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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7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7 - (8)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 후로 나를 따로 부르지는 않았다. 나 또한 교수님을 찾아가 진실을 고백하는 일은 없었다. 시리우스가 덤블도어 교수님께 어디까지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리들 교수 말대로 시리우스에게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단지 정황상의 짐작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의아했던 것은 덤블도어 교수님의 호출 후에도 리들 교수는 나를 찾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심지어 수업 시간에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셀윈 성에서 돌아온 이후로부터 리들 교수는 마치 나에 대한 모든 관심이 증발되어버린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무심하게 대했다. 나는 오히려 그런 그의 태도에 묘한 위화감과 이질감을 느꼈다. 이상한 일이었다. 지난 몇 개월간 나는 그의 눈동자가 내 쪽을 향하기만 해도 몸을 덜덜 떨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그가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신경쓰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수업 도중에도 가끔 필기하는 것을 멈추고 리들 교수를 떠올리곤 했다. 그는 여전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내가 시험에 전념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건가. 수업이 끝나면 아무것도 모른 채 리들 교수에게 다가가 조잘대는 동기 친구들에게 나 스스로도 형언하기 힘든 부러움을 느낄 지경이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고 머리를 뒤흔들고 나서도, 다시금 그가 떠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마법약 수업에 집중하는 것에 꽤 애를 먹어야 했다.
수업은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끝났다. 가장 먼저 약을 제출한 아이작과 나는 그대로 마법약 교실을 나왔다.
“이제 좀 더울 정도네.”
지하에서 올라오자마자 아이작이 입고 있던 망토를 벗으며 중얼거렸다. 조금 서늘했던 지하의 마법의 약 교실과는 달리 계단을 올라와 도달한 1층에서는 살짝 후덥지근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봄을 지나 날씨는 여름에 가까워졌다. 밤이 되면 조금 쌀쌀해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복 니트를 벗고 셔츠 위에 대충 여름 망토를 두르고 다녔다.
1층까지 걸어온 탓에 더 더운 것 같기도 했다. 이러다가 땀으로 젖을 것 같아서 나는 풀고 있던 머리를 대충 쓸어올리며 대답했다.
“시간 정말 빠르다. 이제 곧 시험만 치면 방학이야.”
“맙소사… 이게 마지막 수업이라니.”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아이작은 뭔가 후련한 것 같았다. 마법약 수업을 끝으로, 들어야 할 학기 중의 모든 수업은 종강했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기말시험이었다. 이미 학교는 시험 기간임을 반증하듯 평소보다 더 차분한 분위기였다. 복도에 지나다니는 학생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들어가서 다시 시험 공부를 할 생각을 하며 내가 한숨을 쉬었다.
“요즘은 진짜 머릿속에 들어간 모든 것들이 그대로 날아가는 것 같아. 집중이 잘 안 돼.”
“집중력 약을 한 번 사용해보는 게 어때?”
그의 농담 어린 한 마디에 나는 옅게 미소 지었다.
시험 직전에 으레 그러하듯, 집중력이 높아지는 약이 래번클로 학생들 사이에 돌았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만든 집중력이 높아지는 약을 몰래 챙겨와서 공유했는데, 몇몇은 이를 직접 거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성능이 천차만별이기도 하거니와, 그 부작용 또한 다양했기 때문에, 재작년 N.E.W.T를 준비하던 7학년 선배 한 사람의 얼굴에 붉은 종기가 눈가에까지 일어난 것을 본 이후로 나는 한 번도 이를 구매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네 자리를 위협할까 봐 위기의식이라도 느껴?”
“어떻게 알았어?”
아이작이 진심으로 나에게 집중력 약을 권할 리 없었다. 그가 농담 어린 어조로 덧붙였다.
“연회장에서 호박 주스를 조심하길 바라. 내가 과도한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다이애나 선배가 마신 진정 물약을 그 안에 넣을 수도 있어.”
O.W.L 때문에 5학년 사이에서는 진정 물약이 유행하고 있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진정 물약 대신 자신이 직접 만든 물약을 마신 다이애나 선배는 진정되다 못해 너무 노곤해진 나머지 내리 삼 일을 잠만 잤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O.W.L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삼 일은커녕 하루 한 시간도 아까운 게 당연했다. 나는 내 컵에 미완성된 진정 물약을 넣는 아이작의 모습을 상상하며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런 행동이야말로 아이작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우리는 특히 시험 문제가 어렵게 출제될 만한 과목을 하나하나 읊으며 복도를 걸었다. 아이작과 나 두 사람 모두, 이번 변신술 시험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맥고나걸 교수님은 이미 이번 시험이 섬세한 기교를 필요로 하는 종류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었다. 하지만 장담컨대 아마 우리 둘의 점수 차이에 변신술이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다.
“너 이번에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 로웨나.”
아이작의 말에 나는 태연한 어조로 대답했다.
“나야 뭐 항상 열심히 하는데.”
“아니, 평소보다 더.”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내가 조금 얼떨떨한 태도로 묻자, 아이작이 엷게 웃음을 터뜨렸다,
“응, 칭찬 맞아.”
우리는 마침내 도서관 앞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으므로, 우리는 잠깐 도서관 앞에서 멈추었다.
“예전의 네가, 마치 해야 하니까 공부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요즘의 너는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처럼 공부하는 것 같아.”
내 착각인지 몰라도. 그가 덧붙였다.
“뭔가 목표라도 생겼어?”
아이작의 질문에, 나는 왜인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수석이라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은 리들 교수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수석을 하지 않으면 나는 물론 우리 가족들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리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지금도 과연 그런가. 아직도 나는 리들 교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설령 내가 수석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가 나를 처벌하지 않으리라는 것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이윽고 농담이라도 던지듯 내가 그에게 말했다.
“응, 목표가 생긴 것 같아.”
그가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나는 그대로 아이작을 쳐다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철옹성 아이작 본즈의 3년 연속 학년 수석기록을 무너뜨리고 내 이름을 호그와트에 남기겠어.”
내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예전이라면 쉽사리 할 수 없는 농담이었다. 이제야 인정하는 것이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아이작에게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혹여 들킬까 봐 마음을 졸이며 이를 깊은 곳에 숨겨왔다. 처음 그를 만날 때부터 나는, 모든 분야에 있어 아이작에게 뒤떨어진다고 생각했었고, 본능적으로 그를 이길 수 없는 사람이라 여겼다. 내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그에게 져 버리는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 두려워, 차마 도전조차 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꽁꽁 싸맸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상하게도, 그가 달성한 것들이 예전처럼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설령 내가 다시금 차석이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제 이에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즈 성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걸.”
그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나에게 단언했다. 나는 어쩐지 자신의 최선을 보이겠다는 그의 태도에 더욱이 호승심이 이는 것 같았다.
“그래야 더 재밌는 거 아니겠어? 필리다도 그랬잖아.”
나는 아이작에게 긴장하는 게 좋을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졌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 * *
기말시험이 시작되었다. 삼 일에 걸쳐 예정된 이번 시험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치러졌다. 첫날인 오늘 오전에 있었던 마법의 역사 시험에는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청의 마법사 전쟁에 대한 서술이 중점적으로 출제되었다. 지금까지 래번클로 학생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전해 내려오던 마법의 역사 족보에서의 출제 예상 내역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에 4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일대 혼란이 일었다.
청의 마법사 전쟁이라면, 내 조상인 알렉산드리아 셀윈이 참가해서 전쟁 공적을 세웠다고 수업시간에 배웠던 그 전쟁이었다. 나는 셀윈 성에 갔을 때, 홀 천장에 거대하게 그려진 청의 마법사 전쟁에 대한 천장화를 유심히 살폈던 기억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이 전쟁에 대해 익숙했던 나는 예측하지 못했던 질문에도 만족스럽다 싶을 정도로 답안을 작성하고 나왔다.
오후에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험이 있었다. 리들 교수가 예고한 대로 실기 시험을 중점적으로 치러졌다. 그가 공격 마법을 사용하면, 그 마법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방어마법을 구사하는 것이 시험의 주된 내용이었다. 시험은 교실에서 리들 교수와 대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바깥에서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자기 차례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들어가서 시험을 치렀다.
내 바로 앞 차례는 요한이었다. 교실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을 끝내고 나온 요한은, 나와 얼굴을 마주치자마자 중얼거렸다.
“최악이었어.”
그는 눈에 띄게 큰 한숨을 내쉬었다.
“교수님이 무장해제 마법을 걸었는데, 나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살비오 헥시아를 썼다고.”
살비오 헥시아? 나는 황당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을 애써 감춰야 했다. 그의 표정은 정말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긴장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었다. 나도 작년에 보가트에 대해 그렇게 달달 외울 정도로 공부했으면서, 정작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실기 평가를 치를 때는 지팡이조차 들지 못했으니까.
나는 그에게 가볍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래도 방어만 잘 되면 된 거지.”
“아냐, 심지어 제대로 된 막이 형성되지도 않았다구…….”
T(Troll, 트롤수준)를 받을 게 분명해. 그가 덧붙였다. 주눅이 들어 있는 요한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주며 나는 살비오 헥시아는 프로테고보다 고난도의 마법이기 때문에, 주문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기본 점수는 받았을 거라고 격려했다. 곧 내 차례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건 O.W.L이 아니니 너무 부담가지지 말라며 마지막으로 그를 위로하며, 급하지 않게 교실로 들어갔다.
리들 교수는 넓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 한 운데에 서 있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교실 문이 닫았다. 평가에 방해되지 않게 하기 위함인지 문은 자동적으로 잠겨졌다. 그대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리들 교수 앞에 섰다. 셀윈 성에 다녀온 이후로 그와 단둘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차이나 카라의 회색 재킷을 걸치고 있었는데, 살짝 올라온 목덜미 끝까지 단추를 잠그고 있었다. 그런데도 덥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이 다른 곳보다 더 서늘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가만히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빛 한점 들지 않은 어둡고 깊은 흑안이 나를 조용히 응시했다. 마주칠 때마다 항상 내 마음을 조이고 정신을 바짝 들게 했던 그 눈을, 나는 마치 낯선 사람을 바라보듯 차분히 관찰했다.
“준비됐습니까?”
리들 교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
그는 나를 다른 학생들과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것처럼 무감각하고 엄정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분명 나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서 O를 받을 것이라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도 더 여유로운 태도로 임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그가 지팡이를 들더니 주문을 외웠다.
“옵타티오 미실레.”
“케이브 이니미컴!”
주문의 영창과 동시에 투명한 막이 빛을 내며 형성되었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구현된 바람이 휘몰아치며 나를 덮었으나, 이는 내가 순식간에 만들어낸 방어막에 닿으며 빠른 속도로 소멸되었다. 리들 교수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거두면서 나에게 질문했다.
“여기에서 왜 케이브 이니미컴을 썼습니까?”
“교수님이 쓰신 마법은 원거리 물리공격마법이고, 저와 교수님의 거리가 일정 정도 이상 떨어져 있으며, 기본적 실력 격차가 있기 때문이죠. 케이브 이니미컴은 물리 공격에 가장 적합한 마법이니까요.”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 방어막을 거두며 그에게 분명하게 대답했다.
“덧붙여, 만약 교수님께서 저에게 3피트 정도 더 가까이서 같은 마법을 시전하셨다면 저는 발동 속도를 고려하여 차라리 ‘프로테고 듀오’를 선택했을 거에요. 옵타티오 미실레 자체가 바람을 모아서 쏘는 마법이기 때문에 많은 바람을 모으지 못하는 근거리에서는 그렇게 효력이 없을뿐더러, 제가 다음 공격을 준비해야 한다면 차라리 방어막의 해제 속도가 빠른 마법이 더 유리할 테니까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만족할 만큼 흠 잡을 것 없는 답변이었다. 리들 교수는 내 대답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딱히 지적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 후에도 몇 가지 다른 방식의 공격마법을 나에게 시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와 했던 개인 교습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난이도였다. 그는 일부러 4학년 수준으로 자신의 마법의 강도를 조절한 것 같았다. 나는 리들 교수의 모든 공격 마법을 제대로 막아내고, 그가 하는 말에 추가 질문까지 예상해가며 막힘 없이 대답했다.
오래지 않아 평가는 끝났다. 지팡이를 거둔 리들 교수는 그대로 손을 휘둘러 근처에 있던 양피지와 깃펜을 자신의 쪽으로 소환했다. 그는 서 있는 상태에서 무엇인가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대한 평가를 적어내리는 것 같았다.
“끝났으니 이제 나가도 좋습니다.”
나가라고? 왜인지 나는 그의 사무적인 어조에 다소 기분이 나빠졌다. 조금 굳은 표정으로 내가 그에게 물었다.
“질문 하나 해도 되나요?”
“물어보세요.”
고개도 들지 않고 그가 말했다.
“얼마 전에 덤블도어 교수님이 저를 호출해서 당신에 관해 물었어요.”
나는 이 사실을 그가 알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계속 리들 교수에게 이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는 마치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하기 싫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나를 피해왔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낼 수조차 없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당신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분명하게 물었다.
“교수님은 이를 알고 있나요?”
리들은 여전히 무엇인가를 계속 적고 있었다. 이윽고 들고 있던 양피지를 넘기며 그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알고 있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 거죠?”
그는 채점을 위한 양피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나에 대해서 그렇게 쓸 게 많단 말인가. 나는 입매를 굳힌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리들 교수가 채점지를 덮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시험과는 무관한 질문인 것 같은데.”
그가 손을 살짝 휘두르자, 다음 차례를 울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리들 교수님.”
“수고하셨습니다, 블루로즈 양. 이제 나가주셔야 할 것 같군요.”
건너편에서 스테이시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불만스러운 기색을 만면에 드러내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리들 교수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 * *
삼일에 걸쳐져 치러진 시험이 끝났다. 다음 주 중에 시험 결과가 발표날 것이고, 종강 연회를 하고 나면 1년 간의 학사 일정도 끝이었다. 곧 5학년이 되면, 이전보다 더 바쁘게 지내야겠지.
“이로써 2년 연속 슬리데린이 기숙사 우승컵을 차지하는구나.”
내 옆에 앉아 있던 필리다가 중얼거렸다. 아직 종강 연회를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기숙사 컵이 퀴디치에서 우승한 슬리데린에게 갈 것은 자명해 보였다. 애초에 점수 차가 너무나도 현저하게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기숙사들은 우승컵을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조금이나마 점수를 더 받아서 슬리데린과의 격차를 줄여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래번클로는 언제나 그랬듯 무관심했다.
필리다가 로스 베이컨을 포크로 집으며 중얼거렸다.
“래번클로가 기숙사 컵을 받은 적이 있긴 할까?”
“10년 전에 한 번 받은 적 있어.”
그녀가 생각 없이 던진 질문에 내가 대답하자, 필리다는 약간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트로피 보관실에서 봤거든.”
나는 딱 한 번 트로피 보관실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신기했다. 래번클로에 오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단체 활동에 관심을 쏟지 않았다. 물론 우리는 래번클로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프라이드를 느꼈지만, 이를 기숙사 우승컵을 쥐는 것으로 증명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10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래번클로가 기숙사 컵을 수여받게 되었을까.
“래번클로가 기숙사 우승컵을 받았다고.”
“그때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 애들이 우승컵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거 아닐까?”
“놀라울 정도의 실력의 수색꾼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요한과 필리다, 아이작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래번클로가 기숙사 컵을 타게 된 경위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냥 덤블도어 교수님께 물어봐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나는 괜히 교직원 테이블에 앉은 덤블도어 교수님 쪽을 흘끗거렸다.
이미 덤블도어 교수님의 관심이 나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언제든지, 어떠한 이유로든 레질리먼시를 시도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리들 교수는 제 정체에 관한 기억을 방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나 세밀하고 철저하게 가르쳤다. 사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나를 읽는다고 해도 그렇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어느새 종강 연회로 흘렀다.
“매년 종강 연회 때마다 마루더즈들이 뭔가 일을 쳤었잖아.”
“이번 해에는 맥고나걸 교수님이 단단하게 벼르고 있는 모양이더라.”
필리다와 요한은 어느새 입학 시절부터 계속됐던 마루더즈의 종강 파티의 장난을 하나하나 읊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재작년에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수염에 불을 붙이려고 시도했었고─이 때문에 점수를 깎아 먹어 하마터면 그리핀도르가 기숙사 컵을 못 받을 뻔했다. 영악하게도 그들은 그다음 해부터는 모든 점수가 정산되어 기숙사 컵을 받고 난 후에 계획을 실현했다─ 작년에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잠깐 연회장 바깥으로 나간 사이 연회장 테이블의 다리를 모두 까마귀로 바꿔서 날려버렸다.
심지어 당시에는 맥고나걸 교수님과 플리트윅 교수님까지 부재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테이블 다리를 만드는 것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담당이었던 기본 교수님이 맡았다. 그는 그렇게 능력 있는 마법사라고 볼 수는 없었는데, 테이블을 수평으로 들어 올려 모양새를 맞출 만큼의 기교가 있지는 못했던 탓에 결국 우리는 반쯤 오른쪽으로 휘어진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리들 교수라면 그렇게 어설픈 모습은 보이지 않았겠지. 나도 모르게 그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옆에 앉은 맥고나걸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리들 교수에게 시선이 갔다.
왜 그는 나를 전혀 부르지 않는 것일까. 셀윈 성에서 돌아온 이후는 물론 시험을 치고 나서도 리들 교수는 한 번도 나를 호출한 적이 없었다. 몸을 사린다고 보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의도적으로 나의 접근을 피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가 나에게서 거리를 두는 기색을 보이면 보일수록 뭔가 불안했다.
“로웨나.”
“응?”
리들 교수를 바라보고 있다가, 아이작이 부르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요한과 필리다 쪽의 눈치를 보던 그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들은 얘기를 너에게 해줬던가?”
“아니, 뭔데?”
나는 마치 리들 교수를 보고 있지 않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새롭게 수사를 시작했어. 호그와트에 죽음을 먹는 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거든.”
“뭐?”
나는 그의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수사를 시작했다고. 그런 것에 꼬리를 잡힐 만큼 리들 교수가 허술하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에드가 본즈가 나설 정도면 뭔가 낌새를 잡았다는 것 아닐까.
왜인지 불안한 마음에 심장의 고동이 빨라졌다.
============================ 작품 후기 ============================
부드럽게 웃으면서 너 나 못이김^^ 하는 아이작 쓰는데 쓰면서도 매력..이.. 하...
1. 101회차 셀윈 집요정 로지와의 대화 중, @삐루삐로님께서 “영어 대화인데 존대/하대 문제가 왜 불거지냐”라고 지적하셨는데, 호칭 문제를 저런 식으로 의역했다는 느낌으로 읽어드리길 부탁드릴게요. 순수혈통의 집요정과의 관계, 특히 '주'종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머글 출신 로웨나를 표현하기 위한 의도였답니다.
한국어와 같은 존대/하대는 영어에서는 없어요. 그럼에도 제가 이를 차용한 것은 인물의 캐릭터성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리들-로웨나, 시리-로웨나(특히 이 두사람은 평대를 해야 하죠ㅋㅋ), 아이작-로웨나의 관계는 이 존대/하대의 뉘앙스로 느낌이 달라져요. 게다가 이를 받아 들인다면, 리들이 교수인 모습이었을 때는 존대를 했다가 로웨나에게만 반말을 쓰는 장면을 모조리 수정해야 한답니다...
저는 존대라는 것이 로웨나라는 인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이건 아마 모든 대사가 한국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만요.
+(추가수정) 영어에도 존대/하대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구구절절해질 필요가 없었군요!
2. 99회차의 경우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대해 수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관한 설정 실수 지적해주신 @Jamey님, 감사합니다. 몇 문장 빠진 정도라 굳이 다시 읽으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3. 아참, 받은 팬아트 공지사항에 올렸어요^^ 구경오세요.
팬아트 주신 청x2님, 소리함님, 오래된장소님, 레몬실론티님, ilen님, 바니에님, 워브님, 한으님, 바니에님, 멀소님, pourqwerttyu님, toOlas님, 네리야님, 은월지영님, 냥씨님, 트누님, 희븜님, 르자매님, 카펠라니아님, 화련아님, Fillia님, 빌헤름님, 오이훙님, Chuwua님, 세르카딘님, 트래네님, 탈모개구리님, 흰진교님, 라짱님, 브리세크님, lovetolive님, 로하임님, TennoStella님, 워브님, 한타래님, 제율님, 예삐공주왔어열님, 시에리님, icypink님, 아비체님, 해나래님, 유레카i님, 츠피리아님, 하백우님, 스3스님, eun설월ic님, HeY1님, 2ris님, 둥둥챠오님, chococake님 감사합니다. 저 약간 수상소감 말하는 느낌?^^;;;;
정말 팬아트는 사랑입니다. 저장해놓고 몇 번씩 보고 막 멍하게 보고 또 보고 해요. 새 회차가 올라올 때마다 표지를 바꾸고 있긴 한데, 모든 분들의 팬아트를 다 표지로 하지 못해서 정말 슬픕니다..
4. 금방 치약이 새로 채워졌습니다. 이제 새것처럼 빵빵해졌어요!
5. 소설 내용에 관한 질문은 후기 Q&A에서 답변 드릴게요. 묻고 싶은 게 있으시면 꾸준히 질문 부탁드리겠습니다.
+ 후원쿠폰 주신 너오타녀님, 르벨님, 닭덕후님, 알류시나님, 12월의리디아님 감사드립니다^^
다음 회차는 내일입니다. 근데 언제 올라올지는 저도 몰라요... 오후 늦게 올라갈지도? 느긋하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