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13화.
[#. 검 / 스타터의 검]
- 스타터팩을 열어 얻을 수 있는 검 아티팩트. 날이 날카롭게 벼려져 있다.
등급: 매직(E)
공격력: 1티어 / C-급
희귀도: 일반
착용 레벨: 1
▶추가 옵션
- 강타 (액티브 스킬 / 소모MP 5): 힘을 모아 적에게 강타를 날립니다.
[#. 방어구 세트 / 스타터의 경갑옷 세트]
- 스타터팩을 열어 얻을 수 있는 경갑옷 세트, 가볍지만 적당한 방어력을 보장한다.
등급: 매직(E)
방어력: 1티어 / C+급
희귀도: 일반
착용 레벨: 1
세트 효과: 올 스탯+1
▶ 추가 옵션
- 단단한 피부 (패시브 스킬): 적에게 받는 모든 데미지가 3% 감소합니다.
[#. 소모품 / 스타터의 붉은 물약50]
- 회복량: 35
세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타터 팩에서 나온 아이템들의 성능이 그럭저럭 쓸 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진국은 이거지.’
[#. 타이틀 / ‘1등으로 합격한’ 쿠폰]
- 1등으로 시험을 통과한 합격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 쿠폰을 찢으면 호칭을 획득할 수 있다.
획득 조건: 입주 시험에서 1위로 합격.
효과: 올 스탯 +1
세현은 모든 아이템의 [사용]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몸 위로 갑옷이 ‘찰캉’ 하는 경쾌한 소리를 뿜으며 입혀졌고, 바로 앞에 쿠폰, 물약, 검 한 자루가 소환됐다.
일단 쿠폰을 주워 북북 소리가 나도록 시원하게 찢어 버렸다.
[‘1등으로 합격한’ 타이틀을 얻습니다.]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머릿속에 음성이 들려오며 온몸에 활력이 도는 것을 느꼈다.
‘크~ 모든 스탯 1이면 최소 B~C급 퀘스트 정도는 클리어 해야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인데 말이야.’
아파트에서 1레벨이 오를 때마다 늘어나는 스탯의 숫자는 평균적으로 5 전후.
그렇기에 올 스탯 1은 힘, 민첩, 지능, 행운 각각 1씩 올려 총 4포인트가 오르게 된다.
4포인트 상승. 이건 1레벨을 거저 올린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과거 F급 클래스로 시작해 빌빌대던 때와 비교하자면 상쾌한 출발이었다.
‘일단 스킬 성능부터 천천히 확인하면서 시작하자고.’
세현은 입으로 작게 자신의 스킬 명을 읊조렸다.
“폰 소환.”
그 순간, 바로 앞에 작은 소용돌이가 솟아나며 바닥의 흙을 빨아올렸다.
흙들이 빠르게 덩어리로 뭉쳐져 하나의 형체를 이뤘고, 그 자리엔 온몸이 검은 근육으로 뒤덮인 거구의 전사가 서 있었다.
“음, 생긴 건 쓸 만해 보이는데…….”
세현은 소환수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곧장 [소환수 상태 창]을 열었다.
[#. 소환수 / 블랙 폰A]
- 브레이브킹 군단의 근간을 이루는 병사. 근접 전투에 특화돼 있다.
- 클래스 등급: 에픽(B)
- 레벨: 1
- HP / MP: 500 / 500
- 힘(53) / 민첩(23) / 지능(19) / 체력(55)
▶ 패시브 스킬
- 프로모션 / 진급 (모든 MP 소모): 폰의 레벨에 따라 다른 클래스로 진급이 가능해집니다. (레벨 30: 나이트 OR 비숍 / 레벨 50: 룩 / 레벨 100: 퀸)
▶ 액티브 스킬
- 최초의 전진 (소모 MP 30): 5분간 폰의 민첩 수치가 2배 상승합니다. 1일 1회의 쿨 타임을 가집니다.
‘뭐야 이 미친 스탯은?’
세현은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폰의 스펙은 도무지 1레벨이라곤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1레벨의 폰은 적어도 C~D급의 입주자가 20레벨은 돼야 달성할 수 있는 스탯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스킬 구성 또한 매력적이었다.
특히 <프로모션>은 세현이 앞으로 폰을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브레이브킹의 능력이 무궁무진해질 수 있음을 알려 줬다.
‘폰을 키워서 나이트, 비숍, 룩을 늘려 가라 그거군…….’
SSS급 클래스 브레이브킹.
‘말 그대로 ’왕‘이 돼서 군단을 부리는 클래스다.’
추측컨대 <브레이브킹>의 전투 형태는 네크로맨서나 드루이드 같은 소환사 계통의 능력을 가진 듯 보였다.
하급 사령술사로 스켈레톤을 사용했던 세현에게도 익숙한 능력이다.
‘일단 테스트 좀 해 보자.’
아직 좋아하기엔 이르다.
소환수는 스탯은 높아도 인공지능의 한계로 실제 전투에는 말짱 꽝인 경우가 많다.
세현은 실제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길에 봐 뒀던 고블린 부락으로 이동했다.
2~3분을 달렸을까, 바위 절벽 아래로 동물 가죽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조악한 텐트촌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아래엔 70~80마리의 숫자로 구성된 고블린 부락의 모습이 보였다.
긴장 반, 기대 반에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저 규모의 고블린 부락이라면 F급 시절의 세현은 최소 10레벨은 돼야 비벼 볼 만한 규모다.
그걸 1레벨에 덤벼들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다.
‘SSS급 클래스면 이 정도는 해 줘야지. 뭐, 정 안되면 소환수야 버리고 도망가면 되니까…….’
세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손가락으로 고블린 무리를 가리켰다.
“공격.”
[왕의 명령 [공격]을 발동합니다.]
명령과 동시에 머릿속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검은 전사, ‘폰’이 바위 절벽 위에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내렸다.
그의 몸뚱이는 총알 같은 속도로 가속하며 지상에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순간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공중으로 피어났다.
“끼에에에엑!”
먼지 속에선 고블린들의 울음소리와 파열음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세현은 손톱을 깨물며 초조한 얼굴로 그곳을 응시했다.
‘뭐야,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네 이거.’
그렇게 1~2분여 후, 흙먼지가 걷히자 엄청난 광경은 세현을 놀라게 했다.
“미친…….”
고깃덩이가 된 고블린들의 사체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검은 전사, 블랙 폰은 가히 미쳤다 할 법한 전투력을 보였다.
놈은 고블린들이 들었던 낡은 철검을 빼앗아 미친 듯 휘둘렀다.
고블린 하나가 놈의 공격을 방패로 받아 냈다.
까앙-!
나무 방패가 철검과 동시에 박살났다.
“끼에에엑!”
고블린이 놀라 뒷걸음질 쳤다. 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팔을 뻗어 놈의 머리를 잡아 뜯었다.
콰드득!
척추 뼈가 뽑혀 나오며 녹색 피의 분수가 뿜어졌다. 그 모습은 사신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미친, 저게 소환수라고?’
도저히 소환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고레벨의 근접 딜러 입주자와 비슷한 수준의 움직임이다.
블랙 폰이 80여 마리의 고블린을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5분도 되지 않았다.
“이거 사기잖아?”
흥분한 세현이 혼잣말을 중얼대며 바위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고블린의 사체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며 자리에 잡다한 아이템과 골드가 나왔다.
세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 위에 마스터키를 가져다 댔다. 그때마다 빛이 나오며 아이템이 증발했다. 인벤토리로 아이템이 이동한 것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메시지가 들려왔다.
[허세현 님이 2레벨(으)로 올랐습니다.]
[경험의 관리자에 경험치 120이 누적됐습니다. 이를 소환수에게 배분하세요.]
‘경험의 관리자, 이것도 써 보자.’
스킬창을 열어 ‘경험의 관리자’를 사용했다. 그러자 흰색 박스 안에 목록이 떠올랐다. 그 목록에는 ‘블랙 폰 (레벨1)’이라는 이름이 하나가 적혀 있었다.
세현은 이를 터치한 후 경험치 120을 모두 사용했다.
[‘블랙 폰A’의 레벨이 2(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런 식이군.’
자신이 획득한 경험치에 비례해 소환수의 숫자만큼 경험치가 추가로 누적된다.
이를 소환수에게 분배해 레벨을 올려 주는 시스템.
특정 소환수에게 경험치를 몰아준다던지 하는 전략도 가능해 보였다.
‘소환수를 직접 레벨업시켜 준다는 것도 신선하네.’
보통의 소환수는 주인과 동일한 레벨로 무조건 자동 성장한다. 하지만 세현의 경우는 소환수를 직접 성장시켜야 하는 모양이었다.
조금 성가시긴 했지만 이를 통해 좀 더 다양한 구성이 가능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중, 메시지가 추가적으로 들어왔다.
[폰의 장비 슬롯이 개방됐습니다. 앞으로 무기 1종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폰은 15레벨에 모든 장비 슬롯이 개방됩니다.]
‘어? 소환수한테 장비도 장착된다고?’
세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환수 상태 창을 다시 띄웠다. 그러자 정말로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 하나가 개방돼 있었다.
세현은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자신이 끼고 있던 ‘스타터의 검’을 폰의 장비 창으로 옮겼다.
그 순간 손에 들린 검이 흰빛과 함께 흩어진 후 폰의 오른팔에서 나타났다. 순식간에 폰의 스탯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거 진짜 미쳤는데.’
보통 소환수는 아이템을 장착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소환수가 보여줄 수 있는 전투력은 한계가 있다.
여태까지 소환수의 역할은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고, 주인에게 공격할 틈을 만들고, 버프를 제공하는 것. 요약하자면 고기 방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상위 랭커 중 소환 계통의 클래스가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인공지능에 아이템까지 장착시켜 줄 수 있다? 이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소환수 능력이 이 정도면 혼자서도 길드 놈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세현은 흥분한 상태로 입맛을 다셨다.
‘등골은 좀 휠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아이템을 장착시켜 줄 수 있다는 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본인 것 말고도 소환수의 아이템을 장만해 줘야 한다는 것. 이건 앞으로 들어갈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투자를 아껴선 죽도 밥도 안 돼. 쓰는 만큼 돌아오는 거다.’
이건 세현의 신념이었다.
돈이 생기면 배를 굶는 한이 있어도 1순위로 장비에 투자를 한다. 그게 F급이던 세현이 200레벨을 넘길 수 있던 비결이었다.
하물며 폰의 막강한 전투력을 본 이상 망설일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당장 소환수 장비부터 맞춘다.’
세현은 모든 걸 짓밟아 뭉개는 소환수 군단을 상상하며 옅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