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25화 (25/180)

# 25

25화.

[#. 히든 스토리 퀘스트: 대음양사 세이메이(2/3)를 시작합니다.]

- <백귀야행>의 봉인을 방해하는 세력을 처치하시오.

이후 퀘스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요시히라가 채비를 마치고, 세현과 함께 세이메이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그의 사역마 ‘그림자 이리’를 타고 이동했기에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아 지하 동굴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기운은 누이의 것, 귀공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군.”

“아 맞다니까 그러네.”

“허세현 공, 내가 누님을 도와 요괴를 봉인하겠소. 그동안 의식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잠시 여기서 기다려 주실 수 있겠소?”

“편한대로, 필요한 거 있음 부르시고.”

세현이 대꾸하자 요시히라는 혼자 지하 동굴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는 순간, 세현은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봤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악의 가득한 미소였다.

‘그 표정 방금 뭔데?’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별도의 안내가 없기에 일단은 여기서 기다리기로 했다.

세현은 주변 바위에 적당히 걸터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그렇게 한 20분이 지났을까, 머릿속으로 다급한 사념이 전해져 왔다.

<허세현 공, 도와주십시오!>

세이메이의 목소리였다.

“……?”

세현은 곧장 지하 동굴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동생 요시히라가 세이메이의 등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아우라가 손끝을 타고 세이메이에게서 요시히라에게 이동하고 있었다. 세이메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외쳤다.

“요시히라! 이게 무슨 짓이냐!”

“누님이여, 가주의 힘은 제가 요긴하게 쓰겠소. 편히 쉬시길.”

짧은 대화를 듣는 순간, 세현은 자신이 느꼈던 서늘한 감각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 새끼, 지금 뒤통수 깐 거지?’

요시히라가 동굴에 들어가기 전 보였던 악의가 득한 미소, 그건 최은철이 자신을 짓밟았을 때의 그것과 비슷한 종류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세현은 이를 악다물고 블랙 폰을 소환해 놈을 공격했다.

하지만-.

“아하하하!”

블랙 폰의 창이 가슴을 꿰뚫는 순간, 요시히라의 몸이 웃음소리와 함께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연기는 뒤쪽으로 날아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는 밥맛 떨어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주의 힘을 얻은 이상, 나는 무서울 것이 없도다!”

“안 된다, 요시히라! 백귀야행의 봉인이 풀려나 대혼란이 찾아올 거야!”

세이메이가 그제야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더니 그를 가리키며 다그쳤다.

그러자 요시히라가 코웃음을 치더니 부채를 촥- 펼치며 대꾸했다.

“누님은 역시 가주를 맡기엔 그릇이 작구려. 아베노의 부흥을 위해서 백귀야행의 봉인은 풀려나야 하오!”

“무슨…….”

“요괴가 풀려나야 모두가 음양사를 필요로 할 거 아니오? 그럼 우리가 할 일은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오. 돈도, 명예도 자연스레 따라올 테지!”

“그건 아버님에 뜻에 어긋나는 짓이 아니냐!”

“죽은 지 10년도 더 된 인간의 말은 공허할 뿐.”

옆에서 가만히 대화를 듣던 세현이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호로 자식은 그냥 패야 말을 듣지.”

그 순간, 다시 하나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히든 스토리 퀘스트: 대음양사 세이메이(2/3)의 내용이 변경됐습니다.]

- <백귀야행>의 봉인을 방해하는 <아베노 요시히라>를 처치하세요.

“이것 봐, 퀘스트도 호로 자식은 패라고 하잖아.”

세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요시히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여유 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부채를 휘둘렀다.

콰드드드득!

그러자 바람이 일어나며 동굴 바닥이 격렬한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그 사이로 도깨비 두 마리가 튀어나와 불을 내뿜으며 폰들의 앞을 막았다.

“네 놈의 약해 빠진 사역마 따위로 상대가 가능할 성 싶으냐!”

“할 수 있으면 해 봐, 호로 자식.”

세현이 왕의 명령을 사용해 두 소환수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 † †

“커허억!”

세현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축축했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귀공, 일어나셨습니까?”

정신을 차렸을 때, 일본풍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흑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세현의 이마를 손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아베노 세이메이였다.

‘어라, 뭐가 어떻게 됐더라?’

잠시 정신을 잃기 전의 일을 떠올렸다.

세현은 세이메이가 가지고 있던 ‘가주의 힘’을 흡수한 요시히라와 혈전을 벌였다.

놈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했고,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맛봐야 했다.

애초에 이번 퀘스트의 적정 레벨이 25인데다가 히든 퀘스트니, 이제 겨우 10레벨 초반인 세현의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리라.

결국 악전고투 끝에 놈을 겨우겨우 쓰러뜨릴 수 있었다.

전투가 끝난 직후 세현은 졸음이 쏟아져 쓰러지듯 잠에 들었고, 그걸 세이메이가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

딱히 졸리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쓰러진 것으로 보아 퀘스트 진행상의 연출인 듯했다.

세현은 잠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질문을 던졌다.

“백귀야행의 봉인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게”

세이메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은 후 말을 이었다.

“제가 가주의 힘을 잃은 탓에 봉인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요괴가 곧 깨어날 테지요.”

“어이구?”

그녀는 뭔가를 머뭇거리더니 세현의 오른팔을 덥석 붙잡았다.

그리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떨리는 입을 열었다.

“허세현 공! 부디 저를 도와 요괴들을 막아 주실 수 없겠습니까?”

“어떻게 도우면 됩니까?”

“백귀야행의 요괴들이 풀려나 세상으로 흩어지기 전, 놈들을 약화시켜 다시 봉인을 시도한다면 어떻게 수습이 가능할 것입니다.”

세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가주의 힘인지 없으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요시히라의 죽음으로 가주의 힘은 언젠가 제게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기다리긴 너무 늦기에 다른 술법을 이용할 것입니다. 세현 공께선 제가 음양의 술식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리고?”

“송구스럽지만, 음의 기운을 가진 여성을 모시고 와 줄 수 있겠습니까? 술법을 펼치는 데 필요합니다.”

“에에엥?”

세이메이의 황당한 제안에 세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는 사이, 눈앞에 퀘스트를 알리는 메시지 박스가 출력됐다.

[#. 히든 스토리 퀘스트: 대음양사 세이메이(3/3)를 시작합니다.]

- <백귀야행>의 봉인을 도울 여성 동료를 찾으십시오. (0/1)

- <백귀야행>을 완전히 봉인하시오.

보상:

1. 타이틀 ‘백귀야행 봉인자’

- 올스탯 +4

2. 용병 <음양사> 고용 가능.

3. <액세서리 / 세이메이의 부적>

[수락하기]

퀘스트의 보상 내역은 엄청났다. 하지만 세현은 기뻐 날뛰기는커녕 머리를 뜯으며 절망했다.

‘젠자아아앙, 내가 아는 여자가 어디 있냐고!’

퀘스트 클리어 조건에 ‘여성 동료’가 필요하다는 것.

아는 여자라곤 쥐뿔도 없는 세현에겐 너무 가혹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를 그냥 포기하기엔 ‘백귀야행 봉인자’ 타이틀의 보상은 너무나 매력적이기에 일단은 [수락하기] 버튼을 터치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허세현 공!”

그러자 세이메이는 세현을 향해 몇 번이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저는 백귀야행 요괴들에 맞서 싸울 음양사들을 규합하겠습니다. 내일 축시(새벽 1시~3시), 봉인의 동굴에서 뵙겠습니다.”

“그, 그래요.”

세현은 시무룩하게 대꾸한 후, 아베노 신사를 빠져나왔다.

그러곤 적당한 바위 위에 걸터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연락처를 뒤졌다.

‘천천히 생각해 보자. 한 명은 있을 거야, 한 명은…….’

애초에 세현은 평생을 아웃사이더처럼 살아온 인간이다.

연락처에는 여자는커녕, 목록의 모든 숫자를 다 합쳐도 30명을 넘지 못했다.

“아아아, 아싸는 퀘스트도 하지 말라 그거냐아!”

조금 전 퀘스트 창에서 봤던 보상 목록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백귀야행 봉인자>. 올스탯을 +4씩 시켜 주는, 4레벨가량의 스탯을 한 번에 올려 주는 사기적인 타이틀.

이걸 놓친다 생각하니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세현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연락처 화면을 위아래로 왔다 갔다 했다.

그러던 중, 눈이 한 지점에서 멈췄다.

“어라?”

[최근 추가한 연락처]

백설희: 010-9662-xxxx

“이,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백설희, 얼마 전 그녀와 밥을 먹고 주고받았던 번호가 연락처에 남아 있던 것이다.

세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 설희 씨! 저 허세현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시려나?”

† † †

보름달이 어스름하게 내리쬐는 깊은 밤중의 <이매망량의 숲>.

지하 동굴 근처에 두 남녀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설희 씨, 부탁이니 제 능력은 꼭 비밀로 해 주세요.”

“넵! 걱정하지 마세요!”

허세현이 이번 퀘스트에 함께 할 설희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는 것이었다.

이번 퀘스트를 진행하면 그녀는 필연적으로 세현의 능력을 보게 된다.

유튜브 채널에서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고 있는데다가, 지금 시점에서 능력이 알려지면 자칫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 있기에 신신당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뭐……. 괜찮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입주 시험에서 본 설희의 성격이 쉽게 입을 놀릴 타입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세현 씨, 저~기 뭔가 오는데요?”

설희가 가리킨 방향의 나무 사이사이에서 푸른 불빛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거리가 좀 더 가까워지자 그것이 호롱불을 들고 있는 수십 명의 음양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앞에 서 있던 세이메이가 세현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건넸다.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세현 공, 어떤 일이 있어도 백귀야행을 봉인하겠습니다!”

“워워, 일어나요, 일어나요.”

세현은 민망한 마음에 세이메이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설희의 얼굴에 의문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그럼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직후, 음양사들은 세이메이의 지시에 따라 원형으로 지하 동굴 입구를 둘러쌌다.

바닥에 부적을 붙이거나, 붓으로 뭔가의 글씨를 새겨 넣는 것으로 보아 전투에 앞서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침묵 속에 한 시간여가 더 흘렀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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