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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아파트-54화 (54/180)

# 54

54화.

<대홍단감자!!>

콰아앙-!

양팔을 그대로 내리찍자 땅이 울리며 거대한 감자 뿌리가 허공으로 빠르게 자라났다.

마치 거대 콩나무를 연상시키는 뿌리에선 감자가 물 풍선처럼 빠르게 불어나더니 땅으로 감자를 쏟아 냈다.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어용!>

<한 번 열-면 머어엄출 수 없어용!>

거대 감자가 떨어질 때마다 큰 폭발이 일어나며 감자 인간들이 그 자리에서 튀어나왔다.

놈들은 주변에 서 있던 입주자들을 닥치는 대로 덮쳤다.

문제는 단순하지 않았다.

진형이 붕괴하며 북한 측 입주자와 남한 측, 특히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팔콘 측 인원들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길드장님! 노동당 길드원들과 접촉했습니다! 진영을 뒤로 물릴까요?!”

“젠장…….”

참모진 중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자 은철은 침음을 흘렸다.

이번 레이드에서 그의 목표는 당연하게도 팔콘 길드가 제일 큰 공을 세우는 것이다.

게다가 바로 앞에서 경쟁 중인 상대가 북한을 대표하는 ‘조선노동당’ 길드이기에 더더욱 물러설 수 없었다.

“물러서지 마십쇼! 괴수는 우리의 손으로 제거해야 합니다!”

이런 무리한 결정은 금방 문제를 야기했다.

“남조선 간나 새끼들 꺼지라! 여가 어데라고 발을 들이네.”

“뭐라는 거야! 괴수는 우리가 잡던 거니까 꺼져 이 빨갱이 새끼들아!”

양 세력이 괴수 공략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치고 들어가자, 언성이 높아지고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때였다.

“끄아아아아악! 미친 간나 새끼야!”

팔콘 길드의 상징 색인 회색, 금색으로 덧칠된 갑옷을 입은 입주자가 노동당 길드원을 칼로 찌른 것이었다.

그 즉시 옆에 있던 노동당 길드원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야 이 개새끼야, 뭐하네! 저 새끼 죽이라!”

“야 이 씨발 놈들아! 미쳤어?”

마치 불에 기름을 뿌린 것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됐다.

팔콘과 조선노동당, 남북한을 대표하는 두 입주자 길드 중 일부 입주자들이 전투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두세 명으로 시작한 숫자는 금방 수십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길드 간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미친 새끼들아! 니들끼리 싸울 때냐!! 괴수에 집중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퍼져 나갔고, 이에 휘말린 다른 길드 입주자들이 다급한 외침을 토해 냈다.

안 그래도 괴수가 강해진 와중, 전력의 두 축을 담당하던 팔콘과 노동당이 싸워 대니 큰 구멍이 생겨 진영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사카린이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브레이브킹인가 하는 그놈, 역시 골 때리는 놈이었어.’

‘제가 그 두 길드가 ’사소한 다툼‘을 벌이게 만들 테니까 그사이에 보스를 독식해 버려요.’

‘이게 사소한 다툼이냐?’

두 길드는 사소한 다툼을 넘어 거의 길드 간 전쟁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는 다른 상위권 길드들에게는 자신들이 활약할 기회이기도 했다.

사카린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길드원들을 향해 외쳤다.

“가자! 우리가 보스 목을 따 버리는 거다!”

“오오오!”

사카린은 외침과 함께 거대 프링X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뒤를 10인 가량의 서큐버스 군단이 뒤따랐다.

“다리를 먼저 공격해! 중심을 무너뜨리는 게 먼저다!”

그녀가 내린 명령에 모두가 빠르게 가속했다.

그리고 제각기 무기를 뻗어 거대한 몸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느다란 프링X스의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대홍단 감자!>

괴수는 다시 한 번 양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흩어져!! 또 저 기술이다!”

입주자들은 겁에 질려 흩어졌다.

“얘들아, 다들 나 믿지!”

“그걸 말이라고 해요?”

“셋 세면 다 같이 따라서 뛰어 올라와!”

그런 와중, 사카린은 도리어 자신만만한 얼굴로 외쳤다. 그러자 길드원들은 피식 웃으며 그에 화답했다.

콰아앙-!

잠시 후, 괴수의 양팔이 추락했고,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사카린은 그 타이밍에 맞춰 놈의 팔 위로 힘껏 뛰어올랐다. 길드원들도 일제히 그 뒤를 따라 팔 위로 올라갔다.

“얼굴부터 노려!”

달리는 와중, 사카린은 한쪽 팔에 보랏빛 화염구를 생성해 괴수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퍼엉-!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놈은 괴로운 듯 신음하며 괴상한 비명을 내뱉었다.

<구워진-다-아! 구운감자!! 프링X스 정체성에 위협적이에용!>

“저 못생긴 얼굴을 찢어 버려!”

사카린의 사슬낫이 괴수의 눈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득-!

놈의 오른쪽 눈동자가 터져 나가더니 그 안으로 사슬낫이 닻처럼 단단히 고정됐다.

서큐버스 군단 길드원들은 그 위를 타고 달려 올라가 놈의 커다란 면상에 한칼씩 공격을 먹여 줬다.

얼굴의 살점이 터져 나가며 HP가 천천히 깎여 나갔다.

그 수치는 약 3%가량.

적은 듯 보이지만 고작 10여 명의 서큐버스 군단이 30여분 만에 데미지를 넣은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좋아, 생각한 대로 얼굴이 약점이야. 이대로 계속 얼굴을 노려!”

“네엡!”

사카린은 자신이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서큐버스 군단 전원이 놈의 몸에 올라타 끈질기게 얼굴을 때려 댔다.

다른 입주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감자에서 계속 태어나는 프링X스 인간들을 상대하며 다리를 공략하는 것뿐.

최고의 자리를 선점한 서큐버스 군단의 모습을 닭 쫓던 개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조선노동당과 팔콘의 싸움은 계속됐다.

보스 공략은 꿈도 꿀 수 없는 최악의 상황, 최은철은 입맛을 쓰게 다시며 머리를 굴렸다.

‘젠장, 이번 레이드를 위해서 얼마나 준비를 했는데 겨우 저깟 것들에게!’

은철은 두 길드가 교전을 벌이고 있던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곤 자신의 거대한 양손검을 바닥에 있는 힘껏 내리박았다.

콰앙-!

일순간, 바닥에 금색 원형의 장판이 생겨나더니 주변의 입주자들을 그 밖으로 밀어냈다.

마치 강한 중력이 가해지듯 그 자리가 힘을 받아 찌그러졌다.

그 한가운데 선 은철은 분노를 머금은 목소리로 외쳤다.

“누구든 지금부터 이 앞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오면 내 손에 죽습니다.”

그가 뿜어내는 살기에 팔콘 길드는 물론이거니와 조선노동당의 입주자들도 섣불리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너무 흉흉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괴수를 상대하는 게 우선입니다. 서로 이 선을 넘어가지 않는 걸로 합의하고 쓸데없는 싸움은 끝내는 것으로 하지요.”

은철은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제안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흥분 가득했던 양측 길드원들은 조금은 이성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잠시 후, 조선노동당 길드의 진영 한가운데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고조 최은철 간나 새끼, 싸움은 니덜이 먼저 걸어 놓고 이제 와서 물러나라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네?”

30대 초중반의 까무잡잡한 얼굴을 가진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황색과 붉은색이 교차 된 갑옷에 붉은 망토를 두른, 마치 구시대의 공산당 전설을 찢고 나온 것 같은 남자.

그는 조선노동당 입주자무력부의 부장이자 북한 내 서열 3위의 실세, 김정권이었다.

그 또한 은철과 마찬가지로 S급 클래스의 소유자였으며 현 시대 북한의 상징이자 영웅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그의 등장에 최은철은 금빛 오오라를 더 세게 내뿜으며 말했다.

“그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겠습니다. 정말로 우리 쪽이 먼저 공격을 했다면 확실한 보상을 하도록 하지요.”

“내래 네 놈을 어떻게 믿네?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개소리 말라.”

“김정권, 그런 얘길 할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 괴수를 먼저 잡는 게 서로를 위해 이득일 텐데요?”

은철은 자신의 양손대검을 돌려 프링X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서큐버스 군단이 다른 입주자들의 보조를 받아 아슬아슬하게 전투를 리드하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대부분의 공로는 그녀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조선노동당과 팔콘, 두 세력은 모두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양측 모두 충분히 인지했다.

“그럼 최은철 네놈이 여기서 무릎 꿇고 빌라. 그럼 내래 없던 일로 해 주겄어.”

“미친 빨갱이 새끼.”

하지만 김정권은 그렇다 해도 쉽게 자존심을 굽힐 법한 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말도 안 되는 제안에 은철은 이를 빠득 갈며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평생을 재벌 자식으로 살아오며 남에게 굽힌 적 없는 그다. 조금 전의 황당한 요구가 절대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적당히 하고 넘어가려 했더니…….”

은철이 대검을 높게 들어 올리자 그의 몸에 신성한 느낌을 주는 은빛 갑옷이 덧씌워졌다.

이마에 루비 색 뿔이 달리고 귀 부근에 큰 깃털이 뻗어 나온 투구가 덧씌워졌다.

그의 기운은 더더욱 거세져 주변 모두가 숨이 막혀 올 지경이었다.

레이드에 참가한 입주자 중, 레벨이 낮은 자들은 근처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멀미를 느낄 정도였다.

이는 은철이 센츄리온의 스킬인 ‘팔라딘’을 발동시켜 자신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탓이었다.

“기, 길드장님. 참으십시오, 이번 레이드를 포기하실 생각입니까? 자칫 잘못하다간 시즌2 클리어에 영향이 갈 수도 있습니다!”

팔콘의 인사팀장 정요셉이 부랴부랴 뛰어나와 그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이미 최은철의 분노는 어지간한 말로 잠재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정요셉, 입 찢어 놓기 전에 닥치세요. 저따위 거 없다고 우리가, 팔콘 길드가, 내가 시즌2에서 뒤쳐질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하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닥치라고 했습니다.”

“크읍, 알겠습니다.”

최은철이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자 정요셉은 주춤 뒤로 물러났다. 자칫 잘못 그를 건드렸다간 자신이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김정권, 오늘 죽지 않을 정도만 찔러 드리죠.”

“누가 누구한테 할 말인지 모르겠군 기래.”

김정권은 자신의 양손에 끼워진 붉은 손갈퀴를 혀로 핥으며 은철을 도발했다.

까앙-!

먼저 공격을 한 건 최은철이었다.

위에서 내리찍은 금빛 검격이 번개처럼 내리쳤고, 김정권은 그걸 두 개의 손갈퀴를 교차시켜 받아 냈다.

두 사람의 주변에서 후폭풍이 일어나며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까앙-! 까아아앙-!

그 직후,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빠르게 스치며 충돌했다.

도무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그 움직임에 이를 지켜보던 입주자들은 전율했다.

호각지세의 전투는 계속됐고, 양측 길드원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에 휘말리지 않게 멀찍이 떨어져 싸움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한 십여 분이 지났을까.

쿠아아아앙-!

괴수가 서 있던 저 멀리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흙먼지 폭풍이 뿜어졌다.

이에 최은철과 김정권은 잠시 자리에 멈춰 그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으아아아아!!”

“해냈다!”

그 방향에선 다른 입주자들의 함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에 최은철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 해냈다고? 설마…….”

먼지가 걷히자 은철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거대 괴수 킹 오브 프링X스가 앞으로 고꾸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괴수가 있던 방향에서 김현이 다급히 달려왔다. 김현의 조는 최은철의 명령으로 6-10조로 재배정된 상태였기에 이 소동을 피할 수 있던 것이었다.

“김현! 어떻게 된 상황인지 보고하세요!”

“……괴수가 잡혔습니다.”

김현의 대답에 은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헛소리 마십시오. 저놈의 HP를 벌써 다 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은철의 질문은 합당했다.

세 개의 프링X스가 합체한 거대 괴수의 HP는 그리 단시간에 빼낼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아마 팔콘 길드가 전력을 다한다 해도 하루 종일 데미지를 누적시켜야 될 정도였다.

새로운 괴수가 등장한 지 채 1시간도 안 된 지금, 핵미사일이라도 박아 넣은 게 아닌 이상 보스가 쓰러질 리가 없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김현 또한 지금 상황이 당황스럽다는 듯 콧잔등을 긁적이며

“저도 어이없는 거 아는데, 진짜 쓰러졌습니다. 그것도 한 놈 때문에…….”

“그게 누군데, 혹시 사카린 그년이냐?!”

“아니요.”

김현은 고민하는 듯 한참을 멈칫대더니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유튜브에 올라왔던 그 브레이브킹이라는 놈, 그놈이 괴수를 쓰러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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