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39화.
Level 14. 얼굴 없는 스타
[#. 세트 방어구 / 요괴왕의 장막 (수량: 2개)]
- 요괴왕 오로치의 비늘로 만든 가벼운 가죽 방어구 세트. 마법 공격을 막아내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희귀도: 유니크(C)
레벨 제한: 25
방어력: A+
▶ 추가 옵션 (세트 효과)
- 요괴왕의 불꽃(액시브 / 초당 마나 1% 소모): 활성화 된 시간 동안 마법 저항력 100%.
- 요괴왕의 지혜(패시브): 마나 재생 속도 30% 증가.
[#. 근거리 무기 / 백염의 송곳니 (수량: 3개)]
- 요괴왕 오로치의 송곳니로 만든 창, 백염을 다룰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다.
희귀도: 유니크(C)
레벨제한: 25
공격력: B+
▶ 추가 옵션
- 백염의 주인(액티브 / 초당 마나 2% 소모): 백염을 생성합니다. 백염은 적의 마나를 순식간에 태우며 태운 마나량에 비례한 데미지를 줍니다.
[#. 원거리 무기 / 백염의 날개 (수량: 1개)]
- 요괴왕 오로치의 송곳니를 깎아 만든 부채, 백염을 다룰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다.
희귀도: 유니크(C)
레벨제한: 25
공격력: C+
▶ 추가 옵션
- 백염의 주인(액티브 / 초당 마나 2% 소모): 백염을 생성합니다. 백염은 적의 마나를 순식간에 태우며 태운 마나량에 비례한 데미지를 줍니다.
“완전 처음 보는 아이템인데?”
여태 본적 없는 장비가 경매장에 올라와 있었다.
렙제는 30, 현재 상위권 랭커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에 비하면 스펙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사카린을 놀라게 한 것은 <추가 옵션>에 있었다.
“마법 완전 면역? 이거 미쳤네.”
특히 마나를 소모하며 일정 시간 동안 마법 저항력을 100%로 만들어 주는 ‘요괴왕의 불꽃’. 이 옵션은 지금 서큐버스 군단이 딱 필요로 하는 능력이었다.
“그치 언니? 이번 보스전에 있으면 엄청 도움 될 것 같지 않아?”
시즌2 메인 퀘스트 <아라비안나이트>의 최종 보스는 마신들의 수장인 대마신 <샤이탄>이었다.
샤이탄의 특기는 현란한 요술 공격이다. 이 전투에서 ‘마법 저항’이라는 옵션은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하게 사용될 게 분명했다.
“이거 무조건 입찰 시도해. 길드 통장에 있는 잔액 다 털어 써도 되니까 무조건 사 와.”
“오케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요괴왕의 장막’의 입찰을 시도했다.
현재 경매 가격은 갑옷 세트가 1200만 원. 장창 ‘백염의 송곳니’가 500만 원에 경매 중인 것과 비교하자면 월등히 높은 가격이었다.
아마 경매에 입찰한 다른 입주자들 또한 서큐버스 군단과 비슷한 생각을 한 탓이리라.
“이 아이템, 출처는 알 수 없나?”
“으음…… 그냥 추측이지만, 며칠 전에 벚꽃성 앞에서 이상한 이벤트가 있었다고 하던데.”
“그거랑 이 아이템이랑 무슨 상관인데?”
“아이템 이름이 오로치랑 관련이 있잖아. 애초에 재료 드랍을 안 하는 놈인데 갑자기 이런 템이 나왔다? 당연히 시즌1이랑 관련이 있겠지.”
“한 번 정보 알아봐”
대화를 나누던 중, 다른 길드원 하나가 다가오며 말했다.
“아~ 인터넷에 영상 나온다.”
그녀가 스마트폰을 내밀자 거기엔 유튜브 영상이 재생됐다. 벚꽃성 앞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던 허세현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리플 좀 읽어 보니까 얘, <브레이브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튜버래.”
“연락처 찾아서 바로 메시지 넣어 봐.”
“오케이.”
그때, 그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던 설희의 얼굴이 작게 구겨졌다.
“으으음…….”
† † †
11층의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술집.
구석 자리에 앉은 남녀가 닭고기를 뜯으며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여자 쪽은 쉴새 없이 닭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며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웁, 주군, 이뤟게 시간을 때웢도 돼는 궙니과?”
“야야, 먹고 말해라, 먹고 말해.”
세이메이는 그제야 닭고기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다시 입을 열었다.
“주군, 이렇게 시간을 때워도 되는 겁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난 또 뭐라고. 신경쓰지 마. 쉴 땐 쉬어 줘야지.”
샌드웜 퀸을 사냥하고 이제 반나절이 막 지난 시점.
세현은 ‘노인과 샌드웜’ 퀘스트에서 허탈함을 느껴 약간의 멘탈 케어가 필요한 상태였다.
빈둥거리고 있다곤 하지만 어차피 소환수들에게 자동 사냥을 명령해 놓은 상태기에 그닥 마음이 급하진 않았다.
‘어차피 처리해야 될 일도 있고.’
세현은 닭고기 옆에 놓인 과자 부스러기를 집으며 남은 맥주를 모두 비워 냈다.
“주인장, 여기 맥주 한 잔 더!”
“네이, 갑니다 가요~!”
천천히 술을 들이키는 도중, 세현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아파트 마켓: ‘막살아148’ 님이 등록한 아이템이 베스트 경매 아이템이 됐습니다. 현재 가격을 확인해 주세요.]
아파트 마켓 어플에서 온 푸시 메시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금을 해제하고 아파트 마켓을 실행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경매품의 가격 현황을 보는 순간.
“커허허헉!”
“괘, 괜찮습니까, 주군?”
세현은 손에든 맥주를 옷 위로 그대로 들이부었다.
세이메이가 부랴부랴 휴지를 꺼내 옷을 닦았지만 이미 흠뻑 젖어 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나이스! 나아아아아이스!”
세현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술집에 있던 수십 명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고 세이메이는 어쩔 줄 몰라 입을 벙끗거렸다.
“주군. 무슨 일입니까?”
“대박, 대박이 터졌어!”
세현이 흥분한 것은 아파트 마켓에 올렸던 물건들의 현재 가격 때문이었다.
경매 종료까지 6시간이 남은 시점.
방어구 세트인 ‘요괴왕의 장막’은 1억 4천, 창 ‘백염의 송곳니’는 4천을 넘어가고 있었다.
30~40제 유니크 아이템이 5천만 원 내외인 것을 생각하면 ‘백염의 송곳니’의 가격은 평범했다. 반면 ‘요괴왕의 장막’의 가격은 말도 안 되게 부풀려진 상태였다.
경매 종료까지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가격은 더 오를 것이다.
세현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후우, 침착하자 침착해. 이거 0 하나 빼고 본 건 아니지?”
술기운이 바짝 올라 이대로는 사고를 칠 것 같기에 일단 머리를 식히기로 했다.
세현은 얼음 잔에 담긴 얼음을 와득 와득 씹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 커뮤니티를 찾아보자.’
얼른 자신이 즐겨 찾던 입주자 커뮤니티를 뒤져봤다.
아니나 다를까, 세현이 올린 오로치 시리즈에 대한 얘기가 활발히 오가고 있었다.
[사이버스타: 지금 경매장에 올라온 ‘백염의 송곳니’, ‘요괴왕의 장막’ 이거 뭡니까? 완전 처음 보는 아이템인데?]
[롤링스톤즈: 신템인가? 아니면 히든 아이템? 뭐지? 특히 ‘요괴왕의 장막’ 가격은 왜 이리 비싸. 그냥 희귀템이라 그런 듯.]
[파이톤즈: 무슨 희귀템이라서야. 저기에 마법 저항 달린 거 안 보이냐? 아라비안나이트 보스가 마법사 계통이니까 상위권 길드들이 입찰하는 거겠지.]
[JWF221: 니가 20층 보스가 마법사 계통인 줄 어떻게 알고 있음? 봤음?]
[파이톤즈: 순진한 새끼, 레벨 조금만 돼도 요즘은 상위권 길드 소식들 다 들을 수 있음. 니가 쪼렙이라 모르는 거겠지.]
[JWF221: 응~ 파이톤즈 뇌피셜 오졌고요.]
게시판엔 온통 세현이 올린 아이템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글이 읽는 속도보다 빠르게 업데이트가 될 정도다.
커뮤니티에 글을 쓸 수 있는 게 입주자뿐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관심도였다.
[스피드웨건: 얼마 전에, 시즌1 메인 퀘스트 클론 던전까지 막힌 거랑 관련 있는 것 같은데? 그때 벚꽃성에서 무슨 이벤트 같은 거 했었잖아.]
[사이버스타: 아 맞아 그랬지, 요괴왕이면 오로치 맞네, 옵션에 ‘백염의 주인’ 있는 걸 보니 100%임.]
[셜로키언: 다른 커뮤니티 찾아보니 브레이브킹이 했다는데?]
[사이버스타: 브레이브킹? 그건 뭐 하는 놈임?]
[셜로키언: 브레이브킹 모름? 얼마 전에 ‘대음양사 세이메이’라는 퀘스트 영상으로 대박 친 스트리머 있는데.]
[사이버스타: 아! 그 사람!! 전투 스타일 존~나 멋있던데.]
‘요괴왕’ 아이템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오로치’이야기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이 아이템의 주인이 유튜버 ‘브레이브킹’일 것이라는 내용으로 결론을 내 가고 있었다.
세현은 스스로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신기하게 느꼈다.
그러곤 머릿속으로 이번 일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냉정히 계산했다.
‘유튜브 영상 조회수에는 긍정적이겠지만,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
유명세를 얻고 돈을 버는 만큼, 대형 길드나 랭커들에게 뒤를 밟힐 리스크는 커진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세현은 앞으로 더더욱 조심할 것을 다짐하며 경매 상황을 주시했다.
‘시즌2 보스 공략 때문에 상위권 길드들이 이걸 노리고 있다라. 하긴 20층 보스는 샤이탄이었지.’
게시판에서 봤던 글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파이톤즈: 무슨 희귀템이라서야. 저기에 마법 저항 달린 거 안 보이냐? 아라비안나이트 보스가 마법사 계통이니까 상위권 길드들이 입찰하는 거겠지.]
여기서 말하는 ‘상위권 길드’들이 누구일지 잠시 떠올리자 쓴웃음이 나왔다.
‘입찰하는 놈들 중에 팔콘 길드도 있겠군.’
세현에게 있어 철천지원수인 팔콘 길드, 그 뒤에 대기업인 ‘한성 그룹’이 있기에 돈이 썩어 나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이번 경매에 빠질 리가 없었다.
세현은 놈들이 이 장비를 이용해 시즌2를 클리어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기분이 더러워졌다.
‘어떻게 해야 이걸 안 넘기지.’
가장 쉬운 방법은 경매를 취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걸린 돈의 액수가 워낙 크기에 이제 와서 경매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 다음 방법은 [즉시 낙찰] 기능을 이용해 경매를 예정보다 빠르게 종료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입찰하는 사람의 정보가 일절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료 시점에 팔콘 놈들이 입찰을 한 상태라면 장비가 놈들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세현이 상대의 정보를 모르는 이상 쓸 수 없는 방법이었다.
‘아. 있다 방법이!’
한참을 고민하던 중, 생각 하나가 머리를 때렸다.
‘서큐버스 군단’에 백설희가 길드원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세현은 얼른 메신저를 켜 설설희에게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
[허세현: 설희씨, 지금 경매장에 ‘요괴왕의 장막’이라는 아이템 올라간 거 아세요?]
[백설희: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저희 길드 난리에요. 다들 그거 꼭 사야 한다고 엄청 신경 쓰고 있어요……. 그거 혹시 세현 씨가 올리신 거 아니에요?]
세현은 입꼬리를 올렸다.
[허세현: 잘됐네요. 서큐버스 군단에서도 구입할 생각이 있다는 거죠? 그럼 제가 시키는 대로 한 번 해 보세요.]
[백설희: 네? 그게 무슨……]
[허세현: 아이템을 입찰할 때 가격을……. 이렇게 하시면.]
세현은 자신이 떠올린 방법을 설희에게 건넸다.
그러곤 아파트 마켓 어플을 주시하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요괴왕의 장막’이 1억 5천5백만 원에 상회 입찰됐습니다.]
[‘요괴왕의 장막’이 1억 5천만 원에 상회 입찰됐습니다.]
[‘요괴왕의 장막’이 1억 6천6백6십6만 6천6백6십6원에 상회 입찰됐습니다.]
166,666,666원.
그 숫자가 떠오른 순간, 세현은 [즉시 낙찰] 버튼을 빠르게 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