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28화 (28/180)

# 28

28화.

<<시끄러우니 입을 다물어라, 헬시안.>>

두 의지는 오히려 헬시안을 다그쳤다.

“하, 하지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그 순간, 헬시안의 오른팔이 폭발했다.

“크으윽…….”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얌전히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두 의지시여.”

<<커플러, 그 재미있다는 얘기를 들려 다오.>>

<<제단 앞으로 와라, 체스나 두며 얘기를 나누자꾸나.>>

관리자들의 주인이자 아파트의 주인인 두 개의 의지, 그녀들이 커플러를 직접 지명했다.

이를 지켜보던 관리자들 사이에 웅성임이 작게 들려왔다.

“알겠습니다용!”

커플러는 두 눈을 반짝이며 사뿐사뿐 몸을 튕겨 달려 나갔다.

일렁이던 두 개의 빛은 그의 몸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더니 사라져 버렸다.

관리인들은 일제히 불만 가득한 음성을 토해 냈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왜 두 의지께서 커플러 같은 잡종 놈을……?”

두 의지와 체스를 두는 것은 관리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 그런 자리를 초짜 관리인인 커플러가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커플러!’

해골팔의 미녀, 관리장 헬시안 또한 이를 빠득 갈며 속으로 분노를 집어삼켰다.

Level 10. 괴승 타쿠앙

덜컹이는 마차의 뒤편.

세현은 쌓여 있는 짚더미에 덜렁 누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제목은 [산적 소탕]. 영상에는 붉은 왕관을 쓴 남자가 스마일 가면을 쓴 괴한 넷과 대치중이었다.

<저기 왕관 쓰신 양반, 미안한데 우리가 요즘 사정이 좀 어렵거든?>

스마일 가면들이 악당의 대사를 내뱉으며 붉은 왕관을 협박했다.

하지만…….

붉은 왕관이 소환한 두 마리의 소환수는 괴한들을 영혼까지 탈탈 털어 버렸다.

이후 괴한들의 가면을 박살 내자, 놈들은 목숨을 구걸하며 자신들의 아이템을 역으로 상납했다.

‘사이다’라는 단어로밖에 달리 설명되지 않는 영상이었다.

[Filmdong: 캬~ 사이다. 저 검은 옷 입은 네 명 쪽팔려서 이제 아파트에서 어떻게 사냐?]

[4_day: ㅋㅋㅋㅋ 개 쪽팔릴 듯. 저런 양아치 새끼들은 당해도 쌈.]

사람들은 대체로 붉은 왕관의 행동에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리플을 읽은 세현은 한쪽 입꼬리를 씩 추켜올렸다.

‘이번 영상은 반응이 훨씬 좋네.’

업데이트 3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30만, 좋아요 숫자 800이 넘었다.

게다가 두 번째 영상이 히트를 치며 첫 번째 영상도 조회 수가 5배나 늘어났다. 아직 수익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지만, 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렇게 리플을 대강 다 읽어 갈 때쯤, 마차가 살짝 흔들리며 자리에 멈췄다.

“손님! 대장간 도착했수다!”

“예에~!”

여비를 지불하고 마차에서 뛰어내리자 마사무네의 대장간이 보였다.

‘드디어 장비 교체다.’

세현은 3일 전, 마사무네에게 의뢰했던 장비를 찾으러 왔다. 마치 기다렸던 택배를 찾는 것 같은 행복감이 들었다.

“으흥흥~.”

세현은 콧노래를 부르며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쇠를 두드릴 때마다 튀는 불꽃이 불꽃놀이처럼, 깡-! 깡-! 울려 펴지는 쇳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렸다.

“오셨습니까?”

대장간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사무네가 이마의 땀방울을 닦으며 세현을 향해 근사한 미소를 보냈다.

“오랜만이네요, 마사무네 선생!”

“음, 귀공은 일주일 만에 분위기가 변했군요.”

“아 뭐, 그동안 일이 좀 있어서.”

세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레 대꾸했다.

그러자 마사무네가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무사시, 준비한 물건 가져와.”

“예!”

옆에 대기 중이던 대장장이 셋이 부리나케 뛰어가 수레에 장비를 한가득 가져왔다.

그걸 본 세현의 얼굴에 풍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한 번 보시지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만들어 봤습니다.”

‘와씨, 이거 대박인데?’

아이템을 체크하던 세현은 숨이 턱 멎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의 능력이 빼놓을 것 없이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 세트 방어구 / 마사무네의 의지]

- 전설적인 대장장이 삼작 마사무네의 실력이 발휘된 방어구 세트.

희귀도: 에픽(B)

방어력: 2티어 B+

착용 레벨: 15

세트 효과: 올스탯 +3

‘예상보다 훨씬 좋은 물건이 나왔어.’

온 사방이 녹색으로 덧칠해진 일본풍 갑옷 세트, 이는 삼작 마사무네라는 명성에 걸맞게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끼고 있는 스타터 세트나 소환수들의 장비들 따윈 이에 비하자면 오징어였다.

하지만 진짜배기는 방어구 쪽이 아닌 무기들이었다.

[#. 근거리 무기 / 마사무네의 일본도]

- 삼작 마사무네의 혼이 실린 일본도. 날카로운 기운이 귀신조차 베어 버린다고 한다.

희귀도: 유니크(C)

공격력: 2티어 B+

착용 레벨: 15

▶ 추가 옵션: 공격 시 8% 확률로 출혈 효과 발생.

[#. 원거리 무기 / 마사무네의 각궁]

- 삼작 마사무네가 물소 뿔을 이용해 만든 활. 먼 거리의 적을 저격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희귀도: 유니크(C)

공격력: 2티어 C+

착용 레벨: 15

▶ 추가 옵션: 유효사거리 30% 증가.

[#. 근거리 무기 / 마사무네의 칠지도]

- 삼작 마사무네의 지휘용 검. 준수한 살상 능력을 가진 검. 아군의 사기를 북돋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희귀도: 유니크(C)

공격력: D-

착용 레벨: 15

▶ 추가 옵션: ‘지휘관의 함성’ 스킬 사용 가능.

(소모 마나 120 / 지속 시간 2분 / 쿨 타임 30분)

- 아군 파티원, 소환수, 용병의 전체 스탯 20% 증폭.

‘지휘관의 함성, 이건 정말 유용하겠는데.’

마사무네에게 받은 무기 중 세현의 마음에 가장 든 것은 단연코 ‘칠지도’였다.

준수한 공격력은 둘째 치고 ‘지휘관의 함성’이라는 스킬이 소환수를 부리는 세현의 전투 스타일에 딱 맞기 때문이었다.

“고마워, 마사무네 선생! 잘 쓸게!”

세현은 마스터키를 조작해 아이템을 우겨 넣었다.

“모쪼록 잘 써 주십시오. 대장장이에게 장비란 자식과도 같으니.”

“암은요~ 자식 분들 잘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능청을 떨자, 마사무네도 싫지 않았는지 작게 미소 지었다.

이후 세현은 빠르게 대장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무기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비장의 아이템을 꺼냈다.

‘일단 이것부터 발라야지.’

녹색 액체가 담긴 플라스크를 한 손에 들고 이를 칠지도, 일본도, 화살 끝에 몇 방울씩 떨어뜨렸다.

방금 바른 건 맨티스파이더를 혈액으로, 마비 독의 효과를 가졌다. 이걸 발라 주는 것만으로도 전투력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세현은 다음 할 일을 떠올렸다.

‘좋아……. 일단 새로운 장비의 성능 테스트를 해 보자고.’

새로운 장비를 써 보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렸다.

일단 적당한 사냥터로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괴승의 저주받은 절간>.

타락한 파계승들이 요괴가 돼 버린 장소, 이는 9층에 위치한 필드의 이름이었다.

그곳에서 등장하는 <괴승>이라 불리는 몬스터는 변칙적인 마법 공격을 주로 사용한다.

그 때문에 놈의 레벨은 25지만, 30레벨은 돼야 제대로 된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곳이었다.

쉽게 말해 효율적인 사냥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물고, 몬스터의 개체 수가 많다는 점이 세현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경험치가 적으면 그만큼 더 잡으면 그만이지.’

세현은 일단 단기간의 목표를 정했다.

2주 내에 20레벨을 달성하는 것, 그리고 시즌1의 마지막 퀘스트인 ‘백염의 오로치’를 클리어하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엔 <괴승의 저주받은 절간>은 딱 좋은 사냥터였다.

이를 위해 마사무네를 만나기 전, 전투용 식량과 1인용 텐트, 기타 물품을 미리 가득 채워 놓은 상태였다.

‘미친 듯이 달리자고.’

세현은 옅게 미소 지었다.

† † †

콰드득-!

<이 원한 잊지 않으마! 죽어서도 죽여 주마!>

<나무아미타불!>

블랙 폰이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켜 괴승들의 허리를 갈라냈다.

죽음의 순간, 그들은 제각기 저주를 한 마디씩 내뱉으며 보라색 불꽃으로 산화했다.

‘이거 완전 미쳤는데?’

새로운 장비로 세팅한 세현의 파티는 예상보다 강력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말 그대로 몬스터가 녹아 버리는 수준.

화이트의 폰이 각궁을 이용해 괴승들의 어그로를 끌어 한 번에 수십 마리를 몰아온다.

그 다음, 블랙 폰과 세현이 이를 함께 정리한다.

가끔 몬스터의 어그로가 튀어 화이트 폰에게 달려든다 싶으면 ‘지휘관의 칠지도’의 추가 옵션 ‘지휘관의 함성’을 사용한다.

그럼 두 소환수의 스텟이 순간적으로 20% 뻥튀기돼 빠르게 괴승들을 썰어 버렸다.

‘어지간한 파티보다 내 솔플 속도가 훨씬 빠르다.’

탱, 딜, 힐의 비율 1:3:1.

이것이 보편적으로 알려진 가장 안정적이고 빠르게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구성이다.

하지만 20레벨도 되지 않은 세현은 단신으로 웬만한 5인 파티의 사냥 속도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사냥을 시작한 지 10일째, 레벨은 이미 19레벨을 넘어가고 있었다.

소환수들도 ‘경험의 배분’을 사용해 블랙 폰은 17, 화이트 폰을 16레벨을 맞춘 상태였다.

‘좋아. 이틀 내로 20레벨 찍는다!’

소환수들의 전투를 잠시 자동으로 돌려놓고, 배낭에서 전투식량을 꺼내 우적우적 씹어 삼켰다.

‘으~ 더럽게 맛없네.’

맛 따위는 생각지 않은, 그저 에너지 섭취를 위한 음식 맛에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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