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35화 (35/180)

# 35

35화.

공주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시지요.”

벽 너머로 들어서자 그곳엔 입이 떡 벌어질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곳은 진귀한 보물들이 잔뜩 쌓여 있는 보물 창고였다.

“이곳은 왕국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들을 모은 장소입니다. 아무나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지요.”

“오오…….”

“여기서 세현 공께서 마음에 드시는 보물 하나를 골라 주십시오.”

“그, 그래도 되나?”

“물론입니다. 세현 공은 최은철 공에 이어 왕국을 위기에서 두 번째로 구해 내신 은인입니다. 이 정도 사례는 해야 저도 면이 섭니다.”

“최은철을 꼭 언급할 필요는 없는데…….”

최은철의 이름이 나온 게 불만이었지만, 일단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미친, 죄다 최소 유니크급이야.’

실제 이곳의 아이템들은 ‘보물’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들이었다.

바람의 신발, 동방 무사의 주먹, 황금 잉어 갑옷 등등… 하나같이 이름을 들어 본, 하지만 엄청난 가격으로 세현은 구경도 못 해 본 아이템들뿐이었다.

오히려 너무 굉장해서 뭘 골라야 될지 모를 지경.

‘단순히 좋은 걸 고르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상황을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

그러던 중, 구석에 놓인 작은 단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보조 무기 / 채집의 단검]

-이름은 없지만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던 밀렵꾼이 사냥감의 가죽을 뜯어내기 위해 썼던 검.

레벨 제한: 1

등급: 에픽(B)

공격력: F-

▶ 추가 옵션

- 갈무리: 몬스터의 시체가 녹기 전에 사용하면 일정 확률로 재료 아이템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몬스터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획득 확률이 낮아진다. (한 시체당 최대 5회)

신화(SSS) 등급: 10%

전설(SS)등급: 20%

영웅(S)등급: 30%

크로니클(A)등급: 50%

에픽(B)등급: 60%

유니크(C)등급: 70%

레어(D)등급: 80%

매직(E)등급: 90%

일반(F)등급: 100%

‘오호라? 이거 쓸 만한데.’

채집의 단검. 이를 사용하면 추가로 재료를 수급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은 거의 되지 않겠지만, 소환수의 숫자가 늘어날 것을 감안했을 때 장기적으로 가장 쓸 만해 보였다.

“이걸로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공주는 곧장 구석에 놓인 목함에 채집의 단검을 조심스럽게 담았다. 그리고 품속에서 두루마리 종이를 꺼내더니 그것과 함께 상자를 건넸다.

“이 종이는 뭡니까?”

“한 번 펼쳐 보시지요.”

세현은 그걸 펼쳐 읽어 내렸다.

내용인즉슨, 세현을 벚꽃국의 지방 영주 수준의 계급 ‘다이묘’로 임명한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모두 읽자 종이가 푸른 화염과 함께 타오르며 메시지를 들려왔다.

[타이틀 ‘다이묘’를 획득했습니다.]

보상 :

- 벚꽃국 거주자들의 호감도가 1.5배 상승합니다.

- 벚꽃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을 25%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 8층 거주 구역에 자택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박.’

호감도가 1.5배 상승하고, 모든 물건을 25% 할인된다는 것은 앞으로 마사무네의 대장간을 이용할 때 아주 유용할 터였다.

뿐만 아니라 시즌1 구간에는 음식과 술이 맛있는 집들이 꽤 많은데 이를 모두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을 하사받았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왔다갔다하는 거 귀찮아 죽겠었는데 잘됐다.’

현재 세현은 아파트에서 몇 시간이 떨어진 곳에 있는 원룸에서 살고 있다. 아파트 주변은 방값이 매우 비쌌기 때문이다.

아파트 내에 거주 구역을 받게 된다면, 굳이 먼 곳을 왕복해야 할 필요가 없어질 터. 세현처럼 아파트에 미친 인간에게 딱 좋은 조건이었다.

“고마워요, 벚꽃공주!”

“아닙니다. 모쪼록 앞으로도 자주 뵐 수 있게 됐으면 좋겠군요.”

이후 세현은 간단한 인사를 남기고 왕성을 빠져나왔다.

“오셨습니까, 주군. 이젠 무얼 하실 생각입니까?”

“후우, 그동안 달렸으니까 잠깐 쉴까 생각 중인데.”

후문 쪽에 대기 중이었던 세이메이가 밝은 얼굴로 세현에게 인사를 꾸벅 건네 왔다. 세현은 지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전에 마사무네한테 좀 잠시 들려서 장비 제작 좀 의뢰해 놓자. 하는 김에 네 것도 같이하고.”

세현은 일단 오로치에게 얻은 재료 아이템을 사용해 마사무네에게 아이템 제작을 의뢰할 생각이다.

<오로치의 송곳니>, <오로치의 비늘>이 오로치의 머리 수에 맞춰 각각 9개씩 나왔기에 적어도 몇 개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으리라.

쓸 만한 것은 자신과 소환수의 장비로 사용하고 남는 물건은 팔아 치워 군자금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세현은 콧노래를 부르며 마사무네의 대장간으로 이동했다.

† † †

다음 날.

세현은 벚꽃국 8층에 위치한 도시 중 하나인 <코키나와>의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는 골목으로 들어가 아담하지만 말끔하게 지어진 한 집 앞에 섰다.

세현은 코를 훌쩍이며 감격스러운 얼굴로 집을 올려다봤다.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집이 다 생기다니.”

이 집은 벚꽃공주가 ‘다이묘’의 직책을 하사하며 준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빌려준 것’에 가깝지만 원룸 단칸방 월세 생활을 벗어날 수 있다는 건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앞으로는 이곳을 베이스캠프를 삼아 움직이면 좀 더 편하고 빠르게 지낼 수 있을 터.

어제 급히 자취방 주인에게 방을 빼 달라고 말도 해 놓은 상태고, 시간이 되면 살림살이를 이쪽으로 전부 옮길 생각이었다.

드르륵!

세현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전형적인 중세 일본풍 저택의 복도가 보였다.

그런 주제에 입주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인지 전기 콘센트나 보일러 같은 현대 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이 존재했다.

마음에 들었다.

마이 홈, 월세도 관리비도 안내도 되는 드림 하우스!

“주군, 오셨습니까!”

거실에 발을 들이는 순간, 세이메이가 옆방 문을 열고 나와 인사를 건넸다.

거주자는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 없기에 세현이 밖에 갔다 오는 동안 여기서 기다리던 것이다.

“집은 어때? 살 만해?”

“공주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 주신 듯합니다.”

세이메이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짝 치며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말씀하셨던 재료는 마사무네 선생께 맡겼습니다. 일주일 후, 대장간으로 와 달라 했습니다.”

“수고했어. 청소도 해 놨나 봐?”

세현은 반짝이는 마룻바닥에 눈썹을 꿈틀댔다. 분명 어제 아침에 봤을 때는 이렇게 깨끗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기 심심하여 정신 수양을 할 겸 광을 내 봤습니다.”

“그러지 말라니까, 괜히 미안하게.”

세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이 끌고 온 캐리어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선물이야, 열어 봐.”

“어, 어떻게 얼어야 하는 겁니까?”

세이메이가 낑낑대는 모습을 보던 세현이 피식 미소 지으며 캐리어를 열어 줬다.

그 안에는 잠옷, 슬리퍼, 화장품, 치약, 칫솔 등의 생필품이 잔뜩 들어 있었다.

“이건……?”

“앞으로 같이 지내려면 이것저것 필요하잖아. 그리고 이것도 선물.”

세현은 남은 손에 들려 있던 넙적한 박스를 앞으로 내밀었다. 치킨이었다.

“같이 먹자. 나도 하루 종일 굶어서 배고파 죽겠어.”

“넵!”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탐스럽게 튀겨진 치킨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현은 닭다리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세이메이에게 내밀었다.

“먼저 먹어 봐,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세이메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리를 받아 들고, 이를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걸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이! 이건!”

입 한가득 터져 나오는 육즙과 풍미, 입을 즐겁게 해 주는 바삭한 식감에 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세현은 흡족한 미소와 함께 되물었다.

“어때? 먹을 만하지?”

“세상에. 이, 이런 음식이 있다니!”

세이메이는 감격한 듯 보였다. 심지어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까지 했다.

“그 정도냐?”

“감사합니다, 주군!”

세이메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세현을 향해 절을 했다.

당황한 세현이 그녀를 잡아 일으켰다.

“……안 그래도 되니까 그냥 먹어.”

“하지만, 치킨이라는 것의 맛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이 몸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용병 ‘세이메이’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겨, 겨우 이런 걸로 호감도가 올라?’

세현은 황당한 마음에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찮은 이유로 죽진 마라……. 먹고 싶으면 언제든 사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주군! 목숨 다 바쳐 모시겠습니다!”

세이메이는 힘차게 대답하며 치킨을 흡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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