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웨나 블루로즈-107화 (1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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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90의 래번클로 질문교실

여기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여정 여러분과 함께하면서 즐거웠어요. 질문 별로 없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 했는데, 로웨나 같이 열의 넘치는 독자님들께서 재밌는 질문 많이 해주셔서 기뻤습니다. 완결 후에 모든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고 약속드렸다시피, 의문이 생기는 점에 대해서는 최대한 답변드리도록 할게요.

질문자의 이름을 명시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미리 사죄의 말씀을^^; 중복 질문도 많고, 내용도 다 달라서 각각의 질문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답변을 드릴 생각이에요.

1) 작품의 흐름 및 연재에 관한 질문(개인지, 외전, 후속 등)

2) 작품 설정에 관한 질문(집필 동기, 이름의 어원, 복선, 유령플롯 등)

3) 등장인물의 심리 및 특성에 관한 질문

4) 스토리 질문

5) 작가에 관한 질문

6) 기타

질문 자체도 많았을뿐더러, 제가 답변을 꽤 길게 한 것들도 있어서 후기는 3회차 이상이 될 것 같습니다.

1) 작품의 흐름 및 연재 관련 질문

Q. 2부/에필로그/외전/번외/다른 루트 결말?

A. 일단 2부는 쓸 생각이 없습니다. 에필로그도 없어요. 그러나 개인지가 제작 확정이 난다면 엔딩 후 에피소드를 몇 년 후 형식으로 추가로 쓸 계획은 있습니다. 쓰는데 소요되는 시간, 분량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결정할 것 같습니다.

Q. 리들, 시리우스, 아이작 루트 다 써보고 하나만 고른다고 했는데, 다른 루트를 공개할 생각은 없나?

A. 넵, 아무래도 공개 연재는 힘들 것 같습니다. 웹 공개를 하기에는 아직 덜 완성된 상태랍니다. ^^;

Q. 개인지는?

A. 제작 의사가 있습니다. 추후 공지 드리도록 할게요. 제 소설이 회차 별 용량이 커서 생각보다 분량이 많습니다. 웹상 분량만으로 책으로 만들어도 3-4권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가격은 일반 다른 패러디 소설의 개인지보다는 비싸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습작여부?

A. 일단 습작은 온전히 제 권한이므로, 제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다/안 한다를 말씀드리기 힘드네요. 지금은 습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큽니다. 개인지 제작을 하지 않으면 예고 없이 습작될 수 있어요^^; 미리 양해바랍니다.

Q. 차기작?

A. 아직은 예정에 없어요. 차기작 연재하게 되면 공지하겠습니다.

2) 작품 설정에 관한 질문

Q. 로웨나 블루로즈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제가 가장 좋아하던 핼포 최애 패러디가 연중 되었기 때문입니다. 급격하게 최애 소설을 잃은 저는 표류하기 시작했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글을 한 번 써보자, 하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을 때에는 ‘래번클로 여주인공의 이야기’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한번 써봐야지! 하고 한글 빈 문서를 노트북 화면에 띄워놓은 상태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기억이 나네요. 소설이라는 것이 그냥 무턱대고 써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니터 보면서 10분 멍 때린 후에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중심인물을 잡기 시작했죠.

가장 먼저 결정한 캐릭터는 로웨나이지만, 그다음으로 확정된 인물은 리들입니다. 리들을 넣고 나서야 로웨나의 인물 설정이 조금 더 뚜렷해졌어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확연한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았으며, 내성적이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래번클로 여주인공’ 정도로요. 그리고 리들을 대항할 수 있는 인물로서 시리우스를 집어넣었구요. 로웨나의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에 어울릴 만한 래번클로 남자 친구로 아이작이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초반부에 플롯을 짜는 것보다는 일단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정말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처럼 과거, 경험, 사고방식까지 섬세하게 만들어놓은 후, 우연적 상황에서 얘들을 서로 부딪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만났을 때 어떤 행동을 하고, 대화를 하며, 어떤 사건이 터질지 생각했어요.

Q. 이름의 어원?

A.

《Rowena E. Bluerose》

로웨나는 로웨나 래번클로에서 따왔습니다. 해리포터 위키에 따르면, 로웨나 래번클로의 ‘Rowena’의 라틴어 어원의 의미는 Fame(명성), Joy(기쁨), Friend(친구)입니다. 세 남자주인공이 각자 로웨나에게 주는 것이죠.

블루로즈는 래번클로의 상징인 파란 느낌이 들어가길 원했기 때문에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로웨나라는 이름 외에 인물을 상징하는 성이길 바랐어요. 시리가 주변 물건을 파란 장미로 바꾸거나, 파티에서 리들이 파란 장미 운운하는 그런 장면을 쓰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로웨나는 결국 장미보다는 토순이가 되어버렸네요.

《Isaac E. Bones》

몇몇 독자님들이 캐치해주셔서 기뻤지만, 아이작은 아이작 뉴턴에서 가져온 이름이 맞습니다. 영국인 과학자이자, 고전역학의 창시자죠. 그래서 아이작이 케플러 경 초상화와 행성의 궤도에 대해 얘기를 하고 (케플러의 발견을 뉴턴이 증명) 덤스트랭의 페르마 교수를 존경하는 겁니다. (페르마의 미분법 연구가 뉴턴에게 이어짐)

Q. 리들과 로웨나의 나이차이를 크게 한 이유(왜 로웨나는 4학년인가)?

A. 가장 큰 이유는 리들이 볼드모트이기 때문입니다. 리들이 졸업하고 볼드모트로서의 기반을 닦고 악명을 높일 정도라면 최소한 30대는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법 세계는 대학교도 없고 17살부터 성인이 되니 서른 초중반쯤 되면 충분히 볼드모트로서의 입지를 쌓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동시에 마루더즈가 5학년이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그때 스네이프와의 사건 등 시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거든요. 그렇지만 로웨나는 시리보다 후배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로웨나가 4학년, 시리 5학년, 볼디 30대 초반으로 설정했습니다... 는 건 소설 설정의 개연성을 맞추기 위한 이유구요.

시리로웨나를 구상하는데 있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까칠하면서도 능청능청한 선배와 소심하지만 대찬 후배의 케미였어요. 반면 리들로웨나는 처음 구상할 때의 이미지 자체가 열일곱 소녀와 서른 초반의 시크한 성인남성 사이의 케미였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띠동갑 훨씬 이상으로 나이 차를 뒀어요. 아청한가요? 아청하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할 말이 많습니다만ㅋㅋㅋㅋ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 소설은 아동청소년법의 규제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답니다.

사실 위 이유 말고도 참... 이유는 많아요.. 하지만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Q. 리들 결말을 결정하게 된 시기?

A. 엔딩 준비하는 2주간 결정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에게 격려 쪽지를 보내주신 독자님들은 당시 제가 얼마나 고뇌를 하고 있었던지 아셨으리라 믿습니다. 고뇌의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기엔 구구절절해서 생략^^;

Q. 로웨나의 지팡이 재질과 심은?

A. 로웨나 지팡이는 26회차에 언급됩니다. 아카시아 나무, 유니콘의 털, 13인치입니다. 질문받은 김에 풀어보는 등장인물의 지팡이 썰 :

로웨나 지팡이 ㅡ Acacia(아카시아)

아카시아 나무로 만든 지팡이는 까다로워서 그 주인 외에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기를 허락하지 않으며, 또한 가장 재능있는 자들 외에는 그 능력을 보이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재료이다. 흔히 알려진 ‘bangs-and-smells’ 주문에 적합하지 않은 예민함 때문에 소수의 마녀/마법사를 위한 적은 양만이 준비되어 있다. 주인을 잘 만난 경우 아카시아로 만든 지팡이는 강력한 힘을 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질의 특수성 때문에 자주 과소평가 된다.

리들 지팡이 ㅡ Yew(주목 - 공식설정)

주목나무로 만든 지팡이 자체도 굉장히 드물지만, 이상적인 짝을 찾는 것도 드물며, 동시에 이러한 이상적인 짝을 찾을 경우 때때로 악명높은 사람일 경우일 수 있다. 이러한 주목나무 지팡이는 ㅡ물론 대부분의 지팡이가 그러하듯ㅡ그 주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주목나무는 전투/저주마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 특히 어둡고 강력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지팡이의 소지자가 모두 어둠의 마법 혹은 그 이상에 매료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는 마법사나 마녀 중에서도 주목나무와 상성이 맞는 경우가 똑같이 많다. 가장 오래 산 나무인 주목을 깎아 만든 지팡이는 악당뿐만 아니라 영웅에게서도 많이 발견된다. 주목 지팡이와 마법사가 함께 묻힌 경우에는 보통 지팡이가 싹을 틔워 주인의 무덤을 보호한다. 확실한 것은 주목나무 지팡이는 평범하거나 소심한 사람들을 주인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시리우스 지팡이 ㅡ Ebony(흑단나무 - 시리우스의 지팡이 공식 설정은 없습니다. 제 설정이에요)

이 새까만 지팡이는 인상적인 외양과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투적인 주문과 변신술에 무척 적합하다. 흑단나무 지팡이는 그들 자신이 되는 것에 용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다. 주로 비순응주의자이고, 무척 개인적이며 아웃사이더로 있는 것을 편안해 하는 흑단나무 지팡이의 주인은 불사조 기사단의 단원들이나 죽음을 먹는자들 사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흑단나무 지팡이의 가장 완벽한 짝은 외부의 압력에 상관없이 신념을 굳게 유지하는 사람으로, 그들의 목적에 대해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아이작 지팡이 ㅡ Beech(너도밤나무)

너도밤나무 지팡이의 진정한 짝은 만약 어리다면 또래보다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고, 성인이라면 이해심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 이 지팡이는 소심하거나 참을성 없는 사람들이 사용하면 매우 약한 힘을 발휘한다. 너도밤나무는 가장 값나가고 호화로운 지팡이 목재이기 때문에, 적합한 방식으로 짝지어지지 않고 지팡이를 얻은 사람들은 왜 자신의 멋진 지팡이가 힘을 못 쓰는지 묻기 위해 지팡이 제작자를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제대로 짝지어지기만 하면, 너도밤나무 지팡이는 다른 목재들에서는 보기 드문 정교하고 예술적인 기교를 부릴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필리다도 있지만, 용량 상 생략합니다.

Q. 떡밥 회수가 다 안된 것 같다?

A. 제가 Part 6 끝나고 세 루트의 완결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건 정말 진심입니다. 저는 소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세 사람을 다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 사람분 엔딩에 대한 떡밥을 다 뿌려놨어요. (리들 루트의 분량이 가장 많긴 해요^^;)

로웨나는 하나의 완결성 있는 ‘소설’처럼 쓴 것이 아니라 진짜 로웨나의 ‘인생’처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만약 그때 이 사람을 선택했더라면, 다른 사람을 선택했을 때의 사건들이 무의미한 에피소드에 불과하게 되겠죠. 그래서 일부 떡밥의 경우는 로웨나가 리들을 택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되는 겁니다.

Q. 구상은 했지만 소설에는 넣지 않았던 설정이라든지, 이야기의 뒷 배경 같은 건 없나?

A. 소설의 비하인드 컷에 대해서는 다음 회차 후기의 작품후기(?)에 언급하도록 할게요. 아무래도 길어질 것 같은 예감...

3) 등장 인물의 심리 및 특성에 관한 질문

■ 로웨나

Q. 로웨나가 왜 리들을 좋아하나?

소설에서 리들의 심리만큼이나 제가 조명하고 싶었던 것은 리들에 대한 로웨나의 마음, 그리고 그에 대한 독자님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소설은 로웨나가 자신의 사고방식과 감정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저는 로웨나의 행동이나 반응을 통해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로웨나 본인이 인지하고 싶지 않아 하는 생각과 무의식을 표현하는 것에 더 주력해왔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로웨나가 가장 강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대상은 리들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엇이든 굉장히 극단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에, 사랑으로도, 극도의 증오나 분노로 변질하기도 쉽다고 봐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얌전한 로웨나가 리들에게만큼은 확연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로웨나는 모르는, 로웨나가 리들에게 끌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① Guilty Pleasure

제가 리들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던 가장 중점적인 기조는 “Guilty Pleasure”입니다.

로웨나는 성적인 것에 절제된 인물로 나옵니다. 잘 꾸미지도 않고, 남자의 접촉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옷도 항상 단추를 꽉꽉 채우고 다니죠. 얘한테 성이라는 것은 나쁜 것, 참아야 하는 것, 쉽게 공개되어서는 안될 욕구, 부끄러운 것입니다. 그리고 리들은 나쁜 사람, 악한 그 자체구요.

리들이 로웨나에게 처음으로 위협을 가한 순간을 기억하실 거에요. 16회차, 존댓말을 쓰던 리들이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잖아, 그렇지 않나?” 라고 말하며 교수가 아니라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자’로 변한 순간, 키스라도 할 것 같은 거리로 다가왔다는 묘사가 있죠. 그 이후로 리들은 로웨나에게 심지어 위협조차도 성적인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단둘만 있는 방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지나가는 복도 등 리들은 죄악감이 최대가 될 만한 장소에서 계속 묘한 성적 자극을 줍니다.

로웨나에게 성이라는 것은 나쁜 것, 그리고 리들은 부정한 짓을 강요하는 악한 사람입니다(심지어 그는 성인에다가, 두 사람은 교수와 제자 사이기까지 해요). 그럼에도 로웨나는 여기에서 일종의 성적인, 부덕한 자극을 받습니다. 성에 대해 미숙하고 잘 모르는 여자아이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고도 이상하고 기묘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죠. 자기가 느끼고 있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이 남들 모르게 잘못을 하고 있다는 이 비밀스러운 느낌에서 어떠한 Pleasure를 느끼는 겁니다. 제가 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려고 한 장면이 민달팽이 클럽에서 키스하기 직전의 성적 긴장과 이를 워플 작가에게 들켰을 때의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만 제대로 드러났는지는 모르겠네요.

② 자신에 대한 리들의 본능적 호감을 무의식적으로 인지

로웨나는 그럴 리 없다고 의식적으로는 부정하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리들이 자신에게 끌림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보는 눈길이 다른 사람에게 와는 다르다는 것을 압니다. 아마 그런 뉘앙스의 서술들이 한 문장씩 있었을 거에요.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연구실에서 로웨나를수면 마법으로 재울 때라던가, 혹은 로웨나가 쓰러지고 나서 새벽에 병동에서 쳐다보고 있던 장면 등이 있겠네요. 로웨나는 리들이 자신을 ‘뭔가 다른 시선으로 본다’라고 서술하죠. 코멘 창에서 대체 어떤 표정이냐고 계속 질문이 들어왔습니다만, 저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일부러 불분명하게 묘사했습니다.

리들은 지속적으로 로웨나에게 협박을 가하지만, 정작 로웨나에게 어떠한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위기 상황일 때 로웨나를 보호하려고 하죠.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로웨나는 리들 교수가 자기를 죽이거나 건드릴 수 없음을 내심으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로웨나 또한 그것이 단순한 수단이나 도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호감과 이끌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의식으로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 (Part 5-10, 76화, 병동에서 잠에 깬 로웨나)

“왜 이렇게 대하는 거죠?”

아주 작은 목소리였는데도, 병동에 아무도 없어서인지 크게 들렸다. 그는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언제까지 그가 답하지 않는 질문을 해야 할까. 나는 의식하지도 못한 채 한마디 중얼거렸다.

“당신은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나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제대로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마치 꿈결을 헤매듯 모든 것이 불투명해 보였다. 잠들기 전에 폼프리 부인이 수면유도와 안정제의 기능이 있는 마법약을 건네주어서일지도 몰랐다. 애써 의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내가 그에게 말했다.

“왜 금방이라도 나를 죽일 것 같이 굴면서 또 나에게 다정한 척하는 거죠?”

어렴풋한 시야 속에서 그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다시금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잠들어서는 안 된다. 이것 하나만큼은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왜.”

반쯤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내가 물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죠?”

나는 힘겹게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왜 그런 표정으로 나를…….” 》

로웨나는 끊임없이 리들에게 ‘왜 그러냐’라고 물어봅니다. 왜 나한테 다정한 척하냐,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 그 의미는 자기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면 그렇다고 말을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이건 자기 자신이 단순히 리들의 도구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이 깨졌던 회차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88회차(셀윈 성에서 리들이 로웨나의 엄마에 대해 말해주고 자신의 계획을 드러낸 장면)겠네요. 저는 그 장면에서 로웨나가 약간 넋을 놓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자신이 리들에게 있어 도구가 아닌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부숴놓을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빠에 대해 쭉 걱정하지 않았던 로웨나가, 집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서 아빠가 돌아가셨을까 봐 차마 들어가지 못하죠. 이제 로웨나는 리들에게 자신이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체념했으니까요.

그리고 92회차(리들이 로웨나의 방에 찾아와 강압적으로 돌변한 에피소드) 또한 그런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겠네요. 그 장면의 경우 사실 ①에서 말했던 Guilty Pleasure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온전한 방이고, 아래에 가족이 있습니다. 상대방은 어른이며, 로웨나는 성 경험이 없죠. 극도로 죄악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리들은 공포감과 동시에 묘하게 기분 좋은 성적 자극을 줍니다. 그러면서 했던 대사들의 뉘앙스는 ‘네가 내 부하로서 제대로 못 했어’가 아니었습니다. ‘시리우스와 어떤 사이냐’죠. 이런 말을 듣고도 로웨나가 정말 시리우스 때문에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전 내심으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한테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그간 너무 교란을 주는 정보가 많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는 부정하고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로웨나는 그 장면에서 “왜 시리우스와 만나면 안 되는지 말해달라”라고 말하지만, 이 말의 의미는 “네 마음을 말해달라”라는 의미와 상응합니다. 로웨나는 셀윈성에 다녀온 후로 그가 자신에게 사적인 감정은 없을 거라고 마음을 닫은 상태입니다. 분명 자신을 도구처럼 사용하겠다고 단언했으면서, 자꾸 로웨나에게 소유욕과 갈망을 비추죠. 이것이 정말 처벌인 건지, 아니면 시리우스에 대한 질투인건지 로웨나도 헷갈리는 겁니다.

《 (Part 6-9, 92회차, 로웨나의 방, 리들과 로웨나)

“…내가 왜, 시리우스와 만나면 안 되는지, 말해봐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울음소리에 섞여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조차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억지로 말을 꺼내고 숨을 토해냈다. 온 마음이 엉망이 되고 만신창이가 되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었다. 숨이 막혔다. 나는 그의 일신의 영광을 위한 도구였다. 그러면 그런 목적에 맞게 나를 이용하면 될 일이었다. 나는 리들 교수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참으려고 할수록 숨소리는 더욱 격해졌다. 자꾸 눈물이 흘러 시야가 뿌옜다. 그의 아래에 눕혀져있는 채로, 나를 내려다보는 리들 교수와 눈을 마주치며 겨우 입을 열었다.

“나는, 오러가 되면 되는 거잖아요. 교수님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되잖아요.”

조금 흐끅거리던 내가 말을 이었다.

“내가 어떤 남자를 만나든… 당신이 원하는 것만 제대로 해주면 상관없는 것 아닌가요?”

나는 정말 슬프게 울었다. 시리우스로 위안받은 마음이 조각조각 깨어지는 기분이었다. 날카롭게 깨어진 조각들이 내 속에서 더 깊은 상처를 만들었다.

나에게 닿은 리들 교수의 눈길이 느껴졌다. 그의 얼굴이 보기 싫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또한 로웨나 방 장면 마지막에서 로웨나가 울음을 터뜨린 것은 “이 사람이 나를 건드릴 수 없다”라는 무의식적 믿음이 완벽하게 깨졌기 때문입니다. 길티 프레져 정도에 국한될 것ㅡ성적 긴장감을 주는 정도ㅡ이라 여겼던 행동이 깊이를 더하면서 이 사람이 정말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겁에 질려서 울어버린 거죠. 애버리와 뮬시버 이야기를 꺼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웨나의 입장에서 뮬시버들과 리들을 구분 짓는 경계선은 “나 자신에게 비가역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뮬시버들은 지극히 이기적인 욕망의 덩어리이기 때문에 아마 중간에 아이작이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로웨나를 완전히 망가뜨렸을 겁니다. 하지만 리들의 경우 지금까지 그래 왔듯 절대 자신에게 본질적인 해를 끼치진 못할 거라는 믿음이 무의식적으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들은 로웨나에게 한계 이상으로 나갈 것 같이 굴었고, 그래서 로웨나는 리들을 ‘뮬시버들’과 동급으로 여긴 겁니다. 그래서 무력감을 느낀 로웨나가 눈물을 흘린 거구요.

로웨나가 울기 시작하자 리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었습니다. 로웨나가 그 후 더 펑펑 울면서 반항적으로 굴었던 것은 아마 어느 정도 안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리들이 달래주면서 한 키스에 로웨나가 긍정적인 자극을 받은 것은‘이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나를 건드릴 수 없다. 나를 상처 줄 수 없다.’라는 사실을 그 키스로서 느꼈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라는 점을 미약하게나마 알아차린 거죠.

로웨나와 리들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두었던 것은 ‘리들이 자신의 마음을 인지하는 것’과 ‘로웨나가 리들의 마음을 인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리들과 로웨나는 명백한 주종관계처럼 보이지만, 이는 로웨나가 ‘리들이 자신에게 끌림을 느낀다’라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아차리면 로웨나가 충분히 리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장면이 아무래도 98화에서 로웨나가 자기 자신을 가지고 리들에게 협박하는 장면이겠지요. 그리고 로웨나는 103회차 셀윈성의 대화를 통해 그가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③ 로웨나 특유의 피학적인(복종적인) 성향

여기서 ‘피학적인’이라는 표현을 쓰면 성적인 의미로만 해석될 것 같아서 ‘복종’이라는 표현을 붙였어요. 로웨나에게는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피학적인 성향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강압적 상황에서 심장이 뛰는 것은 단순한 공포감 때문은 아닙니다.

《 (Part 5 - 3, 민달팽이 인페리우스 장면)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리들 교수가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내리는 순간, 나는 그가 나에게 키스라도 하는 줄 알고 살짝 겁에 질렸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조금 비틀어 내 얼굴 오른쪽으로 숙였다. 그의 숨결이 옅게 내 귓등에 닿았다. 그 상태에서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최선을 다해,”

귓가에 느껴지는 자극에 내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여기서 벗어나 봐.”

몸이 떨려왔지만, 나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설령 그가 임페리우스 저주를 걸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저릿한 미열감이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두려움 같기도 하고, 불안감 같기도 한, 무엇인가 쉽사리 파악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나를 꽉 죄듯 지배했다.》

로웨나의 피학적인 성향은 꾸준히 드러내려고 노력해왔고, 이미 눈치채신 독자님들이 저에게 몰래 물어보시기도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로웨나가 맞거나 고문당하거나 억압당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크루시오 저주’를 당했을 때 로웨나가 좋아했다고 이해하시면 안될 것 같아요. 단지 자기 자신이 ‘능력으로 인정할 수 있는’ 강한 자로부터 지배를 받는다고 느낄 때, 그것을 일종의 안위에 대한 보호와 안전으로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 강한 자가 자신을 인정하고 제어하려고 들면 무의식적인 만족감을 얻구요.

스스로의 인생에 있어 자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행복으로 느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로웨나를 이해하지 못하실 수 있습니다. 로웨나가 공부를 하는 건 학문적 즐거움보다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로웨나는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한 그리핀도르와는 다릅니다. 심지어 그녀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처럼 어떤 절대적인 누군가가 나타나서 자신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어요. 만약 리들이 도덕적으로 인정할만한 사람이었으면, 로웨나는 그가 어떤 일을 시켜도 불만 없이 해내려고 했을 겁니다.

④ 리들과 감정적 공유

저는 로웨나와 리들의 관계의 본질을 ‘서로를 향한 감정의 공유’라고 봅니다.

로웨나는 극 중에서 자기 속내를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로 나옵니다. 가족인 아빠에게도 ‘아빠가 걱정할지도 몰라’하는 생각 때문에 리들 교수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죠. 드레스 사건에 대해서도 함구합니다. 가장 친한 아이작에게는 더욱이 그렇습니다. 자신의 속내를 꼭꼭 숨기고 혼자 걱정하는 타입이에요.

그러나 레질리먼시를 통해 로웨나를 모두 읽고 있는 리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순종적이고 조용한 로웨나가 리들 앞에서는 강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지요. 또한 거기에서 그간 스스로 억압하느라고 터뜨리지 못했던 스트레스도 풀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Part 4 마지막 회차, 리들 품에서 운 로웨나)

한참을 울고 나니, 쌓아둔 것을 폭발이라도 시킨 것처럼 속이 시원해졌다. 부정할 수 없게도 나는 리들 교수의 앞이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울 수 있었다. 그는 어떤 사람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내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내 고통의 근원에게만 오직 솔직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스스로의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로웨나와 리들의 감정적 공유가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은 밀크티 장면인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에요.

《 (Part 5 - (7) 필요의 방, 밀크티를 마시는 로웨나)

벽난로에서 타닥거리는 불씨 소리가 들렸다. 분명 여기는 필요의 방 인데도, 나는 어쩐지 그의 연구실에서 나는 싸한 책 냄새가 어디선가 흘러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리들 교수의 침묵은 짧고 단조로웠지만, 나는 그것이 아주 길게 느껴졌다.

말 없이 깃펜만 놀리던 그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하는 것이 가장 속마음을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한다면, 나는 지금이 가장 ‘진짜’에 가까운 것 같군.”

“지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나는 믿을 수 없다는 어조를 숨기지 않으며 그에게 물었다.

“내가 너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그의 옆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 또한 그의 앞에서 거짓을 가장할 필요는 없었다. 리들 교수는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나는 그에게 어떤 비밀도 감출 수 없었다. 아마 ‘진짜’의 나를 가장 잘 아는 것도 리들 교수일 것이다.》

⑤ 모르는 것에 대한 래번클로적 호기심

로웨나에게는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습니다. 독자들이 리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듯, 로웨나는 리들을 절대 이해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독자님이 로웨나는 가끔 마치 자기의 상황이 아닌 것처럼 서술을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아마도 제가 로웨나가 독백하는 과정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개입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로웨나가 래번클로이기 때문이 가장 클겁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평가하고, 분석하는 성향 자체가 있는 것이지요. 만약 이 사람이 어느정도 예측 가능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호기심이 생기지는 않았을 겁니다.

《 (Part 5-17, 83화, 디멘터 습격 후 병동에서 리들과 대화를 나눈 로웨나)

다시 한 번만이라도 그의 감정을 읽어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밀폐된 방에 서린 온전한 어둠과 같이, 한 치 앞을 더듬을 수도 없는 흑안으로 무덤덤하게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모조리 숨겨버리겠다 이거지. 그때 보였던 감정들은 다시금 어둠 속으로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그것이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빴다. 그렇지만, 왜?

이제는 나 자신조차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

로웨나는 계속 리들에게 넌 알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모르겠다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거기에 로웨나가 리들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그런 친밀감이 더해져서 그것이 이성적 끌림으로써 작용하는 겁니다.

⑥ 갱생에의 희망

로웨나는 리들의 감정적인 면모를 봐왔습니다. 그가 행했던 비도덕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로웨나는 그가 ‘갱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어요. 로웨나가 계속 반항적으로 구는 이유는, 분명 그가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리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가면 갈수록 리들의 가치관을 공격하는 말을 꺼냅니다.

《  (Part 6-12, 리들 교수의 연구실에서)

“당신은 필요하다면 누구든지 죽여버릴 수 있겠죠.”

저 유려한 얼굴로 몇 명이나 살해하고 몇 명이나 고문했을까. 내가 그에게 반항의 말을 충동적으로 내뱉었던 순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리들 교수는 나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만약 그런 판단을 내렸다면 그는 충분히 나를 제거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잔혹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것과 몸소 느끼게 되는 것은 달랐다. 조금 침묵하던 내가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가르치던 학생이라도, 필요에 따라 올리비아의 아버지에게 했듯 살인 저주를 퍼부을 건가요?”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서 하는 질문인지 모르겠군.”

리들 교수가 싸늘하게 말했다.

“나에게 아무도 죽이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받고 싶은 건가?”

나는 그가 애초에 필요에 의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말대로, 나는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서 그런 질문을 한 걸까. 이미 잘 알고 있는데. 》

로웨나는 리들이 극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가 보이는 감정적인 태도, 따뜻한 모습에서 희망을 품고 혹시 변했나? 싶은 마음으로 계속 그를 건드려봅니다. 하지만 리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바꾸려 드는 로웨나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날 선 태도로 대응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하게 내치지는 못하죠.

《  (Part 6-13, 호그스미드 골목에서 리들과 로웨나의 대화)

“제가 워플 작가님의 수작에 넘어가면 어떻게 할 건데요?”

나는 잠깐 말을 멈추고 그를 응시했다.

“쓸모 있는 나는 고문하고, 쓸모 없는 워플 작가님은 죽여버릴 건가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무감각한 리들 교수의 대답에 나는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대체 워플 작가님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리들 교수에게 거슬리는 짓을 했다는 이유란 말인가? 나는 그가 하는 말이 작가님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명령을 제대로 들으라는 의미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절 협박하는 거군요, 그렇죠?”

내가 아랫입술을 깨물고 물었다.

“알겠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고문, 협박, 강요. 교수님의 방식을 제가 잠깐 잊고 있었네요.”

말은 잘못했다고 했으나, 나는 전혀 뉘우침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노골적으로 리들 교수를 비웃었다.

내 말에 리들 교수의 눈동자에 선연한 감정이 일었다.

(....중략)

“……나중에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지.”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주먹을 꽉 쥔 채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를 꽤 오랫동안 응시하던 리들 교수는 그대로 뒤로 돌아 골목 바깥으로 나갔다.

그가 충분히 멀어지고 떠나고 나서야 나는 막혔던 기도가 뚫린 사람처럼 숨을 내쉬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벽에 기댄 채 스르르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분명 그가 잔뜩 억누르고 있었음에도, 리들 교수에게서 흘러나왔던 압박감이 아직도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스스로의 반항기 어린 태도에 나 자신이 오히려 놀랐다. 내가 정말 정신이 나간 걸까.

그는 지나치리만치 모든 것을 간단하게 구분 지었다. 쓸모와 무쓸모, 필요와 불필요, 목적과 수단. 거기에는 어떠한 감정적 동요나 공감도 없었다. 나는 마치 냉동고 한가운데에서 서늘한 얼음장을 손으로 녹이려고 애쓰는 기분이 들었다. 단지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이렇게 춥고 서늘한데도.

부들거리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나는 떨리는 두 손으로 깍지를 낀 채 눈을 가렸다.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도 진이 빠졌다.》

저는 완결 말미에 로웨나와 리들의 마지막 대화가 로웨나의 리들 갱생 의지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⑦ 강한 자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

여자라면 누구에게나 강한 이성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이건 생물적인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길게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⑧ 흔들다리 효과

흔들다리효과란 공포감과 이성에 대한 호감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죠. 독자님들이 리들에게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이상한 끌림을 받게 되는 것은 단순히 리들이 잘생겼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로웨나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리들과 함께 있을 때 로웨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이것이 처음에는 강렬한 공포에서 시작되었을지 몰라도, 다른 감정에의 전이의 바탕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⑨ 스톡홀룸 신드롬이다(?)

몇몇 독자님들께서 로웨나를 스톡홀룸 신드롬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조금 의문이 드는 해석입니다.

스톡홀룸 증후군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은 ‘이해’와 ‘동질감’이라고 생각해요. 납치당한 사람이 납치범들에게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가면서 결국 ‘이들도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러나 로웨나가 리들에게 느끼는 것은 ‘이해’와 ‘동질감’이 아니라, ‘동경’과 ‘몰이해’입니다. 로웨나는 리들이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로웨나가 리들에게 했던 말은 ‘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나와 다르다.’였습니다.

애초에 로웨나는 리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초반부에 저는 이를 설정해놓지도 않았는데, 로웨나가 알아서 동경하더군요!) 리들이 로웨나에게 납치범과 납치당한 사람의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끌림을 느낀 건 아닙니다. 그런 상황적 조건이나 도덕적 결여감 등에도 불구하고 ‘리들’이기 때문에 리들에 끌렸다고 봐요.

그래서 나중에 리들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졌을 때, 자신의 감정을 인지한 거구요.

말씀드렸다시피 로웨나는 리들을 교수로 넣어서 로맨스를 만들어보자, 라는 플롯이 정해졌을 때부터 성격이 확고하게 정해졌습니다. 로웨나는 옳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요. 마지막 회차에 시리우스가 “너는 그래도 나쁜 게 뭔지는 알고 있잖아”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로웨나 도덕관의 본질입니다. 명백하게 부정의한 것만 인정할 뿐, 정의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여기죠.

리들은 로웨나에게 부정의한 사람이었으나, 꾸준히 그 색채가 옅어져 갑니다. 그리고 말미에는 자유를 주었습니다. 그건 아마 로웨나에게 이 사람은 (정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부정의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주게 만들었을 겁니다.

사실 이런 점을 직접적으로 “난 저 사람이 좋다”는 식으로 서술하지 않고, 계속 리들을 생각하고, 그를 살피고, 분석하는 식으로 묘사했던 것은 로웨나가 마지막 날 교수실에 달려가는 장면을 극적으로 쓰고 싶어서였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잘 인지를 못 하긴 했구요. 원래 ‘저 사람이 떠나간다’ 라고 하면 그간 무시해왔던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분명해지니까요.

로웨나는 리들에게 “이성적 끌림”외에도 무수히 복합적인 인식과 감정,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볼드모트, 악, 가르침, 주종, 가치관, 도덕관 등 키워드를 가진 썰들이 많지만 다 풀기에는 용량이 부족하네요. 물론 로웨나는 리들을 증오하고, 공포감 및 거부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로웨나가 인지했고, 활자와 상황을 통해 충분히 드러냈다고 봐요. 그래서 여기에서는 로웨나가 직접 서술하지 않은 리들에 대한 긍정적 감정에 대해서만 집중했습니다.

→ 다음 후기에서 계속..

============================ 작품 후기 ============================

제일 의외였던 게 몇번인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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