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아파트-6화 (6/180)

# 6

6화.

금이 쩍 가서 당장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창문, 그 앞에서 검으로 나무 방패를 탕탕 두드리며 놈을 자극했다.

“수입산 소고기! 남자답게 달려 와 봐!”

미노타우렌은 다시 콧김을 내뿜으며 뒷발을 구르더니 앞으로 달려들었다.

‘조금 더, 조금 더……!’

세현은 미리 피하지 않고 놈을 마지막 순간까지 끌어들였다.

그리고 뿔이 닿기 직전, 나무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콰드득-!

두 뿔이 나무 방패를 꿰뚫고 들어오는 그 순간.

세현은 방패를 놓고 바짝 엎드려 놈의 양다리 사이로 쏙 빠져나갔다.

“잡았드아아아!!!”

와장창-!!

미노타우렌이 전망대 강화유리를 산산조각 냈고 앞의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향해 상체가 휘청 기울었다.

하지만…….

“그르으윽! 그르으윽!!”

추락 직전, 미노타우렌은 양발로 땅을 밀어 차며 추락을 가까스로 면했다.

세현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이런 미친…….”

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 더 이상 뒤가 없기에 세현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얌전히 떨어져, 소고기!!”

세현은 이를 빠득 갈며 미노타우렌의 무릎 뒤쪽에 철검을 힘껏 박아 넣었다.

“꾸어어!”

놈이 비명을 내지르며 팔을 휘둘렀다. 그걸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며 검을 반대편 무릎에 재차 박아 넣었다.

콰득- 콰드득-!

그것을 몇 번 반복하자 그제야 중심을 잃은 미노타우렌의 몸뚱이가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푸욱-!!

놈의 비명 소리가 빠르게 멀어진 후, 땅에서 칼로 고기를 베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세현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상에 놓여 있던 밤송이 조형물이 놈의 몸을 꿰뚫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꾸어어어엉! 꾸어어어엉!”

미노타우렌은 괴로운 듯 발광했지만 그럴수록 가시가 놈의 몸을 파고들었다.

잠시 후, 놈은 돌덩이처럼 굳어지더니 그 자체로 하나의 설치 미술품처럼 변했다.

안내문에 적혀 있던 작품명 ‘소고기 밤송이 육회’가 완성 된 것이다.

“후우우우……. 진짜 죽을 뻔했네.”

세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예전엔 이런 공략법이 있는 줄도 모르고 미련하게 싸웠지.’

미노타우렌은 애초에 정식 입주자도 10레벨은 돼야 솔로로 비벼 볼 만한 스펙을 가진 몬스터다.

이를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 상대하는 건 사자에게 돼지가 덤벼드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아파트의 시련은 기본적으로 입주자에게 불가능한 일을 시키지 않는다.

놈을 잡기 위해선 단순히 싸우는 게 아니라 힌트를 통해 공략법을 유추해 내야 했다.

힌트는 두 가지.

1. N타워 근처에 놓인 밤송이 모양의 조형물.

2. 안내문에 적혀 있고 보스전 시작 전에도 나온 단어 ‘작품명: 소고기 밤송이 육회’.

이는 소고기, 즉 미노타우렌을 타워 아래의 밤송이 조형물로 처리하라는 뜻이다.

세현은 7명의 동료를 잃었던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 공략을 숙지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놈을 사냥한 것이었다.

<히든 보스 ‘미노타우렌’을 쓰러뜨렸습니다. ‘허세현’님이 100점을 획득했습니다.>

잠시 후, 클리어를 알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히든 자판기’가 나타납니다.>

그러곤 엘리베이터 앞에 금빛 자판기 하나가 솟아올랐다.

그리 걸어가자 자판기 전면의 요란한 디스플레이가 세현을 반겼다.

[♣※☆시공의 자판기♣※☆ 특별 찬스!! ♣※☆]

[#. 원거리 무기 / 막스의 저격총]

- 마탄의 사수, 막스가 사용했던 저격총을 모티브로 제작 된 마탄을 발사하는 저격총. 15배율 스코프가 달려 있다.

자판기 구매가: 100포인트

자판기 판매가: 90포인트 (판매 시 재구입 불가)

등급: 유니크(C)

공격력: 0티어 S급

적정 레벨: 없음

▶ 추가 옵션

- 마탄의 사수 (150/150발): 스코프에 잡힌 대상에게 유도 마력탄을 날립니다.

[구입하시겠습니까? YES/NO]

세현은 자판기에 출력되는 수많은 아티팩트 중 최상단의 ‘막스의 저격총’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시작 1시간 만에 100포인트라, 이전엔 꿈도 못 꿨지.’

저격총의 가격은 100포인트, 가만히 있어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수치다.

보통 몬스터 한 마리당 2~10포인트인 걸 고려했을 때, 적게는 15마리, 많게는 50마리를 넘게 잡아야 얻을 수 있는 큰 포인트다.

하지만 세현은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이를 이용해 더 큰 결과를 내 볼 생각이었다.

‘마상철, 그 새끼한테도 엿 한 방은 먹여 줘야지.’

세현은 망설임 없이 막스의 저격총을 구입했다.

[‘막스의 저격총’을 지급합니다.]

순간, 자판기가 빛을 뿜으며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없어졌다. 그 자리엔 붉은 총열을 가진 커다란 저격총 하나가 남았다.

세현은 저격총을 집어 들고 흡족한 듯 혀를 날름댔다.

“좋아, 100포인트짜리 무기 성능 테스트 좀 해 보자고.”

박살난 창가로 걸어가 배를 깔고 엎드린 후, 저격총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스코프에 눈을 가져가자 1~2km는 떨어진 먼 거리도 바로 앞처럼 보였다.

“완전 뷔페구만 뷔페.”

재빨리 오크 전사 한 마리를 조준했다.

“그럼 시험 삼아서 한 발…….”

숨을 죽이고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다.

그러자 스코프에 비친 오크 전사가 점점 붉게 물들었다.

놈의 몸뚱이가 완전히 새빨개졌을 때.

타앙!

총성이 들리고 1~2초 후, 오크 전사의 머리가 터지며 허공으로 피 분수를 뿜어냈다.

[‘오크 전사’를 쓰러뜨려 4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세현은 만족스럽다는 듯 저격총을 쓰다듬으며 밝게 미소 지었다.

“좋아, 이걸로 다 찢어 주마.”

† † †

“저기다! 고블린 잡아!”

“이번엔 놓치면 안 된다!”

마상철이 우두머리인 50인 파티, 그들은 굶주린 상어 떼처럼 10여 마리의 고블린 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삼자가 보기엔 누가 몬스터고 누가 인간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였다.

“고브을!”

열세에 몰린 고블린들은 악을 쓰며 필사적으로 항전했다.

이 무리의 중심엔 다른 고블린들보다 2배는 거대한 고블린 전사장이 서 있었다.

마상철은 놈을 가리키며 거칠게 외쳤다.

“큰놈부터 노려! 저놈은 못해도 10점짜리다!”

“으아아아! 죽어!”

사람들이 놈에게 달려들려던 순간.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끼에에에엑!”

그러자 전사장의 몸으로 섬광이 벼락같이 내리치며 가슴에 커다란 바람구멍을 남겼다.

이에 마상철의 얼굴이 구겨졌다.

“젠장 또야! 짜증나 죽겠네…….”

시험을 시작한 지 3시간.

마상철 파티가 몬스터를 사냥할 때마다 어디선가 빛이 날아왔다.

빛은 몬스터 중 높은 포인트 개체들의 막타를 쳐 점수를 뺏고 있었다.

그 결과, 상철 파티가 획득한 포인트는 이제 겨우 1,000포인트를 넘는 정도.

이를 50명이 나누면 한 사람당 평균 20점, 합격과 거리가 먼 점수였다.

이들 입장에선 엑기스를 뺏기고 있으니 짜증날 수밖에 없었다.

빛이 날아오는 위치를 정확히 모르기에 더더욱 속수무책이었다.

“어떤 씨부럴 놈이야아아아!”

잔뜩 약이 오른 마상철이 소리를 지르고 있을 그때, 상공에 커플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홍홍 너무 화내지 말아용, 그러면 일찍 늙어 죽어용!>

고개를 들자 하늘엔 커플러의 얼굴이 크게 홀로그램처럼 출력됐다.

마상철은 그를 향해 소리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어이 시험관 양반! 이거 어떻게 좀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계속 어떤 놈이 우리 점수를 스틸하고 있다고!”

<오홍홍, 그것까진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서용.>

“그렇게 무책임하게 굴려면 시험관이 뭐 하러 있는데!”

커플러는 기다란 귀를 팔락이며 말을 이었다.

<성격도 급하시넹~ 잠시만 기다려 보세용!>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남산 일대의 지도가 떠올랐다.

지도 위엔 제각기 다른 숫자가 새겨진 푸른 점이 띄워졌다. 일대의 시험생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곧장 눈치 챘다.

‘수험생들의 위치랑 점수가 표시된 거다.’

<모두 보면 알겠지만 요기 파란 점이랑 점수는 여러분의 위치와 점수를 표시한 거랍니당! 이미 100점을 넘은 분들이 많이 있네용. 오오! 서울N타워에는 300점을 분도 있어용! 이거 점수 양극화가 너무 심하군용!>

커플러는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허세현이 있을 ‘서울N타워’를 언급했다.

“뭐, 뭐야. 300점? 혼자서 300점을 넘긴 놈이 있다고?”

“벌써 100점을 넘긴 놈도 꽤 되잖아?”

“이러면 굳이 파티를 만들 필요도 없었잖아!”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상철의 파티원들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토해 냈다. 파티에 들어온 게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씨부랄, 이대로 가면 내가 애써 만든 파티가 붕괴된다.’

마상철은 초조함에 손톱을 딱딱 깨물었다.

잘못했다간 분노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커플러의 한마디가 상철의 숨통을 틔워 줬다.

<오홍홍 다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용. 제가 여러분을 위해 양극화를 해소할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려고 하니까용!>

그때 허공에서 폭죽이 터지더니 거기서 떨어진 파란 빛줄기들이 수험생들을 덮쳤다.

“어어, 뭐야 이거!”

빛에 맞는 순간, 수험생들의 몸에 푸른빛의 막이 형성됐다.

커플러는 모두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즐겁다는 듯 웃더니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다른 수험생을 공격하세용! 여러분이 데미지를 준만큼 점수를 뺏을 수 있습니당! 아~ 혹시 내가 죽을까 봐! 상대를 죽일까 봐 겁내진 마쎄용! 보호막이 여러분을 부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지켜 줄 테니까용!>

갑작스러운 통보에 시험생들이 웅성거렸다.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우리끼리 치고받고 싸우라 그건가?”

모두 어쩔 줄 몰라 할 때, 마상철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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