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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5 - (16)
나는 폼프리 부인을 향해 살짝 웃어 보였다.
“요즘은 그대신 장난을 치고 다니잖아요.”
“어머, 그래도 지금은 많이 얌전해진 편이야.”
폼프리 부인은 마루더즈의 역대 가장 심했던 장난을 줄줄 읊어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간 마루더즈가 일으켰던 기상천외한 사건, 사고들을 시간 순서대로 회상했다. 완전히 잊고 있었으나, 다시금 이야기를 꺼내면 확연하게 떠오를 정도로 대부분이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
특히 내가 1학년 때 있었던 화장실 폭파 사건은 아직도 기억 한가운데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호그와트 성의 화장실 변기를 모조리 폭파시킨 덕택에 학생들은 한동안 기숙사까지 되돌아가서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당시 래번클로 기숙사 입구를 지키는 청동 독수리 상이 어려운 퀴즈를 내는 바람에 래번클로 학생들은 더욱이 고생했다.
시리우스가 장난을 치다가 어디 부러지거나 피라도 보게 되면 항상 치료를 맡는 사람은 폼프리 부인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녀는 그 본인조차 잊었을 것들까지도 모조리 기억해냈다. 폼프리 부인이 읊어대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시리우스 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태연한 척 얌전히 앉아 있었지만 나는 그가 당황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시리우스도 폼프리 부인이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폼프리 부인은,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장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시리우스에 대해서 떠들던 그녀가 호들갑스럽게 말을 마무리했다.
“피곤한데 내가 너무 소란을 떤 것 같구나.”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나가려는 기색으로 침대커튼을 걷었다가, 생각난 듯 한마디 던졌다.
“진정약 필요하면 불러.”
폼프리 부인이 떠나자, 긴장감이 풀리며 다시금 차분해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블랙의 모습을 한 시리우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당장에라도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말할까 봐 걱정된다는 듯이, 그는 전전긍긍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시리우스 블랙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니. 나는 학기 초 그가 드러냈던 적대적인 태도를 떠올렸다. 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날 무척 싫어했던 것 같은데. 과제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싸늘하게 대꾸하고 먼저 가버리지 않았던가. 그가 가시를 세운 덕에 나는 그날 온종일 신경이 쓰였었다.
어지럽게 이어지던 생각들은 자연스레 당시의 블랙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먼저 블랙을 쫓아다녔구나. 얼마나 귀찮았을까. 이제야 나는 블랙이 나에게서 왜 그렇게 도망치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내가 집요하게 구는 것이 싫었겠지.
나는 입을 다물고 침묵을 유지했다. 이성이 돌아오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의 안위였다. 내 머릿속은 그렇게 안전하다고 볼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시리우스가 애니마구스라는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어떤 피해를 줄지도 몰랐다.
블랙의 모습을 한 시리우스를 향해 내가 그대로 입을 열었다.
“등록된 애니마구스는 아닌 거죠?”
내 기억에 있다는 말은, 리들 교수의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리들 교수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빌미로 시리우스를 아즈카반에 보내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 직감적으로 나는, 시리우스에 대한 리들 교수의 인식이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리들 교수가 이를 어떻게 이용할지 모를 일이었다.
블랙의 모습을 한 시리우스가 조용히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말 블랙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머리로는 시리우스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나는 블랙이 시리우스와는 구분되는 어떤 다른 존재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법부에 등록해서 합법적 애니마구스가 될 생각은 없어요?”
“그렇긴 한데… 지금 당장은 힘들어.”
“왜요?”
“내 일이라면 말해줄 수 있겠지만, 이건 내 친구와 관련된 일이라…….”
나는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시리우스는 뭔가 초조해 하고 있었다. 혹여 자신이 이를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저에 대한 내 인식이 나빠질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약간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그는, 깊게 숨을 내쉬더니 서 있던 그대로 침대 가에 앉았다. 가만히 나와 눈을 마주친 시리우스가 천천히 나에게 물었다.
“로웨나. 이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라 약속해줄 수 있어?”
나는 호그와트에서 그의 친구 관계가 그다지 넓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잘해봐야 제임스, 리무스 아니면 피터에 관련된 것이겠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가 애니마구스임을 숨길 정도이면 심각한 종류의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떤 비밀이길래 애니마구스인 것도 밝히지 않고 금지된 숲에서 늑대와 싸우는 거지?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향해 물었다.
“당신이 애니마구스라는 것보다 더 큰 비밀이에요?”
시리우스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보다 더.”
“그럼 듣지 않겠어요.”
내 단언에 시리우스는 조금 얼떨떨한 기색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비밀’에는 신물이 났다. 애초에 나는 비밀을 지킬 수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듣지 않는 쪽이 나았다.
“그럼 시리우스는 영원히 애니마구스 허가를 받지 않을 생각인가요?”
“그런 건 아냐. 아마도 시간이 필요하겠지.”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가 복잡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레질리먼시를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시리우스에게 꺼내야 하나. 애초에 나는 그가 허가도 받지 않고 애니마구스로 다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었다. 당장 폼프리 부인에게도 들킬 수 있는 일 아니던가.
일단은 그가 마법부에 애니마구스 허가를 받도록 설득하는 것이 좋을까. 어제 보았던 늑대와 금지된 숲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그가 감춘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시리우스가 조심스레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아직도 내가 블랙과 다르다고 생각해?”
나는 그제야 그의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저에겐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만약 내가 시리우스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시리우스에게 내가 애니마구스라는 것을 당당히 밝혔을까.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불법적인 애니마구스라는 사실은 누군가에게 쉽게 꺼낼 수 있을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아마 나도 시리우스와 똑같이 행동했겠지. 나는 어느 정도 그를 이해했다.
게다가, 애초에 그에게 먼저 접근한 것은 나였다.
“솔직히… 후, 그럼 제가 지금까지 당신에게 어떤 말들을……."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다 떠올리기도 부끄러운 기억들이 하나하나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왠지 억울하게 느껴졌지만, 그것은 전부 내 자의적인 행동이었다. 항상 내가 먼저 블랙을 찾았고, 그에게 먼저 이야기를 했고, 무엇인가를 요구하곤 했다. 근데 그게 다 시리우스였다는 거잖아. 심지어 나는 그를 껴안고 잠들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싫어하는 그에게 억지로 내 곁으로 오라고…….
“부끄럽네요, 정말.”
나는 그 기억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솔직히 이제 시리우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숨을 푹 쉬는 나에게 그가 조용하게 물었다.
“나 블랙 가의 가계도에서 완전히 지워진 거 들었지?”
갑자기 저 이야기를 왜 꺼내는 거지? 나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여실히 드러내며 시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너도 알다시피 아버지는 이제 나를 가문에서 완전히 내쫓았고 연을 끊었어. 난 더 이상 가문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야. 블랙이라는 성조차 버려야 할지 몰라.”
시리우스는 호그와트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자신의 개인사를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왜 갑작스레 저 이야기를 꺼낸 것인지 의문이 일었으나, 그의 말을 끊는 대신 나는 조용히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은 내가 가문을 나가고 싶어 했다고 말하곤 하고, 나도 그렇게 떠들고 다니긴 하지만 말야.”
무덤덤한 어조로 이야기를 계속하던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것처럼 시리우스는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폈다. 망설이던 태도를 보이던 시리우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실 난 이렇게 가계도에서 이름이 지워졌다는 것이 조금 두려워.”
두렵다고? 나는 그가 무엇인가를 ‘두렵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어떤 것에든 꿀리지 않고 항상 오만하며 당당해 보였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았기 때문에 심지어 무엇이 두렵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항상 그 점을 부러워해 왔다.
눈을 살짝 내리깔며, 시리우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니었던 것 같아. 내가 바뀌지 않으면 부모님이 분명 나를 위해 자신의 태도를 바꿀 거고, 가문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나 봐. 내가 집을 나갈 것같이 굴면 그들도 언젠가 나를 맞춰줄 거라고. 그런 어린애 같은 자아가 있었던 거지.”
그가 희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더 웃기는 건, 난 아직도 그걸 기대하고 있다는 거야.”
나는 어떻게 한마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간 나는 그를 그저 갑갑한 집안에서 뛰쳐나오고 싶어하는 반항아쯤으로 여겼고, 이런 방식으로 그의 내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시리우스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그 정도의 선에서 그치지 않았을까. 겉으로 보기에 그는 블랙 가에서 나온 것에 하등의 불만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애들 앞에서는 이런 얘기 못 해. 다들 내가 우리 집안을 죽일 듯이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내가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모르겠지.”
“왜… 그런 얘길 저에게…….”
나는 조금 더듬거리며 물었다. 시리우스가 나와 눈을 마주했다.
“네가 부끄럽다며? 이건 나에게 더없이 부끄러운 이야기야. 아무에게도 말해본 적 없는.”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우리, 서로 간에 속내를 공유한 거 아닌가? 그가 덧붙이며, 엷게 웃었다.
순간 나는 할 말을 잃고 시리우스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자존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아무에게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또한 동시에 나는, 만약 내가 원한다면, 그는 속에 있는 모든 부끄러운 이야기를 다 털어놓아서라도 기꺼이 내 창피한 감정을 희석시키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일었다. 불가해한 것들이라 생각했지만 내심 어딘가로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의 진심에 흔들리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이렇게 솔직하게 나올 때마다 나는 파도처럼 그에게 휩쓸리곤 하지 않았던가. 너무 쉽게 그의 말에 설득당해버린 것 같아 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약간 딱딱해진 어조로 내가 한마디 중얼거렸다.
“그래도 블랙이 없어졌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없어지지 않았어.”
시리우스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네가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블랙으로 변신해줄게.”
나는 시리우스의 눈이, 그저 생긴 것뿐만 아니라, 그 내면에서 느껴지는 안온함까지도 블랙과 똑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블랙이 시리우스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시리우스가 어떠한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단지 머릿속에 있는 사실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나는 그것이 블랙 본연의 모습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묘한 기분이었다. 내 속에서 블랙이 사라진 대신, 다시는 되찾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그리워했던 시리우스의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이 돌아왔다.
그는 아마 내 속내를 모조리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블랙 앞에서 나는 내 콤플렉스를 고백하기도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기적인 사고방식을 가감 없이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보여줬는데도 아직 나를 좋아하고 있다니. 나는 시리우스와 눈을 한 번 마주했다가 조금 복잡해진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의 진실성을 인정했다. 블랙은 내가 힘들 때마다 다가와 주었고, 도와주었다.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고 분노할 수 있겠나. 하지만 이런 속내를 모조리 드러낼 만큼 나는 대범하지 못했다. 괜히 툭 던지듯 내가 한마디 내뱉었다.
“원래 그런 성격 아니면서, 왜 그렇게 다정한 척하는 거에요.”
침대 가에 앉아 나를 살짝 내려다보던 시리우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쭉 친절하게 굴어줬어. 네가 바보라서 못 느꼈을 뿐이지.”
나는 그의 말에 담긴 농담기에서 예전으로 다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무엇인가 대답을 하려는 순간, 병동 입구 쪽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어머, 마법부에서 오셨나 보군요.”
바깥에서 폼프리 부인이 말했다. 나는 정신이 확 들었다. 맞아, 마법부에서 사람이 온다고 그랬지.
“가요, 얼른.”
나는 마음이 다급했다. 시리우스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내가 그에게 말했다.
“마법부 사람이라면 애니마구스를 알아차릴지도 몰라요.”
“난 아직 할 얘기를 다 하지 못했어, 로웨나.”
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나중에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해.”
나는 마음이 급해져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는 씨익 웃더니 그 자리에서 블랙으로 다시 변했다. 누군가가 내 침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블랙 특유의 느긋한 걸음걸이로 침대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의 꼬리가 반대쪽 끝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낮게 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침대 커튼이 거두어지며, 갈색 머리카락이 스쳐 지나가듯 눈에 들어왔다. 그와 함께 나는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뭐야, 또 블루로즈 너니?”
그녀는 민달팽이 클럽에서 만났던 키이라 벨이었다. 그럼 마법부에서 파견된다는 직원이 그녀였단 말인가? 하긴, 그녀는 마법사고와 재난부 소속이니 사건의 담당자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에게, 나는 어설픈 웃음을 던지며 인사했다.
“또 뵙네요.”
그녀가 다소 톤이 높은 목소리로 나에게 되물었다.
“그럼 금지된 숲에서 디멘터랑 마주한 것이 너란 말이야?”
“네…….”
“대체 금지된 숲은 왜 간 거야?”
아직 그런 것들조차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나? 나는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설명했다.
“징계를 받을 일이 있어서요.”
“네가, 징계를?”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금지된 숲까지 갈 정도면 심각한 일을 쳤나 봐.”
나는 대답 없이 쓰게 웃었다.
“몸은 좀 괜찮아?”
“뭐, 이제 괜찮아요.”
그녀는 디멘터에게 영혼을 빨리고 난 후에는 따뜻한 곳에서 오랫동안 쉬어줘야 한다고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웬만큼 회복되어 이제 아무렇지 않았던 나는 그녀의 말을 귓전으로 흘러 들으며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제가 마주친 디멘터들이 몇 주 전에 아즈카반에서 탈출한 그들인 건가요?”
“맞아. 몇몇은 이미 회수가 되었는데, 아직 잔재들이 남아있거든.”
그녀는 총 열세 마리의 디멘터들 중 아직도 찾지 못한 디멘터가 여섯 마리나 된다고 말했다. 신출귀몰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조차 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도.
“여튼 그 자식들 때문에 요즘 진짜…… 매일 야근에, 주말 근무에.”
그녀는 여전히 피로해 하는 것 같았다. 크게 기지개를 한 번 켜며 몸을 풀던 키이라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중얼거렸다.
“근데 이상하단 말이지…… 호그와트라니.”
“네?“
“지금까지 디멘터들이 출몰한 장소들은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었어. 근데 호그와트는 너무 뜬금없단 말이야.”