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40화 (40/180)

# 40

40화.

조금 전까지 서큐버스 군단이 사냥을 하던 바이퍼의 사원.

그 안에는 기쁨에 겨운 서큐버스 군단 길드원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어, 언니!! 낙찰 성공했어!!!”

“꺄아아아악!”

유니크 세트 방어구 ‘요괴왕의 장막’.

이것을 166,666,666원이라는 돈으로 낙찰했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30제 유니크 장비 시세가 5천 내외인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게 <샤이탄> 공략에 기여할 것을 생각하면 도리어 싸게 먹혔다고 할 수 있다.

서큐버스 군단의 길드장 사카린은 신입 길드원인 백설희를 와락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막내로 정말 복덩이가 들어왔구나!”

그도 그럴 것이 입찰에 성공할 수 있던 것은 백설희가 불과 5분 전에 했던 말 덕분이었다.

‘저, 이런 말 이상하게 들리실 지도 모르겠지만……. 166,666,666원으로 입찰해 보세요. 그럼 바로 낙찰될 거예요.’

처음엔 이게 무슨 헛소리냐 싶었다.

사카린이 밑져야 본전이라며 그 가격으로 입찰하자 1시간이나 남았던 경매가 그 순간 끝나 버렸다.

서큐버스 군단이라고 해도 자금력으로 싸우면 팔콘 길드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경매 참여는 했지만 반쯤 포기하고 있던 물건을 얻은 건 말 그대로 행운이었다.

“그건 그렇고 우리 막내…….”

설희를 한참 쓰다듬던 사카린이 뭔가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눈을 가늘게 뜨며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알았어?”

그 기세에 눌린 설희가 목소리를 살짝 떨며 대꾸했다.

“네?”

“경매 말이야, 그 가격에 낙찰될 거라는 거 어떻게 알았냐고.”

계속되는 추궁에 백설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게…….”

Level 15. 뱀과 술탄의 노래

그 시각. 11층의 술집.

세이메이와 구석 자리에 앉아 있던 세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스마트폰을 노려봤다.

[경매가 끝났습니다. 지정 계좌로 1억6천6백6십6만6천6백6십6원이 입금됩니다.]

“나이스!”

입금 완료를 확인하고 나서야 세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직후 이 돈으로 뭘 할지 즐거운 망상이 펼쳐졌다.

해외여행, 멋진 자동차, 좋은 집과 비싼 술 등…….

단기간에 큰돈을 만지니 잠시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참을 히죽거리며 고민하던 세현은 고개를 작게 저으며 뺨을 두드렸다.

‘아니지 아니야, 앞으로 들어갈 돈이 얼만데.’

F급 시절이 마티즈였다면 지금은 세현은 슈퍼 카다. 많이 버는 만큼 들어갈 돈도 많다는 뜻이다.

당장 쓸 곳이 떠오르진 않지만 언제 급전이 필요할지 모르는 법. 비상시를 대비해 돈은 일단 비축하기로 했다.

“자, 세이메이. 슬슬 일어나자.”

술집을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 등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거세게 잡아당겼다.

“저기 너!”

“그쪽은……?”

고개를 돌리자 긴 콧수염을 가진 건장한 남성이 세현을 노려봤다. 케피야 모자를 쓰고 거대한 시미터를 찬 것이 군인 같은 느낌을 풍겼다.

그의 뒤에는 창을 든 5명의 병사가 주변을 둘러싸고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네가 오늘 샌드웜 퀸을 잡았던 그놈이 맞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세현은 인벤토리에 넣어 뒀던 로브를 급히 꺼내 몸에 둘렀다. 괜히 입주자들에게 정체가 노출되는 건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것들이 갑자기 왜이래?’

왼쪽 팔목에 마스터키가 없는 것으로 보아 눈앞의 병사들은 모두 거주자들이다. 거주자가 지금처럼 말을 거는 경우는 드물기에 세현은 고개를 갸웃대며 입을 열었다.

“맞는데, 뭣 때문에 왔습니까?”

“술탄님께서 널 보고 싶어 하신다. 큰 영광으로 알고 순순히 따라와라.”

‘이 새끼 말하는 싸가지 보소?’

그 순간, 메시지 박스가 눈앞에 출력됐다.

[#. 메인 퀘스트 / 뱀과 술탄의 노래(1/3)]

- 11층의 술탄이 당신을 초대했다. 그가 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초대받은 자’가 되자.

적정 레벨: 없음

▶ 보상: 타이틀 ‘초대받은 자’

- 지능: +1

#. 거절할 경우 페널티가 있는 퀘스트입니다.

- 거절 시 11층 도시 ‘바그다드’에 출입이 거부됩니다.

[수락하기]

‘뭐야 이건?’

메인 퀘스트가 갑자기 시작됐다.

보통 메인 퀘스트는 여러 루트를 통해 진행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는 처음이어서 당황했다.

게다가 이 퀘스트의 페널티도 황당했다. 거절할 시 11층 도시 ‘바그다드’에 다시 들어올 수 없다.

이건 아주 치명적인 페널티이기에 세현은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하아…… 바빠 죽겠는데. 똥 밟았네.”

“방금 뭐라고 했나?”

“아닙니다, 아니에요. 갑시다 가요.”

세현과 세이메이는 병사들을 따라 성으로 향했다.

† † †

타지마할을 꼭 닮은 거대한 성 안으로 들어서자 뚱뚱한 체구의 중년 남성이 마중을 나왔다.

그가 도시 바그다드의 주인인 술탄이었다.

“하하. 자네들이 샌드웜 퀸을 잡았다는 그 영웅들인가?”

‘아, 이 인간.’

세현은 그의 정체를 익히 알고 있기에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뭐 긴말하기는 그렇고, 어쩐 일로 부르신 겁니까?”

“자네들이 골칫거리이던 샌드웜 퀸을 처리하지 않았나! 거기다 무고한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고 하더군! 술탄 된 자로서 내 백성을 구한 영웅에게 마땅히 볻답을 해야지!”

‘까고있네.’

세현은 속으로 욕을 삼키며 차분히 대꾸했다.

“보은이라 하면?”

술탄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여봐라! 영웅을 맞이할 준비를 해라!”

순식간에 수십 명에 달하는 하인, 하녀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산해진미를 차렸다.

그러곤 세현의 옆에 아름다운 미녀들이 바짝 달라붙어 부채질하며 다리를 주물렀다.

무녀들은 앞에서 춤을 추며 눈을 즐겁게 했고, 악사들의 음악이 성내를 가득 채웠다.

예상치 못한 극진한 대접에 세현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자, 이렇게 귀한 손님이 왔으니 한 잔씩들 하자고!”

술탄는 금제 장식이 달린,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술병을 내밀었다.

세현은 일단 코를 술잔에 가져갔다.

은은한 과일 향이 코를 간질이는 것이 이것이 고급술임을 알렸다. 하지만 찝찝한 마음에 선뜻 입으로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이 술, 분명 뭔가 있겠지.’

세현은 잠시 술잔을 내려놓았다.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

“어…… 뭐, 이름까진 됐고. 브레이브라고 불러 주십쇼.”

“특이한 이름이군 그래. 자자, 건배하게나!”

술탄은 술잔을 들어 올리며 건배를 청했다.

어쩔 수 없이 술잔을 맞부딪혔고, 세현은 술을 마시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라, 맛있네?’

혀를 살짝 술에 담근 순간, 엄청난 과일의 풍미와 부드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호기심인지, 아니면 술탄이 수작을 벌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세현은 홀리듯 술을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하하! 맛이 대~단합니다. 이런 술은 난생처음이네요.”

“하하하, 그럼 한 잔 더 하게!”

술을 마시자, 목에 갈증이 일었다.

몸이 술을 달라고 외치는 듯 느껴졌다.

세현은 자연스레 술탄에게 술을 받고 그것을 목으로 넘겼다.

두잔 , 세 잔, 네 잔.

끝도 없이 들어가며 의식이 서서히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괜찮으십니까, 주군? 많이 취하신 것 같습니다만.”

세이메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맞네 맞네, 영웅은 좋은 술을 두고 몸을 사리는 게 아니야!”

술탄은 한 손으로 닭다리를 게걸스럽게 뜯으며 말했다.

그러던 중, 옆에서 부채질하던 하녀의 실수로 닭다리가 그의 옷 위로 툭- 떨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술탄님!”

“무슨 멍청한 짓이야!”

그는 하녀의 뺨을 찰싹 때렸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인심 좋은 술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퍽-! 퍽-! 퍽-!

“이 천한 것!! 개 같은 것이!!! 감히 누구 옷에!!”

술탄은 마치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것처럼 욕설을 뱉으며 하녀를 발로 걷어찼다.

그렇게 한참을 때리던 중, 하녀가 입에 거품을 물고 졸도하고 나서야 화가 풀렸다는 듯 거친 숨을 씩씩 내쉬었다.

세현과 세이메이는 어색한 얼굴로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

“하하, 미안하네! 천한 것 때문에 괜히 분위기를 망쳤구먼.”

“으~ 아닙니다.”

“하아 괜히 땀만 뺏군!”

술탄는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흥건한 땀을 닦은 후 바닥에 대충 집어던졌다.

옆에 있던 하녀가 부랴부랴 그것을 주워 담았다. 흰 실크 천 위에 붉은 뱀이 새겨진, 특이한 디자인이었다.

‘어라, 저거? 어디서 본 기억이…….’

세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붉은 뱀 문양을 분명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자, 다시 한번 놀아 보자고!”

술탄은 다시 술을 들이키며 음식을 욱여넣었다.

세현은 찝찝한 마음에 술잔을 내려놓고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러던 중-.

[메인 퀘스트 ‘뱀과 술탄의 노래(1/3)’가 완료됐습니다.]

[타이틀 ‘초대받은 자’를 획득했습니다. 지능이 1 상승합니다.]

머릿속으로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들리며 능력치가 상승했다.

그리고……

[‘뱀과 술탄의 노래(2/3)’가 시작됩니다.]

‘응?’

다음 퀘스트가 시작 된다는 메시지가 연이어 들리더니 세현의 시야가 점차 검게 물들었다.

세상이 어질어질 돌면서 정신을 어지럽게 했다.

“어라? 여, 술탄님 이 술…….”

“아하하, 드디어 약효가 드는 모양이군?”

“약효? 그게 무슨……..”

“잘 자거라! 멍청한 놈.”

크게 웃음짓는 술탄의 얼굴이 물결처럼 일렁이다 웃음소리만을 남기며 사라졌다.

† † †

정신을 잃은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세현을 잠에서 깨운 건 두통이었다.

“아우, 머리야…….”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살피자 시퍼런 철창살과 돌벽이 세현을 반겨 줬다.

영락없는 지하 감옥의 풍경이었다.

“이건 뭔데?”

팔과 다리에는 푸른 금속으로 만들어진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고, 입고 있던 장비 대신 걸레짝 같은 옷이 입혀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황당함이 앞섰지만 세현은 침착하게 마스터키를 조작해 퀘스트창을 열었다.

[#. 메인 퀘스트 / 뱀과 술탄의 노래(2/3)]

- 누군가가 당신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뒀다. 감옥에서 탈출한 후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라.

적정 레벨: 없음

▶ 보상: 타이틀 ‘빨갱이’

- 체력: +1

#.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형집행인이 사형을 집행할 것입니다. (남은 시간: 7시간 29분 34초)

“이런 미친.”

7시간 30분 내에 클리어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황당한 퀘스트. 입에선 욕이 절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급한 마음에 양팔로 철창을 잡고 흔들었지만, 두꺼운 철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폰 소환.’

그 다음엔 소환 스킬을 사용해 봤지만 주변에 소용돌이가 작게 일더니 공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뭐야, 왜 안 되는 건데?’

그즈음, 머릿속으로 마스터키가 알림 메시지를 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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