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7화 (7/180)

# 7

7화.

상철은 50명이라는 큰 인원을 모았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빛에 점수를 스틸 당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몬스터의 수가 한계가 있었다.

50명이라는 파티원 규모는 오히려 독이 됐었다.

하지만 바뀐 룰대로라면, 50명이라는 쪽수는 충분히 유리해진다.

상철은 더 이상의 몬스터 사냥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자각했고, 곧장 지도를 보며 전황을 파악했다.

“103점, 107점……. 100점 넘은 놈은 다 해서 11명인가?’

시험 합격선을 넘은 시험생들의 숫자는 총합 11명, 상철은 이들을 먼저 노릴 계획이었다.

지도를 훑던 중, 상철은 서울N타워에 ‘334’라는 숫자가 새겨진 푸른 점을 보며 이를 갈았다.

‘이게 그놈이군.’

1인이 334점을 얻는 것은 정상적인 사냥 방법으론 불가능하다.

상철은 이놈이 N타워서 모종의 방법을 사용해 자신들의 점수를 스틸했다는 걸 확신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몰려가서 놈을 회쳐 버리고 싶었지만, 일단 합격이 우선이기에 점수를 빨아먹기 좋은 동선을 짰다.

“다들 주목! 모두의 합격을 위해 전략을 바꾼다. 이제부터 다른 수험생을 사냥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상철의 외침 몇몇 파티원은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치, 다른 사람들을 떨어뜨리면서까지 그러는 건 좀.”

“옳소! 애초에 열심히 사냥해서 100포인트를 모아도 됐잖아, 난 빠집니다!”

목숨에 지장이 없다 해도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에 가책을 느끼는 자들이었다.

“꼭 이렇게 큰 일할 때 분위기 초치는 새끼들이 있다니깐.”

상철을 이를 빠득 갈며 그들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입을 열었던 중년 남성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어어! 무, 무슨 짓이야!”

발을 버둥대자 상철은 그대로 남자의 몸뚱이를 바닥에 메다꽂았다.

그리고 자판기에서 구입했던 검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갈 거면 가 봐, 씨벌. 그런데 말이야. 나가려면 우리 파티에서 얻은 점수는 다 토해 내고 가라.”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애초에 이 점수는 내가…….”

상철은 검을 어깨에 박아 넣어 비틀었다.

“끄아아아악!”

중년 남자가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치자 상철의 마스터키가 빛나며 메시지를 출력했다.

[마상철 님이 김판득에게 2포인트를 빼앗습니다!]

메시지가 출력됨과 동시에 칼을 뽑아냈다.

그러자 꿰뚫렸던 남자의 어깨에서 푸른빛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며 상처가 씻은 듯 사라졌다.

상철은 광기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남자의 어깨를 재차 찔러 댔다.

[3포인트를 빼앗습니다!]

[2포인트를 빼앗습니다!]

“후우……. 아저씨, 다시 한 번 지껄여 봐. 뭐가 어쩌고 어째?”

은철에게 모든 점수를 빨린 중년 남자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죄, 죄송합니다. 살려만 주세요!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일순간 파티의 분위기가 공포로 물들었다. 이의를 제기하던 다른 사람들은 뒤로 한발 물러나며 입을 닫았다.

“좋아, 다들 내 의견에 동의하는 모양이네? 이제부터 몰이사냥을 시작해 보자고.”

상철은 흡족스러운 듯 혀를 날름댔다.

† † †

“헉, 헉…….”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백설희,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그녀를 쫓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 서!”

“퇴로부터 막아!”

이들은 백설희의 팬이 아닌, 인간 사냥을 하고 있는 마상철의 파티원들이었다.

이미 그들에게 5명의 수험생이 포인트를 빼앗겨 탈락 위기에 놓인 상태다.

놈들은 설희를 6번째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으아아아아!”

퇴로 쪽에 대기 중이던 수험생 하나가 설희를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설희는 상체를 숙여 피한 후, 검을 앞으로 힘껏 내뻗었다.

펜싱을 하던 시절, 수 없이 연습했던 매서운 찌르기가 상대의 어깻죽지를 정확히 꿰뚫는다.

“크어어억!”

그는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지만 푸른빛이 상처 부위에 거품을 보글보글 만들며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죄, 죄송해요, 아저씨!”

그를 본 백설희가 곤란한 얼굴로 사과의 한 마디를 남긴 후 다시 도망쳤다.

조금 전 쓰러뜨린 남자는 1~2분만 있으면 그는 좀비처럼 일어나 다시 추격을 해 올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설희의 미간이 불안감으로 구겨졌다.

마상철은 영리하게도 포인트가 없는 인원들을 앞세웠다.

포인트를 빼앗길 염려가 없기에 그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공격을 퍼부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처를 입으면 어차피 푸른빛이 상처를 회복시키기에 죽을 위험도 없다.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 완벽한 전술이었다.

‘숨을 곳, 숨을 곳을 찾아야 해!’

그렇게 한 5분여를 달렸을까.

설희는 서울N타워가 우뚝 솟아 있는 남산의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으응, 저건?”

거대한 소 인간이 밤같이 생긴 무언가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듯한, 괴상한 조형물이 그녀를 반겼다.

그 옆에는 [작품명: 소고기 밤송이 육회]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잡아라! 정상으로 도망쳤다!”

“좋아, 이제 못 빠져나가니까 다 같이 달려들어!”

하지만 작품을 감상할 틈도 없이 뒤쪽에서 마상철의 우악스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설희는 곧장 지도를 확인했다. 50여 개의 푸른 점이 정상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었다.

말 그대로 독 안에 든 쥐, 탈출은 불가능해 보였다.

‘여기서 이렇게 탈락할 순 없어.’

고개를 들어 서울N타워를 쳐다봤다.

‘어차피 다대일로 싸워야 한다면, 좁은 지형이 유리해’

설희는 N타워 1층으로 달려 들어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꿈쩍도 하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비상계단을 통해 정상인 7층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정상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르던 그때, 옆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꺄악!”

그림자는 설희의 멱살을 잡더니 공중으로 붕 띄운 후 바닥에 내쳤다.

“뭐야 당신, 합격 포인트도 넘은 사람이 여긴 왜 기어들어 왔어?”

더벅머리에 평범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두 눈을 껌뻑이고 서 있었다.

그의 등에는 커다란 저격총이 매달려 있었다.

“사람들한테 쫓기고 있어요.”

“아아, 마상철 파티한테 쫓기고 있는 건가?”

세현은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이다!’

설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상대의 어깨를 밀쳐 내며 검을 앞으로 내찔렀다.

하지만-.

“어이쿠.”

세현은 상체를 뒤로 젖혀 간발의 차이로 검을 피했다.

그러곤 왼발로 설희의 팔꿈치를 정확히 가격해 검을 떨어뜨린 후, 발로 차 버렸다.

군더더기라곤 조금도 없는 매끄러운 동작이었다.

“저기요, 금메달 아줌마. 포인트 뺏을 생각은 없거든? 얌전히 있어 주면 좋겠네.”

“누! 누가 아줌마에요!”

“그럼 뭐라 부릅니까?”

“그, 그냥 백설희라고 부르세요.”

저격총을 이마에 겨누자 설희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순순히 양손을 들었다.

세현은 피식 웃으며 날아간 검을 주워 설희에게 건넸다.

설희는 잔뜩 의심하는 눈초리로 검을 받아 든 후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이건 왜 다시 주시는데요?”

“뭐 그래도 말은 통하는 상대일 것 같아서.”

잠시 후, 세현은 전망대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 백설희 씨, 저놈들한테 도망쳐 온 거지?”

타워 아래, 광장에는 마상철 일행이 빼곡하게 포진해 있었다.

놈들은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잔뜩 흥분해서 다 들리게 외쳐 대고 있었다.

“이 새끼들아, 백설희 그년 어디 갔어!”

“여기 타워 위로 올라간 것 같습니다!”

그를 지켜보던 세현이 입술을 비죽 올리며 읊조렸다.

“저 새끼들은 언제 봤다고 남의 집 귀한 딸더러 년이래.”

세현은 설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백설희 씨, 피차 위기인데 서로 협조하는 게 어때요?”

“네?”

세현이 가진 ‘막스의 저격총’이 아무리 좋은 무기라 해도 한계는 있었다.

정수는 150발의 총알 중 3발을 남긴 상황.

아무리 경험이 풍부해도 50명의 인원을 홀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 설희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세현은 그대로 도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설희라는 쓸 만한 인원이 함께한다면 충분히 저놈들에게 엿을 먹여 버릴 수 있었다.

“저쪽은 50명이 넘어요, 대체 무슨 수로 상대를…….”

“그건 걱정 마시고, 제가 다 방법이 있습니다.”

세현은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작전을 설명했다.

† † †

마상철의 파티원 50명.

그들은 N타워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대기 중이었다.

“마상철 님, 엘리베이터가 꼼짝도 안 하는데요. 어쩌실 겁니까?”

엘리베이터는 3층에 멈춰 있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비상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뭘 어째, 빡대가리야. 계단으로 올라가야지! 이번에도 0포인트인 놈들이 앞장 서!”

0포인트 인원들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씨발, 깡패 같은 새끼, 사람 엄청 부려먹네.’

하지만 선택지는 없기에 모두 군말 없이 계단을 올랐다.

이렇게라도 해야 자신에게 포인트 획득의 기회가 오기 때문이었다.

“힘들 내라고! 포인트를 얻으면 0점 인원들 먼저 배분해 줄 테니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상철은 포인트를 넘겨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저 입에 발린 말로 그들의 등을 떠밀 뿐이다.

‘어차피 합격은 한 거나 마찬가지고, 이젠 다른 놈들 점수를 얼마나 털어먹는지가 중요하지.’

상철은 음흉한 미소와 함께 혀를 날름대며 말을 이었다.

“저 년놈들 모두 독 안에 든 쥐다, 한 층씩 꼼꼼히 뒤지면서 몰아 버려!”

파티원들은 전체가 한 층 한 층, 내부를 체크하며 옥상으로 포위망을 서서히 좁혀 갔다.

20분쯤 지났을까? 파티원 모두는 꼭대기인 7층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선 조금도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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