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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7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7 - (7)
나는 낯선 침대에서 눈을 떴다. 침대 천장에서부터 드리워진 휘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참 후에서야 여기가 셀윈 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뿌연 시야에 붉은 톤의 반투명한 커튼 색상이 아른거렸다. 겨우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방 안의 풍경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내가 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일까. 불현듯 어제의 일이 떠올라,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덮었던 이불에서 미약하게 시트러스 향이 났다.
어젯밤 나는 정말 서럽게 울었다. 그간 내가 겪어왔던 모든 고통에 대한 억하심사를 털어내기라도 하듯 끊임없이 눈물이 나왔다. 리들 교수는 말없이 옆에 있어 주었을 뿐이었다. 그칠 만하면 또 울고, 울음이 조금 그치려고 하면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나중에 와서는 리들 교수 앞에서, 이렇게 또 모든 부끄러운 모습을 다 보여줘 가며 울었다는 것에 서럽고 화가 나서 계속 울었다. 탈진이라도 할 것처럼 한참을 울고 나니 지쳐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겨우 울음을 그친 나는 응접실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든 것 같았다.
비몽사몽간에 누군가에게 안겨 들어 올려진 기억이 불투명하게 남아 있었다. 잠든 나를 여기까지 안고 올라온 것은 리들 교수였을까. 나는 입고 있는 옷이 어제와 같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낮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붉은 흙빛에 가까운 자색 무늬 벽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침대 밖으로 내려온 나는 방 안을 걸어 다니면서 구석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살폈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으나 어딘가 서늘하고 오래된 느낌이 드는 방이었다. 침대 근처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흰 꽃이 올려져 있었다. 조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마법이 걸린 장식용 꽃일지도 몰랐다. 조화가 올려진 테이블의 건너편 벽에는 바다를 그린 풍경화가 걸려 있었다.
나는 로지가 어제 나더러 엄마의 방에서 자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여기는 엄마의 방이겠지. 나는 실크 재질의 테이블보를 한 손으로 만지며 이 방에서 잠들었을 어린 엄마를 상상했다. 그림 속의 바다는 어쩐지 브라이턴의 해변과 닮은 느낌이었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놀란 나는 그대로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저 로지에요, 아가씨.”
나는 문가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방문을 열었다. 로지가 빼꼼히 나를 살피며 물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잘 주무셨나요?”
“응, 덕분에.”
나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까지 온 기억이 없는데 말야.”
“톰…… 아니, 리들 씨가 아가씨를 이 방으로 옮겨줬어요.”
“그래?”
그럴 것 같긴 했지만, 막상 정말로 리들 교수가 나를 안고 여기까지 온 건가 싶으니, 설명하지 못하는 감상이 일었다. 나는 애써 이를 떨쳐내며 그에게 물었다.
“여기가 엄마의 방이니?”
“그럼요.”
로지가 상기된 목소리로 과장되게 말했다.
“성에서 가장 바깥 풍경이 좋은 방이랍니다.”
그는 이 방이 얼마나 괜찮은지 한참을 설명했다. 풍경도 좋고, 입지도 좋고, 부엌이나 서재 등 다른 방과도 가깝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러 들으며 건너편 복도를 쭉 훑어보았다. 여긴 3층인 것 같았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로지가 잊었다는 듯 나에게 당부했다.
“그건 그렇고 식사하셔야죠, 아가씨.”
“식사? 식사 준비도 했어?”
“네.”
그가 대답했다.
“리들 씨가 오늘 일찍부터 출발한다고 하던걸요.”
“그래?”
하긴, 우리 일정은 원래 어제로써 끝나는 거였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
“나 씻고 내려갈게.”
로지는 어쩐지 신나는 듯 알겠다고 대답을 하며 다시 방을 나갔다. 나는 덮었던 이불을 정리하며, 그에게 욕실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것을 깜빡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딘가에 있겠지. 분명 퉁퉁 부었을 눈을 생각하니 어쩐지 한숨이 나왔다.
* * *
“오랜만에 테이블에 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니, 무척 행복해요.”
로지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거하게 아침 식사를 차린 그는 처음에는 리들 교수와 나만 두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와 단둘이 식사를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나는 로지에게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어달라 부탁했다. 혼자 아침을 먹는 것이 그의 입장에도 별로 반가운 일은 아니었는지, 다행히도 로지는 내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나는 억지로 그에게 웃어주며 테이블에 차려진 양송이 크림스프를 한 숟갈 떠서 입안에 넣었다. 그가 호들갑스럽게 나에게 말했다.
“입맛이 맞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로지가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요리를 한 사람이 긴장한 채 평가를 기다리고 있으니 뭔가 격찬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로지의 요리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제법 괜찮은 편이었다. 십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누군가를 위한 요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데도, 그의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은 것 같았다.
“맛있어. 잘 요리했는걸.”
“다행이네요.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답니다. 우유와 물의 비율을 제대로 맞춰야 이런 걸쭉한 식감이 나오거든요. …오, 거기 제가 직접 구운 토스트도 드셔 보시길 바랄게요. 설탕을 거의 넣지 않아서 꽤 담백하니까요. 요크셔 지방에서 직접 재배한 가장 좋은 밀을 사용했어요…….”
그는 질 좋은 밀을 어떻게 구했는지 구구절절 내뱉기 시작했다. 내버려 두면 스프에 사용한 양송이의 원산지는 물론 에그 샌드위치에 사용된 알을 낳은 닭의 탄생일까지 나올 기세라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말을 끊었다.
“이렇게 준비하기 많이 힘들었겠다.”
“아뇨!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런에스푸어로도 요리를 할 수 있는 걸요.”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로지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듯 결연하게 외쳤으나, 나는 그의 말 한마디에 어쩐지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로지는 내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아도 계속 제가 만든 음식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그의 말을 흘러 들으며 식사를 계속하던 나는 반대편에 앉은 리들 교수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는 이쪽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눈을 내리깔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리들 교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읽을 수 없었다. 그는 심지어 밥을 먹는 것에도 별로 의미는 두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새삼 그와 함께했던 연회장에서의 첫 식사시간을 떠올렸다. 그땐 대체 무슨 정신으로 리들 교수를 마주 보았을까. 나는 굳이 그에게 말을 걸지 않고 숟가락만 놀렸다. 우리 둘은 누가 먼저 말을 거냐는 내기를 한 사람인 것처럼 서로를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흥분해서 디저트 얘기를 하던 로지는 엄마의 이야기까지 언급했다.
“에밀리 아가씨는 식후 디저트까지 꼭 챙겨 드셨어요. 특히 타르트를 좋아하셨죠.”
“그래?”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엄마가 집에서도 타르트를 자주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내 말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배가 많이 고픈 것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좋아하며 설명하는 로지를 보니 음식을 남기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나는 결국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로지가 행복해하며 더 필요한 음식은 없는지 물었으나, 이미 배가 가득 찬 나는 고개를 휘저으며 사양했다.
식사가 다 끝나갈 때쯤 되자 로지는 부엌을 정리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리들 교수와 나, 우리 둘만 남았다. 그 또한 이미 식사를 끝낸 듯 수저를 놓은 상태였다.
그가 차분한 어조로 나에게 물었다.
“식사는 마친 건가?”
나는 조금 놀랐으나, 곧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네.”
“준비해. 곧 출발할 거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포트키와 기차, 플루가루를 통해 호그스미드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는 딱히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나도 입을 다물었다.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여정이었으나, 나는 그것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호그스미드 우체국에서 막 나왔을 때, 우체국을 들어오려는 한 마법사와 우연히 마주쳤다. 슬쩍 지나가려던 그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리들 교수를 불렀다.
“톰!”
리들 교수는 그가 자신을 부르기도 전에 이미 그 마법사를 알아본 것 같았다.
“오랜만입니다, 헤르만 교수님.”
교수님? 리들 교수가 살짝 묵례하며 그 마법사에게 인사했다. 나는 그제야 그를 자세히 살폈다. 초록색 마법사 모자를 쓰고 연두색의 화려한 망토를 두른 그는 유쾌해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머리가 희게 바랄 정도로 제법 나이가 있어 보였다. 그는 눈에 띄게 환한 미소를 띠며 리들 교수에게 말했다.
“자네가 호그와트 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네.”
“예, 지금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톰 자네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친다니, 감회가 새롭구먼. 나보다 더 잘 가르치리라 믿고 있네.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 있어서는 가장 뛰어난 학생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는 마치 잊었다는 듯 덧붙였다.
“하긴, 어떤 과목에든 소질이 있었겠지만.”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리들 교수는 평소에 그렇듯 지극히 예의 바른 태도로 그를 응대하고 있었다. 조용히 옆에 서 있던 나는 리들 교수가 호그와트에 재학하던 시절의 교수가 아니었나 추측만 할 뿐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안부를 가볍게 주고받았다. 헤르만이라고 불린 마법사가 흘러가듯 리들 교수에게 질문했다.
“곧 기말시험 기간이라 바쁘겠군…… 근데 여긴 웬일인가?”
“제자의 일 때문에 잠깐 호그와트를 나왔습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한번 힐끔 살펴보았다. 가만히 있는 것이 조금 그래서, 나는 괜히 고갯짓하며 헤르만 교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미소를 띠며 내 인사에 답례했다.
“그럼 이 학생이 자네 제자인가?”
“예.”
헤르만 교수의 흥미롭다는 시선이 나에게 와 닿았다. 리들 교수가 조금 뜸을 들이더니, 차분하게 덧붙였다.
“제가 아끼는 제자입니다.”
나도 모르게 리들 교수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내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여전히 헤르만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모습을 제법 오랫동안 응시했다.
헤르만 교수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가 아낀다고 인정할 정도면 제법 능력이 뛰어나겠구먼.”
두 사람은 그 후에도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나는 대화를 건너 들으며 그가 리들 교수가 학교를 다닐 무렵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치던 교수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대화가 조금 길어지기 시작하자, 리들 교수가 나에게 말했다.
“블루로즈 양, 먼저 호그와트에 들어가도 좋을 것 같군요.”
그가 덧붙였다.
“오늘 수고했습니다.”
“아, 네…… 호그와트에서 뵐게요.”
나는 그의 앞에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인사했다.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을 내버려두고 나는 먼저 호그와트 쪽으로 걸어갔다.
* * *
약초학 교과서를 편 필리다가 책장 구석진 곳까지 살펴가며 나에게 물었다.
“활짝 피었을 때 푸른색의 꽃이 피며,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환각작용이 있는 약초는?”
“파파베르 솜니페룸.”
“산호수의 열매에서 진정 기능을 하는 액을 추출하는 방법은?”
“일단 산호수는 원래 습한 지역에서 나는 아열대 식물이니까 물을 충분히 줘야 해. 물이 부족하면 열매의 자정기능이 떨어지거든. 그러고 난 후, 붉은색 열매의 잎사귀 끝까지 올라왔을 때 따야 하지. 일단 씨앗을 제거한 다음 남은 과육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없애고 끓여서 정제하면 푸르른 액이 나오는데, 이를 약 5일간 상온에서 방치하면 진정기능을 하는 용도로로 사용할 수 있어.”
나는 덧붙였다.
“참고로 열매를 선택할 때에는 잎사귀의 선명도를 따라 고르는 게 좋아. 잎사귀가 선명할수록 건강한 산호수이고, 열매의 진정기능도 탁월할 테니까 말이야.”
“완벽해.“
약초학에서 필리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를 뿌듯하게 했다. 아직 약초학 시험을 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O가 찍힌 성적표를 받은 기분이었다. 필리다가 내 머리를 한 번 쓱쓱 쓰다듬더니 대견하다는 듯 말했다.
“넌 역시 가르치는 맛이 있어.”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죠, 스포어 교수님.”
“너같이 빠릿하게 잘 알아듣는 애들만 있으면 교수도 꽤 할만할 텐데 말이야.”
나는 그녀의 극찬에 싱긋 웃었다. 필리다의 반응만 보면 약초학은 이 정도로 끝내도 좋을 것 같았다. 꾸준히 복습만 해야지. 지금 급한 건 천문학이었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들고 온 책 몇 권을 휴게실 테이블에 얹으며 아이작이 우리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이작, 왔구나.”
나는 반가움을 드러내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필리다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랑스러운 기색을 지우지 못하고 그에게 말했다.
“로웨나는 이번 약초학 시험에 O를 받고도 남을 거야.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추가점을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날걸.”
긴장해야겠다, 아이작? 필리다가 자리에 앉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아이작은 일부로 불퉁한 척 한마디 던졌다.
“왜 로웨나에게만 특강이야? 나도 약초학 같은 조 아닌가?”
“넌 어쩐지 약초학까지 잘하면 얄미울 것 같아.”
필리다가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게다가 항상 수석하는 애가 또 수석하면 재미없지. 차석이었던 애가 수석을 하는 것이 더 카타르시스를 주는 법이야.”
나는 나를 가지고 대리만족이라도 하려는 듯한 필리다의 말에 옅게 미소 지었다. 아이작은 피식 웃으며 필리다의 말을 흘려듣고는 나에게 한마디 건넸다.
“아까 덤블도어 교수님이 로웨나 너 호출하셨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응. 여유 있을 때 사무실에 찾아오라시던데?”
올 것이 왔구나, 드디어. 나는 긴장한 기색을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지금 다녀오는 게 좋겠어.”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마음 졸이고 있는 것보다는 얼른 해결하는 것이 더 나았다. 괜히 마주하기 싫다고 회피한다 해도 덤블도어 교수님과 결단을 내기 전까지는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얼른 다녀와서 나한테 방어마법이나 좀 가르쳐줘, 로웨나.”
필리다가 지나가듯 한마디 던졌다.
“알겠어, 있다 봐.”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래번클로 휴게실을 나섰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무실에 가는 것은 비밀의 방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나는 래번클로 탑을 나와 그대로 호그와트 성으로 건너갔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무실은 2층에 있었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위쪽에서 사람들 몇 명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바라보니, 반대편에서 리들 교수가 슬리데린 학생들과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고개를 숙이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블루로즈 양.”
그는 여타 학생들에게 대하듯 거리감 있게 응대했다. 그의 시선이 살짝 나에게 닿았다가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리들 교수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던 슬리데린 학생들이 그에게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험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들려왔다.
그날 이후로, 리들 교수는 나를 개인적으로 따로 부르지 않았다. 의심의 소지를 없애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꾸준히 공부에만 전념해왔고, 수업시간이나 대연회장에서나 멀리서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다 가끔 시선이 마주치면, 무심한 척 고개를 돌리고도 그 검은 눈동자가 시야에 잔상처럼 남곤 했다. 나는 방금 보았던 리들 교수의 눈길을 애써 머릿속에서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리들 교수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였다. 그런데도 이제 나는 리들 교수가 예전처럼 무섭지 않았다.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무실 계단으로 통하는 이무기 석상을 지나 그대로 올라갔다. 그리핀도르 장식으로 된 문고리를 몇 번 두드리자, 누가 문을 열어주는 것처럼 저절로 문이 열렸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무실은 다른 교수님들과는 다르게 원형의 방이었다. 여기에 올 때면 언제나 그렇듯 양쪽 벽면에 빽빽하게 걸려있는 역대 교장들의 초상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박달나무 문이 닫히며, 황금 횃대 위에 화려한 깃털이 달린 불사조가 고개를 꾸벅이며 조는 모습이 보였다. 교수님의 사무실에 방문할 때마다, 혹시나 불사조가 몸을 태우며 부활하는 장면을 보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가 졸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오늘도 내 기대는 무산될 것 같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을 찾으려는 순간, 그가 캐비닛 뒤편에서 갑자기 나타나 깜짝 놀랐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오, 왔구나.”
“네, 저를 부르셨다구요.”
“그래, 안쪽으로 들어오려무나.”
교수님의 책상은 양피지와 각종 마법 기구로 온통 어질러져 있었다.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널브러져 있었던 양피지들이 날아가더니 차곡차곡 쌓여서 반대편의 서랍으로 들어갔다. 나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왼손에 들고 있는 손전등 같은 이상한 물체를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그게 뭐죠, 교수님?”
내가 보기에 그것도 건전지로 작동되는 머글 세계의 물건이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머글 물건에 관심이 있나?
“지금 개발하고 있는 마법물품이란다.”
그가 조금 즐거운 듯 대답했다.
“주변의 불빛을 흡수해서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도구지.”
“불빛을 흡수한다니요?”
“나는 머글 세계에 갈 일이 많거든. 가로등을 일일이 마법으로 끄는 것이 꽤 번거롭기 때문이지.”
나는 눈을 깜빡이며 덤블도어 교수님이 쥐고 있는 손전등을 바라보았다. 가로등의 불빛을 흡수할 발상을 하다니. 교수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괴짜인 것 같았다. 조금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그의 말에 수긍하는 척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쥐고 있던 손전등을 책상 어딘가에 던져놓고는 나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나는 그의 책상 반대편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뭐 마시고 싶은 거라도 있니?”
“딱히 없어요.”
“그럼 셋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좋겠구나.”
덤블도어 교수님이 반달안경을 콧잔등 위로 들어 올리며 물었다.
“코코아, 허니레몬티, 진저티가 있단다. 뭘 마시고 싶니?”
“음…… 전 진저티를 마실게요.”
“오.”
그가 쾌활하게 미소를 지었다.
“진저티를 고른 학생은 간만인 것 같구나. 덕분에 진저티를 개시할 수 있게 되었는걸.”
그가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르자, 공중에서 컵이 툭 튀어나왔다. 동시에 책상 건너편에 놓인 주전자가 스스로 끓기 시작했다.
“요즘 학교생활은 어떠니?”
“아…… 잘 지내고 있어요.”
“셀윈 가의 일 때문에 너도 나름 혼란스러웠을 거라 생각한단다.”
이윽고 끓는 주전자가 날아와 내 잔에 차를 채웠다. 나는 잔에서 나는 뜨거운 김을 바라보며 덤블도어 교수님의 말에 조용히 대답했다.
“처음엔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다행이구나.”
덤블도어 교수님이 마치 옛일을 떠올리듯 말했다.
“에밀리도 너처럼 뛰어난 래번클로였어.”
“엄마를 기억하시나요?”
“물론이지.”
지금까지 마녀로서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리들 교수에게서가 전부였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엄마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진짜 엄마가 마녀였구나. 나와 같은 래번클로의 교복을 입고 같은 기숙사에서 잠들었다는 것이 잘 상상이 가지는 않았다.
내가 찻잔에 입을 가져다 대며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물었다.
“엄마는 어땠나요?”
“사려 깊고 영민한 마녀였지.”
교수님이 하는 말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본인의 진심인 것 같았다.
“아마 계속 학교를 다녔더라면 반장은 물론 학생회장까지 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덤블도어 교수님은 나에게 엄마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실제로 래번클로의 5학년 반장이기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리들 교수가 말해주지 않았니? 에밀리와 잘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단다.”
나는 갑자기 덤블도어 교수님이 리들 교수를 언급해서 조금 놀랐다.
“네. 하지만 반장이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말을 받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잠깐 대화가 끊겼다. 교장실 구석에서 졸고 있던 초상화 중 한 명이 크게 하품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저티를 마저 마신 덤블도어 교수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리들 교수에 대해 시리우스 블랙과 대화를 길게 나누었단다. 나에게 제법 많은 이야기를 해주더구나.”
나는 책상 아래로 주먹을 쥐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일 것이다. 그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없니?”
마치 숨겨진 무엇인가를 탐색해내듯 그의 깊고 푸른 눈동자가 나를 그대로 응시했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기에서 내가 진실을 말하면 어떻게 될까.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에게는 이 순간이 길고도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금방, 태연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뇨, 그때 말씀드린 게 다예요.”
내가 말을 이었다.
“시리우스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거예요. 리들 교수님은 저에게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시고 계셔요.”
덤블도어 교수님의 시선이 살짝 나를 향했다.
“그렇구나.”
교수님은 차를 한 잔 마시면서도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용기를 내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단다. 고민이 되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주렴.”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 딜루미네이터는 실제로 덤블도어의 발명품입니다.
++ 원작에서 리들시대의 어마방 교수는 메리쏘우트 교수지만, 로웨나에서는 십육년 늦게 태어났으므로 달라요! 원작 설정이 없어서 가상의 인물을 집어넣었습니다.
지난 코멘트에 달려있던 독자님들의 의문에 대해 가감없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이제 스포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깜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엄청 길어요!
1. 리들의 선택에 대하여.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살인을 저질렀어요. 그런데 여러분이 썸 타고 있던 어떤 남자(혹은 여자)가 당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여러분이 살인자라는 사실을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는 지금 이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슥삭 할 수 있는 강력한 무력과 능력이 있죠. 만약 여러분께서 기본적인 도덕의식이 결여되어있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리실 건가요?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이 눈에 쏙 들어오지 않나요?
이게 리들의 상황입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로웨나를 살려두는 건 (적어도 리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말도 안되는 판단이었어요.
2. 오블리비아테를 쓰면 안 되냐?
모 독자님께서 코멘트로 오블리비아테 얘길 하셨는데, 오블리비아테는 완벽한 마법이 아닙니다. 기억 조작의 흔적이 남을 수 있고, 지웠던 기억을 복구도 가능합니다. ‘톰 리들=볼드모트’ 가 밝혀지면 자신이 세워두었던 계획이 완전하게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리들이 오블리비아테 하나 써서 기억조작만 하는 정도의 처치를 해놓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가 읽으면 기억 조작한거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기억마법 정도를 충분한 안전장치로 여기는 것은 적어도 로웨나 속 리들이라고는 볼 수 없어요. 차라리 로웨나를 어디 옷장같은데 가둬놓고 아무도 못만나게 하는 게 더 리들스러울 듯... 이것도 사실 로웨나 속 리들 답지는 않네요. 그러는 바에는 차라리 흔적도 없이 죽이는 게 더 나으니까요.
3. 그럼 왜 살려두었는가?
저는 여기서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사실 자체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리들은 항상 “왜”에 대답을 할 수 있는 선택을 해왔습니다. 리들의 캐릭터 자체가 “정합성”이라는 성격을 가지니까요. 자신의 기준과 목적에 따라 비인간적이고 악랄하되 가장 효율적이고도 확실한 방법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행동에는 모두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지요.
그런데 로웨나를 살려둔 것은 자신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전혀 정합적이지 못한 선택이었습니다. 그건 아마 해야한다/하지말아야한다가 아니라 하고싶다/하기싫다의 철저히 ‘감정’적인 결단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없애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리들은 스스로도 여러 가지 이유를 덧붙여가며 이를 적절한 판단이라고 합리화 해왔을 겁니다.
리들이라는 캐릭터는 감정적 결단을 내리는 순간부터 붕괴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시작이 ‘로웨나를 살려둔 것’이라고 보구요. 로웨나에게는 가시적인 악몽이었지만, 리들에게는 로웨나의 존재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제 살을 갉아먹는 독이었습니다. 문제는 스스로가 그걸 깨닫지 못했다는 거지만.
과거에 만난 적이 있다, 오블리비아테로 기억을 지웠다, 라는 추측이 있더라구요. 제 소설속 설정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방할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은 아예 언급되지 않을 예정이므로, 독자님들이그러한 유령플롯을 설정해둔다 하더라도 소설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물이 로웨나를 살려두는 비이성적 선택을 한 시점에서부터 “무너져 가는” 과정이었답니다.
4. 로웨나를 향한 리들의 마음?
저는 초반부 로웨나를 향한 리들의 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끌림’이라고 생각해요. 아시다시피 처음에 로웨나를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고 도서관에서 어둠의 마법도 열심히 가르치는 장면이 나오죠. 리들이 호그와트에서 교수직을 하는 것에는 자신의 fellow를 만들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리들은 비록 얘가 머글출신이긴 하지만 잘 꼬득여서 어디다 써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을겁니다. 로웨나가 현실적인 대처능력은 떨어지지만 제법 말귀 잘 알아듣고 똑똑하니까요. 근데 사실 그것도 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는 끌림으로 인한 판단이었다고 봐요. 그 리들이 기숙사까지 데려다주다니.
로웨나가 리들의 정체를 알아차린 순간부터, 리들은 로웨나를 이용할 계획을 완벽하게 짜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로웨나 조건이 좀 좋나요? 머글에다가 똑똑해, 가르치면 쑥쑥 따라오지, 소심해서 반항하나 없이 하라는대로 해, 게다가 심지어 셀윈가 후계자. 충분히 이용가치가 있을거라고 합리화시킬만한 스펙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철저하게 도구로 삼으려고 마음먹은게 맞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원리원칙에 따라 로웨나를 철저히 도구, 수하로 취급하죠. (본인이 끌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모릅니다.)
리들이 로웨나를 향한 감정이 깊어지는 과정은 그가 자신의 합리화가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비슷한 수순으로 흘러갑니다. 스스로 로웨나를 살려둘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아차려요. 그리고 리들이 로웨나에게 보이는 감정선은 이를 인지하고, 무시하고, 다른 방식으로 합리화하고, 명백히 알아차리고, 부정하고, 감정을 버리려고 하고, 깨닫고 등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만 지금에 와서는 스스로도 완전히 인정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힘내, 리들.
5. 로웨나는 리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희미하게 감을 잡을 뿐이죠. 어떻게 열일곱살 여자애가 모든 것을 다 알겠어요. 지난 회차는 그래서 어려웠습니다. 그걸 오로지 로웨나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독자님들이 그 일부분만 가지고 전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 했으니까요. 그 결과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저 이상으로 나타내지를 못하겠어요. 독자님들이 이해할 만큼, 로웨나가 통찰력 있는 서술자가 된다면 그건 오히려 로웨나의 캐붕이라고 생각해요. 로웨나는 저 정도로밖에 판단하고 말하지 못해요. 다 드러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완결 후 후기에서 썰을 털어놓도록 할게요.
6. 덤블도어는 리들의 정체를 몰랐습니다. 독자님들은 덤비에 무한신뢰를 보이셔서 조금 당황했습니다만, 제 생각에 덤비는 모든 것을 아는 신 같은 존재는 아닙니다. 해리포터 1권에서는 볼드모트의 수하인 퀴렐을 교수로 임용했고, 2권에서는 질데로이 록허트, 4권에서는 심지어 매드아이 무디인 척 하는 크라우치를 교수로 임용했어요. 특히 크라우치는 백퍼 볼디편이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진짜 해리 죽일 수 있었을텐데.. 해리가 트리위저드 우승컵 잡고 볼디 만나는 사단이 날때까지 덤비는 이를 몰랐어요. 권말에서 보인 반전매력을 통해 덤비가 흑막인 것이 부각된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덤비가 호그와트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아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명하고 통찰력이 있는 대마법사일 뿐이라고 봐요.
리들은 원작에서도 학교다닐 때 교장도 속일만큼 영특하고 치밀한 아이였습니다. 얘의 실체를 파악하는 사람은 덤비가 유일했어요. 저는 그 이유가 어릴 때 얘의 실체를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 속 어린 리들은 오클러먼시를 하지 못했거든요.
사실 로웨나 구상하면서 제일 괴로웠던 게 레질리먼시였어요. 레질리먼시 이거 진짜 귀찮은 마법입니다. 만능이잖아요. 뭐만 하면 읽을 수 있음. 레질리먼시 하나면 다 설정구멍 나버려요.ㅋ...ㅋㅋ.. 원작 작가님도 쓰다보니 거슬렸나 봅니다. 그래서 이것이 불법적 소지가 있다고 암시를 줘놨어요. 다행이야. 고마워요, 롤링 여사. 그렇게나마 안해놨으면 난 꽤 머리 아팠을거야...
여튼 로웨나 속 리들은 셀윈 성에서 오클러먼시를 꽤 어릴 때 배웠습니다. 아이작이 명문가에서는 어릴 때부터 오클러먼시를 배운다는 썰을 글 초반부에 풀었습니다. 그건 뜬금없지만 리들을 위한 언급이었어요. 영악한 어린 리들은 셀윈 성에서 배울 수 있는건 다 배웠을겁니다. 심지어 레질리먼시까지요. 그래서 나중에 덤비가 고아원에 찾아왔을때에도 그렇게 놀라지 않았을테고, 자신의 속을 백퍼 드러내지는 않았을겁니다. 그래서 덤비는 리들을, 단지 성격이 좀 모나고 차가운 애 정도로 파악했지, 얘가 내면에 시커먼 것을 숨기고 있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어여. 그래서 덤비가 리들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의심’해오지는 않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