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9화 (9/180)

# 9

9화.

탕-!

“끄아아아악!”

[허세현 님이 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저격총이 내뿜은 마력 탄환은 상대의 이마를 단번에 꿰뚫었다. 뇌수가 터져 나가며 몸뚱이가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아파! 씨발 아파아아아!”

다행히 푸른빛이 구멍 난 이마를 빠르게 재생시켰다. 하지만 저격총에 머리를 꿰뚫린 강렬한 기억은 상대에게 공포를 각인시기키엔 충분하리라.

“미, 미친놈. 진짜로 죽일 셈이냐?”

“안 죽는다니까 그러네~ 다들 호들갑이셔.”

세현은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싱긋 웃었다.

이에 아래에 있는 모두가 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동시에 직감했다.

“젠장, 방법이 없는 건가.”

“어떻게든 해야 돼, 이대로 가면 탈락이야.”

시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5분, 시험생들 사이에 술렁임이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그건 한 사람에 대한 분노로 발현됐다.

“젠장, 이게 다 저 마상철인지 뭔지 하는 인간 때문이야!”

“맞아, 괜히 꼬드겨 놓고 이게 무슨 짓이야!”

“개새끼야! 차라리 혼자 몬스터 사냥을 했으면 이것보단 훨씬 나았을 거다!”

궁지에 몰린 파티원들은 상철에 대한 분노를 일제히 쏟아 냈다.

여태 공포로 파티를 장악해 왔지만, 그것도 한계가 온 것이었다.

‘이이이익, 이 쓰레기 새끼들이.’

상철 또한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다.

남은 시간, 세현과 설희의 점수를 빼앗아 자신이 독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리어 파티원들이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자칫 100점을 채우려 다른 파티원을 공격했다간 다구리를 맞을 수도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저기요~ 다들 바쁜 건 알겠는데 한마디만 좀 합시다.”

그때, 허세현의 말에 시험생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제가 포인트가 좀 남아서 그런데, 이걸 제가 독식하면 합격생이 줄잖아요? 지금 43점이 남아서 이걸 좀 나눌까 하는데요.”

43점, 이는 60점 내외의 점수를 가진 시험생 하나를 충분히 합격시킬 수 있는 점수였다.

“오오오! 나 줘!”

“나는 이번에 꼭 붙어야 돼, 제발!”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점수를 구걸했다. 심지어는 바닥에 넙죽 엎드려 고개를 처박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이에 세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꾸했다.

“원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냥 드리기는 좀 그렇고, 공평하게 이렇게 합시다. 점수를 경매에 붙이는 거예요.”

“저런 양아치 새끼.”

“야! 장난하냐!”

“어우 왜 욕을 하세요. 싫으면 안 사시면 되지. 경매 시작가는 1점당 10만 원, 43점이 남으니까 총 430만 원으로 할까 해요.”

이곳에 모인 모두 이제 와서 몬스터를 잡아 100점을 채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세현의 제안은 몇몇 간절한 입주자들에겐 나쁘지 않을 제안이다.

그때 시험생 중 하나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하, 하지만 점수를 사도 안전은 어떻게 보장해 줄 거지? 당장 옆에 있는 이놈들에게 공격이라도 당하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

“좋은 질문~! 고객의 안전은 당.연.히 보장해야죠. 포인트를 구입한 분은 요 앞에 사다리에 매달리시면 되요, 그럼 제가 이걸로 지켜 드립니다.”

세현은 자신의 저격총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시험생들은 단번에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60점 내외, 합격권에 다다른 10여 명의 시험생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포인트당 12만 원! 나한테 팔아!”

한 사람이 먼저 부른 가격이 불씨가 되어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4만 원!”

“나, 나는 15만 원 줄게!”

“나는 16만 원!!”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경매에 참가하는 수험생들은 그만큼 간절함이 있었다.

그러던 중, 한참을 기다리던 마상철이 손을 천천히 들며 크게 외쳤다.

“포인트당 50만.”

시험생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커졌다.

“저 인간 진심이야? 포인트당 50만이면 2000만 원 넘잖아?”

“미친, 차라리 시험을 다음에 보고 말지…….”

1포인트당 50만 원, 이걸 43포인트면 2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거액이기 때문이었다.

‘좀 아깝긴 하지만, 이깟 2000만 원 정도야.’

애초에 사채업자인 마상철에겐 이정도 자금 융통은 어렵지 않다.

상철은 모 대형 길드로부터 제안 받은 자리가 있기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주자가 돼야만 했다.

그렇기에 합격에 2000만 원 쓰는 것쯤은 그닥 아깝게 느끼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현의 콧김을 팍 내뿜으며 시큰둥한 얼굴로 대꾸했다.

“아, 미안한데 그쪽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어서 안 팔려고요.”

“이이이익, 뭐 때문에!”

마상철은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되물었다.

“아우~ N타워에서 욕을 너무 찰지게 하셔서 기분이 좀 상해서요. 거기다 얼굴도 못생겨서 짜증도 좀 나고 뭐……. 그쪽이 좀 더 성의를 보이면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이는 말도 안 되는 트집이었다. 세현은 그저 마상철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

놈이 이 딜을 받아들이면 좋지만, 아니면 그만일 뿐이다.

‘썩을 새끼, 입주자가 되고나면 짓밟아 주마.’

상철은 분노했지만, 어떻게든 포인트를 사기 위해 이를 참아 냈다.

“얼마면 되는데?”

“포인트당 100만 원, 43포인트 다 해서 총 4300만 원 주세요.”

“이익, 날강도 같은 새끼…….”

“어우 새삼스럽게 왜 그래요~ 강도처럼 포인트 뜯어내려던 게 누군데.”

은철은 이를 빠득 갈며 앞으로 걸어가 사다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좋아, 포인트당 100만 원. 4300만 원이면 되는 거지?”

“네이~!”

마상철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술렁였다.

아무리 입주자 시험이 중요하기로서니 40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쓸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너 이 새끼, 약속 꼭 지켜라.”

“걱정 붙들어 매십쇼. 호갱, 아니 고객님!”

세현의 노골적인 비아냥에 상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두고 보자. 아파트에 들어가기만 하면 자근자근 밟아 버릴 테니까.’

상철은 스마트폰으로 즉시 4300만 원을 이체했고, 세현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손짓했다.

“입금 확인됐습니다, 호갱님. 사다리로 올라오세요.”

상철은 군말 없이 사다리로 걸어갔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파티원 몇 명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씨발! 다른 사람 시험은 망쳐 놓고 가긴 어딜 가!!”

“야이, 개새끼야!”

탕-! 탕-!

세현이 발사한 두 발의 총알이 그들의 머리가 퍽퍽 터뜨려 버렸다.

금방 되살아나긴 했지만 그들은 전의를 잃고 상철에게 길을 열었다.

세현은 남은 사람들을 보며 빈정대듯 말했다.

“괜히 힘 빼지 말고 남은 사람끼리 점수 분배 잘해 봐요. 그럼 몇 명이라도 합격할 수 있을걸요?”

이는 마상철을 제외한 나머지 49명이 서로 점수를 뺏으면 몇 명이라도 합격할 수 있다는 걸 말했다.

“야, 다들 저 새끼들 먼저 족쳐. 마상철 따까리 짓하던 놈들이잖아!”

“맞아! 점수도 저놈들이 제일 많잖아!”

가장 먼저 목표가 된 것은 마상철의 옆에서 앞장서서 따까리 짓을 하던 자들이었다.

수험생들은 눈이 돌아가선 거리낌 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포인트 내놔 새끼들아!”

“으아아아아아!”

시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이 일대는 원시 부족의 전쟁을 보는 것 같은 아비규환의 상황이 펼쳐졌다.

세현은 잔탄이 0이 된 저격총을 든 채 그 광경을 TV쇼라도 되는 즐겁게 관람했고, 금세 시간은 지나갔다.

<지금 이 시간부로 시험을 종료합니다용!!!>

허공에 목소리가 울려 퍼진 직후, 남산 일대에 빛이 시야를 하얗게 물들였다.

잠시 후, 시야가 돌아왔을 때 세현과 설희가 온 사방이 체스 판처럼 생긴 커다란 방에 도착해 있었다.

“뭐, 뭐야? 여기는…….”

이곳에 서 있는 수험생은 7명.

이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 한가운데서 그림자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축하드려용! 여러분은 이번 15조 시험의 합격생입니당!”

달마시안을 꼭 닮은 관리인 ‘커플러’였다.

“여러분에겐 ‘클래스 복권’이 한 장씩 수여될 거예용! 다들 박수~!!!”

그는 즐겁다는 듯 헤실헤실 웃으며 물개 박수를 쳤다.

“일단, 복권을 받기 전에! 특.별.히 우등생들에겐 작~은 선물을 드리도록 할게용.”

그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자 세현과 설희의 머리 위로 손바닥 크기의 박스가 생겨났다.

세현의 앞에 있는 것은 금색, 설희의 것은 은색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1등, 2등을 차지한 허세현 군, 백설희 양에겐 각각 [프리미엄 스타터팩]과 [스타터팩]을 지급해 드려용!”

세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자신의 앞에 떠 있는 박스를 잡아들었다.

그러자 박스가 가루가 되어 흩어지더니 머릿속으로 음성이 작게 울려 퍼졌다.

[허세현 님이 ‘프리미엄 스타터팩’을 획득했습니다. 마스터키를 지급받은 후 [인벤토리] 기능을 통해 사용가능합니다.]

세현은 흡족한 마음에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은 출발이야.’

‘스타터팩’은 아파트에 막 입문한 초심자가 쓸 만한 아이템이 담긴 박스다. 구성이 꽤 좋아서 이게 있으면 초반에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

전용 타이틀까지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영구적으로 스탯이 상승하는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세현이 점수를 남아도는 점수 중 굳이 43점만 내다 판 것도 1등으로 합격해 이 ‘프리미엄 스타터팩’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자, 이제 슬슬 클래스 복권을 받으러 가 볼까용?!”

커플러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딱-하고 부딪히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방의 중심부로 모두가 빨려 들어갔다.

“아아아아!”

잠시 후, 합격생 모두가 반대편 공간으로 추락했다.

세현은 마치 놀이기구라도 타듯, 즐거운 얼굴이었다.

‘저건 언제 봐도 장관이라니까.’

그 반대편에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