레 아이템을 챙겨 사카린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사카린은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됐어, 니가 잡은 걸 왜 나한테 주냐.”

“1페이즈까지 길드원들 다 같이 잡았잖아요.”

“다 같이는 무슨, 네가 다 잡았지.”

“뭐 그렇긴 하지만…….”

“우리 길드는 일한 만큼 알아서 나눠 먹는 게 철칙이야. 여기 다른 애들도 불만 없을 걸, 안 그래?”

사카린이 고개를 돌리자 길드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

세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더 이상의 사양 없이 아이템을 챙겼다.

‘덕분에 쓸 만한 거 하나 챙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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