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59화.
[#. 소환수 / 블랙 비숍]
- 저주와 흑마술에 능통한 검은 사제.
- 레벨: 1
- HP / MP: 800 / 3000
- 힘(20) / 민첩(50) / 지능(150) / 체력(20)
▶ 패시브 스킬
- 영혼 착취: 주변에서 적이 사망할 경우, 그의 영혼을 착취해 일정량의 MP를 회복합니다.
▶ 액티브 스킬
- 사자 부활 (소모 MP 300): 보스급을 제외한 죽은 몬스터를 최대 5마리까지 부활시킵니다. 부활 시간은 5분간 유지되며 되살아난 몬스터는 모든 스텟이 기존의 1.5배로 향상됩니다.
- 증폭(소모 MP 200): 일정 범위에 증폭의 저주를 10초간 걸어 줍니다. 저주에 걸린 대상에게 들어가는 모든 데미지가 1.5배로 증폭됩니다.
‘이거 사령술사잖아?’
블랙 비숍의 스킬 구성은 이른바 ‘네크로멘서’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사령술사와 유사했다.
증폭 저주를 통해 아군의 데미지를 순간적으로 극대화하고, 적을 아군으로 부활시켜 머릿수를 늘리는 등 전략적인 가치가 큰 클래스였다.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큰 활약을 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세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새로운 소환수들에게 장비를 장착시켰다.
‘그럼 퀘스트를 마무리해 볼까.’
자하크가 녹아 없어진 자리에는 열쇠 꾸러미 하나가 남았다. 세현은 이걸 써서 고문실의 문을 모두 열었고, 석양의 추적자 단원들은 포로들을 구출해 응급조치를 했다.
“안타르를 찾아야 하는데……. 어디 있으려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고풍스러운 문이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시 어두운 방에 나왔다.
방 한가운데 피로 새겨진 오망성이 그려져 있는데, 그 위로 검은 피부의 남자가 쇠사슬에 묶여 누워 있었다.
[흑기사 안타르]
머리 위에 출력된 메시지 박스가 그가 소년 영웅 흑기사 안타르임을 알렸다.
그의 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신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피가 배어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 있던 것이 아닌, 이곳 고문실에서 강제로 새긴 것으로 보였다.
“이보쇼, 정신 좀 차려 봐.”
세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안타르의 몸을 얽맨 쇠사슬들을 모두 해제했다. 그리고 그의 상체를 일으켜 입으로 HP 포션을 한가득 흘려 넣었다.
“으으……”
잠시 후, 안타르는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자 석양의 추적자 단원들이 그를 에워싸더니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괜찮은가, 안타르?”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여긴 대뢰옥의 고문실이네. 자네는 여기서 자하크에게 고문을 당하던 게야! 여기 이 영웅께서 자하크를 쓰러뜨리고 자네를 구한 거라네!”
단원 중 한 명이 세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타르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대꾸했다.
“감사합니다…….”
“뭘 감사까지야.”
세현은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메시지 박스가 하나 더 출력됐다.
[흑기사 안타르를 데리고 석양추적자 아지트로 돌아가십시오.]
“석양추적자 분들, 흑기사 씨 데리고 좀 돌아가 줘.”
“물론이지! 여기서부턴 우리에게 맡기게!”
석양의 추적자들이 흑기사를 등에 업고 사라졌다.
그러자 퀘스트 종료 메시지가 출력되며 세현은 던전 로비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석양의 추적자 아지트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그렇게 던전 로비를 빠져나오는 순간이었다.
“거기 잠깐 멈춰 보세요!”
던전을 입구에서 입주자 한 무리가 몰려와 세현을 붙잡았다.
그들은 흰색과 금색이 섞인 금속 위에, 독수리가 그려진 갑옷을 입은 자들. 세현은 이들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팔콘!’
복수의 대상이자 철천지원수인 팔콘. 그들이 세현을 막아선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 중에는 얼마 전 설희에게 치근덕댔던 인사팀장 정요셉도 있었다.
“팔콘 길드원 같은데, 뭔 일입니까?”
“어우~ 유명인답게 눈치 빠르시네! 저는 이런 사람인데 말입니다.”
정요셉이 먼저 명함을 내밀었고 세현은 한 손으로 대충 받아들었다. 명함에는 [팔콘 길드 인사팀장 정요셉]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쪽이 브레이브킹 맞으시죠?”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우리 길드장님이 당신을 좀 보고 싶어 하시니 같이 좀 가시죠.”
“내가 왜?”
세현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꾸하며 명함을 바닥에 대충 던져 버렸다.
그러자 요셉의 미간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Level 23. 도발과 협상
“잘나가고 혈기 넘치는 건 알겠는데, 조용히 따라오시는 게 좋을 겁니다. 좋은 제안을 하려는 거니까 걱정 마세요.”
“좋은 제안이고 나발이고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스토커라도 고용했나?”
이렇게 던전을 나오자마자 마주친 건 세현이 여기 있는 걸 알고 기다렸다는 것이었다. 뒤를 밟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러웠다.
“어휴~ 스토킹이라뇨, 그럴 리가. 브레이브킹 님이 광고를 하고 다니지 않습니까?”
요셉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스마트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거기엔 세현이 던전에 들어가기 전 한 여성과 찍었던 사진이 보였다.
[제목: 유튜브 스타 브레이브킹 님과 한 컷!!]
#대뢰옥던전앞 #브레이브킹 #유튜브스타 #광팬
‘젠장, 망할 놈의 SNS. 퍼거슨 감독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그를 본 세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SNS 신상 뒤지는 건 스토킹 아니냐? 저번에는 영상 편집자를 찾아가 협박을 하질 않나 아~주 악질이야.”
“조, 조용!! 혀, 협박이라뇨.”
그러자 요셉은 다른 입주자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쉿- 하는 소리를 내며 세현을 노려봤다.
‘이놈들, 왜 이러는 건데?’
최근 팔콘 길드가 신지영에게 접근했다는 얘기를 이메일로 전해 들었다. 슬슬 놈들이 뭔가 수를 쓸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접근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따라갈 생각 없으니까 꺼져.”
“으음…… 지금 브레이브킹 님이 내 말을 잘 이해 못 한 것 같은데.”
정요셉은 슬슬 짜증이 난다는 듯 머리를 긁더니, 자신의 무기인 건틀렛을 장착했다. 여기엔 명백히 협박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너한테 거부권 같은 건 없어. 그리고 씨발, 꼬라지 보니까 어린놈 같은데 어디서 어른 말하는데 찍찍 반말이냐?”
요셉이 고갯짓을 하자 함께 온 입주자들이 산개해 세현을 감쌌다.
“야, 맞고 갈래? 그냥 갈래?”
그러자 요셉은 사근사근했던 얼굴을 순식간에 일그러트렸다.
“못생긴 아저씨, 지금 당신 하는 말, 여기 다 녹음되고 있는데 괜찮아?”
세현은 자신의 갑옷에 작게 붙여 놓은 액션 캠코더를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이에 요셉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걸 보면 내가 쫄기라도 할 줄 알았냐? 그 정도야 박살내면 그만이지.”
“으음~ 박살 못 낼 텐데?”
세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 그러곤 손을 미끄러지듯 앞으로 빼냄과 동시에 중지를 펼쳤다.
“할 수 있으면 해 보시던가.”
“오냐, 소원대로 반병신을 만들어 주마!”
요셉은 공중으로 팍 튀어 올라 양팔을 크게 들어올렸다. 건틀렛에서 스파크가 파직파직 일어났고, 그걸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세현은 순간 몸을 비틀어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그 공격을 피해 냈다.
바닥에는 거의 1m 지름은 되는 원형의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저걸 맞으면 조금 다치는 정도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쭈…… 피해?”
“워워~ 팔콘 길드는 정의의 사도인 줄 알았더니 실상은 그냥 사람 때려잡는 깡패였구만~ 다들 저것 보래요!”
세현은 여유 있는 척하기 위해 계속 입을 놀렸지만, 꽤 긴장하고 있었다. 지금 상태에서 정요셉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었다.
‘저 놈, 적어도 90레벨 이상이다.’
정요셉은 명색이 세계 최고의 길드인 팔콘 길드의 인사팀장에 B급 클래스의 능력자다.
게다가 주변 입주자 놈들도 그와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지는 수준으로 보였다.
게다가 ‘작위 수여’를 사용한 탓에 주력 소환수인 블랙 나이츠를 쓸 수 없고, 컨디션도 떨어지는 상태다.
세현이 사기 클래스를 가졌다 해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전투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네가 정요셉이라고 했나? 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 여기서 약속 하나 해 둘게, 너, 언젠가 내 손에 반드시 죽는다.”
“아하하하하! 유튜브 찍더니 중2병 걸렸냐? 누가 여기서 나가게 해 준데?”
요셉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자 세현은 스크롤을 소환해 양손으로 붙잡고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거야 내 마음이지.”
“뭐야 그거, 너 혹시……”
“‘천사의 날개’ 스크롤이라고 들어는 봤나 모르겠네.”
촤아아아악-!
스크롤을 양팔로 거치게 잡아 뜯자 붉은 빛이 뿜어져 온몸을 감쌌다. 그러자 세현과 세이메이가 흔적도 없이 증발됐다.
“이… 무슨?”
그 광경을 본 요셉은 멍한 얼굴로 두 눈동자를 멀뚱거렸다.
몇 초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이 되자 뒤늦게 분노가 치솟았다.
텔레포트 계열 마법 스크롤이 워낙 희귀한 물건이기에 예상하지 못한 게 실책이었다.
“크아아아아 이 개새끼가!! 찢어 죽일 새끼가!!!!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새끼가!!”
요셉은 그래도 성질이 풀리지 않는지 건틀렛을 돌바닥에 몇 번이고 내리찍었다. 그때마다 바닥이 푹푹 꺼졌다.
마치 성난 고릴라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쿵-! 쿵-!
“팀장님 저렇게 빡친 거 처음 보는데?”
“야, 이거 뭔가 사달이 나긴 할 것 같다…….”
부하들은 공포와 걱정이 뒤섞인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 †
도시 중앙에 거대한 담수호가 위치한 <가마네스>의 광장. 허공에서 붉은 빛이 유성처럼 바닥으로 추락하더니 그 자리에서 세현과 세이메이가 나타났다.
조금 전 사용한 ‘천사의 날개’가 두 사람을 여기로 데려온 것이었다.
“하아, 조금 전은 진짜 위험했다.”
“주군. 방금 그자들은 뭡니까? 왜 저희를 공격하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일단 옷부터 갈아입자.”
세현은 가까운 의류 상점으로 들어가 최대한 무난한 형태의 아랍풍 로브를 몇 벌 사 왔다. 그리고 그것을 세이메이와 모든 소환수에게 입혀 외형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당분간 브레이브킹 활동은 휴업이다.’
애초에 예상한 것보다 팔콘 길드가 노골적으로 나왔기에 당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현은 곧장 액션 캠코더를 떼어 네 그 안에 찍힌 영상을 확인했다.
거기엔 정요셉이 벌였던 짓이 빠짐없이 녹화돼 있었다.
[너한테 거부권 같은 건 없어. 그리고 씨발, 꼬라지 보니까 어린놈 같은데 어디서 어른 말하는데 찍찍 반말이냐?]
[오냐, 소원대로 반병신을 만들어 주마!]
“좋아, 잘 찍혔다.”
세현은 흡족한 얼굴을 해보인 후, 캠코더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직후,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다시 하사신을 찾았다.
[이벤트 컷신 - 에필로그가 출력됩니다.]
“안타르! 괜찮은가?”
“면목 없습니다, 하사신 님.”
하사신이 달려나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안타르를 끌어안았다.
원래의 냉철한 모습이라곤 온데간데없는 것이, 그녀가 안타르를 애틋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잠시 후, 의사가 다가와 안타르의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는 것으로 컷신은 종료됐다.
세현은 멍하니 안타르의 곁에 앉아 있는 하사신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하사신, 더 도울 건 없나?”
세현은 하사신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 퀘스트가 클리어 수준에 따라 추가 보상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정말, 정말 고맙네! 이번 일로 정말 많은 사람이 구원받았어. 뱀의 왕 자하크까지 쓰러뜨렸으니 그동안 석양의 추적자가 하지 못한 일을 자네는 단 며칠 만에 해낸 거야.”
“별말씀을.”
“자네에게 보상을 주도록 하지, 자넨 이걸 받을 자격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