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웨나 블루로즈-83화 (8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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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5 - (17)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리들 교수였다. 직감적으로 나는 그가 이 사건과 무엇인가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겉으로 이를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애써 무표정을 가장하며 말없이 키이라를 응시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안 잡혀.”

그러나 애초에 키이라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민달팽이 클럽에서 그랬듯이 부서장이 얼마나 무능한지 털어놓기 시작했는데, 내가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을 퍼지 부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그녀에게 있어 일종의 업무를 시작하기 전 스트레스 해소였던 것 같았다. 불평을 다 쏟아내고 나자 무엇인가를 시작할 마음이 생겼는지 그녀가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수사를 한 번 진행해 볼까.”

그녀가 손짓을 한 번 하는 것만으로 그녀의 가방에서 깃펜과 양피지가 튀어나왔다. 자연스럽게 허공에 뜬 깃펫과 양피지는 공중에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오늘의 날짜와 장소, 사건 번호 등을 기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키이라가 손으로 직접 적었던 것 같은데. 깃펜이 조사 참고인으로 내 이름이 적히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도중,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로웨나, 너도 알다시피 이 디멘터 탈출 건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야.”

나는 양피지에서 눈을 떼고 그녀 쪽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위즌가모트에서 발부한 영장에 따라 네 기억을 읽을 수도 있어.”

“오, 안 돼요.”

옆에서 듣고 있었던 듯 폼프리 부인이 놀라서 소리쳤다.

“로웨나양은 지금 정신계 마법을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아, 제가 공부하느라고 집중력 마법을 과도하게 사용했거든요. 제 정신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래요.”

그래 보이세요? 내가 조금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묻자 키이라가 깔깔 웃었다.

“네가 금지된 숲에서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보다는 그쪽이 더 납득이 가네.”

그녀는 팔목에 매고 있던 고무줄을 빼내 어깨까지 늘어뜨려 있던 짧은 단발머리를 질끈 묶었다. 나는 그제서야 5, 6년 전 키이라와 머글 세계에서 만났을 때에도, 그녀가 무엇인가 사건 처리를 진행하기 직전에 저렇게 머리를 묶곤 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좋아, 그럼 네 진술부터 들어보도록 하지.”

그녀가 내 침대 가에 앉자, 거리를 두고 공중에 떠 있던 양피지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키이라의 시야 근처에서 머물렀다.

“어제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해줄래?”

나는 천천히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오그씨의 오두막에 도착해 금지된 숲으로 향한 이야기, 도중에 켄타로우스를 만난 이야기와 두 개로 나뉜 갈림길, 팀으로 나누어 페어리의 날개를 찾은 일과 갑자기 나타난 늑대, 개 그리고 사슴에 대한 것까지 모두 전했다. 마지막에 시리우스가 나타나 패트로누스를 썼다는 부분만 제외하고는 모든 것들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키이라의 깃펜은 내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내가 하는 말을 자동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 말들이 모두 글자로 남는다는 것이 신경 쓰여 나는 한 마디 한 마디에도 꽤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해야 했다.

대충 이야기를 끝나자, 키이라가 그 자리에서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한번, 내가 정리해볼게.”

별로 정리가 필요한 만큼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키이라는 저 혼자 떠 있던 양피지를 공중에서 낚아챘다. 날개가 달린 것처럼 파르르 날고 있던 양피지는 그녀의 손안에서 얌전해졌다. 그녀는 양피지에 적힌 것들을 눈으로 한 번 쭉 훑더니 나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늑대가 나타났고. 개가 튀어나왔고. 싸우다가 늑대가 도망가니까 사슴이 뒤로 쫓았다고. 그리고 디멘터가 나타났단 말이지.”

“네.”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하더니 한마디 내뱉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나는 말없이 그저 눈만 깜빡였다. 그녀는 약간 수상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나에게 물었다.

“빼 먹은 부분은 없는 거지?”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게 조금 찔리긴 했지만, 폼프리 부인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도 금지된 숲으로 들어갔다는 것까지 언급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그것까지 말해버리는 것은 시리우스에게 위험한 일이었다.

“디멘터가 나타났는데 그냥 기절했고, 일어나보니 병동이었다고?”

그리고 널 구해준 것은 그 유명한 블랙 가의 이단아, 라는 거지. 키이라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네, 그렇다고 하네요.”

기절한 상태라서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녀에게 모호한 뉘앙스로 대꾸했다. 그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나는 그저 디멘터를 보고 기절한 것에 불과했으니까.

키이라는 공중에 있던 깃펜을 낚아채 깃 부분으로 양피지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한참을 양피지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깊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녀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무엇보다도 이상한 건.”

그녀는 들고 있던 깃펜으로 양피지의 어떤 부분에 줄을 길게 그었다.

“이 부분이야.”

키이라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냥 걸어갔는데 하늘에서 디멘터가 나타났단 말이니?”

“네.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나는 조금 당황스러운 어조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럼 디멘터가 땅에서 솟구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마치 너를 고른 것처럼 나타나서 다가왔다고?”

나는 어쩐지 그녀가 나를 수상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내 착각이겠지. 나는 무엇인가를 알아내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키이라와 눈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당사자의 기억을 읽는 쪽의 일을 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말로만 진상을 추측해 낸다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거기다가 기절했다가 일어나보니 병동이었다?”

나는 그녀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를 파악하지 못해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적어도 시리우스에 관한 한 내가 거짓말을 한 부분도 없잖아 있으므로, 그녀의 말에 조금 위축되는 기분도 들었다.

누군가가 내 침대 쪽으로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할 말이 많아 보이는군.”

나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리들 교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왜 여기에? 예상치 못한 리들 교수의 등장에 내 몸이 살짝 굳었다. 어둠 속에 물들인 것 같은 새까만 눈동자가 스치듯 나를 향했다. 병동의 흰 커튼과 대비되는 그의 흑발과 검은 망토에서 싸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수업 시간이든 연회장이든 계속 마주쳐왔지만, 그래도 그때 이후로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가 천천히 걸어와 내 앞에 서자, 비록 옆에 키이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밀도 높은 긴장감을 느꼈다.

침대에 편하게 앉아 있던 키이라는 다소 놀란 듯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 또한 리들 교수가 이 상황에서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한 모양이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 리들 선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야, 키이라.”

리들 교수는 그녀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 나는 그의 어조에서부터 어쩐지 학생들에게 대하듯 친근한 기색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리들 교수가 자신을 알고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 그녀가 조금 놀란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를 기억하시네요.”

“물론이지.”

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법 사고와 재난부에 배정된 지 올해 들어 6년 차 쯤 되지 않던가?”

“허. 벌써 그렇게 됐던가요?”

저보다 저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계시는군요. 키이라는 조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리들 교수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자네 동생은 잘 있나? 얼마 전에 치료사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아. 작년 말부터 성 뭉고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리들 교수는 물 흐르듯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민달팽이 클럽에서 키이라는, 리들 교수가 자신의 이름조차 모를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그건 그녀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리들 교수는 그녀에 대해 꽤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는 리들 교수가 그 정도로 자신에게 관심 있었는지 몰랐다는 듯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둘은 그 이후로 한참을 대화했다. 리들 교수는 최근에 발생한 디멘터 사건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데, 키아라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사건의 해결방향을 제대로 짚어갔다. 아이작이었던가, 그가 과거에 마법부에서 근무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그는 마법부의 사건 처리에 대해, 현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키이라보다 더 자세히 꿰뚫고 있는 듯 보였다.

혹은 그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나는 그들의 대화에 말없이 귀 기울이며 디멘터 건이 리들 교수와 무엇인가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가볍게 말을 이어가던 리들 교수는 시작이 그랬듯 먼저 대화를 끊어냈다.

“취조는 끝난 건가?”

취조? 나는 그가 택한 다소 과격한 어휘에 당황했다. 물 흐르듯 온건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던 둘 사이에, 마치 당장에라도 지팡이를 겨눈 것처럼 싸한 분위기가 흘렀다. 어찌 대답하지 못하고 멍하게 서 있는 키이라에게 리들 교수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제자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소 무심하게 던져졌던 그 한마디만으로 약간 늘어져 있었던 분위기가 눈에 띄게 팽팽해졌다. 정신이 바짝 든 나는 눈을 깜빡이며 리들 교수를 바라보았다.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키이라에게 무엇인가 경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요, 선배.”

그녀의 목소리에 약간 당황스러운 기색이 섞였다. 나는 깨달았다. 여유롭게 칼을 들고 있는 쪽은 리들 교수였고, 겨눠진 쪽은 키이라였다. 하지만 그가 칼날을 들이밀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키이라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친절하게 그녀를 대하고 있었지만,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것은 리들 교수였다.

그는 어조 하나 변함없이 키이라에게 물었다.

“그럼 어느 정도는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가 차분히 덧붙였다.

“블루로즈 양과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아, 네. 그래요.”

그저 말 한마디를 한 것뿐이었음에도 마치 키이라가 여기서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가방을 챙겨 들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나는 모르는 사람이 보았으면 그저 시간이 되어서 떠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로웨나, 다음에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는 평시와 같이 경쾌한 말투로 나에게 악수를 한 번 했다. 리들 교수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그녀는 그대로 병동을 나갔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병동을 완전히 나가자, 리들 교수가 망토 안에서 지팡이를 꺼냈다. 단지 지팡이를 꺼내는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 나는 저주에 걸릴 것처럼 긴장했지만, 그는 그저 도청방지 마법을 걸었을 뿐이었다. 침대 주변에 투명한 막이 살짝 빛의 흔적을 남기듯 생겼다가 사라졌다.

지금까지 쭉 그를 피해 다녔던 것은 나였지만, 리들 교수 또한 그간 딱히 나를 찾지는 않았다. 왜 여기까지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꺼낸 지팡이를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으며, 리들 교수가 조용히 나에게 물었다.

“몸은 좀 괜찮나?”

나는 그가 묻는 것이 정말 그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작 디멘터에게 공격을 받은 정도로 여기에 누워있느냐는 질책이 아닐까. 나는 뭔가 짐작하기를 포기했다. 괜찮다 못해 쌩쌩한 상태인데도 환자인 것 마냥 여기 앉아있는 것이 조금 찔리기도 했던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뭐… 네.”

우리 둘 사이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 날 이후로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그에게 궁금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왜, 그때 나에게 입을 맞추었는지. 하지만 정작 리들 교수와 단둘이 남게 되자, 나는 그가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 조금 두려워졌다. 나는 어떤 대답을 기대하는가. 네가 장난감이라서 가지고 논 거라고? 너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어느 쪽도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그러는 바에는 차라리 애초에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편이 나았다. 나는 일부러 화제를 돌릴 요량으로 그에게 먼저 질문했다.

“왜 키이라에게 ‘취조’라는 표현을 사용한 거죠?”

리들 교수의 검은 눈동자가 나에게 꽂혔다. 레질리먼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쯤은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내가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네가 마법부에서 꽤 관심을 받는 유명인사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

그러나 그는 별말 없이 내 질문에 대해 답해주었다.

“보통의 학생이면 모를까, 너는 바실리스크를 상대해 비밀의 방까지 닫은 적이 있으니 수상해 보이는 부분이 있었겠지.”

“나를 혐의 선상에 두고 있다는 말이군요.”

나는 조금 의문스러운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그럼 저게 수사의 범위를 넘은 건가요?”

“교육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호그와트 학생이 호그와트 내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마법부가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어. 이는 수사권에 우선하지.”

리들 교수가 유려하게 말을 이었다.

“키이라 벨이 자율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호그와트의 배려일 뿐이다. 원칙적으로 호그와트 내에서는 교수가 대동한 상태에서 허가받은 질문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

나와 눈을 마주하며 그가 덧붙였다.

“네가 굳이 모든 것을 말할 의무도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녀가 나를 의심할 만한 개연적인 상황이었지만, 나는 정말로 디멘터과 출몰한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리들 교수라면 몰라도. 나는 키이라가 잘못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고 여겼다.

그대로 앉아있는 것이 조금 불편해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 밑으로 내려왔다. 곧 수업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굳이 병동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침대 앞에 바로 선 나는 곧 나를 내려다보는 리들 교수와 눈을 마주쳤다.

나에게 무엇인가 할 얘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가 키이라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조금 머뭇거리던 나는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저에게, 더 할 말은 없으신가요?”

나를 향한 리들 교수의 눈길은 어느 때보다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진짜가 아닌 가장된 것이라 직감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가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감정을 모조리 끌어올려 나처럼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애써 이를 무시하며, 나는 차분하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음 주부터.”

리들 교수의 차가운 시선이 나에게 잠깐 닿았다가 거두어지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것이 그 어떠한 의미를 비추지 않았음에도. 나는 그가 나의 모든 반응을 이미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리들 교수는 병동 커튼을 걷으며 조용히 한마디 했다.

“공격 마법의 연습을 다시 시작하도록 하지.”

그는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그의 명령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예전의 나라면 리들 교수가 이렇게 강압적으로 행동할 때마다 나를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는 선연한 두려움에 침잠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리들 교수에 대한 두려움 한가운데에서, 나조차도 쉽게 억누를 수 없는 미묘한 반감이 떠올랐다.

다시 한 번만이라도 그의 감정을 읽어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한 치 앞을 더듬을 수도 없는 흑안으로 무덤덤하게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모조리 숨겨버리겠다 이거지. 그때 보였던 감정들은 온전한 어둠 속으로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그것이 한편으로는 안심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빴다. 그렇지만, 왜?

이제는 나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다.

Part 5 The End.

============================ 작품 후기 ============================

1. 여러분, 그거 아세요? 저 연재 시작한지 아직 100일도 안됐어요. 글쓰는 동안 블랙홀 근처의 행성을 지나오기라도 한 걸까요? 왜 한 1년은 된 것 같지..

2. 예전에 후기에서 한 번 로웨나 블루로즈(1975년)의 달력과 2014년의 달력이 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날이 로웨나와 시리우스가 소설 속에서 싸운 다음 날이었고, 그러면서 화해할 때쯤 알려드린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사실... 이미 저번 주에 화해했답니다. 12월 11일 목요일이 화해한 날이었어요. 근데 그 날 올라간 회차가 본의아니게 리들 교수와 로웨나가 키스하는 부분이라.. 후기에 차마 시리우스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음.. 제 마음을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오늘인 12월 17일 수요일, 로웨나 블루로즈 속 호그와트에는 첫눈이 내리네여(본편 29회차,  시리우스 외전 61회차). 이날 눈길 위에 서 있던 리무스와 블랙을 로웨나가 발견하게 되죠. 림스가 시리한테 로웨나 꽤 마음에 든다고 말해서 시리가 괜히 디게 신경이 쓰여하는 그 날입니다.

<<팟5 진행되는 동안 여러분이 코멘으로 질문하셨던 사항에 대한 답변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와 관련된 부분은 제외했습니다>>

Q. 오그씨의 팽은 팽 1세인가?

맞습니다. 해그리드의 팽의 부모인 아빠 팽입니다. 사실 이름을 하나 주려다가 팽만큼 어울리는 이름이 없어서 그냥 팽을 주었어요. 고로 얘가 팽 1세, 해그리드의 팽이 팽 2세입니다.

Q. 교수들은 왜 보름에 징계를 보냈나?

제가 알기로 원작에서도 재학 중 리무스의 정체를 알았던 것은 덤블도어와 폼프리부인밖에 없는데 아닌가요?_?;; 난 대체 뭘 알고 있는 것인가.. 징계에 관한 사항은 교수진의 합의하에 결정나지만 바쁜 교장님 승인까지 받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덤블도어 교수님이 금지된 숲에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할지라도, 리무스가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나와 금지된 숲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있으리라는 것은 예상치 못했겠죠. 아무리 덤블도어 교수님이라고 해도 예언가는 아니니까요..

Q. 금지된 숲에서 본 것은 늑대보다는 늑대인간이 맞지 않은가?

로웨나의 입장이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금지된 숲이 어둡다는 것과, 긴장한 상태에서 물체 분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로웨나는 처음에 블랙조차 못알아보고 검은 동물이라 칭하죠) 등을 논외로 두더라도, 로웨나는 일단 마법세계에 3~4년밖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마법생물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실제 늑대랑 늑대인간을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할뿐더러, 얘가 늑대를 직접 본 적이라도 있을까 싶습니다. 이 시대가 우리처럼 매체가 발달되어 있지도 않았을테구요. 모든 것을 경험이 아니라 책으로 받아들인 로웨나는 그에 따른 현실 적응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Q. 공격마법까지 잘 사용하는애가 고작 늑대 한마리 봤다고 놀라나?

위의 질문과 연결되는 것이군요. 마찬가지로 로웨나는 배웠던 것, 예측할 수 있었던 것에는 최선의 선택을 내리지만 그렇지 못한 것에는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게 아마 로웨나의 가장 큰 단점일거에요. 알렉토에게 공격마법을 사용했던 회차에서도, 그 애들을 보자마자 리들 교수가 가르쳐준대로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장면이 초반부에 나옵니다. 이를 통해 로웨나는 쉽게 배웠던 것을 적용하여 공격에 성공하지요. 반면 ‘늑대’의 경우는 로웨나가 한 번도 본적이 없었고, 이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전혀 몰라요. 게다가 ‘늑대’로 대변되는 맹수는 이성으로 설득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존재의 가장 대표되는 표상이기도 하구요. 사람을 상대하는 것과는 달리, 로웨나가 본능적으로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Q. 시리우스는 패트로누스를 처음 시도로 성공한 것인가?

디멘터를 처음 본다는 것이 패트로누스를 처음 시도해 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패트로누스를 배우는데 굳이 디멘터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해리가 디멘터로 실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보가트가 디멘터라는 특수한 경우였기 때문이구요) 멍뭉이는 패트로누스는 쓸 줄 압니다. 제법 똑똑이 마법사로 나오니 비교적 어릴적 성공했어요. 단지 디멘터에게 영혼을 빨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로웨나가 자칫 죽을 수도 있다’라고 판단해 잠시 공황에 빠졌을 뿐입니다.

Q. 왜 리들에게 들키기 싫은 비밀을 펜시브에 담지 않는가?

원작에서 오클러먼시를 가르치던 스네이프가 해리에게 기억을 공개하는 것이 싫어 펜시브에 자신의 기억을 담아놓는 장면이 있죠. 제 소설에서도 아마 리들이 로웨나에게 오클러먼시를 가르칠 때 로웨나가 ‘비밀스러운 기억을 펜시브에 담아놓게 해주는 배려가 없었다’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나올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펜시브라는 것이 오클러먼시를 배우는 교습과정에서의 단편적인 방책에 불과하다고 봐요. 교습이 끝나면 다시 기억속에 집어넣어야겠죠.

이 기억의 USB 역할을 하는 펜시브가 만능 해결방안이었다면, 원작에서도 사람들이 오클러먼시를 배우는 대신 제 기억을 펜시브에 담아놓지 않을까요? 죽먹자들도 볼드모트에게 쉽게 거짓말을 했겠죠. 기억을 펜시브에 담아놓으면 되니까요.

Q. 리들외전?

완결 후 리들 외전 있습니다. 다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중이긴 한데, 개인지를 만들게 되면 아무래도 리들 외전은 개인지에만 싣게 될 것 같아요. 가장 큰 이유는 수위 조절입니다. 로웨나 블루로즈가 전체공개임을 고려해서 어느정도 적정선에서 완급을 조절해왔습니다만, 솔직히 저 자신이 어떠한 심적 제재 없이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게다가 전 습작 계획이 없기 때문에(확언하지는 않겠습니다. 부끄러우면 완결나자마자 삭제하게 될지도 몰라요) 개인 사비를 들여가며 개인지를 구입하시는 분들게 무엇인가 메리트가 될만한 것을 드리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드네요.

Q. 언제 완결나나?(@희양쭈이님 질문)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완결 시기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완결이 근접해지면 아마 언급하게 될 것 같네요.

@그향님, ^^;;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셨군요. 엔, 엔딩에 대해 묻다니..ㅎㅎㅎ 그리고 매일 올려왔지만.. 이제 조금 쉬도록 하겠습니다!

3. 글쓰시는 분들은 다 그러하듯, 제 머릿속에는 글에는 드러나지 않는 유령 플롯들이 있습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상관 없는 부분, 1인칭 주인공인 시점상 로웨나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활자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 역량이 뛰어나다면 정말 흠결 없이 완벽한 소설이 나오겠지만, 그렇지 못해 여러분께 의문점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 항상 죄송스럽고 아쉽습니다. 하지만 질문하시는 것들은 대부분 아마 이야기 내에서 풀리게 될 것이고, 풀리지 않는 것들은 정말 스토리 전개상 별 상관없는 유령플롯 내에서의 것들이니 이해해주시길 바랄게요.

완결이 날때까지 김리들 행세 좀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리코멘 및 이야기에 관한 어떠한 질문에도 답변 드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의문점에 대해서는 완결 후에 모조리 질문해주세요. 그때는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답해드릴게요^^

+ 3일 정도 쉬다 오겠습니다. Part 6의 시작은 20일이 되는 00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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