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36화 (36/180)

# 36

36화.

마사무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건 뭡니까?”

“치킨이라는 건데 바깥세상의 닭을 튀긴 요리야. 맛있으니까 한 번 먹어 봐.”

“죄송합니다만, 저는 불교 신자라 고기는 먹지 않습니다.”

“쳇- 뇌물은 안 통하는 건가”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아, 아니야! 그럼 다음에 보자고, 마사무네 선생.”

세현은 서둘러 대장간을 빠져나갔다.

어제 세이메이가 치킨을 너무 좋아하던 탓에 이게 마사무네에게도 먹힐까 싶어 시도해 본 것이었다.

‘뭐 다음엔 염주라도 선물해 주면 좋아할지도 모르겠네.’

뭐 별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마사무네가 불교 신자라는 정보 정도는 얻을 수 있었다.

대장간을 완전히 빠져나온 후, 세현은 장비를 세팅했다.

소환수들과 세이메이, 본인까지 장비를 입자 스텟이 꽤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는 장비는 조금씩 처리해서 자금으로 가지고 있자.’

그 직후, 세현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번에 만들어진 아이템 중 남는 물량을 입주자 전용 경매 어플인 <아파트 마켓>에 등록하기 위함이었다.

경매 시작가, 기간 등 세부 설정을 한 후 세현은 물량을 마켓에 먼저 등록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시즌2로 이동하면 될 터였다.

“주군, 저기…….”

“응?”

그때, 세이메이가 세현을 불렀다.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세상 심각한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세현을 가리켰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세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치킨, 제가 먹어도 되겠습니까?”

“어?”

세현은 자신의 손에 치킨 박스가 들려 있다는 걸 그제야 자각했다.

† † †

[허세현 님이 시즌2 <아라비안나이트>에 진입합니다.]

“후아아…… 드디어 시즌2다!! 읍, 퉤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세현이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 순간, 사막의 열기와 모래 바람이 덮쳐 왔고 입에 모래가 한가득 들어왔다.

한참이나 기침을 한 후, 입을 물로 행구자 세이메이가 보이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큭큭 웃음을 흘렸다.

“웃으려면 대놓고 웃어……. 그렇게 웃는 게 더 상처받는다?”

“죄, 죄송합니다, 주군!”

“에휴, 가자.”

세현은 미리 준비한 반다나와 고글을 세이메이에게 건네주고 자신도 같은 물건을 착용했다.

11층은 모래 바람이 24시간 불기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두 사람은 사막을 가로질러 걸었다. 그 와중에 리자드맨이니 사막호랑이니 하는 몬스터들을 만났지만, 그닥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잠시 후 사막 위에 깔린 돌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따라 더 걷자 코끼리만 한 사막도마뱀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정류장 같은 장소가 나타났다.

그 앞에 대기 중이던 사막도마뱀 라이더들이 세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앞다퉈 달려들었다.

“어디가십니까, 손님?”

“제 도마뱀에 타십쇼, 싸게 모시겠습니다!”

“야, 새치기 할래!”

장사가 잘 안 되는지 라이더들이 서로 투닥대며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세현은 턱을 잠시 쓰다듬다가 입을 뗐다.

“바그다드에 가려고 하는데…….”

바그다드, 11층에 있는 도시 중에 가장 큰 곳이다.

대부분의 퀘스트가 이곳에 몰려 있기에 11층은 바그다드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때문에 가격이 좀 나가는 편이지만 세현은 이곳에서 가장 빠른 교통편인 사막도마뱀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1000골드에 모시겠습니다!”

“저는 900골드!”

“아니 850골드!”

도시 이름을 말해 준 것만으로 라이더들은 서로 가격을 깎으며 경쟁했다.

세현은 가장 낮은 가격을 말한 라이더를 선택했다. 자신이 선택된 것이 기뻤는지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세현과 세이메이를 깍듯이 모셨다.

“자! 출발하겠습니다. 꽉 잡으십시오, 손님들!”

라이더가 채찍을 휘두르자 사막도마뱀 앞으로 천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쿵쿵쿵!

몸길이만 8m에 달하는 거구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모래 바람이 일어났다.

그 속도는 점차 빨라졌고 잠시 후에는 불어오는 모래 바람에 얼굴이 아파 올 정도였다.

최대 시속은 약 50km, 중심을 제대로 잡기 힘든 사막 위라는 것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사막도마뱀은 이런 지형에서 달리기 좋은 형태로 발의 갈퀴가 진화했기에 이런 달리기가 가능했다.

“세이메이. 안 떨어지게 꽉 잡아!”

“아, 알겠습니다, 주군!”

하지만 빠른 속도만큼 편안함까지 제공되진 않았다.

전신이 격하게 흔들렸고 세이메이는 세현의 허리를 꽉 붙잡은 채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마부, 요즘 11층 분위기는 어때요?”

도마뱀의 탑승감이 익숙해질 때쯤 세현은 라이더에게 질문을 던졌다. 시즌2의 정보가 완벽히 기억나지는 않았기에, 이를 떠올리기 위해 거주자들에게 정보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우 말도 마세요~ 분위기가 워낙 뒤숭숭해서 요즘 장사가 안 됩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요즘 ‘사막유령단’이니 뭐니 하는 것들 때문에 난리도 아닙니다.”

“그게 뭔데요?”

사막유령단에 대한 기억은 있었지만, 정확히 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한 번 되물었다.

“호시탐탐 술탄님을 노리는 역도 무리들입죠! 민중의 해방을 바란다나 뭐라나……. 우리 술탄님 같은 성군이 또 없는데 정신 나간 놈들이죠.”

“아, 그렇군요. 그리고 말인데…….”

세현은 라이더에게 골드를 몇 푼 더 찔러주고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그제야 전생에 시즌2에서 겪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머릿속에 빈 기억들을 채워 줬다.

그렇게 내달리길 30분 여.

사막 한가운데 거대한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거미줄을 연상시키는 방사형으로 디자인 된 대도시. 사방으로 퍼진 도로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짐마차가 도시를 왕래하는 모습이 보였다.

라이더는 도시 외곽에 있는 사막도마뱀 정류소에서 멈췄다.

“우우웁……! 죽을 것 같습니다, 주군.”

“야야! 토하지 마! 참아!”

세이메이가 도마뱀의 등에 토를 하려 했다.

세현은 빠르게 그녀를 붙잡고 아래로 뛰어내려 입에 회복 포션을 먹였다.

“가, 감사합니다, 주군!”

잠시 자리에 앉아 세이메이가 회복할 때를 기다렸다 성문으로 들어갔다.

“동쪽에서 온 비단입니다! 1골드에 10장!”

“자~ 깨끗한 물입니다! 물 사세요!”

성 내부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으로 활기가 넘쳤다.

“오 주군! 저 음식 맛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주군! 하나 먹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주군!!”

세이메이는 길거리 가판대 음식들에 관심을 계속 보여 움직이는 게 어려웠다.

“나~중에 많이 사 줄테니까, 지금은 일부터 하자고.”

세현은 어쩔 수 없이 세이메이의 귀를 잡아끌어 번화가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애초의 목적지인 의뢰소로 향했다.

의뢰소, 이는 일종의 퀘스트 발급 기관 같은 장소였다.

거주자들이 이곳에 일정 보상을 제시하고 의뢰를 맡기면, 의뢰소는 이를 입주자들에게 중개해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시스템이다. 그 때문에 이곳은 은행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특이하다고 할 점은 건물의 크기에 비해 이곳에 모인 입주자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이었다. 24시간 퀘스트가 쏟아지고, 보상과 내용이 천차만별이기에 대박 퀘스트를 노리고 죽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었다.

세현은 가장 짧은 줄에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어떤 퀘스트를 원하시는지?”

“퀘스트 리스트 좀 보여 줘요.”

세현이 요청하자 의뢰소 직원이 뭔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눈 앞에 커다란 팝업창 하나가 출력됐다.

거기엔 커다란 표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각각의 퀘스트에 해당하는 내용과 보상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세현은 리스트를 천천히 훑어보며 조건들을 따졌다.

‘레벨링하기 좋고, 사람 적고, 영상이 잘 나올 법한 곳.’

메인 퀘스트가 아닌 의뢰소를 먼저 찾은 것은, 시즌2에 맞춰 레벨링을 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때문에 세현의 레벨링에 유리한 퀘스트가 필요했다.

베스트는 퀘스트를 진행하게 될 사냥터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레벨링에 효율이 좋은 경우였다.

‘영 맘에 드는 게 없구만.’

한참 리스트를 뒤적였지만, 썩 마음에 드는 퀘스트가 없었다. 이미 좋은 퀘스트들은 다른 사람들이 거의 가져간 모양이었다.

“선생님, 아직 멀었습니까?”

“잠깐만요.”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직원이 슬슬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묻기 시작했다.

세현은 몰래 골드 몇 푼을 꺼내 보이지 않게 책상 위에 올려 슥 앞으로 밀었다.

“아하하, 천천히 고민하세요! 맞는 퀘스트를 구하는 게 제일 중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직원은 주변을 두리번대더니 그를 몰래 챙겨 가며 어색하게 대꾸했다.

‘이 퀘스트는 뭐냐?’

리스트를 한참이나 내렸을 때, 세현의 눈에 밟히는 퀘스트 하나가 있었다.

퀘스트 명은 <노인과 샌드웜>.

단순히 수치만으로 보자면 난이도 대비 보상이 아주 형편없었다.

리스트는 대체로 난이도 대비 보상이 높은 퀘스트를 상단에 노출시키기에 이 퀘스트가 아래 박혀 있는 건 당연했다.

세현은 몇 가지 요소 때문에 이 퀘스트가 조커가 될 수 도 있다고 예감했다.

하지만 예감은 예감일 뿐, 잘못하면 완전 꽝일 수도 있기에 잠시 고민하다 가까스로 결정을 내렸다.

“<노인과 샌드웜>, 이 퀘스트로 주십쇼.”

“괘, 괜찮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퀘스트 상인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왜요 문제라도 있어요?”

“아니, 그 퀘스트 솔직히 의뢰를 받아서 등록은 해 놨지만. 조건이 말도 안 되잖아요. 겨우 그 돈 받고 <샌드웜 지옥>을 지나가라니……”

<샌드웜>, 쉽게 말해 모래 속에 사는 거대한 육식 지렁이였다.

작게는 1m에서 크게는 10m까지 커지는데, 모래에 잠복해 있다 지면의 진동을 느끼면 그를 이용해 사냥감을 잡는다. 사막을 횡단해야 하는 상인들에게 놈들은 모래 폭풍이나 리자드맨 따위보다 훨씬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놈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지역을 <샌드웜 지옥>이라 부르는데, 이 퀘스트는 그곳을 무조건 지나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게 재미있어서요. 허가증이 있어야 지날 수 있는 위험지역을 굳이 찾아간다니, 뭔가 사연이 있겠죠.”

“끄으으으응……. 굳이 사서 고생을 하신다면야.”

샌드웜 지옥은 워낙 위험하기에 통행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그것조차 지금처럼 특수한 퀘스틀 진행하거나 최소 40명 이상의 입주자가 토벌 신청을 해야만 허가증이 나온다. 그런데 <샌드웜 지옥>을 들어갈 수 있는 통행증을 받았다?

그렇다는 건 이 퀘스트를 의뢰한 거주자가 어느 정도 사연이 있는 인물이란 걸 의미했다.

세현은 골드 한 잎을 더 내밀며 말했다.

“일주일 전에 손녀가 사막에서 실종된 노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손녀를 찾겠다고 굳이 그곳에 들어가겠다고……”

세현은 작게 미소 지었다.

‘분명히 뭔가 있어.’

동물적인 직감이 이번 퀘스트에서 뭔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이고~ 할아버지가 딱하게 됐네요, 제가 꼭 해야겠네.”

“……진짜 괜찮겠습니까?”

“괜찮다니까.”

“퀘스트 발행은 해 드리는데, 되도록 조심하슈. 괜히 사람 죽으면 나도 찝찝하니까.”

“네이네이~!”

“혹시라도 <샌드웜 퀸>이 나오면 싸울 생각 말고 도망치고.”

샌드웜 지옥에서는 <샌드웜 퀸>이라는 보스 몬스터가 출몰한다. 놈은 모래 아래 자신의 둥지를 틀고 수백 마리의 새끼 샌드웜을 몰고 다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샌드웜 지옥의 상징 같은 놈이었다.

“자, 여기 지도 드릴 테니 이 집으로 가슈. 거기에 의뢰인이 있을 거외다.”

곧장 퀘스트 상인이 알려준 집으로 이동했다.

표기된 장소에 가자 황색 돌을 거칠게 깎아 만든 자그마한 집이 보였다.

세현은 나무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카마르 씨 댁입니까?”

“쿠, 쿨럭. 누구십니까?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는……”

텅 빈 안에는 미라같이 비쩍 마른 노인이 침대에 몸을 기댄 채 연신 기침을 뱉고 있었다.

“퀘스트를 의뢰했다고 들었는데요.”

“퀘, 퀘스트를 수행해 주겠다는 겁니까?”

“그럼 내가 여기 왜 왔겠어요?”

“가, 감사합니다!”

카마르라는 이름의 노인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세현은 민망한 마음에 코끝을 긁적이며 대꾸했다.

“절은 됐고, 바로 준비하세요. 피차 마음 바쁠 테니 빨리빨리 합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노인은 허둥지둥 준비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몸이 안 좋다 보니 시간이 좀 걸렸고, 그사이 세현과 세이메이는 거실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